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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작가: 차라
소현아는 결국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메추라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난 뒤 강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거칠게 쉰 목소리가 소현아의 귀에 닿았다.

“어머니가 너 돌아왔다는 거 아셨어. 오늘 오시겠대.”

소현아의 눈동자가 조금 어두워졌다.

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다.

고윤정은 그녀에게 늘 따뜻하고 친절히 대해줬었다. 하여 그때의 일로 소현아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고윤정이었다.

그녀는 고윤정이 아들의 결혼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강씨 가문의 후손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단호히 떠나버렸었다.

하여 지난 2년간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강지훈의 말에 그녀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윤정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강지훈이 떠난 뒤, 소현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얼마 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소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역시나 고윤정이 서 있었다.

고윤정은 안경을 벗으며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전보다 약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소현아는 황급히 옆으로 비켜서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는 고윤정이 자신을 보자마자 비난하거나 실망감을 내비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고윤정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현아야, 집에서 이런 거 먹고 마시는 거야? 몸 너무 안 챙기는 거 아니니?”

고윤정은 안으로 들어와 탁자 위 배달음식과 맥주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소현아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자주 이렇게 먹는 건 아니에요.”

그녀가 변명하듯 말했다. 고윤정의 태도 때문일까, 소현아는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고윤정이 예전부터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윤정은 한숨을 내쉬며 소현아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혔다.

“현아야, 2년 만이네. 너 얘기 다 들었어. 잘했어. 강지훈을 떠난 뒤로 너 정말 많이 성장했더구나. 오늘 이렇게 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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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떠난 뒤에도 강지훈은 여전히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소현아의 집에 남아있었다.“강지훈 씨, 거머리예요? 빨리 돌아가요!” 소현아가 팔짱을 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가기 싫어. 하지만 소원 하나 들어주면 다시 생각해볼게!”소현아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만지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황급히 고개를 흔들고는 머리를 아래로 떨구었다.“뭔데요?”소현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강지훈에게 도움을 받았던지라 이번만큼은 자비를 베풀어주리라 다짐했다. 강지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일 나랑 관람차 타러 가자. 아이들도 데리고.”그의 시선이 문틈으로 두 사람을 엿보고 있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소현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강지훈은 아침 일찍부터 옷장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옷을 골라 입을 뒤 소현아의 집 앞에 도착했다.놀이공원은 텅 비어 있었고, 관람차 아래엔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소현아, 우리가 마지막으로 여기 왔을 때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강지훈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 소현아는 고개를 숙이고 괜히 옆에 있는 자갈을 툭툭 차버렸다.“기억 안 나요.”“괜찮아, 내가 기억하니까. 관람차 꼭대기에서 키스하며 소원을 빌면, 우린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했어.”강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때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말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집착을 해서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나랑 같이 타줄래?”그가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소현아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강지훈 씨, 한 가지 물어볼게요. 태훈 오빠 회사 일, 당신이 한 거예요?”강지훈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왜 하필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그 사람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 있었어? 난 몰라. 그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한테 뭘 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단호한 강지훈의 대답에 소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관람차 쪽으로 걸어갔다. 강지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그녀를 따라갔다.관람차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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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현아는 결국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메추라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었다.한참이 지난 뒤 강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거칠게 쉰 목소리가 소현아의 귀에 닿았다.“어머니가 너 돌아왔다는 거 아셨어. 오늘 오시겠대.”소현아의 눈동자가 조금 어두워졌다.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다.고윤정은 그녀에게 늘 따뜻하고 친절히 대해줬었다. 하여 그때의 일로 소현아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고윤정이었다.그녀는 고윤정이 아들의 결혼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강씨 가문의 후손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단호히 떠나버렸었다.하여 지난 2년간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강지훈의 말에 그녀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윤정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강지훈이 떠난 뒤, 소현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얼마 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소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역시나 고윤정이 서 있었다.고윤정은 안경을 벗으며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예전보다 약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소현아는 황급히 옆으로 비켜서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녀는 고윤정이 자신을 보자마자 비난하거나 실망감을 내비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고윤정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현아야, 집에서 이런 거 먹고 마시는 거야? 몸 너무 안 챙기는 거 아니니?”고윤정은 안으로 들어와 탁자 위 배달음식과 맥주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소현아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귓불을 만지작거렸다.“자주 이렇게 먹는 건 아니에요.”그녀가 변명하듯 말했다. 고윤정의 태도 때문일까, 소현아는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고윤정이 예전부터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윤정은 한숨을 내쉬며 소현아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혔다.“현아야, 2년 만이네. 너 얘기 다 들었어. 잘했어. 강지훈을 떠난 뒤로 너 정말 많이 성장했더구나. 오늘 이렇게 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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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아야, 그냥 아예 우리 오빠랑 사귀어. 너 어차피 그 사람 싫어하잖아. 오빠랑 결혼하면 그 남자도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너도 알잖아, 우리 오빠가 너 좋아한 지 꽤 됐다는 거.”김혜지는 머리를 쑥 내밀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현아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눈을 흘겼다.“혜지야, 양심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난 같은 마음 아니라는 거 알잖아. 네 오빠 인생 망칠 순 없어.”소현아는 쿠션을 툭툭 두드리더니 다시 그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만약 그녀가 진짜로 김태훈과 결혼한다면, 강지훈이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김혜지도 소현아가 거절할 줄 알았는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대신 배달음식을 잔뜩 시키고 강지훈이 보낸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이처럼 좋은 물건들을 낭비할 순 없다는 명목이었다.두 사람은 아이들을 재운 뒤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버렸다.그날 밤, 소현아는 바보였던 시절의 꿈을 꾸었다. 강지훈은 그녀에게 나쁘지 않게 대해 주었고, 적어도 먹고 마시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가끔 ‘운동’을 해야 했던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할 일도, 고민도 없이 빈둥거리며 지냈다.소현아는 입맛을 다시며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뺨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 그 손을 쳐내며 눈을 떴다. 순간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는 익숙한 얼굴에 깜짝 놀라 새빨개진 얼굴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강... 지훈 씨? 나 지금 꿈꾸는 건가?”소현아는 강지훈의 팔을 철썩 내리쳤다.강지훈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무슨 꿈?”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씩 웃고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러니까, 내 꿈을 꿨다는 거지?”소현아는 그제야 이건 꿈이 아님을 확신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가고는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쇄골이 반쯤 드러났다.강지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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