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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한유림
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 마세요.”

“넌 딱 봐도 나쁜 사람이야, 내가 너의 목적을 모를 거로 생각하지 마.”

여자는 노발대발했다.

이민혁은 탄식했고 이때, 주동겸이 입을 열었다.

“너 나가.”

여자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주동겸은 이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그 여자애는 주아름, 내 손녀라네. 아직 어려서 철이 없으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시게.”

“괜찮습니다. 근데 어르신은 왜 이렇게 저를 믿으십니까?”

이민혁이 물었다.

주동겸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올해 일흔이 넘었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 이 세상은 신비와 미지로 가득하지. 난 내가 늙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 내가 본 적이 없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죽을 때 살고 싶어 한다는 거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어르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주동겸은 웃으며 자신의 웃옷을 벗었고 온몸이 각종 흉터로 도배되어있었는데, 그가 여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칼에 찔려 생긴 흉터만 십여 개, 그뿐만 아니라 총상은 대여섯 개나 있었고 몸에 온전한 곳이 없어 보는 사람의 뒷골을 서늘하게 하였다.

“이번 생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이고, 다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건데, 어딜 봐서 이 계집애의 말처럼 위대한가.”

주동겸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민혁은 싱긋 웃었고, 이내 손바닥을 주동겸의 등에 갖다 대고는 천천히 영력을 그의 몸속에 주입했다.

이민혁은 영력을 조심스레 인도하며 주동겸의 몸 구석구석에 퍼지도록 하였다.

“지금 제가 인도하는 길을 기억하셔서 이대로 따라 하셔야 합니다.”

주동겸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민혁은 계속해서 진행했다.

36주 동안의 영력을 가동한 후, 이민혁은 천천히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동겸은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탁한 숨을 내뱉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숨이 가쁘고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었고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으며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주동겸은 천천히 일어나 이민혁에게 절을 올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선생은 참 신비로운 분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이민혁은 급히 주동겸을 일으켜 세웠다.

주동겸은 다시 앉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군요, 이 노부가 이번에 제대로 견문을 넓혔습니다.”

“어르신, 아래 사람보고 종이와 필을 가져오라고 하세요. 제가 공법을 써 드리겠습니다.”

이민혁이 말했다.

주동겸이 손을 흔들자 부하는 종이와 필을 가지고 왔다.

이민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입을 열었다.

“제가 수련한 진용결이라는 공법입니다, 어르신께서 아직 초보자이시니 원래보다 최대한 간소화했습니다. 이 공법을 수련하시면 자연스럽게 만수무강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형제님 감사합니다.”

주동겸은 집안의 가보를 얻은 듯 받들어 보고 또 보았다.

이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주동겸은 얼른 일어나 옷을 차려입었다. 그는 이민혁을 직접 대문 앞까지 배웅했고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고서야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민혁을 보내고 주동겸은 집으로 돌아와 감개무량했다.

그때 주아름은 위층에서 내려와 주동겸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동겸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면서 입을 열었다.

“가서 할아버지 좋은 담배랑 술 많이 가져와. 그리고 방금 우리 집에 다녀간 아저씨가 사는 18호 별장으로 보내, 마지막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거 잊지 말고.”

“할아버지, 아직도 그 사기꾼을 믿으세요?”

주아름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주동겸도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호통쳤다.

“내가 설마 사기꾼인지 아닌지도 구별 못 하겠어? 가라고 하면 가, 싫으면 의과대학교로 돌아가든지. 여기서 귀찮게 하지 말고.”

주아름은 너무 억울한 나머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으나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주동겸의 모습에 울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그가 시킨 대로 물건을 정리해 차에 실었다.

이 물건들은 모두 주아름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일부 오래된 부하 직원이 보내온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밖에서 볼 수 없는 최상급의 물건들이었는데, 적어도 몇천만 원의 가치가 있었다. 이 좋은 것들을 그 사기꾼에게 줄 생각에 주아름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주아름은 차를 몰아 18호 별장으로 향했고 문 앞까지 도착했지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가 연결되자 주아름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빠, 빨리 돌아와서 할아버지 좀 어떻게 해봐요, 할아버지가 지금 노망났어요.”

“무슨 일인데?”

전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주아름이 말했다.

“지금 할아버지가 자기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젊은 놈한테 홀려서 몇천만 원어치의 선물을 그놈 집에 보내라고 하셨다고요.”

전화기 반대편에서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할아버지 뜻대로 해, 내가 빨리 돌아가서 처리하마.”

“알았어요. 아빠, 꼭 서둘러요.”

주아름은 전화를 끊고 냉랭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눌렀다.

이민혁은 문을 열고 주아름을 보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주아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바로 그 물건들을 차에서 꺼내 이민혁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너의 그 하찮은 속셈을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하지 마. 조심해, 이제 너한테 벌을 줄 사람이 찾아올 거니까.”

그러자 이민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체.”

주아름은 더는 투덜거리지 않았고 돌아서서 차를 몰고 갔다.

차에서 주아름은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자기의 할아버지가 다른 평범한 노인들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믿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눈에는 사기를 당해 가짜 약을 사는 노인들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집에는 분명 담당 주치의가 있고, 그것도 상경에서 상위 1%만 전담하는 주치의인데, 어떻게 그따위 말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노망이라도 드신 건가?

집에 도착한 주아름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다른 차 한 대가 다가와 멈춰 섰다.

그 차에서 중년 여인이 내려오자 주아름은 얼른 차에서 내려 마중을 나갔다.

“교수님, 어떻게 오셨어요?”

주아름은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자 조 교수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아름아, 잘됐다.”

그녀는 주아름에게 약상자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상경 책임자의 의료팀이 방금 개발한 약이야. 노화를 지연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어, 효과가 아주 좋아. 방금 우리 연구소로 보내왔으니까 빨리 어르신한테 드시라고 해.”

“정말요?”

주아름의 안색이 환해졌다.

조 교수가 말했다.

“물론이지. 부작용은 없을 거야, 안심해.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안녕히 계세요.”

주아름은 조 교수를 배웅하고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와 주동겸의 방으로 갔다.

“할아버지, 이게 상경에서 막 개발한 약이래요, 어서 한 알 드셔보세요. 교수님이 특별히 보내온 거예요.”

그러자 주동겸은 담담하게 말했다.

“거기 두어라.”

“아니요, 드시는 걸 봐야겠어요.”

주아름이 말했다.

주동겸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먹을 테니 나가봐.”

주아름의 입이 삐쭉 튀어나왔고 쭈뼛쭈뼛하면서 나갔다.

주동겸은 약을 집어 한 번 보고는 그대로 신발장에 던져 넣었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종일 약만 먹네, 이러다가 약에 죽겠어.”

말을 마치고 그는 정자세로 앉아 천천히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반대편에서는.

이민혁은 신이 나서 그것들을 집 안으로 가지고 와 마구잡이로 뒤지기 시작했다.

모두 최상위급 물건들이었다. 밖에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들 말이다.

“어르신,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물건을 내려놓고 이민혁은 정자세로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저녁 무렵에서야 그는 입을 벌려 하얀 김을 토해냈고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이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깜짝 놀라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유소희? 무슨 일이야?”

“이민혁,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절대 흥분하지 마.”

전화기 너머로 유소희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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