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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втор: 무가
강성철의 명성은 너무 큰지라 허씨 집안마저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진서준은 사연의 고려를 눈치챈 후 말했다.

“허사연 씨, 사람을 데리고 돌아가세요. 이 일은 제가 처리하면 됩니다.”

“당신이 직접 처리한다고?”

이혁진은 비웃었다.

“강성철 어르신께서 오시기만 하면 그쪽은 죽은 거나 다름없어!”

사연은 어금니를 꼭 깨물고는 서준을 보며 말했는데 그녀의 시선은 아주 굳건했다.

“진서준 씨, 당신은 저희 허씨 집안의 은인이세요. 그러니 저희는 절대 서준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사연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서준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그래. 당신이 정 허씨 집안을 이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하고 싶다면 내가 힘을 보태주지!”

혁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를 갈았다. 그는 직접 성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성철이 그에게 진 신세를 써버리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소중한 기횐데 이런 작은 일에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런데 만약 이씨 집안이 사연이 서준을 데려가는 것을 눈 뜨고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분명 상류사회의 비웃음을 자아낼 것이다.

이후, 또 누가 이 씨네 와 비즈니스 합작을 하려 할 것인가!

전화를 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호텔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면서 뒤이어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호기심에 유리창 너머로 밖을 보았는데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래에는 사람들로 뒤덮여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칼을 들었다. 호텔은 삽시에 이들에 의해 막혔다. 대략 세어보니 적어서 백 명이나 되었다.

사연은 이 장면을 보자 간신히 갖고 있던 희망이 재가 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비록 경호원을 데리고 오긴 했지만 이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십 명이 백명과 싸운다면 질 게 뻔했다. 더욱이 상대방은 무기도 들고 있었다.

비록 강성철이 그녀를 어떻게 하진 못하지만 진서준은 분명 죽을 것이다.

끼익...

연회장의 문이 열리면서 스무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두 줄로 들어와서 일자로 늘어섰다. 그들은 전부 키가 백구십 정도였고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자 저도 모르게 호흡 속도마저 늦추었다.

이때 코트를 걸치고 까맣고 윤기 나는 헤어를 한 50대 남자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

이 남자가 바로 호스텔 조직의 우두머리이자 서울시의 지하 황제인 강성철이었다.

“어르신!”

혁진은 앞으로 나서며 예를 갖춰 인사했다.

“지금 누굴 죽이려는 건가?”

성철은 담담하게 물었다.

혁진은 악독스러운 표정으로 서준을 가리켰다.

“바로 저 자입니다. 죽여주세요!”

성철은 손길에 따라 서준을 보았다. 평범한 차림에 약한 몸을 갖고 있었는데 별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르신, 이놈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가 천천히 괴롭히겠습니다.”

지성은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성철은 눈썹을 찌푸리며 지성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날 가르치려 하는 건가?”

이 서늘한 시선에 지성은 너무 놀란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혁진도 깜짝 놀라서 지성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못난 놈, 어떻게 감히 어르신께 예의 없이 대할 수 있니!”

그리고 혁진은 성철을 보며 간신히 웃음을 지어냈다.

“어르신 화내지 마십시오. 제가 이 못난 놈 대신해 사과하겠습니다.”

성철은 코웃음을 쳤다.

“비록 내가 이씨 집안에 진 신세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가 날 뭐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선 영원히 저희 이씨 집안의 귀한 손님이십니다.”

혁진은 너무 놀란 나머지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

지성은 원래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지금 이렇게 혁진에게 한 대 맞고 나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감히 못 하고 있다.

성철은 서준에게 다가갔다. 사연은 비록 매우 두려웠지만 서준의 앞에 막아섰다.

“진서준 씨는 저희 허씨 집안의 은인이세요. 그러니 저희 집안을 봐서라도 이분 한 번만 봐주세요.”

사연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용기 내 입을 열었다.

성철은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전에 허사연의 이름을 몇 번 들어보았다. ‘서울시의 제일 얼음 여왕’, ‘서울시 제일 비즈니스 천재 여성’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렇게 대단한 여자가 이십 대 초반 정도 된 청년을 위해 나서면서 심지어 사정까지 하는 데엔 꼭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허씨 집안에 중요한 사람인가?”

강성철이 물었다.

“이분께서 저희 아버지 목숨을 구해주셨어요. 그러니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어도 이분을 구했을 겁니다.”

사연은 설명했다.

이 순간, 성철은 알 것 같았다. 허사연이 막는 바람에 작은 일이 이토록 커졌다는 것을.

“허씨 집안의 체면을 보아서 저놈을 살려둘 수는 있어. 하지만 난 이씨 집안에게 진 신세를 갚아야 하네.”

“이놈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는 거로 끝낼 건데, 어떻게 생각하나?”

성철이 한 이런 제안은 사연이나 혁진은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그가 서울시의 지하 황제로 될 수 있었던 건 주먹이 센 것뿐만 아니라 머리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진서준 같은 작은 인물은 손가락만 까딱하면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허씨 집안에게 밉보일 수 있으니 별로 가치가 없었다.

이씨 집안이 원하는 것은 체면이었다. 서준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면 이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고 이 씨네 부자의 화를 줄일 수 있다.

이 씨네 부자는 여전히 불만이 있었지만 성철이 현장에 있는데 또 어찌할 수가 없었다.

“동의합니다.”

혁진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사연은 성철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비록 다리는 부러졌지만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성철은 서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직접 부러뜨릴 건가, 아니면 내가 도와줄까?”

서준은 성철을 바라보았다. 성철의 양미간 쪽은 검게 변했고 살벌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곧 죽을 사람 같아 보였다.

서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고작 당신이 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요?”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감히 내 앞에서 그딴소리나 하시는 군요.”

서준의 말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연도 희망이 사그라들었음을 느꼈다.

서울시에서 그 누구도 성철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서준은 성철에게 밉보인 게 분명했다.

성철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고 눈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원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성은 지금 이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는 속으로 계속 외쳤다.

‘얼른 이놈의 사지를 잘라버려!’

사연은 정신을 차린 후 얼른 서준의 손을 잡으며 긴장된 듯 말했다.

“얼른 사과하세요!”

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 사실만 말했을 뿐이에요.”

“이놈, 감히 어르신을 저주하다니, 죽지 못해서 안달이구나!”

성철의 곁에 있던 부하가 소리를 지르며 칼을 들고는 서준의 팔을 향해 베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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