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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Author: 속세
서진욱은 그를 바라보다 잠시 침묵한 뒤 장소를 알려 주었다.

강무진은 몸을 돌려 성난 짐승처럼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

성 동쪽의 허름한 사당에서는 거지 몇 명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강무진이 들이닥쳤고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칼날을 휘둘렀다. 한 사람이 쓰러지자 나머지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한 사람씩 칼로 베었다. 칼날이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피가 그의 얼굴에 튀었다.

"누가 그 여인에게 손대라고 했느냐?"

강무진은 마지막 거지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짓누르며 다시 물었다.

"누가 그 여인에게 손대라고 했느냐?"

거지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울부짖으며 빌었다.

"장군, 살려 주십시오! 장군, 제발 살려 주십시오! 누군가 은자를 주며 저희에게 그 여인을 범하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멋대로 벌인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시킨 일입니다!"

"누구냐?"

"모, 모릅니다. 얼굴을 가린 여인이 은자 오백 냥을 주며 장군께서 그 여인을 버렸으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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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제18장

    강무진은 문밖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한서윤은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울음소리를 참고 있었다.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문에 기대어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옷을 흠뻑 적셨지만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서진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사람이 떠나면 후회해도 늦다."그때는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그는 문밖에 앉아 밤을 보냈다. 날이 밝을 무렵 문이 열렸다.한서윤은 보따리 하나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떠나겠습니다."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눈은 부어 있었지만 더는 울지 않았다."어디로 가느냐?"강무진이 벌떡 일어났다. 다리가 저려 휘청이더니 어깨와 가슴의 상처가 동시에 벌어져 피가 다시 쏟아졌지만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릅니다. 장군이 찾지 못할 곳으로 갈 겁니다.""너...""장군."한서윤은 강무진의 말을 끊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또렷하게 말했다."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은 장군과 혼인한 것입니다. 장군이 제게 준 것은 모욕과 상처뿐입니다. 그러니 장군의 마음 따위 필요 없습니다. 경성으로 돌아가 대장군으로 살아가십시오.다시는 저를 찾아오지 마십시오. 이제부터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는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든, 늙고 병들어 죽는 그날까지 서로 남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한서윤은 몸을 돌려 작은 길을 따라 걸어갔다. 걸음은 느렸지만 흔들림이 없었고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강무진은 그 자리에 서서 점점 멀어지고 작아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를 쫓아가 붙잡고 싶었다.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뒤따라가면 한서윤이 더 괴로워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강무진은 직접 그녀를 끔찍한 고통에 빠뜨렸고 이제서야 구하려 했지만, 한서윤은 그의 도움을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홀로 고통을 견딜지언정 다시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강무진은 텅 빈 길에 서서 그녀의 모습이

  •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제17장

    한서윤은 오랫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돌아가십시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문을 닫았다.강무진은 또 하루를 서 있었다. 사흘째도, 나흘째도, 닷새째도 마찬가지였다.그는 날마다 문밖에 서서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지도 않은 채 그저 서 있기만 했다.한서윤이 채소를 사러 나가면 강무진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르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행인들을 비켜 세웠다.그녀가 돌아보면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잘못한 아이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엿새째 날, 한서윤은 끝내 참지 못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문 앞에 서 있었다."대체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강무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의미 없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네가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살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한서윤은 갑자기 손을 꽉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또 목숨으로 저를 협박하는 겁니까?"강무진이 단호한 눈빛으로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내 평생 가장 큰 잘못은 널 밀어낸 것이다. 후회한다. 죽을 만큼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후회가 무슨 소용이겠나? 네가 기회를 주지 않으면 잘못을 만회할 수도 없으니...""어떻게 만회하려는 겁니까?"한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강무진은 허리에서 비수를 뽑아 그녀 앞에 내밀며 말했다."나를 찌르거라. 몇 번이고 찔러도 좋다. 네가 겪은 고통의 열 배, 네가 입은 상처의 백 배를 내가 감당하겠다. 네가 분이 풀리고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미쳤습니까!"한서윤이 한 걸음 물러났다."그래, 미쳤다."강무진은 한서윤의 손을 붙잡아 비수를 쥐여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움켜쥔 채 칼끝을 자신의 가슴에 겨누었다."네가 그 거지들에게 욕보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느냐.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가슴이 계속 아팠고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한서윤, 나를 찌르거라. 그러면 내 마음

  •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제16장

    문이 열렸다. 한서윤은 빨아서 색이 바랜 옷을 걸치고 나무 비녀로 머리를 올린 채 수수한 모습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강무진을 본 순간에도 그녀의 표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놀라지도, 화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차분할 뿐이었다.한서윤은 강무진을 낯선 사람처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로 왔습니까?"강무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그가 몹시 잠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너를 데리러 왔다."한서윤은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지만 금세 사라졌다. “돌아가라고요? 어디로 돌아가라는 말입니까?”그녀가 되묻자 강무진이 다급하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장군부로. 집으로. 내가 잘못했다. 이제 모두 알았다. 그 일은 내가 한 게..."한서윤이 그의 말을 끊었다."장군이 하지 않았다는 것도, 모두 윤채령이 한 짓이라는 것도 압니다.강무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알고 있었느냐?"한서윤은 문틀에 기대어 차분하게 말했다."누군가 와서 알려 주었습니다. 윤채령이 지하 감옥에 갇혔고 장군이 저를 찾고 있다는 것도 모두 들었습니다.""그렇다면..."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무엇이 달라집니까? 그 일은 장군과 무관할지 몰라도, 장군께서 저지른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장군은 많은 사람 앞에서 저를 모욕하고, 제 몸을 그리게 해 노점에 내다 팔았으며, 저를 거지들에게 내던졌습니다! 윤채령이 아니라 장군이 한 일입니다. 모두 장군이 직접 한 일입니다."강무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입술만 떨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서윤은 남의 일을 말하듯 말을 이었다."구층탑을 오를 때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했습니다. 첫째 층에서 채찍을 맞을 때는 제가 부족해서 장군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둘째 층에서 손가락을 조이는 형벌을 받을 때는 제가 충분히 잘하지 못해서 장군이 저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인지 생각했습니다.셋째 층에서

  •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제15장

    강무진은 큰 충격에 온몸을 떨었다.그날 밤 한서윤이 무릎을 꿇고 바짓자락을 붙잡으며 빌던 모습이 떠올랐다."제발 이러지 마십시오."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내 여인이니 감히 손대지 못할 거다."그는 그녀의 손가락을 억지로 떼어 냈다.그리고 떠났다.그는 힘없는 한서윤을 거지들에게 내던졌고 자기 손으로 그녀를 지옥에 밀어 넣었다.강무진은 홱 돌아서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벽돌이 부서지고 손가락 마디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됐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누구 없느냐!"강무진은 갈라진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윤채령을 지하 감옥에 가둬라! 경성의 거지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잡아들여 그 감옥에 가둬라! 윤채령을 범하게 하고,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어라!"호위들이 달려 들어와 윤채령을 끌고 나갔다.윤채령은 끌려가는 내내 웃으며 눈물을 마구 흘렸다."강무진, 너는 한서윤을 찾지 못할 거다. 그녀는 이제 너를 원하지 않아. 죽어도 다시는 너를 만나지 않을 거다. 후회해! 평생 후회하라고!"웃음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작아지더니 끝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강무진은 텅 빈 방에 서서 온몸을 떨었다.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바로 이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억지로 떼어 냈다.그는 천천히 몸을 낮춰 바닥에 웅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렀다.강무진은 경성에 사흘 동안 머물며 윤채령의 처리를 끝낸 뒤 다시 남쪽으로 떠났다.그는 꼬박 한 달을 뒤쫓은 끝에 한서윤이 고소성 밖의 작은 마을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한서윤은 작은 집을 빌려 마당에 꽃과 풀을 심고 평소에는 수를 놓아 푼돈을 벌었다. 궁핍하지만 조용한 삶이었다.강무진이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해 질 무렵이었다.석양이 하늘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밥 짓는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공기에는 음식 냄새가 감돌았다.강무진은 한서윤의 작은 집 밖에 서서 울타리 너머로 처마 아래 앉아 수놓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몹시 야위어 있었다. 광대뼈

  •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제14장

    늙은 마부는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장, 장군. 어느 여인을 말씀하십니까?""온몸에 상처를 입고 남쪽 성문으로 나간 여인 말이다."늙은 마부는 그제야 알아듣고 말했다."아, 그 부인을 말씀하시는군요. 나루터에 데려다드렸더니 배를 타고 가셨습니다.""배를 탔다고? 어디로 가는 배였느냐?""남쪽으로 가는 배였습니다. 정확한 행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 부인은 어느 배든 좋으니 남쪽으로만 가면 된다고 하셨습니다."강무진은 늙은 마부를 놓고 말에 올라 나루터로 달렸다.서둘러 말을 몰아 두 시진 만에 나루터에 닿았다. 나루터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십여 척의 배를 하나씩 찾아가 물어본 끝에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았다."온몸에 상처를 입은 아가씨 말입니까? 아주 아름다웠는데 얼굴이 너무 창백했습니다."선장은 담뱃대를 피우며 말했다."배에서 이틀을 지내다가 청강포(清江浦)에서 내렸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도 말하지 않았고, 가족이 있느냐고 하니 없다고 했습니다. 가엾은 사람이었습니다."강무진은 다시 청강포로 향했다.청강포에 도착하자 한서윤이 마차로 갈아타고 남쪽으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다음 마을에 도착하자 그녀가 산으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강무진은 한 달 내내 경성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영남(嶺南)까지 뒤쫓았다. 가는 곳마다 묻고 또 쫓았지만 매번 한발 늦었다.한서윤은 두려움에 계속 달아났고 조금도 멈추려 하지 않았다.어느 날 작은 마을에서 쉬던 중 서진욱이 사람을 보내 급한 편지를 전했다. 편지는 몇 줄뿐이었다."그날 밤 일을 알아냈다. 거지들이 스스로 벌인 짓이 아니라 누군가 은자를 주며 네 부인을 욕보이라고 했다. 누가 시켰는지 짐작해 보거라."강무진은 편지를 바라보며 손가락이 떨려 종이가 바스락거렸다.그는 말에 올라 밤낮없이 달렸고 사흘 밤낮 한숨도 자지 않고 경성으로 돌아왔다.강무진이 장군부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온몸에 흙이 묻고 수염은 덥수룩했으며 두 눈은 시뻘겋게

  •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제13장

    서진욱은 그를 바라보다 잠시 침묵한 뒤 장소를 알려 주었다.강무진은 몸을 돌려 성난 짐승처럼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성 동쪽의 허름한 사당에서는 거지 몇 명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강무진이 들이닥쳤고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칼날을 휘둘렀다. 한 사람이 쓰러지자 나머지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강무진은 한 사람씩 칼로 베었다. 칼날이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피가 그의 얼굴에 튀었다."누가 그 여인에게 손대라고 했느냐?"강무진은 마지막 거지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짓누르며 다시 물었다."누가 그 여인에게 손대라고 했느냐?"거지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울부짖으며 빌었다."장군, 살려 주십시오! 장군, 제발 살려 주십시오! 누군가 은자를 주며 저희에게 그 여인을 범하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멋대로 벌인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시킨 일입니다!""누구냐?""모, 모릅니다. 얼굴을 가린 여인이 은자 오백 냥을 주며 장군께서 그 여인을 버렸으니 저희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장군,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칼날이 목을 스치는 순간, 거지의 목소리가 그대로 끊어졌다.강무진은 온몸이 피로 젖은 채 시신이 널린 사당 안에 서 있었다. 손에 든 칼에서는 피가 떨어졌다.그는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바로 이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억지로 떼어 냈고, 바로 그녀를 지옥에 밀어 넣었다.강무진은 갑자기 허리를 굽혀 헛구역질했다. 아무것도 토해 내지 못한 채, 신물이 코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쓰고도 떫은 맛이 입안에 남았다.그는 바닥에 고인 피 속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었다. 눈물이 얼굴의 피와 섞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그녀가 겪은 고통은 열 배로도 갚을 수 없었다.그녀가 입은 상처는 백 배로도 보상할 수 없었다.강무진은 한서윤을 지옥으로 밀어 넣고도, 자신의 여인이니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할 거라며 큰소리쳤다.그는 그녀를 속였고, 자신조차 속였다.강무진은 무릎을 꿇은 채 허름한 사당 지붕 틈으로 스며드는 차갑고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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