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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민들레
“뭐라고?”

변도영은 순간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자 신지아가 아까 했던 말을 또렷하게 반복했고 변도영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신지아,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전 진심이에요.”

신지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변도영 씨, 저는 당신이랑 이나은을 위해 물러날 거예요. 변호사도 이미 만났고요. 지금 저 위층 병실에 있으니까 시간 되면 오세요. 이혼에 대해 얘기 좀 하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변도영은 무언가 깨달은 듯 비웃듯 대답했다.

“난 바빠.”

뚝!

그렇게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분노와 조롱이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반응이 이상하다 했더니 결국 날 불러내는 게 목적이었네. 이혼 운운하는 것도 나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어.’

‘하마터면 또 속을 뻔했네.’

그는 예전에도 수차례 강제로 이혼을 요구한 적이 있다.

반을 떼 주겠다고, 전부 다 주겠다고 했지만 모든 조건을 신지아는 거절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여자와 스스럼없이 끌어안고 집안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고 친구들 앞에서도 냉대했다.

눈치 있는 여자라면 벌써 등을 돌렸을 것이지만 그녀는 버텼다.

처음엔 탐욕이라 생각했다.

더 많은 걸 얻고 싶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는 깨달았다.

신지아가 원한 건 재산도 지위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변도영은 속으로 다짐했다.

‘내 마음은 평생 못 얻을 거야.’

이내 그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나와 나은이는 모두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아. 네가 알아서 처신해.]

그러고는 더 이상 신지아를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눈치 좀 챘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에서 병원 밖으로 끌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신지아는 차가운 경고처럼 느껴지는 그 메시지를 보고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만 막상 확인하니 마음 한구석이 얼어붙는 듯했다.

5년 동안의 결혼, 이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지만 의외였다.

예전 같으면 서럽고 아팠을 텐데 이번에는 담담했다.

어쩌면 이번 사고가 신지아를 완전히 깨우쳐 준 것일지도 몰랐다.

몇 분도 안 되어 신지아는 변도영의 거부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제는 몸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오후 무렵, 간호사가 찾아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 선생님께서 환자분은 조용히 요양이 필요하다 하시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직접 찾아뵙고 말씀하셔도 된다고...”

하민재라는 사람이 언급되자 신지아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이 병원의 원장은 그의 아버지.

비록 하민재는 인턴일 뿐이지만 그가 말하면 누구도 거역하지 못했다.

이건 노골적인 퇴원 명령이었다.

신지아는 두 간호사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사에게서 받아온 작은 봉투,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의 흔적을 품에 안고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 한 명이 차마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전원 조치는 못 해요. 이건 병원 규정을 어긴 거예요. 원하시면 민원 넣으셔도 돼요. 연락처는...”

“괜찮아요.”

신지아는 힘겹게 웃으며 말을 끊었다.

간호사가 선의로 하는 말임을 알았지만 그녀는 더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하민재의 뜻이 아니라 변도영의 의지가 담긴 일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원치 않으면 아무도 신지아를 이곳에 두지 않을 것이다.

곧, 신지아는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바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녀는 그렇게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절뚝이며 병원을 나섰다.

...

VIP 병실.

“도영아, 무슨 생각해?”

이나은은 창가에 서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쩐 일인지 방으로 돌아온 뒤로 변도영은 줄곧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침대로 다가왔다.

그러는 순간, 한 여자가 비틀거리며 떠나가는 뒷모습을 그는 놓쳐버렸다.

변도영은 침대 곁에 서서 이나은의 이불을 곱게 덮어 주었다.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지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비싼 실크 이불도 급히 사람을 보내 사 오게 한 것이었고 혹시 답답할까 봐 침대에 TV까지 설치해 두었다.

그런 세심한 배려를 떠올리자 이나은은 마음이 따스해졌다.

곧 머릿속에 스친 장면, 조금 전 병실 문 앞에서 마주친 신지아의 창백하고 초라한 얼굴.

이나은은 미소를 띤 채 무심코 손을 뻗어 변도영의 얼굴을 감싸려 했다.

그러나 변도영은 마치 피하듯, 살짝 뒤로 물러섰다.

순간의 어색함.

하지만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물었다.

“이번엔 국내에 얼마나 머무를 생각이야?”

그 말에 이나은은 잠시 좌절감을 느꼈다.

변도영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세심히 챙기면서도 이상하게도 늘 가까이하는 건 거부했다.

그러나 애써 속마음을 억누르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내가 언제 돌아갔으면 좋겠어?”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나은은 그 무언의 의미를 곧 깨닫고 부드럽게 웃었다.

“이번엔 돌아갈 생각 없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 있으니까.”

그녀의 시선은 집요하게 변도영을 따라다녔고 변도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그는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난하지 마. 나는 이미 결혼했어.”

“하지만 네가 아내를 사랑하지는 않잖아?”

대답 없는 침묵 속, 이나은은 숨을 고르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도영아, 네가 정말 아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혼을 고려해 본 적은 있어?”

그 말에 변도영의 눈빛이 가라앉았고 머릿속이 이유 없는 짜증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조금 전 신지아의 말.

“저희 이혼해요.”

변도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언젠간 이혼할 거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렇게 고생만 시키고 이렇게 쉽게 내보내 주는 건 말도 안 된다.

‘정말 나랑 이혼을 하겠다고? 웃기지 마. 그건 교통사고로 머리가 좀 이상해졌을 때나 가능할 일일 테니까.’

교통사고?

그 순간, 변도영의 표정은 또다시 굳어버렸다.

이내 곰곰이 떠올리니 아까 신지아의 태도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설마 사고로 진짜 크게 다친 건가? 뇌에 이상이라도...’

그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 얼른 핑계를 대고 이나은의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신지아가 말한 병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고 간호사 두 명이 정리만 하고 있었다.

“여기 있던 환자는요?”

변도영이 물었다.

“아, 방금 퇴원하셨어요.”

퇴원?

‘역시 별일 없었던 거네.’

그는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신지아가 걱정되어 여기까지 온 자기 자신이 우스워 얼른 돌아서려던 그때, 간호사가 중얼거렸다.

“참, 이 환자, 정말 불쌍하더라고요.”

“교통사고로 유산까지 했는데... 겨우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선 결국 병원에서 쫓겨났으니 말이에요.”

그 말에 변도영의 발걸음이 멈췄다.

“뭐라고요?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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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1. 21. AM.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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