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의 눈에 결연한 빛이 스쳤다.“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어찌 호랑이 새끼를 얻겠습니까!”만약 그 십만 원혼을 쫓아내고 운대산의 영맥을 얻는다면 진서준의 실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정말 괜찮겠습니까?”현천진군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이렇게 유망한 젊은이가... 아깝게 됐군...’현천진군은 진서준이 운대산에서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운대산의 원혼을 쫓아낸다면, 이곳의 영맥은 제 것이 되어야 합니다.”진서준이 단호히 말했다.“성공하시길 바랍니다!”현천진군은 바로 승낙했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은 산 정상 쪽을 바라보았다. 위쪽에는 귀신의 원한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진서준은 산 아래에 묻힌 십만 전사들의 원혼을 보는 듯했다“권 마스터님, 이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여기서부터 혼자 올라가겠습니다.”진서준이 권해철에게 말했다.“아니요. 이래 봬도 저 권해철은 실력이 부족하지만, 죽을까 봐 도망가는 놈은 아닙니다!”권해철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내심 기뻤다.“알겠습니다! 이 영맥을 차지하면 제가 영선경으로 이끌어줄게요.”“감사합니다. 진 마스터님!”두 사람은 계속해서 위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앞쪽의 빈터에 세워진 비석을 발견했다. 비석은 세월의 흔적을 풍겼고, 그 위에는 이상한 기호와 문자가 있었다.진서준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팔백 년 전 그 선인은 정말 대단한 분이셨나 봅니다!”이것은 단순한 비석이 아니었다. 그 위에는 엄청난 정기가 깃들어 있었고, 팔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 냉기도 많이 줄어들었다.동시에 진서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스승님이 설치한 비석은 아니겠지?’옛 스승은 진서준에게 두 사람이 수련하는 것은 선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각 대경지를 돌파할 때마다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가요. 더 가까이 가서 살펴봅시다.”진서준과
“가주님, 누군가 아가씨가 운대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집사는 서광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서광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운대산은 매우 괴상한 곳이었다. 서씨 가문에서도 여러 차례 대종사를 보내어 운대산을 조사했지만, 항상 허탕만 치고 돌아왔고 끝없는 흰 안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실력이 약한 종사들은 산으로 올라간 뒤 돌아오지 못한 때도 있었다.서지은도 비록 무인이었지만, 그녀의 실력은 이제 막 내공경에 도달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지은이 산에 올라간다면 거의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즉시 가문의 삼대 대종사를 보내 운대산으로 올라가 지은이를 꼭 찾도록 해!”서광문은 눈이 붉게 충혈되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집사는 서씨 가문의 삼대 대종사에게 급히 연락했고, 그들은 즉시 운대산으로 출발했다.“가주님, 방 마스터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는 풍수술을 수련했으니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오정수가 말했다.서광문은 고개를 끄덕였다.“맞네. 방 마스터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라. 지은이를 찾기만 한다면, 서씨 가문에 귀빈으로 모실 거라고 전해!”방홍진은 비록 인의방 랭킹 6위였지만, 서씨 가문 앞에서는 겸손했다.예전에 방홍진은 서씨 가문에 들어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서광문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서광문의 전화를 받은 방홍진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특히 서광문의 조건을 듣고는 더욱 기뻐하며 서지은을 찾아올 것이라고 장담했다.“서 가주님,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따님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방홍진은 즉시 사람을 시켜 차를 준비하고 운대산으로 향했다. 곧 수십 대의 차가 운대산 별장 지구에 도착했다. 서광문도 직접 왔으며, 서씨 가문의 삼대 대종사도 함께 도착했다.“너희 셋은 방 마스터님과 함께 출발해. 방 마스터님이 수련한 풍수술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서광문은 세 명의 대종사에게 말했다.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전에 말한 진 마스터님은 어떤 분이죠?”방홍진이 물었다.“남주성의 진 마스터님, 우리 국안부의 상경 말입니다.”류재훈이 답했다.진서준의 명성은 현재 강남, 강북을 휩쓸고 있었고, 방홍진도 진 상경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진 상경이 언제 금운에 왔을까요?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죠?”방홍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아가씨를 구하는 게 급선무에요!”한 대종사가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올라갈 수 없어요. 운대산의 진법이 이미 발동되었기 때문에 지선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습니다.”류재훈이 고개를 저었다.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이를 믿지 않고 발을 내디뎌 번개처럼 붉은 안개 속으로 돌진했다.“쾅...”무거운 소리가 나더니 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마치 거대한 산에 부딪힌 듯 튕겨 나왔다. 그의 팔은 한참 동안 떨리고 있었다.“어떻게 이런 일이...”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조금 전 전력을 다했지만, 얇은 안개가 마치 하늘을 뒤덮은 장벽처럼 그를 막아버렸다.방홍진도 즉시 앞으로 나아가 손가락으로 법결을 집고 가볍게 한 번 눌렀다. 하나의 법결이 붉은 피 안개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이것은 십이 성수 진법입니다!”방홍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해 얼굴이 떨렸다.“이 진법이 발동되면 산 위의 모든 생명체가 전멸할 것이고, 심지어 운대산 자체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겁니다!”십이진법은 당시 진법을 설치한 고수가 설정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비석이나 열두 개의 십이 성수 조각상을 파괴하면 이 최후의 진법이 발동되어 십만 원혼이 운대산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방홍진의 말에 서씨 가문의 삼대 대종사는 절망에 빠졌다.‘이걸 서 가주님께서 알게 되면 큰일인데...’“잠깐만요! 어쩌면 돌파구가 있을지도 몰라요!”...운대산 위는 원한을 품은 귀신들의 울음소리로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서지은은 산을 오르며 두려움에 덜덜 떨었고, 발밑으로 한기가 스며들어
“아!”서지은은 진서준과 부딪힌 후 귀신과 부딪힌 줄 알고 놀라서 진서준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찼다. 진서준은 몇 대 맞고 나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더 때리면 여기 내버려두고 갈 겁니다. 이 원혼들에게 물려 죽어도 책임 안 질 거예요!”진서준이 일부러 서지은을 겁주었다.서지은은 진서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가 자기 구세주임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진서준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정말로 당신이군요! 잘못 본 줄 알았어요!”두 사람 모두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진서준은 서지은의 부드러운 살결을 그대로 느꼈다. 특히 그녀의 가슴은 진서준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서준은 곧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말했다.“충분히 안고 있었으면 이제 좀 놔줄래요?”서지은은 그제야 얼굴이 발그레 해지며 서둘러 진서준을 놓았다.“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서지은은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고개를 숙이자마자, 발밑에서 귀신 얼굴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으악!”또 한 번 비명을 지르며 서지은은 진서준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싸고 그의 머리를 꽉 끌어당겼다. 그녀의 가슴에 묻히자, 진서준의 혈액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목소리가 굵어졌다.“놓아요!”“싫어요. 주변에 귀신이 많아서 무서워요...”서지은은 거의 울먹이며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녀는 부끄럽고 민망해할 여유가 없었다.진서준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십이 성수 진법이 완전히 발동되기 전에 이 산의 귀왕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다.“찰싹...”진서준은 서지은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서지은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아...”“얼른 내려와요. 안 그러면 또 때릴 거예요!”진서준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무섭단 말이에요...”서지은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진서준은 다시 서지은의 엉덩이를 때렸다.“찰싹찰싹...”“그만 때려요!”서지은은 엉덩이가 부어오를 것 같아서
“진 마스터님, 제가 앞장서서 길을 열겠습니다!”계속해서 작은 적들을 처치하던 권해철이 갑자기 말했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서지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세상에...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지...’서지은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좋아요. 앞장서시면 우리는 뒤따라가겠습니다.”진서준은 귀왕을 만나면 전력을 다해 소멸시켜야 해서 지금은 될 수 있는 한 힘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세 사람은 위쪽으로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몇 분을 걸은 후, 권해철과 진서준이 멈춰 섰다.“왜 멈췄어요?”계속 눈을 감고 있던 서지은은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녀는 호기심에 눈을 떴고 그제야 그들 앞에 서 있는 거의 4미터에 달하는 원혼을 발견했다. 원혼은 금갑옷을 입은 장군이었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보통의 종사들은 이 원혼 장군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일급 대종사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팔백 년 동안의 진압으로 이 산의 원혼들은 원한을 극도로 응축시켰다. 원혼들끼리도 서로 죽이고 죽였다.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었다.눈앞의 이 원혼은 ‘귀장군’이라 불러야 할 것이며, 그 실력은 삼급 대종사에 해당했다. 게다가 운대산에 가득한 살기가 이 귀장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서지은은 두 다리가 떨려와 진서준에게 기대어 있었다.“혼자 서 있으세요. 저는 이 귀장군을 처리하러 가야 해요.”진서준이 말했다.“싫어요...”서지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혼자서는 서 있을 수 없어요.”진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서지은에게 영기를 주입해 그녀의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이제 괜찮아졌으니, 어서 날 놓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요!”진서준의 말을 듣고 서지은은 이를 악물고 진서준을 놓고, 두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녀의 예쁜 눈은 한순간도 진서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권 마스터님, 주변의 작은 원혼들을
붉은 준마를 타고 긴 칼을 든 귀장군이 붉은 안개를 가르며 천천히 나타났다. 한 명, 두 명, 세 명... 총 열 명의 귀장군이 나타났고, 모두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권해철은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거의 주저앉을 뻔하며 중얼거렸다.“이제 끝장이야... 완전히 끝장났어! 한 명의 원혼만으로도 이급 대종사를 없앨 수 있는데, 하물며 열 명이라니...”진서준의 눈빛도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이분을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요. 두 사람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진서준이 말했다.권해철은 정신을 차리고 서지은을 데리고 멀리 도망갔다.서지은은 뒤돌아 진서준에게 소리쳤다.“꼭 살아남아야 해요!”권해철과 서지은이 사라지자, 귀장군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찮은 놈아, 네가 감히 우리 열 명의 귀장군과 싸우겠다고? 그야말로 어리석군!”진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너희가 살아있을 때도 죽임을 당했다면 죽어서도 역시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거지?”운대산의 20만 원혼은 모두 전장에서 죽은 장수들이기에, 진서준의 말은 그들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죽고 싶은 게 확실한가 보구나!”귀장군이 분노의 외침을 내지르며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진서준은 한 손으로 검을 잡고 다른 손에는 번개를 응집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귀장군의 살기가 응집된 칼을 번개로 산산이 조각냈다.귀장군은 놀라며 눈에서 광기를 번쩍였다. 이어서 무기를 던져버리고 진서준과 가까이서 싸우려고 했다.하지만 말에서 내리자마자, 진서준의 천문검이 울리며 귀장군의 목을 쳐내었다.귀장군은 목이 떨어지는 순간 그 자리에서 소멸하였다.진서준은 발로 귀장군의 머리를 밟아 부수어 마지막 잔흔까지 사라지게 했다.이 광경을 본 다른 아홉 명의 귀장군은 충격을 받았다. 진서준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진서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운대산에는 살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영기도 있다!”이제 진서준은 이
말이 끝나자, 귀왕은 손을 휘저으며 명령했다.“너희 아홉 명이 함께 저 애송이를 처리해 버려! 그리고 나와 함께 이 산을 다시 장악하자!”아홉 명의 귀장군이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순간 살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30초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아홉 귀장군의 공격에 맞서면서 진서준은 신중히 처리했다. 우선 천문검을 던져 검기가 날아가며 아홉 귀장군의 공격 속도를 늦추게 했다. 동시에 진서준의 영해는 마치 홍수처럼 그의 오른손으로 몰려들었고, 혈해는 그의 왼손으로 모여들었다.잠시 후, 청홍색의 거대한 용이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 용의 울음소리가 운대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아래에서 기다리던 방홍진 일행은 귀를 의심했다.“이게 무슨 소리죠? 운대산에 진짜 용이라도 있는 건가요?”용은 전설의 신수로,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전설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귀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녀석이 왕의 혈통이라는 건가?’귀장군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이, 진서준 앞에 있던 용이 움직였다.번개처럼 빠르게 한 귀장군 앞에 도착한 용은 귀장군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 발톱으로 머리를 쥐어 터뜨렸다. 순간 귀장군의 머리는 사라졌고, 또 한 명의 귀장군이 쓰러졌다.귀왕은 충격에 휩싸였다.‘불과 1초도 안 되어 내 부하가 죽다니?’“쿵쿵쿵...”단 몇 초 만에, 남아 있는 귀장군은 단 네 명뿐이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분노로 몸을 떨었다.“저자를 먼저 죽여라!”귀왕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외쳤다.네 명의 귀장군은 전력을 다해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진서준은 영기가 30%가량 회복된 상태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천문검을 손에 든 진서준은 미세하게 몸을 떨며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마치 공기 중에서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네 명의 귀장군 뒤에 있었다.천문검에서 이미 검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서준이 검을 들고 서 있을 때, 네 명의 귀장군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말도 안 돼
주변의 붉은 혈안이 점차 희미해지자, 권해철은 매우 흥분하며 외쳤다.“진 마스터님, 성공했어요! 정말로 이 산의 귀왕을 처리했어요!”애당초 운대산에는 20만 원혼이 있었다. 지난 800년 동안 20만 원혼은 서로 싸워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가장 강한 자들이었다. 귀왕의 실력은 그 몇 명의 귀장군들보다 훨씬 강했다.“두 분 성함은 뭐예요?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서지은이 권해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권해철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우리 이름도 모르면서 따라온 거예요? 우리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저를 구해주셨으니, 나쁜 사람일 리는 없죠.”서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권해철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일부러 연극을 한 거라면서요?”서지은은 잠시 멍해졌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당신들이 연극을 했다면 이렇게 자상하게 걱정해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데리고 도망가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권해철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 이름은 권해철이고, 진 마스터님의 존함은 진서준입니다. 우리는 두 사람은 남주성 사람입니다.”“남주성 사람들이라고요? 금운에는 왜 온 거예요? 여행 온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서지은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권해철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진 마스터님과 제가 금운에 온 것은 서씨 가문과 큰 관련이 있어요.”만약 김형섭이 김연아를 서씨 가문의 바보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운대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운대산에 영맥이 없었다면 진서준과 권해철은 아마도 오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뭐라고요? 우리 서씨 가문이 관련이 있다고요?”서지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두 분을 모르는데요?”“잘 모르는 게 당연할 거예요. 서씨 가문에 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제가 있지 않나요?”권해철이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