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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9 08:03:54

지훈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김민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지훈과 이현성을 번갈아 노려보다가 결국 “두고 보자!”라는 상투적인 협박을 남기고 돌아섰다.

김민철이 사라지자, 체육관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이현성은 자신을 위해 거대한 에이전시의 실장과 맞서 싸워준 지훈을 멍하니 바라봤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코치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우리가 실력으로 증명하면, 저런 부류의 인간들은 알아서 머리를 조아리게 되어 있습니다.”

지훈이 무심하게 말하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마침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장인: 물건 나왔다. 찾아가라.]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이현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쇼핑하러 갈 시간이군요.”

“쇼핑이요?”

“네. 이현성 선수의 새로운 날개를 찾으러 가야죠.”

지훈의 손에는 보이지 않는 날개가 들려 있었다. 지난 2년간 이현성을 괴롭혔던 악몽을 끝내고 그를 다시 하늘로 비상하게 만들어 줄 단 하나의 열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날아오를 시간이었다.

‘미래 수제화’의 문을 다시 열었을 때, 쿰쿰한 가죽 냄새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작업대 앞에 선 장인은 말이 없었다. 그는 흰 종이에 곱게 싸인 물건을 지훈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이현성의 미래를 바꿔놓을 단 하나의 부품이 들어있었다.

새로 제작된 인솔은 예술품에 가까웠다. 이현성의 발 모양을 완벽하게 본뜬 유려한 곡선,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는 부분은 단단한 카본 소재로, 발가락이 닿는 부분은 유연한 메모리폼으로 제작되어 기능성과 편안함을 모두 잡았다.

특히 지훈이 요구했던, 내측 세로 아치를 받쳐주는 부분의 정교함은 신의 솜씨라 할 만했다.

“내 평생 만든 물건 중에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가장 까다롭고 정교한 물건인 건 확실하다.”

장인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의 눈에는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번뜩였다.

“신어봐라.”

이현성은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의 운동화에 조심스럽게 인솔을 넣었다. 그리고 발을 집어넣는 순간, 그의 얼굴에 경탄의 빛이 서렸다.

“……!”

임시방편으로 넣었던 종이 갑과는 차원이 다른 감각이었다.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마치 원래 제 발의 일부였던 것처럼, 발바닥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중심 축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받쳐주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몇 번 발목을 돌려보고 가볍게 뛰어보았다. 땅을 딛는 모든 순간, 힘이 새어 나가지 않고 온전히 지면을 박차는 감각. 불안하게 흔들리던 몸의 중심이 완벽하게 잡혀 있었다.

“코치님… 이건…”

“이제 날개가 달렸으니, 날아오를 준비를 해야죠.”

지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장인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장인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더러 공을 받아 달라고?”

2군 훈련장의 한구석,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지 오래된 베테랑 포수 최성민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현성을 바라봤다.

최성민은 이현성이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비상하던 시절, 그의 공을 가장 많이 받았던 파트너였다. 하지만 이현성이 끝없는 부진에 빠진 후로는 함께 배터리를 이룬 기억이 없었다.

“네, 성민이 형. 딱 열 개만… 아니, 다섯 개만이라도 받아주세요.”

이현성의 간절한 부탁에 최성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현성의 몰락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지켜본 사람이었다. 천재라 불렸던 후배가 스트라이크 하나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현성아. 너 지금 무리하면 안 돼. 코칭스태프에서도 당분간은…”

“부탁드립니다, 형!”

이현성의 눈에는 예전의 불안과 절망 대신, 어떤 확신에 찬 강렬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기세에 눌린 최성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알았어. 대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그만두는 거다.”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불펜으로 향했다. 지훈은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마치 심판관처럼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성민은 익숙하게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홈플레이트 뒤에 쪼그려 앉았다.

‘또 얼마나 엉망인 공이 날아오려나… 제발 땅바닥에만 처박지 마라.’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볍게 미트를 놀렸다.

마운드에 선 이현성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감각. 이틀간의 지옥 같은 코어 훈련으로 다져진 복부와 허리의 힘.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최성민에게 사인을 보냈다.

최성민은 아무 생각 없이 미트를 한가운데에 대주었다. 어차피 제구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현성의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군더더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폭발적인 힘이 응축된 동작이었다. 그의 디딤발이 지면에 강하게 박히는 순간, 완벽하게 균형을 잡은 하체에서 생성된 힘이 허리를 타고 상체로, 그리고 채찍처럼 휘두르는 팔로 남김없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은—

쐐애애애애애액-!!!

최성민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눈앞에서 하얀 공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의 미트가 뒤로 거세게 밀려나며 고막을 찢는 듯한 파열음이 불펜을 뒤흔들었다.

“퍼어어어어엉-!!!”

“억!”

최성민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나자빠졌다. 미트를 낀 왼손 전체에 마치 전기가 흐른 것처럼 짜릿한 충격이 퍼졌다. 그는 황급히 미트를 벗었다. 손바닥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너… 너, 방금… 뭐야?”

그는 말을 더듬으며 마운드를 쳐다봤다. 이현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이나 불안이 아닌, 편안함과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그 순간, 벤치에 앉아있던 지훈의 눈앞에 푸른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피칭 분석]

구종: 포심 패스트볼

구속: 152km/h

회전수(RPM): 2,650

무브먼트: 수직 48cm, 수평 25cm

종합 평가: S급. 리그 최상위권의 위력을 가진 최상급 패스트볼.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완벽하게 회복함.

152km/h. 불과 며칠 전, 130km/h도 간신히 던지던 투수가 던진 공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였다.

최성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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