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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8화

작가: 차라
위로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이우림은 업무를 핑계로 전연우의 회사에 걸음 했지만, 번번이 출입을 거부당했다.

이날은 전연우를 꼭 만나고 싶어 그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몸은 피곤해도 뭔가 수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장소월은 최근 이우림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매일 전연우와 함께 사교 모임에 나가다 보니 의외로 그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날은 처리할 일이 있어 그를 따라 회사에 들렀다.

전연우는 이우림을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아 회사 직원들에게 들여보내지 말라고 특별히 지시했다. 그런데 그녀는 학창 시절처럼 여전히 집요했다.

“연우 오빠!”

이우림이 장소월과 전연우를 불러 세웠다.

장소월은 이우림의 근황을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도 없다는 생각에 입을 열지 않았다.

이우림은 장소월을 밀치고 전연우 옆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전연우는 단칼에 거절했다.

“말할 필요 없어.”

이우림은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연우 오빠, 나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다신 오지 마.”

전연우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우림을 시야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장소월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전연우에게 말했다.

“사실 우림 씨도 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연우가 끊어버렸다.

“왜 자꾸 날 걔한테 떠밀려는 거야?”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장소월은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녀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전연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가정의 파탄으로 이우림은 극심한 괴로움에 빠져 술집과 클럽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이를 안 그녀의 아버지 이용재는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소월의 예상대로 발신자는 이용재였다.

“아저씨 말씀 이해했어요. 하지만 저한텐 가정이 있어요.”

이우림과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선언하는 듯한 말이었다. 이용재 또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연우야, 이해해. 그냥 우림이 만나서 설득만 좀 해줘. 지금 나나 우림이 엄마 말은 전혀 안 들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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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월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뭐라고?”차에 오른 뒤에도 장소월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속 의문은 점점 깊어졌다.전연우는 처음부터 오늘같이 좋은 날 장소월과 단둘이 외출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우림의 갑작스러운 등장 때문에 잠시 차질이 생긴 것이다.“우림 씨 그냥 거실에 두고 나온 거야?”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연우의 행동이 다소 무례했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이우림의 감정을 존중해 주었어야 했다.이우림의 이야기가 나오자 전연우의 얼굴이 다시 굳어버렸다. 장소월이 자신을 이우림 쪽으로 떠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운전석의 전연우는 말없이 차가운 얼굴로 시동을 걸었다. 평소엔 운전기사가 몰았지만, 오늘은 그가 직접 장소월을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교외로 향하는 차 안, 전연우가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장소월은 답답한 마음에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을 들자마자 전연우가 다짜고짜 빼앗아 뚝 끊어버렸다. 장소월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말이다.겨우 진정되었던 감정이 순식간에 다시 악화되었다.“뭐 하는 거야?”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그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얼마 후 차는 호화로운 골프 클럽 앞에 멈춰 섰다. 장소월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전연우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내려. 도착했어.”장소월은 전연우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계속하여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전연우는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숙였다.“방금 전화 이우림이었어. 걔 집안일로 너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그 설명으로 장소월이 이해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뾰로통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내 기분 생각해 본 적 있어?”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답답해지며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장소월은 안전벨트를 풀고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전연우도 차에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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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림이 갑작스럽게 남원 별장에 찾아오자 장소월과 별이는 깜짝 놀랐다.눈앞의 이우림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예전의 순진하고 귀여운 분위기가 아닌, 다소 의도적인 듯한 요염함이 묻어났다... 과도한 느낌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이우림을 보니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반면 이우림은 열정적으로 다가왔다.“소월 씨, 오랜만이에요.”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오랜만이네요.”막 계단을 내려오던 전연우도 불청객 이우림과 마주쳤다. 그는 이우림이 장소월과 가까워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연우 오빠!”이우림의 색기 가득한 얼굴이 더욱 환하게 빛났다.전연우는 차갑게 한마디 하고는 장소월의 곁으로 성큼 다가갔다. 차가웠던 눈동자에 순식간에 따뜻한 온기가 떠올랐다. 이를 본 이우림은 눈물이 왈칵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전연우에게 닿아있는 이우림의 시선을 보니 장소월은 마음이 더없이 무거워졌다.이우림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선물을 꺼내고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전연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연우 오빠, 학교 다닐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해요?”애정이 듬뿍 담긴 것 같은 뉘앙스의 말에 장소월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전연우는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뭐라고?”옆의 별이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림 이모 대체 뭘 하려는 거지?’이우림은 여전히 태연한 척하며 전연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내민 시멘트 빛 검은 상자엔 독수리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장소월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별이를 데리고 소파에 앉고는 무심한 듯 멜론을 포크로 찍어 먹었다.별이는 답답한 듯 장소월을 잡아당기며 눈썹을 찌푸리고 소리쳤다.“엄마!”“연우 오빠, 우리 부모님 이혼하셨어요.”이우림이 처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 좋으셨어요. 심지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이혼하셨대요.”전연우는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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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진 몇 장도 모두 비슷한 느낌이었다... 장소월은 책상 앞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전연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우림과 어떤 인연이었던 걸까?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사진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고 너무나 혼란스러웠다.혼자 멍하니 서 있던 장소월은 별이의 부름에도 뒤늦게 반응했다.“엄마, 이제 가요!”별이는 한 손으로 장소월의 핸드백을 들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팔을 끌었다.전연우를 바라보는 장소월의 눈동자엔 빛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지금은 그에게 묻기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시선을 거두고 문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 전연우는 터덜터덜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고 차에 올라타서야 조용해졌다.별이는 신이 나 있었고, 장소월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애써 즐거운 척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조금 전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서류 봉투를 예전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그들은 동물원 밖에서 우비를 구매했다. 비가 더 세게 내리면 우비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에 우산도 하나 추가했다.“아빠, 이 파란색 입어요!”별이가 파란 우비를 전연우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장소월은 이미 분홍색 우비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우비를 거부하는 전연우를 보고는 말했다.“입어. 가족인데 옷 맞춰 입어야지.”그 말에 전연우는 마음이 움직였는지 망설임 없이 파란 우비를 입었다. 다만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려는 듯 우비 모자는 쓰지 않았다.별이는 즉시 가게에서 검은 야구 모자를 집어 전연우에게 내밀었다.“아빠, 이거 쓰면 돼요!”장소월은 어이가 없었다. 크게 내리는 비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빗물이 목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전연우가 마지못해 야구 모자를 쓰자 장소월은 까치발을 들고 그에게 우비 모자를 씌웠다. 그리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거 안 쓰면 빗물이 목으로 들어가잖아.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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