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금운.금운 김씨 가문에 도착한 배수정.김씨 가문 장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배수정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사람처럼 여기저기 둘러보았다.김씨 가문 정원의 부지 면적은 거의 만 묘 정도 되며 별장은 무려 50채 정도 된다.판매하고 있는 별장 구역보다 훨씬 더 크며 그 안의 풍경은 금운 전체에서 일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명인이 진법까지 깔아 놓고 정원 안에는 사계절이 봄과 같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겨울에는 따듯하다.그동안 안목이 트인 대로 트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수정은 김씨 가문의 정원을 들어서는 순간 자격지심이 조금 생겼다.‘으리으리하네!’하지만 이는 강남에서 제2 명문 세가이다.그 말인즉슨, 제일 명문 세가 서씨 가문의 정원은 김씨 가문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사치스럽다는 것이다.배수정과 그녀의 팀은 별장 한 채에 따로 마련되었다.별장은 500제곱미터 정도로 수영장, 정원, 지하 주차장, 베란다 없는 게 없었다.물건을 내려놓고 배수정은 바로 차를 몰고 별장에서 나왔다.어디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 김연아를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김연아 역시 김씨 가문 장원 안에 있으나 하도 커서 말이다.만약 걸어간다면 적어도 20분도 걸릴 것이다.김씨 가문 정원 중심에 있는 별장에서 배수정은 차를 세웠다.“안녕하세요. 김연아 씨 안에 계세요?”배수정은 하인 한 명에게 물었다.“김연아 씨요?”하인이 거듭 확인했다.김씨 가문에 워낙 사람이 많고 김형섭의 친형제만 무려 5명이나 되니 말이다.사촌 형제들은 양손으로 헤아린다고 하더라도 모두 셀 수 없다.“네. 김연아 씨요.”배수정이 말했다.“큰 아가씨는 저 별장에 계세요.”하인은 가장 중심에 있는 별장과 가장 가까운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온 김연아에게 김형섭은 모두에게 김연아가 바로 자기 큰딸이라며 말하고 나서 그가 살고 있는 별장에서 가장 가까운 별장을 김연아에게 주었다.그로 인해 김혜민은 큰 아가씨에서 둘째 아가씨가 된 것이다.모든 게 김혜민 것이었는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뜻이 같은 동맹 관계이기도 하다.만약 진서준이 김연아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한다면 그는 김씨 가문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까지 상대해야 한다.서씨 가문은 김씨 가문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로 선천 대종사가 무려 5명이나 된다.한 명은 5품 대종사, 다른 3명은 7품이다.그리고 남은 한 명은 10품으로 전설 속의 지선경과 단 한 단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그러한 인물을 진서준 혼자서 마주하기엔 너무 버겁고 불가능하다.김연아는 자기로 인해 진서준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그럼, 전화라도 직접 하실래요?”배수정은 핸드폰을 꺼내 주었다.“저...”김연아 역시 진서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잠시 망설이더니 핸드폰을 건네받아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방에서 쉬고 있던 진서준은 벨 소리가 울리는 걸 듣고 바로 받았다.“수정 씨, 연아 씨 만났어요?”다급한 목소리로 진서준이 물었다.“서준 씨, 저예요.”김연아가 말했다.김연아의 목소리를 듣고 진서준은 무척이나 기뻐했다.“연아 씨, 지금 김씨 가문에 있는 거예요?”진서준이 물었다.“네, 수정 씨한테서 들었어요. 저 데리고 가고 싶어 하신다면서요?”웃으면서 김연아가 물었다.“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 꼭 그렇게 할 거예요.”진서준은 제법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 다 알고 있어요.”“그만해요. 김씨 가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한숨을 내쉬고 있는 김연아.“김씨 가문을 이길 수 없어요. 대종사만 무려 3명이나 있고 다들 지의방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진서준 역시 마음이 가라앉았다.탁혁수는 그저 인의방 대종사일 뿐인데, 그 실력은 공포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지의방 대종사라고 한다면 그 실력은 한 수 위일 것이 분명하다.한 명도 아니고 3명이나 되는 지의방 종사과 일 대 삼으로 싸운다는 건 대낮에 꾸는 꿈과 다름없는 일이다.“서준 씨, 괜찮아요. 나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서울로 찾아가서 놀수도 있어요.”김연아는 웃
서씨 가문에서는 처음에 김연아가 김형섭의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척이나 업신여겼었다.하지만 서주희의 간청하에 서씨 가문에서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바보를 내세웠다.바보에 사생아라, 환상의 커플이 아닐 수 없다면서.서주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흔쾌히 승낙했다.만약 김형섭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서씨 가문에서 김씨 가문을 상대로 공격을 더 할 것이다.김씨 가문의 세력이 강한 건 사실이나 서씨 가문 앞에서 약하기 그지없다.김혜민은 그 좋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김연아에게 알려주려 온 것이다.“이건 너무 하잖아요!”배수정은 김혜민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이를 갈았다.하지만 김연아는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이게 제 팔자겠죠.”자기 엄마를 죽인 원수 집으로 시집을 가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그러나 애초부터 김연아 앞에는 그 어떠한 선택지도 없었다.만약 김형섭에게 부탁하여 김씨 가문에서 대종사를 보내 진서준을 보호하게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김연아는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진서준이 구궁한증을 치료해 주었고 웃는 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서준 씨한테 알릴까요?”배수정이 물었다.“아니요! 절대 서준 씨한테 말하지 마세요.”김연아는 다급히 말렸다.연혼의 도구로 김연아가 서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는 사실을 진서준이 알게 된다면 그는 그 어떠한 대가도 마다한 채 김씨 가문으로 찾아와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 사이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 뻔하다.1, 2위에 드는 가문과 맞서게 되면 그 결과는 이미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진서준은 뼈마디 하나 온전하게 남기지 못한 채 처참하게 당할 것이다.지금 마음이 무척이나 복잡한 배수정이다.만약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는다면, 김연아는 소씨 가문으로 시집을 갈 것인데, 김연아의 인생은 그로써 끝나게 되어 있다.그렇다고 만약 입을 열게 되면, 진서준은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는 길에 오르게 될 것이다.“김씨
한보영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서준 씨도 참가한다면 우승은 반드시 서준 씨 몫이 될 거예요.”나이 제한이 있고 35살 이하의 무자만 참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무도계에서 종사급 무자가 된 그들은 거의 99% 정도가 쉰을 넘겼다.진서준처럼 20대 청년은 대다수가 암경 무자이고 실력이 있다고 해도 내공 무자일 뿐이다.30살의 대종사도 3성 모두를 합쳐도 손에 꼽힐 정도일 것이다.“해야죠. 공짜로 얻는 약재일 것 같은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진서준은 웃으며 대답했다.“내일 시작하는 거예요?”“아니요. 모레 시작하는데, 장소는 고양시 외곽에 있는 지하 링이에요.”한보영이 말했다.“알았어요. 그때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쉬고 있어요.”웃으며 말하고서 한보영은 자리를 떠났다.진서준은 침대로 돌아와 누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박인성이 갑자기 목적지를 바꾼 이유도 실은 3성 무도 대회 때문이다.그때 그에게 전화를 건 이가 바로 경기도의 이희양이다.경기도 이씨 가문은 으뜸으로 가문 대가문으로서 지위는 한씨 가문과 비슷하다.이씨 가문이 대가문으로 될 수 있었던 건 박인성의 해외 무자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해외 무자를 들인 이유로 이씨 가문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이씨 가문을 업신여기기까지 했다.하지만 이희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로지 돈만 벌고 땅만 먹으려고 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갈 길만 걸었다.이번에 이희양이 박인성에게 전화를 건 이유도 바로 박인성이 나서줬으면 해서이다.박인성은 인의방 10위 고수이다.3성을 내다보아도 박인성을 이길만한 무자가 없단 말이다.5성급 호텔 안에서 이희양이 박인성을 정중하게 초대하고 있다.“이번 무도 대회에서 잘 부탁드립니다.”이희양은 박인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는 한 3성의 보스는 이희양 씨가 될 것입니다.”박인성은 덤덤하게 말했다.이희
동성에서도 많은 명문 세가들이 왔다.그중에는 동성 제일 가문이라고 하는 허씨 가문이 있는데, 극히 흔한 성 씨는 아니다.흔한 성 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성에서 허씨 가문의 허준희를 모르는 이가 없다.허씨 가문은 부동산 산업에 전념하고 있다.동성 태반의 아파트를 허씨 가문에서 세운 거라고 보면 될 정도로.동성에서 허준희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킹’으로 불리고 있다.허씨 가문의 종사는 모두 허준희가 많은 돈으로 어렵게 초대해 온 것이다.그중 대단한 인물이 한 명 있는데, 조정수라고 한다.다리 쪽의 무술이 뛰어난 조정수는 발차기 하나로 동성에 있는 모든 무관과 종사를 제압했다.1년 전에 조정수는 이미 선천 대종 사경에 들어섰고 인의방 11위의 거물로 거듭났다.연세가 있으셔서 참가자로 무도 대회에 온 것이 아니라 특별 게스트로 허준희에게 초대받은 것이다.허준희는 이희양이 이번 무도 대회에서 무엇인가 꾸밀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바가 있었다.그는 외력의 힘을 빌려 3성의 세력을 통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그리고 탁혁수 살해에 관한 일도 조정수를 초대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탁혁수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아 다들 좋아하고 있었는데, 20살 남짓한 청년 손에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만약 그 청년도 이번 무도 대회에 참가한다면 우승은 반드시 그 청년의 몫이 될 것이니 말이다.이는 이희양도 허준희도 보고 싶지 않은 결과이다.전에 무도 대회에서 남주성은 단 한 번도 우승을 거머쥔 적이 없다.황씨 가문, 한씨 가문,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조씨 가문까지 꼴찌를 차지했다.지금 남주성에서 진 마스터님을 내세우고 있어 이씨 가문과 허씨 가문에서는 당황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허준희와 조정수를 비롯한 허씨 가문의 일행이 고양시에 들어섰다.그들이 묶게 될 호텔은 이희양이 지내고 있는 호텔과 불과 1킬로미터 차이밖에 안 된다....병원으로 다녀오고 난 양재성은 바로 KTX를 타고 명주로 왔다.그의 스승이자 국안부 7위
양재성이 자리를 떠나고 난 뒤, 현천수는 설우빈을 바라보았다.“이번엔 아주 잘했어.”“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설우빈은 고개를 숙인 채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좋아했다.현천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이니 말이다.“내 제자는 마음이 바르지 않아. 제자로 들일 때부터 이미 알아냈었어.”“만약 네가 곁에서 바로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남주에서 죽었을 거야.”현천수는 덤덤하게 말했다.설우빈의 두 눈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는데.“설마요... 양 종사는 스승님의 제자이신데, 진서준이 아무리 미치고 날뛰어도 감히 스승님의 제자를 죽일 수 있겠어요?”개를 때리기 전에 그 개 주인부터 보고 결정하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기고만장한 양재성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현천수의 제자이다.양재성을 죽인다는 건 현천수에게 도발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대한민국에서 감히 그 누구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그놈을 너 쉽게 봤어.감히 종사의 힘으로 선천 종사와 싸우다니... 이는 이미 일반인을 넘어선 능력이다. 그러니 일반인을 대하는 시선으로 그놈을 보면 안 된다.”“양재성을 죽인다고 한들 난 그놈한테 손끝 하나 대지 않을 것이다.”현천수는 덤덤하게 덧붙였다.“지금껏 살아온 내가 그깟 체면을 중요하게 여길 것 같으냐?”“진 씨 성을 가진 그놈은 대한민국 무도 미래의 희망이었다.”해와의 용잡이 계획을 잊은 이가 너무 많으나 국안부 8위인 호국 장군인 그는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전란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자기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됐다. 그만 돌아가 보거라. 3성 무도 대회에서 큰일이 나지 않은 이상 절대 끼어들지 말고.”현천수는 손을 흔들었다.“네.”설우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는데.“혹시 진 마스터님께서 또 오시는 건 아니겠죠?”“온다고 한들 그가 죽이려는 자는 이씨 가문 사람들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알겠습니다.”국안부는 이씨 가문과 같은 앞잡이 가문에 대해
많은 이들 앞에서 감히 한보영을 비아냥거릴 수 있다는 건 이소준의 신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사실 또한 그러하다.이소준은 이희양의 큰아들로 경기도에서 가장 악질이다.남녀를 불문하고 괴롭히며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다.무도 대회 시작 전에 이소준은 한보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한보영의 미모에 첫눈에 반했었다.하지만 이미 이소준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던 한보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이씨 가문의 매국 행위가 역겨웠다.이소준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세차게 모욕까지 해주었었다.그때 그 응어리가 가슴 속 깊이 남아 있던 이소준은 기회를 찾아 복수하려고 했었다.어젯밤 이희양이 초대해 온 인의방 10위 고수 박인성을 보고서 희망이 보인 것이다.인의방 10위 고수 박인성이 있으니 한씨 가문은 달갑지 않더라도 참아야 하니 말이다.이로써 복수를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한제성, 네 누나랑 담소 나누고 있잖아. 어딜 어린놈이 끼어들고 지랄이야!”한제성 그들이 경호원도 없이 온 것을 보고 이소준의 말투는 더욱 강렬해졌다.이소준 뒤에는 온통 내공 후기 무자로 또래들 가운데서도 적이 극히 적은 편이다.“입단속 잘해! 말 가려가면서 하라고!”한제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야 할 사람은 너야.”말하면서 이소준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한제성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제압당하고 말았다.한제성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는데.“뭐 하려고?”“너 때리려고!”말을 마치고 이소준은 다른 한 손으로 한제성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탁.귀를 찌른 듯한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순식간에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뺨을 맞은 한제성에게 눈길을 돌렸다.“한씨 가문 도련님 아니야? 왜 뺨을 맞고 있는 거지?”“조용히 해. 때린 사람이 이소준이야. 한씨 가문 못지않게 날뛴다고 들은 바가 있어.”“이소준? 저놈이 내공 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이제 곧 종사가 될 실력이라던데...”많은 이들이 이소준과 한제성
“이쁜이, 혹시 그거 알아? 날 욕했던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허사연은 이소준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당장 보영이한테 사과해!”“허허,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 가 보네.”말을 마치고 이소준은 눈빛이 돌변하더니 바로 허사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고 했다.허사연의 얼굴을 땅으로 힘껏 박을 생각이었다.이소준의 비위를 맞춰 놀아주던 여자들은 그에게 특수한 애호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자를 노는 것 보다 괴롭히는 걸 더 좋아하는 그러한 애호.이소준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던 여자들은 모두 비극을 맞이했다.얼굴이 망가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끝내거나...이소준의 손아귀로 들어간 여자라면 그게 누구라도 해피 엔딩은 없었다.허사연은 이소준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진서준의 품으로 급히 도망갔다.탁.진서준은 이소준의 손을 꽉 잡았다.힘이 느껴지면서 이소준은 안색이 좀 달라졌고 펜치에 손이 꽉 끼인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만하지 않은 녀석임을 단번에 느꼈다.“이거 놔.”이소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지만 두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 나오는 듯했다.온몸을 떨고 있는 허사연을 안고서 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 그 손 인제 그만 버려.”말을 마치고 진서준은 갑자기 손에 힘을 들이더니 이소준의 손을 바로 부러뜨렸다.“아!”오장육부가 뒤집혀 지는 듯한 비참한 소리가 거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두 눈에 핏발이 가득 서려진 이소준은 밀려오는 통증에 눈물까지 흘렸다.손목이 완전히 부러졌음을, 절대 원상 복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꺼져!”호되게 욕하면서 이소준을 걷어차 버렸는데, 그는 7, 8미터 되는 곳에서 처참하게 떨어졌다.이소준이 넘어진 곳에 거미줄처럼 균열이 생겨나면서 사방으로 퍼지기까지 했다.한제성이 그에게 맞았을 때, 진서준은 나서지 않았다.남자 사이의 결투이니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한제성은 이소준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