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과거 피비린내 나는 비명과 차가운 마수들의 으르렁거림,그리고 야만과 탐욕이라는 이름으로 가득 차 있던 대륙의 국경선은이제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이제 대륙의 그 어느 곳에서도 수인을 머리에 털 난 괴물이라 부르며 경멸하거나,인간을 신의를 모르는 비열한 자들이라 욕하며 이빨을 드러내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오던 증오와 피의 굴레는,황금 공주 루미나의 신성한 구원과 은빛 알파 샤칸의 결단 아래완벽하게 씻겨 나가고 없었다.대륙 전체에 불어닥친 가장 눈부신 변화는 바로 삶의 터전 그 자체였다.루미나가 대지에 피어낸 황금빛 태양 마력은메마르고 척박했던 영지들을 풍요로운 곡창 지대로 탈바꿈시켰다.수확량이 늘어난 농지와 안전하게 개척된 교역로를 따라 상인들의 마차가 끊임없이 오갔고,그 길목마다 인간과 수인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정착되었다.가장 감동적인 광경은 바로 두 종족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상생의 모습이었다.체구가 억세고 감각이 뛰어난 수인 전사들은인간 마을의 밤을 지키는 정예 치안 대원으로 활약하며 백성들의 안전을 도모했다.밤길을 두려워하던 인간 백성들은 늑대와 여우 수인 대원들이 다가오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따뜻한 빵을 쥐어주곤 했다.반대로 뛰어난 의학 지식과 정교한 시약 기술을 가진 인간 의사들은수인 부족들의 부락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어리고 약한 수인 아이들과 노약자들의 보건을 다정하게 돌보았다."우리는 모두 대지의 성녀 루미나 안주인님과 샤칸 알파님의 아이들입니다!"실바니아 영지의 중앙 광장에 모인 두 종족의 아이들이한데 엉켜 신나게 축구공을 차며 노는 소리가 하염없이 울려 퍼졌다.인간 아이의 가벼운 슛을 수인 소년이 날렵하게 막아서고,엉덩방아를 찧은 아이를 서로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며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아이들에게는 상대의 머리에 솟아난 늑대 귀나 엉덩이 뒤의 꼬리가 괴물의 증거가 아닌,그저 조금 특별하고 귀여운 친구의 매력일 뿐이었다.그 아이들의
아카데미 코르디아가 들어서고 인간과 수인의 교류가 지극히 자연스러워진 세월 속에서,실바니아 영지는 한층 더 눈부신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평화의 계절 속에서, 종족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리는또 하나의 신선하고도 뜨거운 소문이 대륙 전역을 달구기 시작했다.그 주인공은 바로 인간 동맹국인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라인하르트 공작가의 막내딸 엘리아 공녀였다.성인이 된 엘리아 공녀는 고결한 교양과 아름다운 용모를 겸비하여제국 수도의 수많은 귀족 청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권력과 가문의 이익만을 계산하며 달콤한 가식으로 접근하는여러 구혼자들에게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가식적인 미소와 속이 뻔히 보이는 비단향 뒤에 숨겨진 탐욕.그것은 공녀의 마음을 더욱더 끝없이 메마르고 차갑게만 만들 뿐이었다.그러던 중, 엘리아 공녀는 외교 친선 사절단의 일원으로 실바니아 영지를 방문하게 되었다.그리고 그곳에서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운명적인 존재와 마주쳤다.영지 최정예 전사단장 프레야의 애제자이자,차세대 은빛 늑대 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젊은 사내 료칸이었다.료칸은 은빛 알파 샤칸의 혈통다운 억센 체구와 사나운 은빛 눈동자를 지닌 늑대 수인이었다.귀족 사내들의 미사여구와는 거리가 먼, 다소 무뚝뚝하고 거친 사내였지만그 가슴속에는 사냥꾼 특유의 순수함과 깊은 단단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두 사람의 결정적인 조우는 영지 외곽의 산책로에서 일어났다.사절단 일정 중 잠시 머리를 식히려 외곽으로 나온 엘리아 공녀의 마차가,숲속에서 갑작스럽게 출몰한 변종 아포칼립스 마수의襲擊(습격)을 받은 것이었다."공녀님을 지켜라!"인간 호위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지만,기습적으로 몰아친 마수의 거대한 파괴력에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마수가 핏빛 이빨을 드러내며 엘리아 공녀를 향해 덮쳐들던 그 일절의 순간."크아아악-!"공기를 가르는 거친 늑대의 으르렁거림과 함께, 은빛 궤적이 공중을 가 갈랐다.전사단장 프레야의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실바니아 영지에는 과거의 아픔을 모두 씻어낸 평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그리고 그 평화의 중심에는 세상을 구원한 은빛 알파 샤칸과황금 성녀 루미나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은 쌍둥이 후계자들이 서 있었다.첫째 아들 카일과 둘째 딸 시아.두 아이는 성장할수록 부모의 미모와 기품,그리고 압도적인 권능을 완벽히 흡수하며 영지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었다.특히 두 사람의 윗가슴에 새겨진 태양과 달의 성흔은아이들이 고결한 마력을 내뿜을 때마다 찬란하게 빛나며영지민들에게 거대한 경외감을 안겨주곤 했다.첫째 카일은 아비인 샤칸을 쏙 빼닮아묵직하고 강인한 리더십을 갖춘 알파 전사로 자라났다.반면 둘째 딸 시아는 어머니 루미나의 고결한 신성력과아비의 신비로운 마력을 동시에 물려받았는데,수인 형태가 되었을 때 밤하늘의 오로라를 그대로 담아낸 듯영롱하게 반짝이는 오색 오로라빛 털을 가져'실바니아의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라고도 불렸다.그런 시아에게는 가장 특별한 영혼의 짝이자 연구 동료가 있었다.바로 인간 동맹국에서 영지로 파견을 온 제국의 천재 마법사 소년, 루엔이었다.루엔은 어린 나이에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마법학의 천재였으나,수인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고 오직 학문과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고결한 인품을 지닌 청년이었다.시아와 루엔은 영지 깊은 곳에 위치한 신성한 성소에서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인간의 마법 체계와 수인의 신성 마력을 결합하는 연구에 매진했다."알파 시아, 당신의 신성 마력은 내 인간식 마법진과 결합할 때 가장 완벽한 궤적을 그리는 것 같네..."성소의 중앙 연구실. 정교하게 그려진 마법진 위로푸른빛의 정령석을 놓으며 루엔이 진지한 눈빛으로 속삭였다.루엔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섬세한 정령 마법의 기운이 공기 중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시아는 특유의 단아하고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루엔의 손 위에 살포시 포개었다."당연하지, 루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세상을
어릴 적 피핀 교장 선생님의 교과서를 물어뜯으며 아카데미 코르디아를시끌벅적하게 만들던 보라 늑대 아기 레오가 어느덧 늠름하고 씩씩한 소년으로 부쩍 자라났다.오늘은 레오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바로 어머니 엘라의 고향이자, 과거 인간 제국의 중심지였던 바르디안과 아르미아국의 수도로생애 첫 나들이를 떠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아버지 율리스는 혹여나 혈기 왕성한 아들이 사고라도 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마차 앞을 서성였지만, 엘라는 쿨하게 레오의 옷깃을 정리해 주며 어깨를 툭툭 쳤다."레오! 가서 실바니아 영지의 기개를 똑똑히 보여주고 오렴. 대신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알았지?""걱정 마세요, 어머니! 잘 다녀오겠습니다!"레오는 당차게 가슴을 펴고 바르디아국의 수도로 향하는 마차에 먼저 올랐다.마침내 도착한 아르미아국의 수도 중앙 거리는실바니아 영지와는 또 다른 화려함과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높아진 성벽과 빼곡하게 들어선 상점들,그리고 수많은 인간 백성들이 오가는 거리 한복판으로 소년 레오가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레오는 환영 마법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머리 위로 쫑긋하게 솟아오른 보랏빛 늑대 귀와,엉덩이 뒤에서 기분에 따라 살랑거리는 포근한 보랏빛 털 꼬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채당당하게 인간들이 사는 거리를 누볐다."저, 저기 좀 봐…… 수인 아이잖아?""우와! 저 소년의 털 빛깔 좀 봐, 너무 영롱하고 아름다워!"수도의 거리를 메운 인간 백성들의 시선이 일제히 레오에게 쏠렸다.과거라면 수인의 등장에 경악하거나 무기를 꺼내 들었을 이들이었지만,이제 백성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 대신 신기함과 친근함이 가득했다.특히 햇살을 받아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레오의 귀와 꼬리는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레오는 어색해하거나 쭈그려들지 않고 오히려호쾌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실바니아 영지에서 온 율리스와 엘라의 아들, 레오입니다!"레오
실바니아 영지의 아침은 언제나 정막 대신아이들의 경쾌한 발걸음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시작되었다.대륙은 이제 인간과 수인의 본격적인 융합 세대를 맞이하고 있었다.종족의 벽을 허문 자유 무역 도시의 성공에 이어,영지 중심부에는 대륙 역사상 최초의 통합 교육 기관인 대공존 아카데미,[코르디아]-(심장과 화합을 의비하는 라틴어 어원)가 웅장하게 들어섰다.이곳은 인간 제국의 귀족 자제들과 수인 부족의 어린 후계자들이 함께 먹고 자며마법과 무술,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평화의 상징이었다."레오-! 제발 수업 시간에 늑대로 변해서 내 교과서를 물어뜯지 마라삐익-!"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아카데미 코르디아 중앙 본관 3층에서늙은 부엉이 마법사 피핀 교장 선생님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원인은 바로 호위대장 율리스와 엘라 사이에서 태어난 보랏빛 털의 아기 늑대, 레오였다.레오는 몸집은 작았지만 부친인 율리스의 무식한 괴력과모친인 엘라의 대범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장난꾸러기였다."앙-! 앙-!"보라색 털을 몽실몽실 부풀린 레오가 피핀 교장의 귀한 양피지 마법 교과서를 입에 물고신나게 꼬리를 팽팽 내두르자,피핀은 지팡이를 내던지고 깃털을 하얗게 세운 채 교실 안을 뛰어다녔다.그 모습을 본 인간 아이들과 수인 아이들이 배를 잡고 굴렀다."레오! 또 교장 선생님 괴롭히면 어머니한테 일러줄 거야!"단호하면서도 포근한 목소리로 레오의 꼬리를 덥석 잡은 것은루미나를 쏙 빼닮은 둘째 쌍둥이 딸, '시아'였다.시아가 윗가슴의 성흔에서 은은한 황금빛 신성력을 내뿜으며레오의 턱 밑을 다정하게 간질여주자,방금 전까지 교과서를 씹어 돌리던 보라 늑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혀를 내밀고 시아의 신발에 머리를 비벼댔다.성녀 루미나의 신성한 지배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시아의 완벽한 굴복이었다."히히, 고맙습니다. 알파 시아! 레오 이 녀석은 마법 역사 시간만 되면 꼭 저런다니까!"옆자리에서 고결한 은빛 자수가 놓인 제복을 입은
실바니아 영지의 중앙 광장에는 과거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갈등의 기운 대신,따스하고 이국적인 향기가 가득했다.종족의 벽을 허물고 세워진 자유 무역 도시의 성공은이제 실바니아를 넘어 대륙 전체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었다.과거 수인들을 야만스러운 짐승이라 부르며 경멸하던 인간 제국의 귀족들과,인간을 간교한 배신자들이라 부르며 이빨을 드러내던 수인 부족장들이이제는 한 자리에 모여 평화롭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이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을 이끌어낸 중심에는,세상을 구원하고 실바니아의 안주인이 된 황금 공주 루미나가 있었다."보십시오! 성녀 공주님이 오십니다!"누군가의 감격에 찬 외침에 광장을 채우고 있던 수천 명의 대륙인들이 일제히 길을 갈라섰다.햇살을 가득 머금은 황금빛 머리칼을 단아하게 땋아 내리고,은빛 실로 성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드레스를 입은 루미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양옆에는 대륙 최강의 은빛 알파 샤칸과,윗가슴에 태양과 달의 성흔이 새겨진 오색 오로라빛 쌍둥이 남매가 호위하듯 곁을 지키고 있었다.루미나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신성함에 응답하듯광장의 흙길 사이로 작은 황금빛 꽃송이들이 피어나 그윽한 향기를 뿜어냈다."성녀님! 저희 부족의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십시오!""성녀님! 제국에서 가져온 소중한 약초입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인간과 수인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들이 루미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그들의 눈빛에 담긴 것은 과거 성녀를 도구로 취하려 했던 탐욕이나 경계심이 아니었다.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존경과 숭배, 그리고 사랑이었다.루미나는 그들 하나하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며 온화한 황금빛 신성력을 나누어 주었다.병든 자의 통증이 가라앉고, 메마른 가슴을 가졌던 이들의 마음에 따스한 평화가 샘솟았다."당신들의 삶에 언제나 황금빛 태양의 온기가 함께하기를. 이 신성력을 계속 간직하려면 서로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아가세요."루미나의 아늑한 축복의 한마디에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이들이 눈시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