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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박진성이 보면 안 돼요

Author: 연의 수정
간호사가 얼른 달려가 민여진을 부축했다. 민여진은 머리가 어지러워 눈앞이 핑핑 도는 것만 같았고 머릿속엔 온통 조금 전의 촬영 셔터 소리로 가득했다.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이 창백한 얼굴로 민여진이 다급히 몸을 더듬었다.

“여진 씨? 여진 씨, 뭐 찾아요?”

“휴대폰...”

민여진이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휴대폰 좀 빌려주시겠어요? 휴대폰을 병실에 두고 온 것 같아요.”

간호사가 바로 휴대폰을 꺼내며 물었다.

“누구에게 전화하시려고요?”

“진... 진시우 씨요.”

간호사는 얼른 진시우의 번호를 찾아 민여진에게 건넸다. 민여진은 세면대를 잡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혹시라도 진시우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어쩔 수 없었다.

‘사진이 공개되면 안 돼...’

“여보세요.”

한참이 지나서야 수화기 너머로 잠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시우 씨, 저예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해요.”

잠이 덜 깬 진시우였지만 들려오는 민여진의 목소리에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뭔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민여진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누군가 11층에 들이닥쳤어요. 남자였고, 제가 세탁실에 들어온 사이 문을 잠그고 제 얼굴의 붕대를 끌어 내리고 사진을 찍어 도망쳤어요.”

진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사진을 찍었다고요?”

“네...”

민여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어떡하죠? 시우 씨, 그 사진은 절대 공개되면 안 돼요.”

진시우가 옷을 입으며 민여진을 위로했다.

“여진 씨, 걱정하지 마요. 언론사 쪽엔 제가 이미 얘기해 뒀어요. 여진 씨 기사를 낼 언론사는 많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여진 씨 사진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사진이 공개된다고 해도 여진 씨가 문채연이라고 의심할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해명하기 쉬워질 거예요.”

“그게 아니라.”

민여진이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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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58화 박진성 씨 만나러 왔어요

    호흡을 가다듬은 민여진이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임재윤이 물었다. “누가 널 찾아온 거야?”남자는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난 남자는 부어오른 민여진의 팔꿈치를 눈치챘다. 하지만 민여진은 실수로 넘어졌다면 얼버무렸다. “내가 세탁실에서 넘어졌잖아. 그래서 괜찮은지, 손해배상 청구가 필요한 건 아닌지 알아보려고 오셨어.”민여진이 다친 것이 불쾌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사고였기에 임재윤은 잘못을 따지는 대신 물었다. “아직도 아파?”민여진이 상처를 만지며 미소 지었다. “약 바르고 많이 나았어. 안 아파.”“다음엔 이런 일 있으면 바로 나에게 얘기해. 오늘 내가 부은 걸 발견하지 않았으면 하루 종일 참고 아무 말도 안 할 생각이었어?”원망 어린 말투였지만 다친 민여진을 마음 아파하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 민여진은 어젯밤 사건으로 인한 불안함마저도 씻기는 것만 같았다. 경찰도 조사에 착수했으니 곧 남자를 찾아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민여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안 아파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어. 다음엔 조심할게.”...표찬은 사람들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어제와는 다른 옷차림이라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은 채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젯밤 11층에 도착했을 때부터 표찬은 제일 구석진 병실 앞은 줄곧 사람들이 지키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진성을 제외하면 이토록 외부와의 접촉을 경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표찬은 생각했다. 주머니 속 사진을 만지작거린 표찬은 다짐한 듯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여전히 경호원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표찬이 다가가자 경호원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일이세요? 여긴 들어가실 수 없어요. 돌아가시죠.”표찬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박진성 씨 만나러 왔어요. 저에게 박진성 씨가 관심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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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가 얼른 달려가 민여진을 부축했다. 민여진은 머리가 어지러워 눈앞이 핑핑 도는 것만 같았고 머릿속엔 온통 조금 전의 촬영 셔터 소리로 가득했다.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이 창백한 얼굴로 민여진이 다급히 몸을 더듬었다. “여진 씨? 여진 씨, 뭐 찾아요?”“휴대폰...”민여진이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휴대폰 좀 빌려주시겠어요? 휴대폰을 병실에 두고 온 것 같아요.”간호사가 바로 휴대폰을 꺼내며 물었다. “누구에게 전화하시려고요?”“진... 진시우 씨요.”간호사는 얼른 진시우의 번호를 찾아 민여진에게 건넸다. 민여진은 세면대를 잡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혹시라도 진시우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어쩔 수 없었다. ‘사진이 공개되면 안 돼...’“여보세요.”한참이 지나서야 수화기 너머로 잠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시우 씨, 저예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해요.”잠이 덜 깬 진시우였지만 들려오는 민여진의 목소리에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뭔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민여진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누군가 11층에 들이닥쳤어요. 남자였고, 제가 세탁실에 들어온 사이 문을 잠그고 제 얼굴의 붕대를 끌어 내리고 사진을 찍어 도망쳤어요.”진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사진을 찍었다고요?”“네...”민여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어떡하죠? 시우 씨, 그 사진은 절대 공개되면 안 돼요.”진시우가 옷을 입으며 민여진을 위로했다. “여진 씨, 걱정하지 마요. 언론사 쪽엔 제가 이미 얘기해 뒀어요. 여진 씨 기사를 낼 언론사는 많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여진 씨 사진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사진이 공개된다고 해도 여진 씨가 문채연이라고 의심할 사람은 없어요.”“오히려 해명하기 쉬워질 거예요.”“그게 아니라.”민여진이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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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난 환자잖아.”태연한 임재윤의 말에 민여진의 얼굴은 미세하게 열이 올랐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핑계 대지 마. 입술을 못 움직이는 것도 아니잖아.”“네가 먹여주는 게 좋아. 말랑하고 향긋해.”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에 부끄러움을 느낀 민여진은 괜히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몸을 돌리자 임재윤이 웃으며 민여진을 잡았다. “안 놀릴게.”민여진이 자리에 앉자 임재윤이 물었다. “내가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왜 울었어?”“내가 울었어?”민여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기억이 없었다. 임재윤이 말했다. “너 눈이 빨갰어.”민여진은 그제야 보도된 기사와 그녀의 사진을 찍은 사람을 떠올렸다. 얼굴이 창백해진 민여진이 고개를 숙이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네가 너무 걱정돼서 그랬어.”“바보. 뭘 걱정해. 내가 얘기했잖아. 이번 수술 무사히 마칠 거라고.”민여진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어둡기만 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임재윤은 안정이 필요했다. 그러니 임재윤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민여진이 대충 핑계를 대며 말을 얼버무렸다. 민여진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임재윤은 다시 잠들어 있었다. 더럽혀진 옷을 들고나온 민여진은 벽을 짚고 세탁실로 향했다. 늦은 저녁이라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민하게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자의 발걸음일 리가 없는, 둔탁한 소리였다. 미간을 찌푸린 민여진이 세탁실의 문을 닫으려던 그때, 표찬이 달려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읍, 읍!”민여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등골이 서늘해진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표찬은 그런 그녀를 세면대로 밀어붙였다. 가녀린 몸이 대리석이 부딪혔다. 극심한 고통에 숨을 쉴 수조차 없어 얼굴이 창백해진 민여진이 다급히 소리쳤다. “살려주세요!”“닥쳐!”얼른 손으로 민여진의 입을 막은 표찬이 무서운 말투로 협박했다. “한 번만 더 소리 지르면 너에게 내일은 없을 줄 알아!”허리에 날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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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54화 얼굴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내가 더 들을 말이 있어? 돈 걱정 없이 살게 해줄 거라고 해서 믿었더니, 고작 3000 만원에 딴소리하는 거야? 그럼 나중에 우리가 결혼하면 네가 감당은 할 수 있어?”표찬이 다급하게 한이나를 달랬다. “이나야, 오해야. 난 그냥 네가 돈이 부족하지 않은지 물어보려고 그런 거야. 부족하면 더 줄게.”“그래?”한이나의 표정이 그제야 부드러워졌다. “거의 다 써 가긴 하는데... 그래서 나머지 6000 만 원은 언제 보내준대?”표찬이 이를 악물었다. “곧 줄 거야. 돈이 들어오면 바로 보내줄게.”“역시 자기는 대단해. 그럼 난 먼저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게.”전화를 끊은 표찬이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몇천만 원을 써버렸으니 돌려줄 수 없다는 걸 표찬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여자친구까지 잃는다면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인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는...표찬의 머릿속에 그 여자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눈동자가 비슷한 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같은 병원에 있는 것까지 우연이라고? 분명 그 여자가 확실했는데 아니라니...’순간, 표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맞는지 아닌지는,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만 확인하면 확실하게 알 수 있잖아.’...“여진 씨, 저 들어갈게요.”간호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포장해 온 죽을 건넸다. “여진 씨가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소고기야채죽으로 주문했어요. 아직 따뜻하니까 지금 먹어요. 식으면 맛없어요.”민여진이 숟가락을 손에 쥐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제가 신세를 많이 지네요.”간호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신세는요. 그런 말씀 마세요. 진시우 씨가 부탁하신 것도 있고... 워낙 바쁘시잖아요. 여진 씨도 안 보이셔서 불편한 점이 많으실 텐데 무슨 일이 있으면 숨기거나 참지 마시고 바로 저희한테 말씀하세요.”“네.”간호사가 병실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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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들어가요.”병실까지 따라 온 진시우는 재촉 전화가 올 때까지 옆을 지켰다. 민여진은 임재윤 옆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깊은 잠이 든 임재윤은 계속 일어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간호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물었다.“여진 씨, 이제 저녁인데 뭐라도 좀 드실래요? 제가 식당에서 음식 좀 포장해 올게요.”“아니에요.”민여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전 지금 배가 안 고파서요.”“하지만... 여진 씨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드셨어요. 배가 안 고프다고 아무것도 안 드시면 몸이 어떻게 버티겠어요?”간호사가 걱정 어린 말투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제가 죽이라도 한 그릇 가져올게요. 일단 조금이라도 드세요. 안 그럼 나중에 환자분이 깨어나시면 마음 아파하실 거예요.”민여진은 도저히 입맛이 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로는 저녁까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한편, 표찬은 여전히 호텔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표찬은 분노를 터뜨렸다. “어떻게 된 거야? 약속한 돈은? 왜 지금까지 돈을 보내지 않는 거야? 1억 준다고 했잖아. 돈 떼먹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더니 겨우 4천만 원으로 모른 척할 생각인 거야?”표찬의 말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도 분통을 터트렸다. “네가 무슨 염치로 전화를 해? 지금 다들 너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어! 그 여자는 애당초 문채연이 아니라 그저 아무 상관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너 같은 걸 믿은 내가 병 X이지. 법원에서 고소장까지 날아왔어.”“뭐?”표찬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장난해? 그 사람은 분명 문채연이었어.”장담하듯 말했지만 표찬도 은근히 마음에 찔렸다. 그 여자가 문채연이라는 심정은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그 여자가 바로 실형을 선거 받은 문채연이라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건 그 여자가 문채연이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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