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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사라진 3년

Autor: 설월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15 08:45:43

“기억에 공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는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 가능성을 설명했다. 현재 확인된 신체 상태와 추가 관찰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했고, 기억이 돌아올지 또는 언제 회복될지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태윤은 그 설명을 들으며 재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울거나 겁에 질리는 대신 메모지와 펜을 달라고 하더니 자신의 상태를 차분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태윤은 그 모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재희는 언제나 그랬다. 남들이 당황하는 순간에도 가장 먼저 문제의 구조를 파악했고,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찾아냈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능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태윤은 그런 재희를 사랑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비범한 머리에 끌렸고, 나중에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익숙한 모습이 오히려 잔인했다. 말투도, 생각하는 방식도, 펜을 쥐는 습관도 그대로였지만, 그녀가 기억하는 세계에서 자신과 함께한 시간만 사라져 있었다.

“제가 잃어버린 기억의 범위가 정확히 3년인가요?”

“현재로서는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재희는 종이에 긴 선을 하나 긋고 왼쪽 끝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날짜를 적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날짜와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의사가 확정적으로 말한 사실과 추정이라고 설명한 부분을 구분해 적었다.

사고 발생 사흘 전, 최근 약 3년의 개인적 기억 공백, 언어와 전문지식 유지, 사고 경위 조사 중.

그녀는 정리한 내용을 다시 살피다가 의사가 건네준 검사 안내지에서 한 가지를 발견했다.

사고 이후 작성된 기록에는 의식 회복 시점과 검사 시간이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지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문장 가운데 일부는 확정된 사실과 추정이 섞여 있었다.

재희는 펜으로 해당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에는 기억상실 범위를 약 3년으로 추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아래 설명은 마치 그 기간 전체가 사라진 것처럼 적혀 있네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구분해주시는 게 좋겠어요.”

의사는 안내지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현재는 환자분이 기억하는 마지막 시점을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재희는 수정된 설명을 메모하며 덧붙였다.

“그럼 그 기간에 해당하는 기억이 전부 사라졌는지, 일부만 남아 있는지는 아직 모르는 거네요. 확인할 자료가 많겠어요.”

태윤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지나칠 법한 표현의 차이를 재희는 곧바로 발견했다. 그녀는 단어 하나의 차이가 판단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재희는 여전히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였지만, 정작 그 사랑을 기억하지 못했다.

잠시 후 재희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결혼한 사실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게 가능한가요? 일반적인 지식은 그대로인데 개인적인 경험만 사라진 것 같아서요.”

의사는 개인적인 경험에 관한 기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억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더라도 오래된 지식이나 기술은 유지될 수 있으며, 무리하게 기억을 되살리려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당부했다.

재희는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 말이 태윤의 가슴을 깊이 찔렀다.

그녀에게 자신은 정말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태윤은 창가에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확인하고 싶은 건 전부 확인해도 돼. 혼인관계증명서든 결혼사진이든 네가 원하는 건 다 보여줄게.”

재희는 그의 얼굴을 살피다가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공동명의 재산이나 대출도 있으면 확인하고 싶어요. 결혼이라는 건 감정적인 관계이기도 하지만 법률적이고 경제적인 관계이기도 하니까요.”

태윤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웃었을 것이다.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보다 공동명의 대출부터 걱정하는 여자. 그것이 윤재희였다.

그런데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알았어. 그것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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