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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보광 그룹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성연신의 옆모습은 준수하면서도 차가움이 묻어났다.

“아니요.”

“아...”

심지안은 자신이 환청을 들었다고 여기고는 그 일에 더 깊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몸이 다 드러나는 옷밖에 없어요?”

성연신이 돌연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여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의 치마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뭐가 짧아요?”

“목 쪽.”

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

“... 쇄골만 나왔을 뿐인데...”

강우석의 삼촌은 그와 여덟 살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보수적일 줄이야.

“지금은 괜찮아요. 하지만 엎드리면?”

성연신이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심지안은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 그 문소리의 내막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쑥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엎드려도 제 방에서 엎드린 거잖아요... 설마 불순한 의도로 절 훔쳐보기라도 한 거예요?”

성연신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덤덤히 말했다.

“미안해요. 난 D컵 정도는 돼야 좋아하거든요.”

그 말인즉슨 심지안은 그의 눈에 차지도 않는다는 얘기였다.

순간 심지안은 얼굴은 물론이고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몹쓸 남자가 지금 그녀의 가슴이 작다고 비웃는 건가?

말문이 막힌 심지안은 일그러진 얼굴로 도도하고도 우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는 성연신을 쳐다보았다. 장인이 조각한 듯한 그의 얼굴은 마치 하느님이 빚어낸 가장 완벽한 예술작품 같았다.

그녀는 그가 독한 혀를 갖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뻔뻔스럽기까지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씩씩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심지안이 한창 꿈나라에 빠져있을 때 보광 그룹 인사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심지안 씨,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 면접 보러 오실 수 있으세요? 괜찮다면 면접 약관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벌떡 차리고 대답했다.

“시간 돼요!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그럼 오후에 봬요.”

심지안은 전화를 끊고 난 뒤 진유진에게 문자를 보내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유진이 답장을 보냈다.

「그 회사 진짜 속전속결이네. 잘 준비해서 면접 보러 가. 대기업 면접은 여러 차례 경쟁시킨 다음 사람을 뽑으니까.」

「알겠어! 지금부터 준비할 거야.」

심지안은 얼른 씻고 화장을 한 다음 공책에 보광 그룹 면접에서 질문할 법한 문제를 빼곡히 적어넣었다. 그녀는 버스에 앉아서도 면접 준비에 열중했다.

보광 그룹에 도착한 그녀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면접 대기실로 향했다. 그녀의 눈에 첫 줄에 앉은 낯익은 사람이 들어왔다.

심연아의 친구 연설아였다.

연살아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녀 또한 이곳에서 심지안을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대기실로 안내한 직원이 돌아가자 연설아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심지안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머, 심지안 아니야? 만약 취직하러 온 것이라면 충고하는데 지금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거야. 보광 그룹은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심지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보광 그룹은 그런 곳이지. 대학 졸업증도 따지 못한 사람에겐 특히 말이야.”

“너 감히 누구한테 그런 막말을 하는 거야?!”

“나랑 말하고 있는 사람한테 한 말이야.”

연설아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게 뭐가 어때서? 난 우리 가문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일자리는 뭐든 다 꿰찰 수 있어. 너와는 다르게 말이야. 너 요즘 밥 먹을 돈도 없다며?”

심씨 가문을 떠올리게 하는 그 말에 심지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더는 연설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자리에 앉아 공책에 필기한 글을 읽어나갔다.

연설아는 몰래 그런 심지안의 모습을 찍고는 그 사진을 심연아에게 보내주었다.

“네 동생이 보광 그룹에서 면접을 보고 있어. 마침 내 삼촌이 면접관인데, 바로 떨어뜨리라고 할까?”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심지안의 팔에 쓰여있는 면접 번호를 살폈다.

이어 곧바로 삼촌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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