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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Author: 수박빙수
“사과할 거면 최소한 진심은 보여야지. 안 그래?”

윤하경은 강현우가 이번엔 정말 화가 났다는 걸 알았고 그는 일부러 저러는 거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집요할 땐 뭔가로 분풀이해야만 풀리는 성격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그게... 다른 방법은... 안 될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우의 비웃음이 돌아왔다.

“안 되진 않아. 내 앞에서 입든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입든가.”

윤하경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전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이 뇌리를 스치며 본능적으로 판단이 섰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종이봉투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그가 건넨 옷을 입고 나서 거울 앞에 선 윤하경은 얼굴이 금세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워낙 체격이 좋았던 터라 뭘 입어도 잘 어울렸지만 이런 종류의 옷은 평생 처음이었다. 지난번 헤븐 클럽에서 입었던 의상이 순진한 교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건 뭐라 말할 수 없는 수위였다. 딱히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도 않았고 머릿속에는 부끄러워서 사람 앞에 못 나가겠다는 딱 하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윤하경은 욕실 안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 쪽 거울에 비친 강현우의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고 깜짝 놀란 윤하경은 뒤돌아보다가 머뭇거렸다.

“그... 그냥 이거 벗을게요...”

그녀가 욕실 문을 닫으려던 찰나 강현우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끌었다.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벽에 몰리게 된 윤하경은 당황해 두 팔로 본능적으로 앞을 가리려 했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손을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모르는 척하긴. 네가 내 침대로 기어들어 왔을 땐 이러지 않았잖아.”

그의 말엔 조롱이 묻어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지만 그 내용은 귀에 거슬렸다.

아무리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되뇌었지만 그 말에 윤하경은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눈을 들고 강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뭐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그가 그녀의 턱을 틀어잡았다.

“그러니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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