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닮은 달

태양을 닮은 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By:  선넘음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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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 태어난 남자, 재벌3세와 얽히다. 홍등가에서 나고 자라,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검사가 된 김혁수. 그런 그를 차로 친 사람은, 하필 태양그룹 회장의 딸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녀에게 자꾸만 흔들리는 이 마음은 대체 뭘까. 신분도, 세계도 다른 두 사람. 자꾸만 마주치는 이 우연이, 정말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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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물었다.

홍등가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검사가 되고 태양그룹까지 들어가게 됐냐고.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짧게 답했다.

"그냥, 살아남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누구에게도 다 풀어놓지 못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

내 이름은 김혁수.

서울 화양리에서 태어났다.

붉은 네온이 밤을 물들이는 그 거리에서, 나는 첫 울음을 터뜨렸다. 거기선 낮이 거짓말 같았다. 태양이 지는 순간, 진짜 얼굴들이 골목을 채웠다. 화장기 짙은 얼굴들, 취기에 물든 웃음, 도무지 알 수 없는 울음소리. 모든 것이 뒤엉킨 채 깜빡이는 간판 불빛 아래에서 나는 자라났다.

엄마는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나에게 엄마는, 늘 높은 하이힐을 신고 새벽에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내가 눈을 뜨면 그녀는 자고 있었고, 내가 잠들 때면 항상 옆에 없었다. 그래도, 내게 유일한 사람이었다.

엄마에게도 한때는 전혀 다른 삶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 역시 굳이 캐묻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모들과 삼촌들이 자연스레 내 가족이 되었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손길은 따뜻했고 밥상엔 언제나 내 자리가 하나 비워져 있었다.

삼촌은 늘 그렇듯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혁수 왔어?"

"네."

가방을 내려놓고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이모가 밥을 퍼주고 있었고, 삼촌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다가왔다.

"오늘은 또 뭐 배웠냐? 아직도 분수 그런 거 해?"

"네, 근데 너무 어려워요. 머리 아파요."

삼촌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내 앞에 앉아 손등으로 툭, 내 머리를 가볍게 쳤다.

"야, 원래 공부는 재미없어야 하는 거야. 재미있으면 그건 게임이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해. 우리처럼 살지 않으려면... 알겠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삼촌의 말 속에 묻은 무게를, 어린 마음에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삼촌, 성공하면 어디서 살아요?"

삼촌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고 허공을 잠깐 바라봤다. 그러곤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다. 나도 좋은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근데 여기만 아니면 다 괜찮지 않을까?"

삼촌은 내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잘 될 거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어쩐지 약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새벽 세 시쯤이었을까.

꿈을 헤매던 귓가에 '끼익'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스며들었다. 익숙한 하이힐 소리가 좁은 현관을 지나 거실 바닥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엄마였다.

나는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켜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주방 쪽으로 희미한 형광등 빛만 새어 나왔다. 엄마는 코트를 벗으려 하고 있었다. 손끝이 떨리는지 옷자락이 자꾸 흘러내렸다.

오늘따라 더 작아 보였다.

"엄마··· 왔어요?"

"깼어? 미안해, 조용히 들어온다고 했는데."

"괜찮아요."

그녀의 화장은 흐트러졌고, 눈가는 번져 있었다. 오늘은 평소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딘가 더 깊이 무너진 듯한 기운이었다.

나는 말없이 주방으로 가 전기포트를 올렸다. 따뜻한 물을 담아 건네자, 엄마는 두 손으로 컵을 감싼 채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그냥··· 이상한 손님 때문에 좀 피곤해서."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이 너무 많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한참 만에 엄마가 나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너는 꼭 여기를 벗어나야 해. 알았지?"

자기 자신에게도 하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천천히 엄마 곁으로 다가가 앉아 조용히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가웠고,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빠 궁금하지 않어?"

그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엄마만 있으면 돼요."

엄마는 한숨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중에라도, 아빠는 절대 찾지 마라. 그 사람한테··· 지금 우리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다."

원망과 미련, 그리고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섞인 말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댔다.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탱해주는 어른이 되기로.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어른스러워 슬펐다. 나는 아직 그런 무게를 짊어질 준비가 안 된 아이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라났다. 엄마가 울던 밤에 등을 조용히 두드려주던 기억들 — 그 조용한 밤들이 내 유년의 전부가 되었다.

엄마는 어느새 잠든 듯 고요해졌고, 나는 조심스레 그녀를 부축해 방으로 옮겼다.

나는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혼자 어두운 거실에 앉아,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오래도록 들었다.

엄마에게 어떤 시간이 있었는지, 나는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 시간을 알게 된 건,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

서울에 재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결국 내가 태어나 자란 이 골목도 그 한복판에 휘말리고 말았다.

붉은 네온사인이 깜빡이던 골목, 삼촌이 담배 연기를 내뿜던 낡은 플라스틱 의자, 이모가 밥을 퍼주던 작은 주방. 그 모든 것들이 이제 사라질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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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물었다.홍등가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검사가 되고 태양그룹까지 들어가게 됐냐고.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짧게 답했다."그냥, 살아남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누구에게도 다 풀어놓지 못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내 이름은 김혁수.서울 화양리에서 태어났다.붉은 네온이 밤을 물들이는 그 거리에서, 나는 첫 울음을 터뜨렸다. 거기선 낮이 거짓말 같았다. 태양이 지는 순간, 진짜 얼굴들이 골목을 채웠다. 화장기 짙은 얼굴들, 취기에 물든 웃음, 도무지 알 수 없는 울음소리. 모든 것이 뒤엉킨 채 깜빡이는 간판 불빛 아래에서 나는 자라났다.엄마는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나에게 엄마는, 늘 높은 하이힐을 신고 새벽에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내가 눈을 뜨면 그녀는 자고 있었고, 내가 잠들 때면 항상 옆에 없었다. 그래도, 내게 유일한 사람이었다.엄마에게도 한때는 전혀 다른 삶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 역시 굳이 캐묻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그곳에서 일하는 이모들과 삼촌들이 자연스레 내 가족이 되었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손길은 따뜻했고 밥상엔 언제나 내 자리가 하나 비워져 있었다.삼촌은 늘 그렇듯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혁수 왔어?""네."가방을 내려놓고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이모가 밥을 퍼주고 있었고, 삼촌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다가왔다."오늘은 또 뭐 배웠냐? 아직도 분수 그런 거 해?""네, 근데 너무 어려워요. 머리 아파요."삼촌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내 앞에 앉아 손등으로 툭, 내 머리를 가볍게 쳤다."야, 원래 공부는 재미없어야 하는 거야. 재미있으면 그건 게임이지."잠시 말을 멈추더니,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도 열심히 해야 해. 우리처럼 살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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