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작가:  Jino최근 업데이트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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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FM 「두 시의 편지」 작가 서다온. 방송이 끝나면 걸어서 25분, 가로등 32개를 지나 새벽 다섯 시 아래층 반달빵집에서 소금빵 하나를 산다. 폐지 통보가 내려온 날, 다온은 매일 밤 도착하는 익명 사연 「반죽하는 사람」에 형광펜 세 줄을 긋는다. 말수 적은 빵집 사장 강태오는 오늘도 「그래요」 한마디뿐인데, 진열대 가운데 소금빵 하나는 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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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챕터
1화. 새벽 다섯 시, 소금빵
『반죽하는 사람: 새벽 두 시에 반죽을 시작해요. 라디오를 켜면 손이 덜 외로워요. 오늘도 「두 시의 편지」 들으면서 밀가루 이십 킬로 치댈게요.』≈10월 14일 화요일 새벽 네 시 이십 분. 반달FM 4층 작가석.서다온은 원고 뭉치를 가슴에 안고 일어났다. 창 없는 구석 자리였다. 책상 위에는 식은 우유 한 컵, 노란 형광펜 세 자루, 그리고 오늘 방송에서 읽은 사연 열한 장. 그중 맨 위 한 장에만 형광펜 줄이 세 개 그어져 있었다.『반죽하는 사람』.다온은 그 이름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다. 1년 전부터 사흘에 한 번꼴로 메일이 왔다. 새벽 두 시에 반죽을 시작한다는 사람. 빵집인지, 국숫집인지, 만두 가게인지 알 수 없었다. 이름도 나이도 적지 않았다. 문장은 짧고 말투는 조금 무뚝뚝했다. 그런데 읽고 나면 손이 따뜻해졌다.“다온 작가, 오늘도 그거 안고 가?”부조정실 문틈으로 한도윤 PD가 고개를 내밀었다. 마흔하나. 눈 밑이 늘 어두웠다. 손에는 언제나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이거요? 원고 정리하려고요.”“사연은 서랍에 두고 가. 그거 품고 다니다 잃어버리면 시말서야.”“안 잃어버려요.”“지난달에 버스에 두고 내렸잖아.”다온은 대답 대신 원고를 가방에 넣었다. 맨 위 한 장만 빼서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한도윤이 그걸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더 말하지 않았다.스튜디오 유리창 너머에서 금정란 DJ가 헤드폰을 벗고 있었다. 예순넷. 회색 단발, 은테 안경. 30년째 이 의자에 앉은 사람. 금정란이 유리창 너머로 다온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입 모양으로 「수고했어」.다온도 손을 흔들었다.오늘 클로징 멘트는 다온이 썼다. 금정란이 그걸 읽었다. 「오늘도 잘 버티셨어요.」 30년 동안 바뀐 적 없는 마지막 문장. 다온은 그 앞의 세 줄만 날마다 새로 썼다.≈새벽 네 시 반. 반달FM 건물 밖은 아직 깜깜했다.10월 중순의 새벽은 차가웠다. 다온은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올렸다. 버스는 없었다. 첫차는 다섯 시 십 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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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새벽 네 시 반, 단팥빵
『택시 오 기사: 새벽 네 시 반에 단팥빵 하나 사 먹으려고 30년 택시 몰았나 봐요. 그 빵집 할머니 계실 때부터. 이 방송도 그때부터.』≈10월 17일 금요일 새벽 네 시 칠 분. 생방송이 끝나고 칠 분 뒤였다.한도윤 PD가 부조정실 문을 닫았다. 평소엔 열어 두는 문이었다. 다온은 작가석에서 원고를 정리하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문 닫히는 소리가 이상하게 컸다.“다온 작가. 잠깐 들어와.”부조정실은 좁았다. 콘솔 하나, 의자 둘, 모니터 넷. 스튜디오 유리창 너머로 금정란이 헤드폰을 걸어 두고 앉아 있었다. 금정란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아는 얼굴이었다.한도윤이 서류철을 열었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콘솔 위에 놓았다.「편성 조정 안내」.다온은 그 제목만 읽고 다음 줄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아도 알았다. 방송국에서 이런 종이는 한 가지 뜻이었다.“12월 마지막 주까지야.”한도윤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청취율 0.3%. 국장님이 어제 회의에서 정했어. 새벽 두 시 자리는 재방송으로 돌린대. 광고가 안 붙으니까.”“…30년인데요.”“알아. 나도 말했어. 30년이라고. 국장님이 그러더라. 30년이라서 더 못 끈대. 듣는 사람이 30년 전 사람들뿐이라고.”다온은 종이를 봤다. 「12월 31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 그 아래 국장 도장.“선생님은요?”다온이 유리창 너머를 봤다. 금정란이 의자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천천히.부조정실 문이 열렸다. 금정란이 들어왔다. 다온 옆에 섰다. 종이를 내려다봤다.“30년 했으면 됐지.”금정란이 웃었다. 늘 하던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그런데 종이를 집으려던 손이 떨렸다. 다온은 그 손을 봤다.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진 예순넷의 손. 그 손이 종이 귀퉁이를 잡았다 놓았다.“다온 작가는 젊으니까 다른 데 가면 돼. 낮 프로에 작가 자리 많아.”“선생님.”“나는 이제 쉬지 뭐. 목도 아프고.”금정란이 종이를 콘솔 위에 반듯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온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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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새벽 두 시, 식빵 반 근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식빵을 반 근씩 잘라 팔았어요. 혼자 사는 사람은 한 근 다 못 먹는다고. 반 근이면 이틀이래요. 저는 그 칼질을 아직 못 따라 해요.』≈10월 20일 월요일 밤 열 시. 반달FM 4층 회의실.다온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마커 뚜껑을 열었다. 한도윤 PD와 금정란이 탁자에 앉아 있었다. 금정란 앞엔 보온병, 한도윤 앞엔 서류철.“코너 하나 만들고 싶어요.”다온이 화이트보드에 썼다. 큰 글씨로.「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우리 방송 듣는 사람들, 게시판 보면 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이에요. 간호사, 택시 기사, 경비원, 편의점, 물류 센터, 청소하시는 분. 그분들 사연을 하루에 하나씩 길게 읽어 주는 거예요.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손이 뭘 만지고 있는지.”한도윤이 서류철을 덮었다.“그걸로 청취율이 올라?”“모르겠어요. 근데 지금 듣는 사람들이 친구한테 말할 거예요. 「야, 어제 라디오에 우리 같은 사람 나왔어.」 그럼 그 친구도 새벽에 일하는 사람이니까.”금정란이 보온병 뚜껑을 열었다. 보리차 냄새.“첫 사연은 누구로 할 건데?”다온은 대답하기 전에 가방에서 파일을 꺼냈다. 「반죽하는 사람」 파일. 마흔다섯 장. 금요일 새벽에 온 사연이 맨 위에 있었다. 「없어지지 마세요.」 다온이 형광펜으로 다섯 줄을 그은.그리고 그 밑에, 어젯밤 늦게 온 새 사연. 식빵 반 근.“이분이요. 반죽하는 사람.”금정란이 파일을 받아 들었다. 안경을 고쳐 쓰고 읽었다. 한참. 그리고 웃었다.“반 근 식빵. 옛날엔 동네 빵집이 다 그렇게 팔았어. 혼자 사는 사람한테는 반 근.”“선생님도 사 보셨어요?”“나도 혼자 살잖아. 30년 전부터.”금정란이 파일을 돌려줬다.“해 봐. 내일부터.”한도윤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서류철을 다시 열어 뭔가 적었다. 「신규 코너 — 화요일부터」.≈10월 21일 화요일 새벽 두 시 사십 분. 반달빵집.태오는 식빵 반죽을 틀에 넣고 있었다. 한 근짜리 틀 열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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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아침 일곱 시, 크루아상
『반죽하는 사람: 새벽 네 시에 알바생이 와요. 이어폰을 꽂고 와요. 뭘 듣는지 물어보면 안 알려 줘요. 요즘 애들은 다 비밀이 있대요.』≈10월 25일 토요일 새벽 네 시. 반달빵집 뒷문.윤미소는 뒷문 손잡이를 잡고 이어폰 한쪽을 뺐다. 열아홉. 재수생. 높이 묶은 머리가 찬바람에 흔들렸다. 패딩 주머니에 영어 단어장이 꽂혀 있었다. 이 빵집 새벽 알바를 한 지 두 달. 네 시부터 여덟 시까지. 시급이 다른 데보다 오백 원 높았다. 사장님이 말이 없어서 단어 외우기 좋았다.뒷문을 열었다. 빵 냄새가 확 쏟아졌다.“사장님, 왔어요.”“…왔어. 손 씻어.”사장님이 작업대 앞에서 크루아상 반죽을 밀고 있었다. 버터를 켜켜이 접어 넣은 반죽. 밀대가 지나갈 때마다 반죽이 얇게 펴졌다. 미소는 앞치마를 매며 그걸 봤다. 두 달 동안 봐도 신기했다. 사장님 손은 크고 투박해 보이는데, 반죽 위에서는 이상하게 조심스러웠다.계산대 옆 낡은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두 시의 편지」가 끝나 가고 있었다. 마지막 곡.미소는 남은 이어폰 한쪽도 마저 뺐다. 사장님 라디오와 미소 이어폰에서 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미소는 혼자 웃었다. 소리 없이.미소도 「두 시의 편지」를 들었다. 재수 학원 끝나고 독서실, 독서실 끝나고 새벽 알바. 그 사이 두 시에서 네 시는 독서실 책상에 엎드려 라디오를 들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열아홉이 새벽 라디오를 듣는다고 하면 친구들이 웃을 테니까.≈다섯 시. 빵집 문이 열렸다.미소가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첫 손님은 매일 그 사람이었다. 3층 사는 언니. 목도리를 코까지 올리고, 품에 종이 뭉치를 안고, 눈 밑이 어두운.딸랑.“어서 오세요!”미소가 크게 말했다. 사장님은 말을 안 하니까 미소가 대신 했다.언니가 들어와 소금빵 칸으로 갔다. 늘 그 칸. 그런데 오늘은 진열대 앞에서 멈칫했다. 식빵 칸. 「반 근 2,800원」 비닐이 여섯 개 놓여 있었다. 칼 자국이 모두 반듯했다.“어? 반 근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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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새벽 세 시, 우유 식빵
『반죽하는 사람: 오븐 앞은 겨울에도 따뜻해요. 할머니는 추운 날 문 앞에서 떠는 사람을 보면 그냥 들어오라고 했어요. 오븐 앞 자리 하나는 늘 비워 두라고.』≈11월 1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오십 분. 반달동 3층 건물 302호 앞.다온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숨을 들이켰다. 차가웠다. 바깥보다 더.토요일 새벽 방송은 녹음분이었다. 금정란이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 다온은 녹음 송출만 확인하고 두 시 반에 퇴근했다. 오랜만에 일찍 자려고. 그런데 방 안 공기가 차갑다 못해 따가웠다.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보일러 조절기를 봤다. 화면에 빨간 글씨. 「E-02」. 다온은 전원 버튼을 껐다 켰다. 다시 「E-02」. 껐다 켰다. 「E-02」.“아, 진짜.”다온은 외투를 벗지 않고 침대에 앉았다. 휴대폰으로 「E-02」를 검색했다. 「점화 불량. 서비스 센터에 문의하세요.」 서비스 센터는 아침 아홉 시에 문을 연다.여섯 시간.다온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외투 위로. 목도리도 그대로. 그래도 추웠다. 11월 첫날 새벽 기온 영하 2도. 원룸 바닥이 발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냉기.십 분을 버텼다. 이가 딱딱 부딪혔다.다온은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창가로 갔다. 커튼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1층. 빵집 유리문 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 노랗게. 새벽 세 시인데.≈태오는 반죽기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유리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똑똑.셔터는 반만 올려져 있었다. 그 아래로 사람 발이 보였다. 털 실내화. 분홍색. 그 위로 잠옷 바지.태오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문 쪽으로 갔다. 셔터를 끝까지 올렸다. 철커덩.3층 사람이 서 있었다. 외투에 목도리에 잠옷 바지에 털 실내화.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입술이 파랬다.“저… 죄송한데요.”다온이 말했다. 이가 부딪혀서 말이 끊겼다.“보일러가 고장 나서요. 아홉 시까지 서비스가 안 돼서. 혹시… 잠깐만, 여기 좀 있어도 될까요. 손님 오시기 전까지만.”태오는 다온을 봤다. 파란 입술. 떨리는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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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오후 두 시, 꽈배기
『반죽하는 사람: 꽈배기는 두 가닥을 꼬는 거예요. 한 가닥은 혼자 서 있지 못하는데, 둘이 꼬이면 튀겨도 안 풀려요. 그래요. 그게 다예요. 드세요.』≈11월 8일 토요일 오후 한 시 오십 분.다온은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다섯 시간째. 눈을 감으면 원고 문장이 떠올랐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다음 주 사연 다섯 개. 물류 센터 야간 상하차, 24시 응급실 간호사, 새벽 수산 시장 경매사, 고속도로 휴게소 청소, 그리고 반죽하는 사람. 순서를 어떻게 할지. 어떤 사연 뒤에 어떤 노래를 붙일지.눈을 뜨면 천장이었다.새벽에 일하는 사람의 병이었다. 낮에 자야 하는데 낮에 잠이 안 오는. 3년째. 좋아지지 않았다. 보일러는 지난주 고쳤다. 방은 따뜻했다. 그래도 잠이 안 왔다.다온은 일어났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 목도리를 감았다. 계단 서른 칸을 내려갔다.1층. 반달빵집. 오후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다.≈딸랑.오후의 빵집은 새벽과 달랐다. 창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진열대 빵이 반쯤 비어 있었다. 손님이 둘. 아이 손을 잡은 엄마, 그리고 노인 한 분. 계산대에 미소가 있었다. 토요일이라 낮에도 나온 모양이었다.“어, 작가님! 낮에 오셨네요.”“잠이 안 와서요. 여기서 원고 좀 써도 돼요?”“그럼요. 창가 자리 비었어요.”다온은 창가 탁자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었다. 주방 쪽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튀김 냄새. 달콤한.“꽈배기 튀기는 날이에요. 토요일 오후만.”미소가 우유를 데워 가져다주며 말했다.“사장님이 직접 튀겨요. 할머니 레시피래요.”다온은 주방 쪽을 봤다. 주방 입구 너머로 태오 등이 보였다. 기름 솥 앞. 긴 나무젓가락을 들고.≈두 시 반. 다온은 원고 두 쪽을 썼다. 빵집 소리가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오븐 타이머, 계산대 단말기 소리, 기름 튀는 소리. 손님들 목소리.계산대에서 노인 손님이 말했다.“총각, 꽈배기 몇 시에 나와?”주방에서 태오 목소리가 들렸다.“세 시요. 기다리시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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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새벽 두 시 반, 생방송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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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새벽 다섯 시, 모카빵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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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낮 열두 시, 샌드위치
『반죽하는 사람: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11월 29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마케팅팀 중간 집계야. 공식 아니고. 0.5%.”다온은 그 숫자를 봤다. 0.5. 두 달 전 0.3이었다.“올랐어요.”“올랐지. 0.2. 두 달 만에.”“국장님은요? 뭐라세요?”“국장님은 1%가 아니면 다 똑같대.”한도윤이 종이를 접었다. 그런데 버리지 않고 서류철에 넣었다. 다온은 그걸 봤다.“그래도 게시판은 하루 오십 개 넘어.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사연이 매일 열 통씩 와. 물류 센터, 응급실, 경비실, 편의점. 지난주엔 소방서에서도 왔어.”한도윤이 서류철을 덮었다.“다온 작가. 0.5로는 안 돼. 근데 0.5까지 온 건 네가 한 거야. 그건 알아 둬.”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조금 메었다.≈열두 시. 반달빵집.다온은 밤샘 회의를 마치고 바로 빵집으로 왔다. 잠을 못 자 눈이 따가웠다. 창가 탁자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낮 메뉴. 샌드위치 세 가지. 햄치즈, 에그마요, 감자.“감자 샌드위치랑 우유요.”계산대에서 미소가 「네!」 했다. 주방에서 태오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 두 장, 으깬 감자, 오이, 햄 한 장.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칼질이 반듯했다. 한 달 동안 반 근 식빵을 자른 손.태오가 접시를 들고 직접 왔다. 미소 대신.“드세요.”“감사합니다, 사장님.”다온은 샌드위치를 집었다. 감자가 부드러웠다. 오이가 아삭했다. 후추가 조금.태오가 접시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다온 얼굴을 봤다.“…안 주무셨어요?”“밤샘 회의요. 청취율 중간 집계 나왔어요.”“…어떻게 나왔어요?”태오 목소리가 조금 빨랐다. 평소보다.“0.5%요. 0.3에서 올랐어요. 근데 1% 돼야 안 없어진대요.”태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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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새벽 네 시, 단팥 호빵
『택시 오 기사: 비 오는 새벽에 작가 아가씨를 태워다 줬어요. 빵집 앞에 내려 줬는데 빵집 총각이 유리문 안에서 나를 째려보더라고요. 30년 택시 몰면서 그런 눈은 처음 봤어요. 총각, 나 기사야.』≈12월 5일 금요일 오후 네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공문 한 장을 탁자에 놓았다. 이번엔 마케팅팀 중간 집계가 아니었다. 방송국 공식 청취율 조사 결과. 11월분.「두 시의 편지 — 0.6%」.다온은 그 숫자를 오래 봤다. 0.3에서 0.6. 두 배였다. 두 배인데 1%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국장님이 이거 보시고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한도윤이 의자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두 배네. 근데 0.6이네.」 끝.”금정란이 보온병 뚜껑을 열며 웃었다.“국장님 말 잘하시네.”“선생님, 웃을 일이 아니에요.”“웃어야지. 0.3이 0.6 됐는데. 30년 동안 이렇게 오른 적 없어.”금정란이 다온을 봤다. 안경 너머로.“다온 작가가 한 거야.”다온은 고개를 저었다.“청취자분들이 한 거예요. 사연 보내 주신 분들이. 게시판에 쓰신 분들이. 오 기사님이 택시 손님들한테 다 틀어 준대요.”“그 오 기사님 사연은 언제 읽어?”“…다음 주요. 월요일에.”다온은 대답하면서 서류철 안 오 기사님 사연을 생각했다. 「택시 오 기사」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두 통씩 오는. 손님 얘기, 새벽 도로 얘기, 반달빵집 단팥빵 얘기. 오 기사님은 사연마다 단팥빵이 나왔다.≈12월 6일 토요일 새벽 네 시 십 분. 반달FM 건물 1층 현관.비가 왔다. 겨울비. 차가운. 다온은 현관 유리문 안쪽에 서서 밖을 봤다.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보였다. 큰길이 젖어 번들거렸다.우산이 없었다. 가방 안에 접이식 우산이 있었는데 지난주에 살이 부러져 버렸다. 새로 사야지 하면서 일주일이 지났다.25분. 걸으면 다 젖을 것이다. 첫차는 다섯 시 십 분. 한 시간을 현관에서 기다릴 수도 없었다.다온이 목도리를 머리에 뒤집어쓰려는데 큰길에서 경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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