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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втор: 무가
이혁진은 허사연을 보자 활짝 웃으며 재빨리 그녀를 마중 갔다.

“허사연 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허사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군가가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고 들어 직접 확인하려고 찾아왔어요.”

“일개 건달일 뿐이에요.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니 사연 씨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이혁진이 손을 비비며 웃었다.

“오늘 밤 호텔 내의 모든 손실은 전부 저희 가문에서 배상하겠습니다.”

이혁재가 이토록 겸손하게 말하니 허사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배상은 필요 없고 우리 호텔에서 허술하게 관리한 탓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다 우리 쪽 책임입니다. 소란을 피운 자가 누구인지 얼른 확인해야겠네요.”

이혁진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주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또다시 쉬쉬거렸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연민과 야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씨 일가와 허씨 일가는 아예 같은 레벨이 아니다. 허씨 일가에서 손을 한 번 휘두르면 서울시 전체에 감당할 자가 몇 가문이 안 된다.

이지성은 이리로 걸어오는 허사연을 보자 냉큼 눈물로 호소했다.

“사연 씨, 저 새끼가 제 다리를 분질렀어요!”

허사연은 그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녀가 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허씨 일가는 서울시에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걱정 마세요. 우리 가문에서 오늘 반드시 지성 씨 일을 원만하게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허사연이 엄숙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지성은 기분이 째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한 무리 사람들을 훑어봤다.

“대체 누가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운 건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요...”

그녀는 말을 채 잇지도 못한 채 문득 입을 다물었다.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자신의 목을 꽉 잡는 것만 같았다.

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시선이 꽂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지성은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지 못하고 허리를 곧게 펴며 진서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진서준, 이 세상 물정도 모르는 건방진 녀석! 주먹질 좀 한다고 감히 이런 곳에서 설쳐대...”

찰싹!

이지성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허사연이 그에게 가차 없이 싸대기를 내리쳤다.

그녀는 온몸의 힘을 다해 뺨을 내리쳤고 정곡으로 맞은 이지성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오른쪽 얼굴에 시뻘건 손자국이 나 있었는데 그야말로 섬뜩할 지경이었다.

이지성은 멍하니 넋 놓았다. 이혁진도 넋을 놓아버렸고 다른 하객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허... 허사연 씨, 왜 날 때려요?”

이지성이 의아한 눈길로 얼굴을 가리고 물었다.

“이걸로 다행인 줄 알아!”

허사연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진서준은 그녀의 아빠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다!

이씨 일가의 연회에서 소란을 피운 게 아니라 아예 이혁진의 집에 불을 달았다 해도 그녀는 진서준의 편을 들 것이다.

순간 이혁진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뭇사람들의 식겁한 시선 속에서 허사연은 한 무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진서준에게 달려갔다. 주변 사람들은 알아서 그녀에게 길을 내주었다.

“서준 씨, 죄송해요. 아까는 서준 씨인 줄 몰랐어요.”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어린 소녀처럼 고개 숙여 사과했다. 좀 전의 카리스마 넘치는 차가운 여왕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괜찮아요, 이 일은 원래 사연 씨랑 상관없잖아요.”

진서준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눈가에 살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허사연네 세 부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씨 일가보다 더 대단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그 유명하다는 오션 호텔도 허씨 일가의 자산이었다.

이지성 부자도 드디어 정신을 다잡았다.

이혁진은 미간을 구기고 허사연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허사연 씨, 저 인간이 우리 손자 백일잔치에서 소란을 피웠다고요!”

“그래서요?”

허사연이 고개 돌려 싸늘한 눈길로 되물었다.

“진서준 씨는 우리 허씨 일가의 귀인이에요. 감히 서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우리 가문과 등지겠다는 거로 받아들일 겁니다!”

허씨 일가의 귀인?

“사연 씨, 저 자식 이제 막 출소했는데 어떻게 사연 씨네 집안의 귀인으로 될 수 있겠어요?”

이혁진이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

“서준 씨가 우리 아빠의 병을 치료해주셨어요.”

유지수가 이 말을 듣더니 허사연에게 포효했다.

“서준이는 인간쓰레기예요. 쟤가 어떻게 사연 씨 아버님 병을 치료해요? 내가 쟤랑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쟤 아무것도 몰라요. 저 자식한테 속은 거라고요 사연 씨.”

허사연의 예쁘장한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서준 씨가 병을 고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알아서 판단해. 네까짓 게 뭐라고 감히 여기서 입을 나불거려?”

유지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 그렇게 멍청이가 되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사시던가요.”

“그 입 닥쳐!”

이혁진이 한없이 차가운 눈길로 유지수를 째려봤다. 순간 유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혁진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을 이었다.

“사연 씨, 그만 나가주시겠어요? 저 자식은 오늘 반드시 죽여버려야 하거든요!”

“그럴 순 없죠!”

허사연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진서준을 가로막아주었다.

“우리 가문에서 지켜야 할 사람입니다. 누가 감히 건드리려고요?”

허사연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그녀는 곧장 일부 가업을 이어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서울시에서 잘 알려진 얼음 여왕으로 거듭났다.

그녀가 끝까지 제지하려 하자 이혁진은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가의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

“사연 씨, 강성철 씨는 우리 집안에 신세를 지게 됐어요! 내가 당신들 허씨 일가는 건드릴 수 없지만 당신들이 과연 성철 어르신을 건드릴 수 있을까요?”

이혁진의 말을 들은 허사연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녀의 눈 밑에 두려움이 살짝 스쳤다.

주위에 둘러싸인 하객들도 강성철 이름 석 자에 사색이 되어 몸을 움찔거렸다. 마치 살 얼음장에 놓인 것처럼 말이다!

강성철, 호스텔 조직의 보스이자 서울시 음지의 왕으로 불린다.

서울 시내에 이런 말이 널리 떠돌고 있다.

“경찰을 건드리는 한이 있어도 호스텔은 절대 건드리지 말자!”

오직 이 한마디만으로도 호스텔이 얼마나 섬뜩한 존재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호스텔 조직의 사람들이 얼마나 싸움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이 패거리들은 한 번 싸우면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일단 호스텔의 사람을 건드리기만 하면 상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수한다.

수년 전 서울시 갑부와 호스텔 조직의 강성철이 갈등을 빚었는데 강성철은 몇백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갑부의 별장을 에워싸 상대를 강제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했다.

허사연의 사색이 된 얼굴을 보자 이혁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연 씨, 인제 그만 일행과 함께 나가주시죠. 안 그러면 지금 당장 성철 어르신께 전화 겁니다!”

허사연의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녀는 살짝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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