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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민들레
간호사가 막 입을 떼려는 순간, 옆을 지나던 하민재가 가볍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아, 위층 병실에 있던 산모 얘기야. 원래 있던 병원에서 쫓겨난 사람이지. 형, 괜히 저런 말 믿지 마. 간호사들이 들은 소문이 많다 보니 헷갈린 거야.”

하민재의 말을 변도영은 의심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와 신지아는 수년간 철저히 피임을 해 왔으니 아이가 생기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변도영은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신지아는 어때? 병원에 왔다고 들었는데.”

하민재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 별일 없어. 그냥 가볍게 다친 정도지. 아마도 형이 여기 와서 나은이 누나 챙기는 걸 보고 괜히 질투해서 아픈 척한 거겠지.”

그는 은근히 눈치를 살폈지만 변도영은 별다른 의심 없이 미간만 살짝 찌푸리고 비웃었다.

그리고 곧 발길을 돌려 병실을 떠나자 하민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그는 곁에 있던 두 간호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 병실 환자에 관한 얘기, 절대 밖으로 새 나가선 안 됩니다.”

변도영이 이나은과 어렵게 다시 이어졌는데 변수가 생겨선 안 된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변도영이 신지아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아이 이야기는 달랐다.

혹시 변도영이 그 아이 때문에 연민이나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렇다면 모든 게 어그러질 수 있었다.

그래서 막아야 했다.

신지아의 ‘계략’이 절대 성공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

신지아는 이틀간 몸을 추스른 뒤, 퇴원했고 곧장 아이를 위해 묘지를 마련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원치 않던 존재였기에 미리 준비한 옷이나 장난감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백화점에 들러 점원의 권유에 따라 아기 물건들을 하나하나 골랐다.

옷, 장난감, 작은 신발.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러자 마지막엔 점원마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아기는 금방 자라요. 너무 많이 사면 다 못 쓰고 버리게 돼요.”

그 순간, 신지아의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고개를 저었다.

‘제 아이는 자라지 못해요.’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만 아이의 작은 관이 묘지에 내려지고 마지막 흙이 덮이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는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마 아이는 귀엽고 영리한 아기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처럼 장난기 많은 아이였을 수도 있고 혹은 변도영처럼 차분하고 똑똑했을 수도 있다.

노래를 좋아했을까, 춤을 좋아했을까, 아니면 아빠처럼 타고난 사업가였을까.

...

아이의 미래는 무궁무진했을 거라고 믿으며 수없이 상상했다.

변도영이 아이의 존재를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를.

분노, 무심, 혹은 잠깐의 연민.

하지만 단 한 번도 아이가 태어나지도 못할 거라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와 아이는 결국 인연이 닿지 못했다.

‘아이는 나를 엄마로 선택했는데 나는 끝내 그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네.’

“아가씨, 묘비에 새길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요?”

옆에 있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제야 신지아는 깨달았다.

아이는 이름조차 갖지 못했다는 걸.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신희망이요.”

다음 생에 어떤 부모를 만나든, 반드시 살아갈 희망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신지아가 꺼내 보니 발신자는 변도영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 고미애였다.

“신지아, 네가 집에 안 들어온 지 벌써 사흘이라면서?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대담해진 거지?”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고미애는 차가운 웃음과 함께 따져 물었다.

이번에 신지아는 예전처럼 다급히 해명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냥 들어가기 싫었어요.”

고미애는 순간 말을 멈칫했다가 곧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뭐라고? 너 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

예전처럼 신지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꼬투리를 잡고 트집을 잡았다.

고미애는 애초부터 신지아를 탐탁지 않아 했고 틈만 나면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며 불화를 만들었다.

결혼 초, 변도영이 신지아를 증오해 밤마다 집을 나돌던 시절에도 고미애는 오히려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을 찾으라며 압박했고 직접 나서서 변도영을 데려오라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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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1. 21. AM.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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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4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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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4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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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4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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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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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67화

    부성 그룹이 UME의 최대 투자자가 되는 순간, 그녀와 변도영은 피할 수 없이 다시 얽히게 될 것이다.신지아는 더 이상 변도영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고우빈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거절할게.”그가 이렇게 단호히 답하는 걸 보고 신지아는 조금 놀랐다.그녀 기억 속의 고우빈은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감정을 일에 섞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부성 그룹은 연성시 전체에서 명망 높은 기업이고 그들의 투자는 UME 입장에서는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신지아는 당연히 고우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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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아가 전화를 받은 건 집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고우빈이 그녀를 직접 데려다주고 갔다.이미 계약은 마무리됐고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약속까지 끝난 상태였다.UME의 사무실 주소도 정해졌는데 그녀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았다.고우빈은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호텔에 묵고 있었고 신지아는 원래 같이 집을 보러 다니고 싶었지만 그는 그녀의 발목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결국 신지아는 혼자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을 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변씨 가문 별장에 침입 사건이 있었던 뒤로, 신지아는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77화

    신지아는 문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고우빈이 가져다준 드레스를 입어보았다.새빨간 드레스는 화려했고 디자인도 과감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가장 좋아했을 스타일이었다.하지만 변씨 가문에 시집온 뒤로 고미애는 이런 스타일이 너무 요란하다며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변씨 가문의 며느리라면 얌전하고 단아해야지 이렇게 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어린 시절의 신지아라면 절대 듣지 않았을 말이었다.그때는 남들 시선을 즐겼고 레이싱을 좋아했고 암벽 등반도 좋아했고 자극적인 건 뭐든 좋아했다. 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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