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막 입을 떼려는 순간, 옆을 지나던 하민재가 가볍게 웃으며 끼어들었다.“아, 위층 병실에 있던 산모 얘기야. 원래 있던 병원에서 쫓겨난 사람이지. 형, 괜히 저런 말 믿지 마. 간호사들이 들은 소문이 많다 보니 헷갈린 거야.”하민재의 말을 변도영은 의심하지 않았다.더구나 그와 신지아는 수년간 철저히 피임을 해 왔으니 아이가 생기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변도영은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신지아는 어때? 병원에 왔다고 들었는데.”하민재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아, 별일 없어. 그냥 가볍게 다친 정도지. 아마도 형이 여기 와서 나은이 누나 챙기는 걸 보고 괜히 질투해서 아픈 척한 거겠지.”그는 은근히 눈치를 살폈지만 변도영은 별다른 의심 없이 미간만 살짝 찌푸리고 비웃었다.그리고 곧 발길을 돌려 병실을 떠나자 하민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그는 곁에 있던 두 간호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이 병실 환자에 관한 얘기, 절대 밖으로 새 나가선 안 됩니다.”변도영이 이나은과 어렵게 다시 이어졌는데 변수가 생겨선 안 된다.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변도영이 신지아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일이었으니까.그러나 아이 이야기는 달랐다.혹시 변도영이 그 아이 때문에 연민이나 죄책감을 느낀다면?그렇다면 모든 게 어그러질 수 있었다.그래서 막아야 했다.신지아의 ‘계략’이 절대 성공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신지아는 이틀간 몸을 추스른 뒤, 퇴원했고 곧장 아이를 위해 묘지를 마련했다.태어나는 순간부터 원치 않던 존재였기에 미리 준비한 옷이나 장난감 같은 건 없었다.그래서 직접 백화점에 들러 점원의 권유에 따라 아기 물건들을 하나하나 골랐다.옷, 장난감, 작은 신발.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그러자 마지막엔 점원마저 조심스럽게 말했다.“아가씨, 아기는 금방 자라요. 너무 많이 사면 다 못 쓰고 버리게 돼요.”그 순간, 신지아의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고개를 저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