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고치는 것을 넘어, 이전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지훈의 눈이 자신감으로 빛났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시죠. 대신, 제가 알려드리는 재활 운동을 딱 한 시간만 하고 돌아가십시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는 이정훈에게, 목과 어깨 주변의 심부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해주는 아주 간단하지만 정교한 스트레칭 동작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날 밤, 지훈은 최세연과의 약속대로 그녀의 훈련을 봐주기 위해 K 퍼포먼스 랩으로 향했다. 랩의 문을 열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려왔다.
“괜찮아요? 기사 때문에….”
“저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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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는 것을 넘어, 이전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지훈의 눈이 자신감으로 빛났다.“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시죠. 대신, 제가 알려드리는 재활 운동을 딱 한 시간만 하고 돌아가십시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그는 이정훈에게, 목과 어깨 주변의 심부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해주는 아주 간단하지만 정교한 스트레칭 동작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그날 밤, 지훈은 최세연과의 약속대로 그녀의 훈련을 봐주기 위해 K 퍼포먼스 랩으로 향했다. 랩의 문을 열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려왔다.“괜찮아요? 기사 때문에….”“저는 괜찮습니다.”지훈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스캔들로 인한 고통 대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자의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우리 훈련 시작할까요? 오늘은 드디어, 당신의 새로운 스윙으로 직접 공을 쳐보는 날입니다.”지훈의 말에, 최세연은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이 남자는 세상의 어떤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타석에 섰다.그리고 지훈이 모르는 사이. JK 그룹의 힘을 등에 업은 추적은 이미 뱀의 머리를 찾아내고 있었다.최건호 회장의 책상 위에, 최민석과 김성현 기자의 모든 비리 내역이 담긴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었다. 폭풍의 전조는 이제 지훈이 아닌, 그의 적들의 머리 위에서 시커멓게 몰려들고 있었다.대한민국 스포츠계를 집어삼킨 거대한 스캔들의 폭
그의 목소리에는 세상 모든 폭풍우를 막아줄 것 같은 절대적인 믿음이 담겨 있었다. 최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지훈은 차가운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오려던 한 사람의 여린 날개를 꺾어버린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그의 분노는 조용했지만, 그 어떤 불길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같은 시각, JK 그룹 회장실.최건호 회장은 아침 신문을 읽다 말고 책상 위에 신문을 집어 던졌다. 그의 옆에 선 비서실장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같잖은 것들이, 감히 내 손녀를 건드려?”최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방 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할 정도였다. 그가 분노한 것은 스캔들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녀를, 그리고 자신이 파트너로 인정한 사람을, 고작 망해가는 에이전시 따위가 자신들의 진흙탕 싸움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에 대한 모욕감이었다.그의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렸다. 강지훈이었다.[“회장님,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사과는 내가 받아야 할 게 아니지. 자네는 지금 내 손녀의 명예를 더럽힌 놈들에게 사과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야.”[“받아낼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말해보게.”[“이 기사의 출처와 배후를 알아봐 주십시오. 뱀을 잡으려면, 뱀의 머리를 쳐야 합니다.”]최 회장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활시위는 당기는데, 마지막 순간에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버린다는 거야. 국가대표 선발전이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대로라면 선수 생명이 끝날 판이야. 양궁 협회는 발칵 뒤집혔고 우리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지.”]최 회장은 지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 혹은 명령을 내렸다.[“고쳐내게. 3주 안에. 자네가 정말 진짜라면, 내게 결과로 증명해 보여. 성공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주지. 하지만 실패한다면….”]그는 말을 맺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서늘한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지훈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야구, 유도, 골프에 이어… 양궁. 완전히 새로운 영역, 그리고 3주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알겠습니다, 회장님. 제가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좋아. 그 배포가 마음에 들어. 결과 기대하고 있겠네.”]전화가 끊겼다. 최세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훈을 바라봤다.“괜찮으시겠어요? 저희 할아버지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분이세요.”“괜찮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으니까요.”지훈의 눈이, 새로운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번뜩였다.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는 길. 밤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지훈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자연스럽게 최세연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녀는 놀라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의 배려에 뺨을 붉히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nbs
* 저녁 식사, 그리고 다가오는 폭풍의 전조최세연이 저녁 식사를 제안한 다음 날, 강지훈의 하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하게 시작되었다.오전에는 K 퍼포먼스 랩에서 윤태웅의 재활 훈련을, 오후에는 최강 라이온즈 선수단의 비시즌 훈련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지휘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각기 다른 선수들의 신체 데이터와 운동 역학, 그리고 그들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그 모든 분주함 속에서도, 그의 마음 한편에는 저녁에 있을 ‘약속’이 희미한 파문처럼 번지고 있었다. 스물아홉.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오직 타인의 성공을 위해 달려온 지난 몇 년간, 그의 인생에서 ‘사적인 약속’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늘 누군가의 코치, 디렉터, 혹은 해결사였을 뿐, 온전한 강지훈 개인으로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너무나 낯선 일이었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옷장의 옷들을 몇 번이고 들춰보았다.같은 시각,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레지던스. 최세연 역시 지훈 못지않은 설렘과 긴장 속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레스룸을 가득 채운 화려한 옷들 앞에서,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JK 그룹의 손녀 ‘최세연’이 아닌,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골퍼 ‘최세연’으로서 그를 만나고 싶었다.그녀는 결국, 화려한 드레스 대신 단정한 블라우스와 편안한 슬랙스를 선택했다.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난 3년간, 체념과 무력감으로 그늘져 있던 얼굴에, 아주 희미하게 생기가 돌고 있었다. 강지훈. 그 남자를 만난 이후로, 멈춰있던 그녀의 세상이 아주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호텔 출입 기록, 차량 블랙박스, 통화 내역… 뭐든 좋아. ‘연인 관계’로 엮을 수 있는 건덕지를 찾아내.”그는 강지훈 개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장 소중한 관계까지 파괴하여 그를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고립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적의 거미줄이, 지훈의 주변을 서서히 옥죄어오고 있었다.지훈은 자신을 향한 위협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새로운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윤태웅의 재활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든 기적의 시작은 결국 ‘증명’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었다.K 퍼포먼스 랩.한 달간의 기초 재활을 마친 윤태웅의 몸은 놀랍도록 변해 있었다. 지훈이 설계한 정밀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몸을 짓누르던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근육 위축으로 비대칭이 심했던 상체는 다시 균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무엇보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공허함과 절망 대신, 목표를 향한 뜨거운 의지가 담겨 있었다.“오늘부터는 다시 ‘잡는’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지훈이 선언하자, 윤태웅의 눈이 커졌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자신의 영혼과도 같았던 유도복 깃을 단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다.지훈은 유도복 대신, 천장에 매달린 굵은 로프를 가리켰다.“하지만 아직 유도복을 잡을 단계는 아닙니다. 우리는 먼저, 당신의 뇌에 각인된 ‘잡는 행위 = 통증’이라는 공포의 공식을 깨뜨려야 합니다.”지훈은 시스템을 통해 그의 신경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나는 평생을 사업만 해온 사람이야. 내 눈에 사람은 둘 중 하나지. 쓸모 있는 인재, 아니면 쓸모 없는 인재. 자네는 아주 쓸모가 많은 인재 같더군. 그래서 궁금해졌어.”그의 눈이 번뜩였다.“자네의 그 기적, 값은 얼마인가? 내 손녀를 다시 필드 위에 세워주는 대가로, 자네가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이지? 돈? 명예? 아니면… 우리 JK 그룹의 후광이라도 필요한 건가?”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지훈의 속내와 그릇의 크기를 떠보려는 노회한 승부사의 시험이었다.지훈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똑바로 최 회장을 응시하며 대답했다.“제가 원하는 것은 회장님께서 주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최 회장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지훈은 방 한쪽에 놓인, 수억 원을 호가하는 달항아리 백자를 가리켰다.“저 백자는 완벽하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기에 작은 실금이 하나 가 있다면, 그 가치는 땅에 떨어지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금을 감추거나, 아예 도자기를 버릴 겁니다.”그의 시선이 다시 최 회장에게 향했다.“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저는 그 금이 간 부분에 옻칠과 금가루를 이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상처를 약점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것. 그것이 저의 방식입니다.”그는 최세연을 잠시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제가 원하는 대가는 금이 간 백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재탄생하는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 오직 그것뿐입니다. 하지만…”지훈의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