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골동품 거리.서울시는 잘 발전된 제일 큰 도시였고, 서울시 골동품 거리도 가장 큰 골동품 거리였다.골동품 애호가들은 거의 전부 다 서울로 와서 여기에서 골동품을 찾았다.거리에는 열린 가게들도 있었고 양쪽 편에는 다양한 고급스러운 그림들과 금,동,옥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을 판매하는 노점들도 있었다!이곳에 오면 사고 싶은 골동품은 거의 다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골동품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었기에, 그걸 구별할 수 있는지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렸다.골동품 고수들도 서울 골동품 거리에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심지어 골동품 가게는 3년 동안 단 한 번의 매출이 없다가도 한 번의 매출로 3년을 먹고산다는 말도 있었다.이런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능력이 있는 셈이었다!진서준은 이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가지 아름다운 골동품들을 보니 진서준도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일부 사장님들은 진서준을 보자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눈에 멍때리고 있는 진서준이 처음으로 여기에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처럼 이런 젊은이들이, 속임수에 당하기 제일 쉬웠다.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진서준의 가는 길을 막아 나서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뭘 사고 싶소? 내 여기엔 없는 것이 없다네, 게다가 전부 다 진품이야!”그는 계속하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보배들은 말이지, 전부 다 내가 땅속에서 파낸 것이야.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물건들이지, 자네가 사면 진짜 이득이야.”중년 남자의 노점을 보니 3미터도 안 되어 보였고 위에는 여러 가지 골동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대부분 청동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이었으며 표면에는 녹이 가득 슬었다.단지 보기만 해도 진서준은 반 이상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친분이 없는데 왜 보물이라 하는 소위 골동품들을 처음 만난 사람한테 팔려고 하는 걸까?이 도리는 매우 간단했으나,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적었다.진서준이
중년 남자의 말을 들은 여대학생은 속이 더 급해졌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제발 부탁인데 좀 더 비싸게 받아주시면 안 돼요? 아직 병상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래요.”중년 남자는 이러는 여대학생을 보고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다니, 넌 아직 멀었어!중년 남자도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아들도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도 수술해야 할 돈이 급히 필요하다네.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만 아니었다면, 이런 집 안의 보물들은 절대 안 팔아!”여대학생이 이를 보고 진짜인 줄로 여기고 연이어 중년 남자한테 사과했다.“사장님, 죄송해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가 다른 가게에 가서 물어볼게요.”“서두르지 마! 자네가 굳이 팔고 싶다면 내가 가격을 좀 더 올려 줄 수는 있어!”중년 남자는 이 옥패 장사를 놓쳐버리면 자신이 후회할 것 같았다.“최고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묻자, 중년 남자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20만 원, 이것이 내 마지막 가격이야!”여학생은 옥패를 한 번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팔려고 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기요, 당신의 옥패는 제가 사겠어요. 200만 원을 드리겠어요.”이 말을 마치자, 중년 남자와 여대학생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정말이에요?”놀란 여대학생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200만 원, 지금 바로 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이 여학생의 손에 쥐고 있는 옥패는 평범한 옥패가 아니었다. 옥패 안에는 짙은 영기가 있었다!진서준이 방금 산 검은 돌보다도 엄청 많은 영기가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의 이 행동이 중년 남자를 화나게 했다.“젊은이, 이렇게 가로채기하면 좀 어처구니가 없군! 이러면 자네가 곤란해질 수도있어!”중년 남자가 협박이 섞인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화
진서준도 자신이 산 보물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따라갔다.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골동품 가게에 백발의 동안 노인이 앉아 있었다.노인은 혈색이 좋고 말투에 힘이 충만한 것으로 보아하니 몸 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아무도 없던 골동품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모두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장님들이었다.모든 사람은 손에 자기 집안의 보물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을 이 전문가한테 보여주고 싶었다.누군가는 감격에 겨워 떠났고, 누군가는 풀이 죽어 떠났다.진서준이 비집고 들어왔을 때, 때마침 방금 그에게 물건을 팔았던 그 중년 남자 차례였다.중년 남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그림 한 폭을 안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황보 선생님, 이 보물은 우리 아버지께서 작년에 4,000만 원에 사신 것이에요, 당조 시기의 어떤 대가의 솜씨라고 하는데 한 번 부탁드릴게요.”중년 남자의 그림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들의 보았을 때, 이 그림은, 영락없이 당조 시기의 진품 같았다!그런데 어느 대가의 솜씨인지는 알 리가 없었다.황보식은 앞으로 다가와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진서준도 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문제점을 발견한 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젊은이, 뭘 웃는가? 이 그림이 가짜인 거야?”한 사장님이 물었다.“이 젊은이가 뭘 알겠어? 방금 그는 진 사장한테 1억 원이나 사기당했잖아!”누군가가 진서준을 알아보고 즉시 방금 일어난 일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의 불운이 자신한테 옮겨질까, 두려워하며 진서준을 멀리했다.“이 그림은 가짜에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중년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너 이 자식, 뭐라고? 그 아가리를 찢어 버릴라!”그림을 지켜보던 황보식도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말을 한 사람이 젊은이인 것을 보고 황보식도 궁금해서 웃으며 물었다.“어디를 보아서 가짜 그림인가?”황보식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서있던 중년 남자
“젊은이, 내가 급하게 나오느라 카드를 안 가지고 나왔네. 자네 조금 있다 나랑 같이 우리집으로 갔다 와도 괜찮겠어?”“물론이죠.”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번뜩 정신을 가다듬고 대뜸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그림 안 팔 거야. 1억 돌려줄게!”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돌려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김씨, 자네 이건 규칙 위반이야! 내기를 했으면 결과에 승복해야지. 자네가 직접 팔아놓고 후회하면 어쩌자는 건가?”“황보 선생님도 여기 계시는데, 자네 앞으로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싶지 않은 건가?”“김 씨, 여기서 망신 사는 짓을 그만하고 빨리 돌아가!”모두가 그를 나무라는 소리에 중년 남자가 일갈했다.“다 입 다물어!”자그마치 6억이다. 보통 사람이 족히 평생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중년 남자가 지금 번복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는 누구라도 참지 못할 것이다.“당장 내 그림 내놔, 이 자식아!”중년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진서준이 가볍게 웃어넘겼다.“당신 기어코 규칙을 위반할 셈인가요?”“개소리 작작 해!”안색이 몹시 어두워진 황보식은 중년 남자가 감히 자기 앞에서 규칙을 위반하려고 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자네 앞으로 더 이상 골동품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아?”황보식의 말에 중년 남자가 말했다.“황보 선생, 내가 충고하는데 당신은 이 일에 참견하지 마요. 난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말하던 중년 남자는 품에서 20센티미터 되는 과일칼을 꺼내 들었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서늘한 빛을 번뜩이는 과일칼을 본 사람들은 오금이 저렸다.이 미친개 같은 놈이 칼을 들고 설치다가 혹여 자신한테 피해라도 줄까 봐 모두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경고했다.“지금 떠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 줄게요.”“개소리 작작 해. 당장 내 그림 내놔. 아니면 오늘 기필코 피를 보게 될 거야!”이미 두
진서준이 돌아올 때 마침 황보식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젊은 친구 이만 돌아가도 될까?”“황보 선생님의 의견에 따를게요.”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도 미소로 답했다. 조금도 뽐내지 않고 한결같이 예의 바른 진서준을 보며 황보식이 그에 대한 평가가 또 한층 높아졌다.황보식이 접촉하는 대부분 사람은 고위 인사들이었다. 그런 집안 자녀들은 스스로는 아무 실력도 없으며 하나같이 건방지다.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골동품 거리의 입구로 나와 그의 자가용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황보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네 지금 어디에서 출근하나?” “아직 직업을 찾지 못했습니다.”진서준이 사실대로 말하자 황보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내가 아는 골동품 가게가 있는데 지금 마침 관리인이 필요하거든. 어때 관심이 있나?”“황보 선생님의 호의는 정말 고맙지만 전 이쪽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진서준은 유연하게 황보식의 호의를 거절했다. 현재 진서준은 오로지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해 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마음 편히 수련할 수 있었기에 직업을 찾는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만약 돈이 필요해지면 그의 신묘한 손으로 얼마든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어제 받은 수표와 은행카드가 바로 그 증거나 마찬가지이다.진서준이 거절했지만 황보식은 화내지 않고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문득 황보식의 눈빛이 예리해지더니 진서준의 허리에 있는 옥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자네 이 옥패가 어디에서 난 건지 말해줄 수 있나?”황보식은 옥패를 짚으며 다급히 물었다.“이건 제 스승님이 주신 겁니다.”진서준은 대답하며 황보식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의아해서 물었다.“황보 선생님, 이 옥패를 아세요?”황보식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성과를 거둔 건 온전히 그 신비로운 선인의 덕분이었다.“그럼, 알다마다!”황보식은 얼굴의 근육까지 떨려왔다.“자네 스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진서준이 나오기 전 구창욱은 자신에 대한 소식을
“전 집 주인에 따르면 이 나무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번의 전쟁에서 조금도 다친 적이 없다고 하네.”황보식이 미소를 지으며 소개하자 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보식에게 조언했다.“황보 선생님,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를 알았어요.”“그래? 자네 설마 이 나무 때문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바로 그거예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나무는 몹시 이상해요. 오래 살고 싶으시다면 아무래도 태워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황보식은 눈썹을 찡그리고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보게 젊은 친구 그게 무슨 말인가? 나를 죽으라고 저주하는 건가?”이때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은 깡그리 사라졌다. 그가 구창욱 어르신의 제자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쫓아냈을 것이다. 진서준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황보 선생님, 제가 이렇게 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황보식은 화가나 헛웃음을 쳤다.“이유? 자네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 옥패를 당장 내놓아야 할 거야!”황보식은 진서준이 천기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천기각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혹시 이 나무 안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뭐가 있는가? 뭐 요괴나 귀신이라도 있단 말인가?”황보식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21세기인데 황보식은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지 않았다.“요괴는 없지만 확실히 원한을 품은 영혼이 있어요. 게다가 그 수가 꽤 많아요.”진서준은 차분하게 계속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제 추측이 맞다면 수백 년 전 이곳은 아마 공동묘지였을 겁니다. 이 나무는 원혼을 억누르고 있는 진안이에요. 거대한 진이 깨진 후 원혼들이 전부 이 나무 안으로 들어왔어요. 귀신은 음에 속하고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이 나무 안에 원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나무 꼭대기를 보고 검은 무늬가 있는지 확인
황보식은 진서준이 돈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재빨리 말했다.“서준 씨, 이 나무를 지킬 수만 있다면 원하는 가격을 말해 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여기 영골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어르신을 따라온 겁니다.” 영골?황보식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새로웠다.“서준 씨, 여기에는 영골이 없는데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황보식이 제안했다.“그것도 좋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이 마당 안의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백여 점에 가까운 보물들이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했다.진서준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황보식이 이토록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이 보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영기를 지니고 있어서 원혼이 깃든 나무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다.하지만 몇 년만 더 지나면 이 보물들의 기운도 사라지고 황보식의 생명도 끝날 것이다.게다가 원혼과 싸우기 위해 이 보물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진사님, 제 보물은 모두 여기 있으니 어느 것이 영골인지 보시죠.”황보식이 말했다.하지만 그가 말하기 전에 진서준은 이미 둘러보고 있었다.백 개의 보물이 있었는데, 그중 아흔 개 이상이 진짜였고 가짜는 몇 개에 불과했다.게다가 이 몇 개의 가짜 보물은 풍수 기법을 적용하여 진품과 똑같이 보이게 만들었다.풍수 기법을 지우면 이 보물들은 일반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가짜로 보일 것이다.진서준은 누군가 풍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는 청룡이 진주를 뱉어내는 모양의 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어르신, 이 보물은 어디서 구했습니까?”황보식은 그 보물을 보고는 말했다.“서준 씨께서는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제가 한 대가에게서 산 겁니다! 이 외에도 황금 두꺼비와 칠성 거울도 있는데, 모두 그 대가께서 저에게 팔아 주신 겁니다!”그러나 황보식이 말한 나머지 두 개의 보물도 가짜였다.진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황보식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가짜 물건을 판 대가가 돌아오면 반드시 진서준에게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진서준은 황보식이 말한 대가를 만나 영골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진서준이 시간을 보니 정오가 거의 되어 밥을 먹으러 돌아가야 할 때였다.“황보식 어르신,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황보식은 서둘러 말했다.“주인님만 괜찮다면 여기서 편하게 식사하세요. 제가 준비해 오겠습니다!”“아닙니다. 제 가족들이 다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황보식의 눈에는 실망한 흔적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덧붙였다.“주인님, 내일 서울시의 고위 인사들을 소개해 드릴 테니 앞으로 주인님이 서울시에서 무슨 일 처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황보식의 제안을 들은 진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앞으로 서울시에서 수련을 할 때 필요한 물건이 꽤 많을 것이 분명했다. 황보식이 없으면 계속 허씨 가문을 찾아가서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황보식이 거물들을 소개해 주면 인맥을 쌓을 필요가 있는 진서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좋아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진서준은 고마운 듯 미소를 지었다.“괜찮습니다. 주인님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황보식이 서둘러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모셔다드리겠습니다!”...서울시 병원의 고급 병동 내부.이지성의 다리는 무릎 골절이 심해 병원 최고의 의사들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하룻밤 휴식을 취한 이지성도 이제 깨어났고, 유지수가 그를 돌보고 있었다.“진서준이라는 놈이 감히 내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죽여 버려야겠어!”이지성은 큰 소리로 포효하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아들의 백일잔치를 방해하고, 서울시의 권력자들과 부유층 앞에서 이씨 가문을 조롱거리로 만들었으니,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여보, 화내지 마. 다시 경찰에 전화해서 진서준을 감옥에 보내고 남은 평생 안에서 보내게 하자.”유지수는 포도 껍질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