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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작가: 말린땅콩
강준은 원래부터 별아네 가족의 안위를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별아 자신이 그 살아 있는 증거였다.

‘날 이렇게 만든 남자한테 애초에 기대할 게 뭐가 있겠어.’

수지는 핏대를 세우며 혀를 찼다. 말은 거칠고, 독이 담긴 말투는 주저함이 없었다.

“하강준 그 개X식, 여자만 보면 다리 풀리는 놈이잖아. 저딴 놈이 지금 N국 가서 오로라 구경? 오로라가 제발 걔를 찍어 떨어뜨려 버렸으면 좋겠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진짜.”

수지의 말은 점점 거칠어지면서 분노를 사정없이 쏟아냈다.

“법으로 안 될까? 그런 배신한 놈들 전부 물리적으로 처벌하는 조항 하나 만들면 좋겠다. 그게 안 되면... 내가 가위 하나 사서 하강준 그거 확 잘라버릴까 봐.”

수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과격했지만, 그 속엔 분명한 연민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별아는 수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욕해도 때려도, 지금은 그런 감정조차 필요해. 하지만 현실은 다르지.’

수지는 한참 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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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남정은 이 타이밍에 강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래도 결국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강준도 우리랑 같이 가?”“저... 아직 강준 씨한텐 말 안 했어요. 어머니도 보셨잖아요. 요즘 저희는 만나기도 힘들어요.”별아의 말끝에 묘한 씁쓸함이 묻었다.남정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다 알아들은 듯한 표정이었다.“강준이 얘기는 일단 접자. 내가 애들 방한복부터 챙길게. 오랜만에 나가는 건데, 즐거운 게 제일이야.”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여행 계획은 강준에게 알리지 않았다.연말은 XY그룹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별아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소은 일로 한 번 부딪친 뒤, 별아와 강준 사이의 온도는 더 내려갔다. 별아는 가끔 ‘사랑이 옅어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사람은 감정의 동물인데, 같이 지낼수록 더 달라붙고, 더 못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얻고 나면 끝난 게임처럼 굴었다.별아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클리어’가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래도 어쩌면 지금 별아 마음이 그런 걸지도 몰랐다.‘재미가 없어지면... 지우는 거.’하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었다. 별아에겐 아이가 셋이나 있다. 진짜로 이혼까지 가면, 아이들 때문에 또 한 번 거센 싸움이 될 것이다. 머리로는 그게 너무 분명했다.별아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한 걸음씩 가 보자.’눈이 내렸다.별아는 베란다에 서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올려다봤다. 마음 한쪽이 이유 없이 축축해졌다.벽 모서리에 있는 자귀나무는 내년에 꽃을 피울까?장미는 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바람이 불었다. 별아의 머리카락에 눈이 내려앉았다. 서늘했고, 갈피를 못 잡는 기분이 들었다.그때, 별아의 몸이 갑자기 따뜻한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두툼한 모직 코트가 별아를 감쌌다. 별아의 등이 강준의 가슴 쪽에 붙었다. 따뜻한 느낌에 별아는 잠깐 ‘내가 착각하나’ 싶을 정도였다.강준

  •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제4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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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제477화

    “너희... 문제 생긴 거 아니야?”호민의 질문에 강준은 대답하지 않았다.호민에게 강준의 침묵은 거의 긍정이었다.결혼에서 제일 위험한 건, 한쪽은 말하지 않고 다른 한쪽도 묻지 않는 것이다. 별아는 원래 고집이 있는 편이었다. 게다가 둘의 결혼은 한 번 깨진 적이 있다. 별아는 그 일 이후로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호민이 강준을 똑바로 봤다.“잘 생각해. 별아가 다시 너랑 이혼하면, 너희 둘이 이번 생에 다시 이어질 일은 절대 없어.”강준이 시선을 들었다.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런 일을 절대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다.“작은 문제야. 이혼까지 갈 정도는 아니야.”호민은 짧게 말했다.“알아서 해.”...호민은 약을 자신의 지인에게 맡겼다. 검사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각각의 약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불길했다. 별아의 상태가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신호 같았다.불면증. 우울증. 유선 증식.호민은 강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말은 짧았다.[불면증, 우울증, 유선 증식. 별아 상태는... 심각해.]강준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호민이 숨을 깊게 들이켰다.[일도 중요하지. 근데 건강한 아내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강준의 목소리는 꺼질 듯이 가라앉았다.“알아.”강준이 머리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호민이 더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알면 됐다. 더 악화되게 두지 마.]...강준은 별아 회사 건물 아래로 차를 몰고 갔다.그는 운전석 창문에 기대어, 별아 회사가 있는 층의 창문을 바라봤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또 한 대를 피웠다.자정이 넘어도 별아는 나오지 않았다.남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별아는 자주 야근을 했고, 자주 작업실에서 잤다. 남정이 도설에게 별아를 잘 챙기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했다.강준은 그 아래에서 밤새 담배만 피웠다.동이 튼 뒤에야 강준은 차를 돌

  •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제476화

    별아는 차 문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내리려고 했다.강준은 화가 치밀었다. 별아를 다시 잡아 끌고 돌려 세웠다.“여보, 말 똑바로 해. 내가 어떤 여자랑 뭐가 있다는 거야? 내가 불륜이라도 저질렀어? 나 맨날 회사야. 나 진짜 죽어라 일해. 애 분유값 벌려고 뛰어.”“근데 내가 어떻게... 너는 왜... 내가 다른 여자랑 엮여도 이제 안 묻겠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별아야?”별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강준을 차갑게 쳐다봤다.“말 그대로야. 이해 못 하겠으면... 공부를 덜 했나 보지.”“여보...”강준은 더는 화를 낼 힘도 없는 듯했다.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억지로 톤을 눌렀다.“그래, 내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이야. 오늘은 그만하고, 밤에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하면 안 돼?”별아는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오늘 밤 야근이야. 너무 늦으면 회사에서 잘 거야.”말을 끝내자마자 별아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강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준에게 소은의 전화가 왔다. 핸드폰 너머로 소은은 울고불고 난리였다. 머리가 더 아파서 강준은 몇 마디 듣다가 그냥 끊어버렸다.그리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본가로 가.”“네.”가족이 본가로 다시 들어온 뒤로 집에는 사람 손이 늘었다. 집안일을 돕는 사람이 많아지니 집이 조금은 살아 있는 느낌이 났다.그래도 은준을 챙기는 일만큼은 남정이 여전히 직접 했다.남정은 강준이 들어오는 걸 보고 대충 날짜를 가늠했다. 또 20일 가까이 된 것 같았다.남정이 말했다.“너 요즘 출장이 너무 길어. 별아를 그렇게 내버려둬도 괜찮겠어?”소파에 앉은 강준은 한쪽 팔을 이마에 얹고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프로젝트가 빡빡해요. 제가 안 보고 있으면 진행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어요.”“그래도 별아를 잊으면 안 되지.” 남정은 단호했다. “사람 마음은 한쪽이 놓아버리면 금방 끝이야. 너 그거 잊지 마. 이 결혼... 어떻게 다시 이어 붙였는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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