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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4화

Author: 수박빙수
윤하경 얼굴에 불쾌함이 스치자, 한선아는 예전과 달리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했다.

“시청아, 말실수했으면 얼른 새언니한테 사과해야지.”

허시청은 더 억울한 표정이 됐다.

“이모, 저... 저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한선아도 이런 멍청하게 고집부리는 게 질렸는지, 얼굴이 점점 굳었다.

“다시 말할게. 빨리 사과해.”

허시청은 눈에 눈물이 맺힌 채 한선아를 한 번, 윤하경을 한 번 번갈아 봤다. 그러다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고 윤하경 앞으로 다가왔다.

“새언니, 죄송해요. 저를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말끝은 얌전했지만 자세히 들으면 괜히 피해자인 척하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윤하경은 그저 담담하게 허시청을 한번 훑었다.

“잘못한 걸 알면 됐어요. 앞으로는 말조심하세요. 안 그러면 사람들이 시청 씨가 예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말에 허시청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강씨 가문과 인연이 닿아 있는 집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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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816화 번외편

    소지연이 장미자와 다시 마주한 건,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유호천만큼 길게 얽힌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지난번 장미자가 윤하경과 한 번 제대로 부딪친 뒤로, 장미자도 확실히 깨달은 게 있었다.소지연과 맞서는 건 결코 득이 없었다.지금 소지연의 손에는 유호천의 유일한 소이안, 즉 장씨 가문의 유일한 손주가 있었다.정말로 소지연을 건드려서 소지연이 아이를 데리고 훌쩍 떠나 버리기라도 하면 장미자는 죽을 때까지 손주 얼굴을 못 볼 수도 있었다.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장미자는 가끔 소지연을 찾아왔다.소이안에게 뭘 좀 사다 주기도 하고, 필요한 걸 챙겨 보내기도 했다.소지연도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끔은 받았다.물론 장미자를 집 안으로 완전히 들여 앉히진 않았고, 잠깐 아이 얼굴만 보고 가는 정도가 전부였다.그런데 소지연은 오늘 유호천에게 간병을 맡기는 것까지 허락했다.장미자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잔뜩 들뜬 얼굴로 이것저것을 한가득 사서 사람을 시켜 보냈다.장미자는 인심 좋은 미소를 띠고 다가와 소지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지연아, 이걸로는 아직 부족해. 한참 부족하지... 걱정하지 마. 앞으로 호천이가 너한테 잘 못 하면, 내가 제일 먼저 가만 안 둘 거야.”소지연은 이미 철이 들 대로 든 사람이었다.이런 친근한 척하며 달래는 것이 얼마나 계산적인지도 너무 잘 알았다.그래서 소지연은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고개만 끄덕였다.“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이안이는 지금 잘 쉬어야 해요. 너무 많이 들여놓으면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됩니다.”장미자는 전혀 기분 상한 기색도 없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맞아. 네 말이 맞아.”장미자는 곧장 병상 앞으로 다가가 소이안을 들여다봤다.손주라 그런지, 장미자가 바라보는 눈빛이 유난히 뜨거웠다. 한 번 보면 또 보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도무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일주일쯤 지나자, 소이안은 퇴원할 수 있었다.첫날과 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815화 번외편

    소지연은 유호천에게 붙잡힌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방금 물을 잔뜩 뒤집어쓴 탓에 꼴은 엉망인데 이상하게도 눈길을 잡아끌었다.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유호천은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다.너무 가까워서, 소지연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이 그대로 코끝을 파고들었다. 예전과 똑같은 향인데 거기에 아이를 품고 살며 자연스레 배인 포근한 젖향이 섞여 있었다.유호천의 눈빛이 한순간 더 짙어졌다.유호천은 소지연을 뚫어지게 보다가 낮게 불렀다.“지연아...”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소지연은 당황한 듯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했다.“너, 너... 놓아.”하지만 유호천은 놓기는커녕 손에 힘을 더 줬다. 도망갈까 봐 더 세게 붙잡는 것처럼 말이다.“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유호천은 소지연의 귀 가까이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의도적으로 낮춘 목소리가 애원인지 유혹인지 모를 감정으로 스며들었다.“이번에는 진짜로 잘할게. 너한테도, 이안이한테도...”소지연은 순간 멈칫했다가, 고개를 들어 유호천을 바라봤다.“호천아, 너도 알잖아. 우리는... 이미 끝났어.”그 말이 떨어지자 유호천은 얼굴빛이 확 가라앉았다. 턱이 굳고,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 무언가를 억지로 눌러 참는 표정이었다. 유호천은 억울함과 울분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왜... 왜 안 돼?”“그건...”그때였다.“으아앙!”침대에 누워 있던 소이안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소지연은 더는 생각할 틈도 없이 유호천을 밀쳐 내고 소이안에게 달려갔다. 소이안을 얼른 안아 올리고 달래다가 정신없이 다시 눕혔다. 소지연은 젖은 옷이 온몸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유호천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소지연만 바라봤다.그러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병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소지연은 유호천이 말없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이를 살짝 악물었다.욕실 수리가 끝나고 소지연이 소이안을 달랜 뒤에야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갈아입고 나오자 유호천은 다시 돌아와 있었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814화 번외편

    소지연이 윤하경에게 옅게 웃어 보였다.“별일 아니었잖아.”윤하경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병상으로 다가가 소이안의 볼을 콕 찔렀다.자기 애를 낳고 나서 그런지 윤하경은 남의 애도 유난히 귀여워 보였다. 하물며 소지연의 아이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소지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너희 집은 셋이나 있는데도 아직 안 질렸어?”“안 질려.”윤하경은 능청스럽게 웃더니 화제를 툭 돌렸다.“그래서 이안이는 어때? 의사가 언제쯤 퇴원 가능하대?”소지연이 대답하려는 순간, 문 쪽에서 낮고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어왔다.“지연아, 아침 먹어.”윤하경이 반사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문가를 봤다. 유호천이 아침 도시락을 든 채 서 있었다.윤하경이 여기 있는 걸 미처 몰랐던지, 유호천은 잠깐 굳더니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하경 씨, 여기 있었네.”윤하경의 시선이 소지연과 유호천 사이를 한 번, 두 번 오갔다. 그러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안이 보러 왔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하경은 이미 눈치가 빨랐다.윤하경은 가볍게 손을 털며 급히 일어섰다.“그럼 난 이만 갈게. 집에 애들 셋 두고 나왔더니... 우리 집 남편이 혼자 감당이 안 되겠더라.”소지연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경은 문밖으로 쏙 빠져나갔다.마치 여기 있으면 방해가 된다는 듯 온몸으로 말하는 것이었다.윤하경이 사라지자 병실에는 소지연과 유호천, 그리고 잠든 소이안만 남았다.유호천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먼저 어색함을 정리하듯 식탁으로 걸어가 아침을 내려놓았다.“네가 예전에 제일 좋아하던 데서 사 왔어. 방금 나온 거라 따뜻해.”소지연은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였다.“고마워.”유호천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자연스럽게 덧붙였다.“일단 밥 먹어. 내가 이안이를 보고 있을게.”소지연은 손끝이 잠깐 멈췄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소이안의 아빠인 유호천이 이 정도 하는 건 당연했다. 소지연도 그걸 애써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소지연이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유호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813화 번외편

    병원 복도.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소지연은 소이안을 품에 안고 앉아 몇 번이고 낮게 달랬다. 숨을 몰아쉬는 소이안의 이마는 뜨거웠고, 손끝까지 달아올라 있었다.유호천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시선은 내내 소지연과 소이안에게 박혀 있었다.“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소지연은 입술만 살짝 다물었다. 대답 대신 더 조용히 소이안의 등을 토닥였다.얼마 뒤 의사가 검사지를 들고 걸어 나왔다. 의사는 자연스럽게 유호천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유 대표님,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서요. 바로 입원 치료를 권장합니다.”“바로 진행해.”유호천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자 의사는 곧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원장님께도 이미 연락드렸습니다. 출근하시는 대로 직접 오셔서 상태 보실 겁니다.”소지연은 옆에서 그 말을 듣고도 거절하지 않았다.자기 일이라면 유호천이 주는 편의와 도움을 단호히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이안이었다. 아이 앞에서만큼은 자존심도 거리감도 사치였다.병실.링거를 맞은 소이안은 한참 뒤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소지연은 그제야 목 끝까지 올라와 있던 숨을 내쉬었다.소이안이 잠든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소지연은 참지 못하고 통통한 손을 살짝 쥐었다.그러자 소이안은 무의식중에 입꼬리를 아주 작게 올렸다. 꼭 엄마 손길을 알아본 것처럼 말이다.유호천은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병실 안에 함께 있으면서도 유호천은 마치 모르는 사람 같았다.‘만약에 모든 게 어긋나지 않았다면 소지연도, 소이안도 전부 내 아내와 내 아이였을 텐데...’하지만 지금 유호천은 자신의 피가 이어진 소이안을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밤새도록 버틴 탓인지 소지연도 눈이 풀렸다. 소지연이 고개를 돌리자, 유호천이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소지연을 보고 있었다.소지연이 낮게 말했다.“오늘... 고마웠어. 이제 늦었고, 너도 밤새 움직였잖아요. 이제 날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812화 번외편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소지연이 사는 작은 마당 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유호천은 그 앞을 떠나지 않고 눈 속에서 조각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한참이 지나자 운전기사가 더는 못 참고 차에서 내려와 다가왔다. 유호천이 얼어붙을까 봐 두려웠다.“대표님, 차에 들어가 쉬시죠. 이런 날씨에... 몸도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닌데, 혹시라도 더 상하시면 어쩌려고요.”유호천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소지연의 집 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더 깊어질 뿐이었다.그러다 한참 만에 유호천이 낮게 입을 열었다. 혼잣말 같기도 했고 옆에 선 기사에게 묻는 말 같기도 했다.“내가... 잘못한 거겠지.”잠깐 숨을 삼킨 뒤, 더 조용한 목소리가 이어졌다.“더 일찍 와야 했는데.”그동안 유호천은 망설였다.겪어 온 일들이 하도 너무 많아서 소지연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고 와 보니 자신이 너무 늦게 도착한 것 같았다.기사는 대표님의 사생활에 함부로 입을 얹을 수 없었다. 대신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언제든... 늦지 않습니다.”그리고 현실적인 말로 유호천을 붙잡았다.“다만 여기서 얼어붙거나 감기라도 걸리시면, 몸이 더 안 좋아져서... 앞으로 소지연 씨를 더 보기 힘들어지실 수도 있어요.”그 말에 유호천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기사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습니다. 떠나기 싫으시면... 차 안에서 기다리시는 게 낫습니다.”결국 유호천은 더 버티지 않고 몸을 돌려 차로 올라탔다.시골 밤은 도시보다 훨씬 조용했다.유호천은 뒷좌석에 앉아 멀지 않은 곳에서 불이 켜진 작은 집을 바라봤다. 그러자 유호천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마치 시선이 담장을 넘어가, 아이와 함께 있는 소지연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소지연한테 문전박대를 당했는데도 유호천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했다.이렇게 차분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끝내 열릴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811화 번외편

    유호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재민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제가 유씨인 걸 안다는 건... 제 신분도 안다는 뜻이겠죠.”이재민이 옅게 웃었다.“물론이죠.”이재민은 말끝을 부드럽게 이어 갔다.“그런 의미에서... 유호천 씨는 제 선배님이기도 하고요.”유호천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재민을 쏘아봤다. 이재민이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더 거슬렸다.“선배?”유호천은 비웃듯 이재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참 만에 냉소를 흘렸다.“네가 감히?”유호천의 말투는 너무 거칠었다.이재민은 끝까지 품위를 지키려 했지만, 얼굴이 굳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마당 앞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소지연이 그 사이로 걸어 나왔다.“이제는 이안이가 곧 낮잠 잘 시간이에요.”소지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둘 다 돌아가세요.”그 말에 이재민이 유호천을 바라보는 눈빛에 가느다란 조롱이 섞였다. 이재민은 낮게 웃으며, 방금 유호천이 뱉은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그럼 유호천 씨도... 자격 없네요.”그러자 유호천의 표정이 확 굳었다.태어나서 이런 소리를 그것도 듣보잡 같은 사람한테 들을 줄은 몰랐다.“말조심해.”유호천의 목소리가 뚝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런데 이재민은 한 박자도 흔들리지 않았다. 느긋하게 미소를 걸고 말했다.“유호천 씨, 학교는 다니셨어요?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존중하셔야죠.”유호천은 이를 악물었다. 턱선이 딱딱해질 만큼 어금니가 꽉 잠겼다.소지연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이마를 짚더니 결국 쫓아내듯 말했다.“그만해요. 둘 다 나가요.”소지연이 두 사람의 등을 번갈아 밀어 대문 쪽으로 끌고 갔다. 마당 문 앞까지 몰아붙인 뒤, 쾅 하고 문이 닫혔다.유호천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작은 대문 앞에 유호천과 이재민만 남았다. 하지만 둘 다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누가 먼저 떠나는 게 곧 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표정이었다.그렇게 해가 기울고 어느새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두 사람의 머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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