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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재산이에요

몸이 탈진하도록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해주느라 애쓰는 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연신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

그 말을 들은 의사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심지안에게 말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에요. 몸이야말로 나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니까요.”

“선생님의 말씀이 맞아요. 앞으론 절대 거르지 않고 제때 식사하도록 할게요.”

그녀가 가엾은 얼굴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링거를 맞아요. 남편한테 가서 병원비를 계산하라고 하세요. 잠시 후 간호사가 데리러 올 거예요.”

의사가 진단서와 약처방을 성연신에게 건넸다.

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것들을 받아들고는 1층으로 향했다.

남자의 건장한 뒷모습을 보며 심지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음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것도 모자라 자신을 병원에까지 실려 오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창피했다.

병원 응급실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이제 더이상 응급실에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일반병실로 옮겼다.

병원비를 모두 지급하고 난 뒤 병실에 올라온 성연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에게 아직 처리할 일이 남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안은 얼른 혼자 링거를 맞아도 괜찮으니 회사에 가도 된다는 의미로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임시 간호원 한 명을 찾아주고는 병원을 나섰다.

링거를 다 맞고 나니 어느새 밤은 깊어져 있었다. 너무 피곤했던 심지안은 병원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깨어났을 때, 그녀는 심전웅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오늘 오후 우 대표를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일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심지안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딸이 외박을 했는데도 아버지란 사람은 회사 일에만 관심을 둘 뿐, 걱정의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비일비재한 일이었던지라 이미 익숙해져 딱히 슬프지도 않았다.

심지안은 침대에 잠시 앉아있다가 병원에서 나가 택시를 타고 성연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오후 계약 체결 일정까진 아직 2시간이 남아 있었다. 심지안은 샤워를 한 뒤 간단히 화장을 하고는 목적지로 향했다.

노학 빌딩.

5층, 작은 퍼스널 주방.

손남영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불룩해진 배를 두드렸다.

“해외에 있을 때 이 집 음식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요. 오늘 드디어 소원 성취했네요. 너무 좋아요.”

보기 드물게 밥 한 그릇을 더 시켜 먹고 있는 맞은 편의 성연신도 꽤 만족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손남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어때요, 형도 맛있었죠?”

“괜찮아.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성연신이 우아하게 밥을 먹으면서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남영이 의아함에 물었다.

“그냥 괜찮은 정도인데 이렇게 많이 먹었다고요?”

“어젯밤에 음식을 배달시키는 바람에 제대로 못 먹었거든.”

손남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생활 퀄리티와 식자재에 대한 요구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그가 배달 음식을 먹다니.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솟기라도 할 듯한 일이다.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때, 험악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씩씩거리며 걸어오다가 조심하지 않아 손남영과 부딪혔고 두 사람은 모두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중년 남자의 눈에 예사롭지 않은 두 사람의 옷차림이 들어왔다. 특히 손남영의 뒤에 서 있는 성연신은 한눈에 봐도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남자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설을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미쳤어요? 눈은 감고 다녀요?”

손남영이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도 돌리지 않고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성연신은 그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앞쪽 멀지 않은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손남용도 성연신의 시선을 따라갔다.

조금 전 그 중년 남자가 가녀린 몸매의 여자를 막아 세우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네 아버지도 술 시중을 들라고 너한테 이곳에 나오라고 했잖아. 갑자기 무슨 고상한 척이야. 쓰레기 같은 년이!”

심지안이 충격에 고개를 홱 돌리고는 붉어진 눈으로 차갑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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