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윤은 구층탑 앞에 서서 아홉 층의 높은 탑과 층마다 창살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섬뜩한 형구를 올려다보았다.그녀는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날 만큼, 허리가 굽어질 만큼, 온몸이 떨릴 만큼 웃었다.그리고 그 문을 밀어 열었다.탑 안은 어두웠고 벽에 걸린 등잔만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첫 번째 층은 채찍형이었다. 소금물에 담근 거친 가죽 채찍이 등을 사정없이 내리쳐 살이 터졌다. 그녀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이를 악문 채 입술이 터져 피가 날 때까지 견뎠다.두 번째 층은 손가락을 조이는 형벌이었다. 대나무 막대 사이에 열 손가락을 끼우고 건장한 두 사내가 힘껏 잡아당기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몸이 떨리고 손톱 밑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세 번째 층은 달군 쇠로 지지는 형벌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쇠가 피부에 닿자 치익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살이 타는 냄새가 퍼졌다. 자신의 살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그녀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애원하지 않았다.그녀는 한 층씩 위로 올라갔다.층마다 끔찍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었고, 올라갈수록 죽음에 가까워졌다.하지만 그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죽어서도 이곳에 남아 강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그 집안의 무덤에 묻히는 것이었다.네 번째 층, 다섯 번째 층, 여섯 번째 층...마지막 형벌이 끝났을 때 한서윤은 더는 일어서지 못했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탑 문이 열리며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다.어멈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부축해 밖으로 나왔다."부인, 드디어 나오셨군요."한서윤은 문틀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다.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이것을 장군부에 전해 주거라."그녀는 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목숨을 걸고 탑을 올라 얻어 낸 부부의 연을 끝내는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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