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계정이 해킹당했거나 단체로 돌린 메시지인 줄 알았어. 그래서 답장하지 않았는데.”허경빈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송지아는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졸더니 어느새 잠든 듯 조용해졌다.허경빈은 차의 속도를 조금 낮췄다. 신호등에 걸려 차가 멈추자 잠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단체 채팅방에서는 방주헌이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야 한다며 온갖 절규를 쏟아 내고 있었다.허경빈은 방주헌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주헌아, 어떤 여자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남자의 머리카락을 몽땅 뜯어 대머리로 만드는 게 꿈이었다면, 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 어떤 존재일까?]답장은 곧바로 도착했다.[송지아 말하는 거야?]허경빈이 단체 채팅방에 물어보지 않은 이유는 육강민과 하이석을 비롯한 친구들이 지나치게 눈치가 빠르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방주헌조차 단번에 송지아를 떠올릴 줄은 몰랐다.방주헌은 신이 나서 말을 이어 갔다.[송씨 집안 공주님이 널 정말 지독하게 싫어한다는 뜻이지. 경빈아, 대체 어린 시절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줬으면 아직도 저러겠냐? 너는 이제 끝났어. 공주님이 그렇게까지 뒤끝이 있을 줄은 몰랐네. 차라리 출가해서 평생 참회하는 게 어때? 삼촌도 너한테 절 하나 지어 주려고 하셨잖아.]허경빈은 당장이라도 휴대전화를 타고 넘어가 방주헌을 두들겨 패고 싶었다.차가 송씨 저택 앞에 멈추자 송지아가 눈을 떴다.잠깐이라도 눈을 붙인 덕분인지 조금 전보다 정신이 맑아 보였다.“오늘 고마웠어.”“괜찮아.”“시간이 너무 늦어서 차 한잔하고 가라는 말은 못 하겠다.”어느덧 밤 열한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허경빈도 송씨 집안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지난번 이 집에 왔을 때는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숨어 있어야 했다. 꼭 남몰래 밀회하다 들킨 사람처럼 가슴을 졸이다 답답해 죽을 뻔했는데, 다시 들어갈 엄두가 날 리 없었다.그래도 그는 차에서 내려 송지아가 집 안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보았다.그때 어두웠던 거실에 갑자기 불이 켜지고 현관문이
순간 두 사람의 숨결이 가까이 얽혔다.송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가느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허경빈의 얼굴은 시야를 온통 차지할 만큼 크게 느껴졌다.호텔 복도에는 따뜻한 노란빛이 은은하게 번지고 있었다. 흐릿하게 내려앉은 조명은 시야를 몽롱하게 만들고 감각마저 뒤섞어 놓았다.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기류가 두 사람 사이를 거리낌 없이 가득 채웠다.숨이 막힐 만큼 아찔해 얼굴이 달아올랐다.허경빈은 지나치게 가까이 있었다. 때로는 얕고, 때로는 조금 무겁게 흩어지는 그의 숨결은 마치 보이지 않는 입맞춤처럼 송지아의 코끝을 살며시 스쳤다.하지만 취기로 머리가 몽롱한 송지아는 그 분위기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허경빈의 머리 위에서 높이를 재듯 두어 번 움직이더니 느닷없이 물었다.“내가 초등학생 때 어떤 꿈을 꿨는지 알아?”“상 받는 거?”허경빈이 묻자 송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난 해마다 상을 받았는데? 그건 꿈이라고 할 수 없지.”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송지아는 늘 모범생이었다. 상장을 받는 일은 그녀에게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었다.그런 것을 꿈으로 삼을 사람은 오히려 허경빈 쪽이었다.“내가 몰래 알려 줄게.”송지아가 은밀한 비밀이라도 들려주려는 듯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찰나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다시 좁아졌다.서로의 심장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릴 만큼 가까웠다. 귓가에 얽히는 숨결은 점점 뜨거워졌고, 그 안에는 옅은 술 향마저 섞여 있었다.이윽고 송지아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내 꿈은 네 머리카락을 몽땅 뜯어내는 거였어.”그녀의 목소리에는 철없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그래서 널 꼬마 대머리로 만드는 거.”허경빈이 학창 시절 툭하면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당겼으니, 그런 꿈을 품을 만도 했다.허경빈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사실 초등학생 때만 그런 게 아니야.”송지아가 진지하게 덧붙였다.“지금도 내 꿈은 똑같아.”송지아는
그러더니 송지아가 허경빈을 향해 손짓했다.그 몸짓을 보는 순간 허경빈은 육강민이 집에서 기르는 행복이를 부를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자신을 강아지처럼 부르는 건가?허경빈은 못마땅한 듯 콧방귀를 뀌었지만, 결국 순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송지아는 통화 중이던 휴대전화를 그에게 내밀었다.“우리 오빠야. 네가 받아서 나 정말 많이 안 마셨다고 말해 줘.”허경빈은 순간 굳어 버렸다.학창 시절 송지아의 오빠가 자신을 찾아 교실까지 쳐들어왔던 일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 선생님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얼굴이 퉁퉁 붓도록 얻어맞았을지도 모른다.젠장.하필이면 그녀의 오빠와 통화해야 한다고?허경빈은 긴장한 듯 목을 가다듬고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여보세요?”“안녕하세요. 송지아의 오빠입니다. 지아가 오늘 술을 많이 마셨습니까?”“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았습니다.”“설이라 집에서 일하는 기사들도 모두 쉬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저녁에는 일이 있어 데리러 갈 수가 없어서요. 가능하다면 동창 중 한 분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다음에 지아 동창분들께 제가 식사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허경빈이 휴대전화를 돌려주자 송씨 남매는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에야 통화를 끝냈다.송지아는 그제야 작은 얼굴을 들어 허경빈을 올려다보았다.“허경빈? 넌 여기 왜 왔어?”술기운이 밴 목소리는 나른하고 부드러웠다. 평소와 달리 한없이 말랑하고 천진한 음색에는 은근히 응석을 부리는 듯한 기색까지 묻어났다.마치 고양이의 보드라운 발톱이 마음속을 쉴 새 없이 간질이는 것 같았다.허경빈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숨결이 조금씩 무거워졌다.목울대가 천천히 오르내렸다.목구멍 안쪽이 견딜 수 없이 간지러웠다.“그냥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어.”허경빈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이제 돌아가자.”“응.”송지아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벽에서 몸을 떼고 똑바
호텔 룸 안에서는 동창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지난 세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이 많았지만,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학창 시절에 맺은 인연은 이해관계가 적고 순수했던 만큼, 몇 마디만 나누어도 예전의 친밀함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났다.그때 허경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아버지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네, 아버지.”“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술 마시지 마.”“안 마셨어요.”“그리고, 저기…”허진강이 괜히 헛기침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오늘 밤에는 집에 들어오는 거지?”허경빈은 황당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자신이 집에 안 들어가면 대체 어디에서 잔단 말인가?전화를 끊자 동창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놀려 댔다.“경빈이 형, 설마 여자 친구가 어디냐고 확인하려고 전화한 거예요?”“우리한테 밥 사는 게 아까워서 연애하는 것도 숨기는 것 아니에요?”허경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정말 아니야. 아버지한테 온 전화였어. 걱정하지 마. 나한테 여자 친구가 생기면 당연히 한턱낼 테니까. 내가 그 정도 돈을 아낄 사람은 아니잖아.”한턱내겠다는 말을 듣자 사람들은 신이 나서 허경빈의 짝을 찾아 주겠다고 나섰다.“그래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허경빈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한 동창이 식탁에 앉은 여자들을 차례로 가리켰다.“쉽게 물어볼게. 이효주처럼 화려하고 시원한 미인이 좋아? 아니면 송지아처럼 분위기 있고 우아한 스타일? 그것도 아니면 손시정처럼 얌전하고 귀여운 스타일?”허경빈은 세 여자를 차례로 바라보았다.모두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곁에 앉은 송지아에게 머물렀다.송지아는 목선이 낮게 파인 밀크티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올려 묶어, 가늘고 우아한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어렴풋이 기억하기로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와 발레를 배웠다.그 덕분인지 자세와 몸가짐이 반듯했고, 특유의 기품도 자연스럽게
그 순간 허경빈은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설 연휴에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먼저 후보에서 제외한 작품이 바로 ‘부니 베어’였다.설도윤, 이 사람 제정신인 건가?여자와 데이트하면서 고른 영화가 겨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아니면 송지아가 좋아해서 함께 본 건가?“아, 정말 미치겠네!”허경빈이 집 안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곁에 있던 고양이가 화들짝 놀랐고, 허진강도 아들의 난데없는 행동에 움찔했다.“경빈아, 너 왜 그러니? 요즘 보니 신경이 많이 쇠약해진 것 같은데, 아빠랑 신경과에 한번 가 볼래?”“아무 일도 없어요. 저 아주 멀쩡해요.”허경빈이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발작하듯 소리를 질러?”발작이라니.허경빈도 자신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정말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영화관까지 찾아가지 않았는가.그는 한동안 사람을 시켜 설도윤을 지켜보게 했다. 하지만 설도윤이 다른 여자와 만나는 모습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결국 손에 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무엇보다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송씨 집안의 일에 끼어든단 말인가.설 다음 날부터는 친척과 지인들을 찾아다니느라 하루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그 기간 허경빈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일은 따로 있었다.친척들과 함께 식사할 때,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그를 어린아이들 식탁에 앉힌 것이다.명백한 차별이었다!그러는 동안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과도 한 차례 가볍게 모였다.식사를 마친 뒤 육씨 집안의 세 아이가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하자 허경빈도 따라갔다. 공교롭게도 아이들이 고른 작품은 ‘부니 베어’였다.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정월 초엿새에는 아무런 일정도 잡지 않았다. 다음 날이면 다시 출근해야 했기에 집에서 푹 쉬려던 참이었다.그런데 휴대전화가 연달아 진동했다. 동창 단체 채팅방에서 모임 이야기가 한창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 또다시 허경빈을 태그했다.[경빈이
서은주는 딸에게 옷을 제대로 입혀 준 뒤,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예쁘게 묶어 주었다.단장을 마친 육민찬과 육수린은 손을 꼭 잡고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기 시작했다.한편 연우진은 육남혁이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네가 한번 해 볼래?”육남혁이 아들을 바라보며 묻자 연우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내가 동생 기저귀를 갈 때마다 계속 쳐다보기에 직접 해 보고 싶은 줄 알았는데.”“해 보고 싶기는 해요.”연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털어놓았다.“그런데 동생이 응가했을 때는 냄새가 너무 심해요.”아이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저는 하루에 한 번만 하는데, 동생은 왜 하루에도 그렇게 여러 번 응가해요?”육남혁은 말문이 막혔다.모르는 것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아들을 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었다.하지만 하필 설날 아침부터 아들과 응가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때 연주가 태연하게 한마디 던졌다.“넌 갓난아기였을 때 동생보다 더 자주 응가했어.”이번에는 연우진이 입을 다물었다.육남혁이 막내아들의 기저귀를 모두 갈아 준 순간, 마침 육민찬이 육수린의 손을 잡고 새해 인사를 하러 들어왔다.연주는 남편에게 미리 준비해 둔 세뱃돈 봉투를 아이들에게 건네주라는 눈짓을 보냈다.그런데 육민찬이 먼저 자기 세뱃돈 봉투 하나를 꺼내 육시안의 작은 손에 쥐여 주었다.“동생아, 새해 복 많이 받아.”그는 연주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동생한테 입 맞춰도 돼요?”“그럼.”허락을 받은 육민찬은 육시안의 말랑한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그 모습을 본 육수린도 곧바로 오빠를 따라 했다. 등에 멘 토끼 가방에서 세뱃돈 봉투를 꺼내 육시안에게 건네고는 조심스럽게 뺨을 맞댔다.집안의 막내인 육시안은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육강민과 서은주는 세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놀러 나갔다. 육남혁 부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