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퇴근 후 나는 포장마차 구석 자리에 몸을 묻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쓸모없는 인간이었나.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이 해남의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나 마시고 있었다.
계산을 하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사장님,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
나는 얼어붙은 듯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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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가 넘었다.편집실 모니터 불빛만이 지은이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키보드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 그 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그녀는 영상을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재생했다. 소속사 대표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흘러들어왔다.'재욱이는 절대 마약 같은 건 손댈 아이가 아니었습니다.'그 말이 귓속에 박혔다. 지은이는 재생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잠깐이었다. 다시 눈을 뜨고 타임라인을 확인했다.형사의 목소리도 다시 들었다.'적당히 하시죠.'그 눈빛이 떠올랐다. 당황을 감추려던 그 눈빛. 파일을 닫던 그 빠른 손.지은이는 볼펜을 내려놓고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잠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켰다가 껐다. 또 켰다가 내려놨다.혁수 오빠한테 전화하고 싶었다.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고 싶었다. 휴대폰이 사라졌다는 것. 형사가 통화 기록 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사실 그것보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지은이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그때 편집실 문이 열리며 은 PD가 들어왔다."아직도 있었어?""어···"은 PD는 지은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너 지금 옷 좀 봐. 며칠째 그 옷이야? 같은 여자로서 참 민망하다니까."그녀는 자신의 차림을 내려다봤다. 흰 티셔츠는 이미 바래 누런 기운이 돌았고 곳곳에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알았어. 잔소리 그만해.""제발. 씻고 좀 다녀."은 PD는 손을 흔들며 다시 편집실로 돌아갔다.지은이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니터를 한 번 더 바라봤다가 껐다.—그녀는 방송국 로비를 빠져나와 정문 앞에 섰다.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렀다. 5분 후 배차 완료 알림이 떴다.새벽 공기가 싸늘하게 얼굴을 감쌌고, 도시는 고요했다. 드문드문 지나치는 차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가로등 불빛 아래 혼자 서 있으니 문득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깨가 무거웠고, 발이 무거웠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걸
"그 이야기를 경찰에도 하셨습니까?""했습니다. 경찰도 의심은 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끝났습니다.""조사 당시 이상하다고 느끼신 점이 있었습니까?"대표가 입술을 깨물었다."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재욱이와의 통화 기록을 제출하려 했는데 담당 형사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진술이 확보됐다면서요. 그게 이상했어요. 통화 기록이 왜 필요 없겠습니까?"지은이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대표님은 박재욱 씨가 마약을 할 사람이었다고 보십니까?""절대 아닙니다."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단호해졌다."저 그 아이 십 년 넘게 봤습니다. 담배 한 개피도 피우지 않던 아이예요. 운동 관리 철저히 하고 먹는 것도 가려 먹고. 그런 아이가 왜 갑자기 마약을 했겠습니까. 말이 안 됩니다." 
다음 날 오후.지은이는 소속사 건물 앞에 서서 한 번 심호흡을 했다.어젯밤 내내 질문지를 다듬었다. 어떤 순서로 묻고 어디서 침묵을 지켜야 할지. 상대를 압박해야 할 순간과 기다려야 할 순간.기자 생활 십 년이 넘었지만 이런 긴장감은 오랜만이었다.'오늘 반드시 내가 진실을 꺼내야 한다.'그 생각 하나가 발걸음을 다시 단단하게 만들었다.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연예계의 얼굴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명 배우와 가수들의 사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속에서 지은이는 한 사람의 빈자리를 본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그도 살아 있었다면 저 벽 한쪽에서 미소 짓고 있었을 텐데.'가슴이 뻐근해졌다.대표이사실 앞에 다다른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질문지를 한 번 더 훑었다. 모든 질문이 눈에 익었다. 하지만 다시 읽었다. 실수는 없어야 했다.잠시 후 대표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아닙니다.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차분하고 따뜻한 그녀의 목소리는 상대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것 같았다. 기자로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기술이었다. 상대가 마음을 열어야 진실이 나온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럼 바로 시작할까요?""네, 그러시죠."지은이는 녹음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혹시 녹음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대표는 잠시 녹음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상관 없습니다."그 대답을 확인하며 지은이는 버튼을 눌렀다. 빨간 불빛이 켜졌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지은이는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박재욱과 처음 인연이 된 계기, 소속사에 들어오게 된 과정, 활동했던 드라마와 작품들. 대표는 비교적 편안하게 대답했다.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그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대표님, 박재욱 씨가 태양그룹 둘째 딸과 사건이 있었던 그날 함께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돌직구였다.소속사 대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동자가 흔들렸고
며칠 후, 그녀는 방송 제안서를 팀장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손끝이 떨렸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했다. 이건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기자 인생을 걸 만한 승부수였다. 어젯밤 내내 다듬고 또 다듬은 제안서였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이 떨리는 건 긴장 때문이 아니라 확신 때문이었다.팀장은 서류를 들춰보다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양 기자, 이거 언제적 사건인데··· 대체 왜 꺼내려는 거야?""팀장님, 이건 지금도 온라인에서 완전히 뜨거운 이슈예요. 묻어둘 일이 아닙니다.""내용은 인정한다. 하지만 상대가 재벌이잖아. 그것도 태양그룹. 우리 방송국 광고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야."지은이의 눈매가 매섭게 가늘어졌다."지금··· 광고주 눈치 보자는 겁니까?"
나는 천천히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냈다.말없이 두 사람 앞으로 밀어내며 짧게 말했다."이게 내가 말했던 자료야."지은이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페이지 위를 따라 움직이다가 점점 굳어졌다. 종이 모서리를 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고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처음엔 집중하는 눈빛이었다가 이내 뭔가를 참는 눈빛으로 변했다.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그녀는 잠시 서류를 내려놓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김청아가 범인이라는 거네."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정말 할 수 있겠어? 재벌은 네가 아는 세상과 달라. 그들은 우리와 같은 규칙으로 움직이지 않아. 섣불리 건드리다간 기사 한 줄 나오기도 전에 막혀. 네 이름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민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을 때 냉정하고 무거웠다."마지막 문자 시간이 언제야?""재욱이 사망 당일 오후 두 시.""1203호에 들어간 시간은?""CCTV 기록상 오후 세 시 십 분."민호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한 시간 차이네. 문자를 받고 간 거야."잠시 침묵이 흘렀다. 민호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그 문자가 청아가 보낸 거 확실해?""발신 기록에 남아 있어.""그럼 청아가 그날 그 방에 불러들인 거네.""맞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