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일설연우
황제가 오기로 되어 있으니 봉구안은 마지못해 다시 치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상이 긴장한 탓인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세 번째로 두피에서 통증이 느껴졌을 때, 봉구안은 더는 참지 못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나가 있거라.”

스승님 밑에서 변장술을 익힐 때 단장하는 법도 많이 익혔기에 그녀는 손쉽게 머리를 원래대로 복구했다.

연상은 그녀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마, 제가 한 것보다 더 예쁘네요.”

그렇게 그들이 황제를 맞을 준비까지 다 마쳤을 때, 밖에서 전갈이 왔다.

“마마, 황귀비마마께서 두통이 재발했다고 하여 폐하께서는 영소전으로 가셨사옵니다.”

연상은 입만 뻐금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필 황제가 궁으로 복귀하자마자 두통이 재발하다니!

황귀비의 뻔한 수가 엿보였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봉구안은 황귀비 얘기가 나오자 죽은 동생 봉장미가 떠올랐다.

‘장미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가 복수해 줄게!’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을 파악해야 하는 법.

황귀비는 장기간 독보적인 총애를 받아왔으니 신변에 분명 무예가 강한 호위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경솔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한편, 자녕궁.

태후는 염주를 손에 쥐고 더듬으며 화를 삭히고 있었다.

“혼인 첫날밤에 서왕을 신랑 대역으로 세웠다니!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더냐! 황상이 이런 황당무계한 일을 벌일 때까지 너희는 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

궁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소인은 정말 몰랐사옵니다.”

황제가 유아독존에 제멋대로인 게 하루이틀이 아니고 태후의 말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 가는 천하 백성들에게 태후가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고 비난 받을 판이었다.

태후는 화가 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서럽고 무기력함에 빠졌다.

“내 비록 황상의 생모는 아니지만 현명한 군왕으로 가르치려고 노심초사했건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모습을 본 시종들은 태후가 안타깝고 황제가 불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소식이 또 들려왔다.

“태후마마, 폐하께서 궁으로 복귀하시고 바로 영소전으로 가셨사옵니다.”

“황당하군!”

태후는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쳤다.

“그 요사한 것이 오늘 같은 날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황제를 불러냈단 말이냐!”

태후는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없고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황귀비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봉가의 딸이라 하여 봉장미에게 그래도 기대했는데 이런 상황에도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무능하고 약해 빠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봉장미를 이용해 황귀비를 견제하려던 태후의 바람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태후뿐이 아니라 다른 비빈들의 생각도 똑같았다.

그 시각 몇몇 친하게 지내는 비빈들은 한곳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혼인 첫날밤에도 폐하의 은총을 받지 못 하다니. 결국 귀비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황후가 되겠네요.”

청색 의상을 입은 여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황후마마도 참 가엾은 분이야. 동하야, 내일 이 옥부채를 마마께 가져다드리거라.”

“예, 마마.”

옆에 있던 여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중에 영비마마를 가장 닮은 사람이 황귀비니까 총애를 받는 건 당연하지. 황후께서 현명한 분이라면 폐하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일로 소란을 부린다면…”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시종이 달려와서 소식을 전했다.

“마마님들, 금방 들은 소식인데 황후께서 영소전으로 가셨다고 하옵니다.”

여인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야.”

“현명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지!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폐하의 미움밖에 더 사곘어?”

“어차피 일이 커져도 폐하께서는 황귀비를 편애하실 건데 황후께서는 왜 굳이 험난한 길을 자초하신 걸까?”

후궁의 비빈들은 현명하고 유능한 황후를 기대했다. 역대 봉가의 황후들처럼 후궁을 잘 다스려 평화가 찾아오고 비빈들이 합심하여 황제의 시중을 드는 그런 태평 성세를 기대한 것이다. 그들은 후궁에 총애를 위한 피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들은 헛된 기대를 했다고 생각했다.

황귀비가 그리 대단한 계략을 쓴 것도 아닌데 참을성 없는 황후가 꾀에 넘어갔다고 다들 생각했다.

영소전.

봉구안은 혼례식 때 입었던 예복을 그대로 입고 머리에는 왕관을 쓴 채, 근엄한 자태를 뽐내며 문 앞에 서 있었다.

황귀비의 농간에 신혼밤이 엉망이 된 황후이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황제가 신혼방에 버려두고 간 셈이니 정장적인 여자라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텐데 왜 굳이 찾아와서 모욕을 자처하는 것일까?

용소전을 지키는 호위는 그녀가 황제에게 합방을 애원하러 온 줄로 알고 먼저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황귀비마마께서는 지금 안에서 태의의 진료를 받고 계십니다. 치료에 방해되지 않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으니 부디 돌아가 주시지요.”

오늘부터 황후의 시중을 들기로 한 최 상궁이 간곡한 말투로 말했다.

“마마, 이러셔도 소용없습니다. 후궁의 모든 일은 황귀비에게 우선권이 돌아갑니다. 이 시간에 폐하를 알현해도 폐하께서는 절대…”

달빛 아래, 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담담히 되물었다.

“내가 폐하를 알현하러 왔다고 누가 그랬느냐?”

사람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들 그럼 여긴 왜 왔냐는 눈빛이었다.

풍경을 보러 온 건 당연히 아닐 테고 황제가 귀비를 얼마나 총애하는지 확인하러 온 걸까?

봉구안이 눈짓하자 연상이 나무 상자 하나를 호위에게 건넸다.

“황귀비의 두통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약을 주려고 왔을 뿐이다. 이건 내 오라버니께서 변방에 나가 계실 때 우연히 얻은 귀한 두통약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고 들었다. 가져가서 황귀비에게 전하거라.”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황후가 이렇게까지 아량이 넓은 분이었다고?’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일부러 황제의 환심을 사려고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호위는 잠시 주저하다가 안으로 들어가 명을 전했다.

잠시 후, 안에서 나온 태의가 약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건 정말 구하기 어려운 귀한 약이로군요!”

태의가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지나서 태감 한 명이 밖으로 나와 공손히 봉구안에게 말했다.

“마마, 황귀비께서는 약을 드시고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폐하께서는 마마의 마음을 좋게 사시어 이따가 황후궁으로 드실 테니 밤시중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태감은 황후가 이 소식을 들으면 무척 기뻐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봉구안 본인은 전혀 기쁜 내색이 없었다.

‘남강인들보다 뻔뻔한 황제로군. 밤시중을 무슨 큰 포상처럼 얘기하다니.’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Mga Comments (4)
goodnovel comment avatar
원용자(202432126)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는 글 올려주시는군요 감사하고요 잘보고있습니다 보고또보고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0. AM 11:21
goodnovel comment avatar
노지원
무협드라마를 보는것같아요
Tignan lahat ng Komento

Pinakabagong kabanata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470화

    원부, 본채. 원 노인은 한창 명상을 하고 있었다.그러던 와중 한 하인이 들어와 아뢰었다. “어르신, 태자 전하께서 남제인에 납치되어 행방이 묘연하다 합니다.” 원 노인은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큰일이 벌어졌단 말이냐? 천향루 쪽 상황은 어떻느냐?”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이 일에 과연 소무가 관련되어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인이 아뢰었다. “도련님께서는 그날 이후 줄곧 천향루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밖으로 나간 건, 그날 한 번뿐입니다.” 그 ‘그날’이란, 원탁이 구조된 바로 그 날이었다. 원 노인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원탁의 실종은 틀림없이 소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직접 천향루에 가서, 그놈을 잡아오너라! 밧줄로 꽁꽁 묶어서라도!” “예, 어르신!” 밤이 되었다. 소무는 마대에 갇힌 채로 본채로 끌려왔다. 움직이는 마대를 보고 원 노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장 마대를 치우거라.” 사람을 데려오라 했지, 마대에 씌워 데려오란 말은 안 했거늘. 숨이라도 막히면 어쩔 셈인가! 하인은 등줄기에 한기 느끼며 즉시 마대를 칼로 찢었다. 소무의 머리가 마대 밖으로 나왔다. 입안에는 누더기 천이 틀어박혀 있었고, 눈은 멍한 채로 원 노인을 바라보았다. 원 노인은 얼굴을 외면하며 하인을 흘겨보았다. 하인은 재빨리 소무의 입에 물려 있던 천을 꺼냈다. 소무는 입이 풀리자마자 외쳤다. “이봐요! 절 대체 왜 잡아온 거죠? 죽이든가 찌르든가, 그냥 시원하게 하시지!” 원 노인은 냉랭히 물었다. “태자가 사라졌다. 너희 짓이더냐?” 소무는 방금 막 이 이야기를 들은 참이었다. 그러나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분명 사형이 꾸민 일이리라. “모, 모르겠는데요…” “이놈의 가죽을 벗겨라!” 원 노인이 호통쳤다. 순간, 소무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하…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의 외손자예요! 절 그렇게 다루시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슬퍼하시겠어요!” 원 노인은 겁주려던 것이었는데, ‘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469화

    한 신의가 갑작스레 기침을 터뜨렸다.“콜록, 콜록…”그러나 봉구안은 곧 본론으로 되돌아왔다.“이건 명적이다. 잘 간직해 두었다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쏘거라. 그럼 그때 내가 사람을 보내 찾겠다.”신의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짓을 주고받았다.그녀가 소욱을 데리고 그냥 도망쳐버릴까 봐 두려운 눈치였다.하지만 지금은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일단은 도망치는 것이 우선이었다.사현진은 아까 신의가 하다 만 말을 떠올렸다.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그러다 봉구안이 그를 재촉했다.“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출발합시다!”……원부, 서원 안.황천에게서 전갈을 받은 후, 소황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 냉담했다.“모두 도망쳤다고? 태자도 찾지 못했단 말이냐?”“예, 태자 전하 역시 자취를 감췄습니다.”“허, 그 넓은 장원에서 그 많은 인원이 전부 사라졌다니, 참으로 대단한 수완이로군.”소황은 냉소를 흘리며 황천의 무능함에 불만을 드러냈다.부하가 조심스레 의견을 내비쳤다.“그 장원 안에 밀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황 대인은 밀도를 찾고 있긴 한가?”“현재 수색 중이오나, 아직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소황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계속 수색하게 하라! 땅을 세 자 깊이로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내라!”“그리고 마차를 준비해라. 내가 직접 궁에 들어가 폐하를 뵐 것이다.”황궁.황제는 소황이 들어오는 순간, 그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아차렸다.“남제 황제는 붙잡았느냐?”황제는 용상에 앉아 위엄 있게 물었다.소황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답했다.“폐하, 과연 태자 전하께서 남제의 간첩들과 결탁하여 함께 도주하셨습니다.”황제의 안색이 즉각 어두워졌다.“망언이다! 태자가 어찌 그리 어리석을 수 있단 말이냐!”“소황, 네가 착오한 것은 아니겠지?”소황은 단호하게 말했다.“아닙니다.”“황 대인이 직접, 태자 전하께서 그들과 함께 도주하는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물론… 어쩌면 태자 전하께서 협박을 당했을 수도 있사오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468화

    한 나라의 태자임에도, 사현진은 봉구안에게 호되게 호통을 맞고는 멍하니 굳어버렸다.그는 태어나서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런 식으로 고함을 들은 적이 없었다.소욱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별다른 반응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신의들이 중요한 약재들과 함께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그들 역시 바깥의 소란을 들었다.“전하, 무슨 간첩이 있단 말입니까? 이 장원 안에 남제 간첩이 있다뇨?”봉구안은 입을 꾹 다물고 대꾸하지 않았다.곧 낮게 말했다.“일단 밀도로 갑시다.”사현진은 즉시 그들을 데리고 움직였다.밀도의 입구는 후원의 가산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사현진이 기계를 작동시키자, 가짜 문이 옆으로 움직이며 지하 통로의 입구가 드러났다.일행은 차례로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외부 정찰을 나갔던 호위가 돌아왔다.“전하, 병력을 이끄는 자는 황 대인입니다.”사현진은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봉구안은 물었다.“황 대인의 관직은 몇 품입니까? 조정 내에서 어느 파에 속해 있죠?”방금 전 호통에 기가 죽은 탓인지, 사현진은 이번엔 곧장 대답했다.“종오품이며, 별다른 파벌은 없습니다.”태자로서 조정 인물들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었다.그가 말을 마치자, 봉구안보다 먼저 소욱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전하께서도 저희와 함께 가야겠습니다.”사현진은 눈을 크게 떴고, 그의 호위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이들이 잡으러 온 이유는 장원 안에 남제 간첩이 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이제 남제 황제 일행은 이미 빠져나갔고, 열무신까지 데려갔다면 사현진은 더 이상 혐의를 받을 일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그가 함께 도망치기라도 하면, 정말 간첩들과 결탁했다는 증거를 남기는 셈이었다.호위는 주군을 지키기 위해 바로 검을 뽑았다.봉구안은 재빠르게 검집을 눌러 그를 제지했다.그리고 사현진을 향해 말했다.“전하께서도 함께 가셔야 합니다.”“이 모든 건 소황이 짠 판입니다. 황 대인 같은 종오품 관리를 보낸 건, 이 작전의 마지막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467화

    소황은 그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궁 안으로 들어갔다.사현진은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전방을 응시했다.그 곁에 있던 호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전하, 사람을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사현진은 날카로운 눈빛 하나로 그를 제지했다.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듯이, 궁 안이 딱 그러한 곳이었다. 보는 눈이 많은 궁 안에서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방금 소황이 했던 말은 분명 무언가를 알아낸 것이 분명했다.그는 이미 남제 황제 일행이 장원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일 수도 있었다.혹은 소황의 수하가 이미 장원으로 향했을 가능성도 있었다.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했다.단지 떠보는 말이었을 수도 있었다.그저 사현진이 장원을 갖고 있다는 정보만 입수한 채, 그 위치까진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려는 수였을지도 모른다.만약 지금 사람을 보내 장원을 지키려 한다면, 그 경로를 따라 소황이 남제 황제의 위치까지 알게 될 터였다.사현진은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했다.지금은 절대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원담은 어디 있느냐.”“전하, 원 장군은 오늘 쉬는 날이라 집에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즉시 내 앞으로 오라 하여라!”“예!”……도성 교외의 정자.원담이 예를 올리며 말했다.“전하, 급히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사현진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소황이 장원의 존재를 알아챘다.”그 말에 원담의 두 눈빛이 흔들렸다. 그 눈빛 속엔 잔뜩 냉기가 서려있었다.“남제 황제 일행이 아직 그곳에 있습니다. 하루 속히 사람을 보내어…”“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사현진은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원담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였다.정말 떠보는 수라면, 움직이는 순간 장원의 위치가 노출될 수도 있었다.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사현진은 조용히 말했다.“아바마마께선 아직 내가 남제 황제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그런데 장원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466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열무신은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약쟁이로 변했다.봉구안과 소욱은 곧장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방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결박에 쓰인 마끈은 뜯겨 나가 있었고, 열무신은 마치 미쳐 날뛰는 짐승처럼 방 안을 휘젓고 있었다.그의 눈빛엔 아직 남은 이성이 어렴풋이 깃들어 있었고, 왼손은 오른손을 꾹 누르고 있었으며, 머리로는 벽을 계속 들이받고 있었다.분명 고통스러웠다. 스스로 기절하려는 듯이 말이다.그를 돌보던 신의는 이미 겁에 질려 밖으로 도망친 상태였다.봉구안과 소욱은 눈빛을 맞췄다.말이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합을 맞췄다.봉구안은 앞에서 열무신의 시선을 끌었고, 그 틈을 타 소욱은 뒤로 돌아 들어가 손바닥으로 단숨에 열무신을 기절시켰다.쿵.열무신이 쓰러지자, 방 안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문가에 서 있던 신의가 급히 외쳤다.“얼른 쇠사슬로 묶으셔야 합니다! 곧 깨어날 겁니다!”봉구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을 시켜 쇠사슬을 가져오게 했다.소욱은 창문을 모두 봉쇄하도록 명했다. 열무신이 다시 발작했을 때, 창문으로 뛰쳐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열무신 하나로 인해, 이 작은 장원은 순식간에 전시 체제로 바뀌었다.그 시각.황궁에서는 사현진이 황제에게 손추의 혈서를 올리고 있었다.그는 그 출처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그 글이 소황의 수하가 남긴 것이라는 말을 들은 황제는 의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곧이어 냉랭한 목소리가 뒤따랐다.“태자, 정말로 소황을 무고하려는 생각은 없느냐?”사현진은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아바마마, 제 성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소황이 진실로 무고하다면, 저 또한 그런 자를 함부로 죄인으로 몰지는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황제는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고작 저런 혈서 한 장 들고 와서 소황의 죄를 묻자 하느냐? 터무니없는 일이로다!”사현진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저는 그저, 이 혈서가 폐하의 눈을 여는 단서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465화

    그날 밤, 열무신은 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는 아직 젊고 혈기 넘치던 시절의 맹성주와 함께였다. 둘은 함께 무공을 익히고, 몰래 군영에 숨어들어 입대했으며, 그 일은 끝내 봉구안에게 들켜 집으로 끌려가 매를 맞았다.그는 맹성주에게 물었다.“너는 이 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맹성주는 먼 하늘을 가리키며 호쾌하게 웃었다.“하늘은 높고 바다는 넓지. 나는 그 속을 마음껏 떠돌고 싶어.”하지만 그 이후, 둘은 약쟁이 사건을 함께 파헤치게 되었다.그는 눈앞에서 맹성주가 위험에 빠지는 걸 뻔히 보면서도 구해낼 수 없었다. 붉은 피가 시야를 붉게 물들였고, 몸은 무언가에 얽매인 듯 한 치도 움직이지 못했다.그는 온힘을 다해 속박을 떨치려 했고, 목청이 찢어지도록 외치며 달려가려 했다.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것뿐이었다.칼날이 맹성주의 팔다리를 내리쳤고, 눈동자가 파이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참혹한 장면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그날 맹세했다.이 고통을 반드시 몇 배로 갚아주겠다고.약쟁이단에 속한 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죽어야 한다고!“아아아!”괴성과 함께 열무신이 벌떡 일어나며 눈을 떴다.그제야 깨달았다. 방금 끔찍했던 참상은 모두 꿈이었다.그는 지금 침상 위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신의 하나가 그의 얼굴을 염려스레 바라보고 있었다.“공자님, 몸속의 독이 매우 깊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열무신은 팔을 움직여 보려 했다. 그러나 양 팔과 두 다리는 모두 밧줄에 꽁꽁 묶여 침상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다.그가 약쟁이로 변해 장원 내 사람들을 해칠 것을 우려해 그를 결박해둔 것이었다.하지만 열무신은 의문을 품었다. 정말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약쟁이가 되어 발작하게 되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그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다른 자들은?”신의는 공손히 답했다.“다들 다른 일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저더러 대신 공자님을 지켜보라 하셨지요.”“지켜보라고? 웃기는군. 감시하겠단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