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잠시 침묵이 흐른 뒤 회장님이 누군가를 불렀다.
"난티아."
그 부름에 그녀가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익숙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그 눈빛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난티아는 회장님 옆에 서서 눈을 내리깔았다.
나는 이미 회장님의 마음이 그녀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들어서는 것 자체로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그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식탁 위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회장님이 누군가를 불렀다."난티아."그 부름에 그녀가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익숙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그 눈빛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난티아는 회장님 옆에 서서 눈을 내리깔았다.나는 이미 회장님의 마음이 그녀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들어서는 것 자체로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그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식탁 위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수아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민호는 어색하게 시선을 내렸고, 지은이는 숨을 참으며 회장님을 바라봤다.회장님은 모두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난티아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그 순간 공간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식탁 위의 음식들이 그대로였지만 그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태양호텔을 맡은 후 실적은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다.미국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와 지원이 물처럼 흘러들어왔고, 그 흐름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호텔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약률이 조금씩 올라갔고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직 완전한 회복은 아니었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했다.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검토하던 중 회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오늘 저녁 며느리랑 같이 집으로 오거라."나는 잠시 머뭇하다가 차분히 대답했다."네, 아버님."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단순한 식사 자리라면 이렇게 직접 전화를 하실 분이 아니었다.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보고서를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퇴근 후 나는 지은이를 태우고 회장님 댁으로 향했다.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도로를 달리며 지은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가게 안은 점심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지은이는 한 사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손을 들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을 불러 최고급 한우와 술을 주문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그녀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을 꺼냈다."요즘 회장님이 김혁수 부회장을 무척 신임하시더군. 머지않아 총수 자리에 앉을 거 같아."지은이는 능청스럽게 받아쳤다."아시다시피 김수아 부회장님도 계시잖아요. 쉽지 않을 겁니다."한 사장은 비웃듯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수아는 욕심만 많지."조카를 이렇게 쉽게 내뱉는 사람이 그 조카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게 아이러니했다."한 사장님 같은 분이 제 남편을 도와주신다면 경영 승계에 큰 힘이 될 텐데요."그는 웃으며 오만하게 말했다.
며칠 뒤.사무실로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퀵서비스 기사였다. 그녀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양지은 기자님 되십니까?""네.""서명 부탁드립니다."봉투를 받아 들고 사인을 남겼다. 남자가 나가고 나서 지은이는 봉투를 뒤집어봤다. 발신인 주소가 없었다.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봉투를 뜯었다.안에는 USB 하나가 들어 있었다. 작고 검은 USB였다. 지은이는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잠시 바라봤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숨을 고르며 노트북에 꽂았다.파일이 하나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클릭했다.
그의 눈빛이 지은이를 향하자, 필리핀에서 마주했던 그 서늘한 시선이 겹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감정을 눌러냈다.남자는 변호사를 향해 말했다."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남자는 숨을 고르듯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기자님. 그때 그 일······ 정말 죄송했습니다."지은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사과는 됐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 하셨죠."그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알기로 기자님이 태양그룹 며느리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자회견장.단상에 서는 순간 수십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지며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이크가 빽빽하게 꽂힌 단상 앞에 서자 회의장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마이크 앞에 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내 목소리가 회의장 천장을 울리듯 번져나가자 잠시 플래시 세례가 멈추는 것 같았고, 기자들의 펜 끝이 잠잠해졌다."이번 사태는 내부 관리 감독 부재에서 비롯된 명백한 저의 책임입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첫 번째 질문이 날아왔다."책임을 인정하신다면 자진 사퇴 의향은 없으십니까?"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