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공주를 삼킨 은빛 알파

황금공주를 삼킨 은빛 알파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8-19
작가:  yeye최근 업데이트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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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늑대인간 알파, 샤칸과 황금빛 공주 루미나의로맨스 이야기. 정략결혼한 왕자 발레리안의 정서적 학대 속에서 피폐해진 황금빛 루미나공주. 우연히 그녀를 보고 각인된 늑대인간의 알파 샤칸. 발레리안의 비겁한 배신으로 루미나가 제물로 바쳐지고, 샤칸의 영지로 이송되는 루미나. 늑대인간의 순애보로 정서적 학대를 극복하는 공주의 구원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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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 황금 새장의 공주

"기어오르지 마라, 루미나공주."

화려한 유리 공예로 장식된 궁전 대기실.

문밖에서는 아직도 두 사람의 정략결혼을 축하하는 귀족들의 웃음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문 한 장을 사이에 둔 이 방 안의 공기는 오한이 끼칠 정도로 무겁고 차가웠다.

턱을 거칠게 치켜올린 사내,

바르디안국의 왕자이자 루미나의 남편이 된 발레리안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다정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루미나의 가녀린 턱을 강하게 압박했다.

붉은 자국이 남을 정도의 악력이었지만 루미나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행동과 고통이었기에.

"너는 그저 내 왕국을 뒤덮은 얼음여왕의 저주를 막을 도구일 뿐이다.

 대륙 유일의 '황금빛 의식'을 치를 수 있는 핏줄.

 그 외에 네가 내게 무슨 가치가 있지?"

발레리안은 혐오스럽다는 듯 루미나를 밀쳐냈다.

화려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루미나의 몸이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치맛자락이 거칠게 구겨졌지만,

발레리안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비단 수건으로

루미나의 턱을 만졌던 자신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연신 벅벅 닦아낼 뿐이었다.

"내일 새벽이다. 국경 성벽 위에서 치를 의식에 조금의 차질도 없게 해.

 만약 제단 위에 바칠 황금빛 마력에 한 치의 흠집이라도 있다면……

 너뿐만 아니라 네 나라, 아르미아국에 남아있는 네 가솔들의 목숨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왕자님."

루미나는 바닥을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대륙을 구원할 유일한 빛의 성녀라 칭송받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얼음여왕의 한기가 대륙을 잠식해 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고결한 능력은 축복이 아닌

<가장 비싼 값에 팔려 나가는 제물>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발레리안은 얼음여왕의 저주로 영토의 절반이 얼어붙자,

루미나의 조국을 협박해 그녀를 정략결혼이라는 명목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이 지옥같은 차가운 새장 속에서

루미나는 매일같이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너는 나약하다.’

‘네 능력은 내 왕국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피의 대가일 뿐이다.’

발레리안이 주입한 폭언들은 루미나의 영혼을 천천히 갉아먹었다.

루미나는 자신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황금빛 능력이 도구로만 쓰이는 현실이,

그리고 자신을 판 가족도, 스스로도 너무나 저주스러웠다.

쾅-!

발레리안이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자, 대기실에는 오직 차가운 적막만이 남았다.

루미나는 구겨진 드레스를 움켜잡은 채, 홀로 소리 없는 눈물을 삼켰다.

차가운 유리 새장 속에 갇힌 공주에게, 구원의 새벽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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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챕터
1. 황금 새장의 공주
"기어오르지 마라, 루미나공주."화려한 유리 공예로 장식된 궁전 대기실.문밖에서는 아직도 두 사람의 정략결혼을 축하하는 귀족들의 웃음소리와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그러나 문 한 장을 사이에 둔 이 방 안의 공기는 오한이 끼칠 정도로 무겁고 차가웠다.턱을 거칠게 치켜올린 사내,바르디안국의 왕자이자 루미나의 남편이 된 발레리안의 눈동자에는일말의 다정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의 손가락이 루미나의 가녀린 턱을 강하게 압박했다.붉은 자국이 남을 정도의 악력이었지만 루미나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이미 익숙한 행동과 고통이었기에."너는 그저 내 왕국을 뒤덮은 얼음여왕의 저주를 막을 도구일 뿐이다. 대륙 유일의 '황금빛 의식'을 치를 수 있는 핏줄. 그 외에 네가 내게 무슨 가치가 있지?"발레리안은 혐오스럽다는 듯 루미나를 밀쳐냈다.화려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루미나의 몸이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치맛자락이 거칠게 구겨졌지만,발레리안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비단 수건으로루미나의 턱을 만졌던 자신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연신 벅벅 닦아낼 뿐이었다."내일 새벽이다. 국경 성벽 위에서 치를 의식에 조금의 차질도 없게 해. 만약 제단 위에 바칠 황금빛 마력에 한 치의 흠집이라도 있다면…… 너뿐만 아니라 네 나라, 아르미아국에 남아있는 네 가솔들의 목숨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명심하겠습니다, 왕자님."루미나는 바닥을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황금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흩어졌다.태어날 때부터 대륙을 구원할 유일한 빛의 성녀라 칭송받았던 그녀였다.하지만 얼음여왕의 한기가 대륙을 잠식해 가기 시작하면서,그녀의 고결한 능력은 축복이 아닌의 조건이 되어버렸다.발레리안은 얼음여왕의 저주로 영토의 절반이 얼어붙자,루미나의 조국을 협박해 그녀를 정략결혼이라는 명목으로 끌고 왔다.그리고 이 지옥같은 차가운 새장 속에서루미나는 매일같이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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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면 뒤의 폭언과 가위눌림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루미나의 삶은 지옥과 다름없었다.발레리안은 철저하게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경의 사내였다.남들 앞에서는 루미나의 손을 잡으며 다정한 남편을 연기했지만,단둘이 남는 침소나 회랑에서는 루미나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오늘 연회에서 네 표정이 그게 뭐지? 마치 내가 너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처럼 굴더군."발레리안이 루미나의 책상 위에 서류더미를 쾅 소리가 나게 던졌다.내일 치러야 할 결계 마법의 촉매 목록이었다."아닙니다. 전 그저…….""말대꾸하지 마라. 네 까짓 게 나 아니면 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아? 버려진 땅의 공주 주제에 내 왕국의 비호를 받는 것을 감사히 여겨라. 네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숨을 죽이고, 내가 명령할 때마다 그 쓸모 있는 황금빛이나 짜내는 거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루미나공주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폭언들.루미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오랫동안 이어진 가스라이팅은 그녀의 방어기제를 마비시켰다.정말 자신이 나약해서, 자신이 부족해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 하는의심이 독초처럼 마음속에 자라나기 시작하다 잠식되었다.그날 밤, 루미나는 심각한 가위에 눌렸다.꿈속에서 그녀는 사방이 얼음으로 막힌 거대한 방에 갇혀 있었다.발레리안이 저 멀리서 채찍과 차가운 결계 사슬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너는 도망칠 수 없다, 루미나. 너는 평생 내 밑에서 빛을 짜내다 말라 죽을 운명이야.'"아, 악……!"숨이 턱 막히는 공포에 루미나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화려하지만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침실.루미나는 나들나들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창밖에는 지독한 한풍이 몰아치며 창문을 덜컹거리고 있었다.이곳에는 진정한 아군이 없었다.그녀의 오랜 시녀이자 친구인 엘라 외에는..밤은 너무도 길었고, 어둠은 그녀를 집어삼킬 듯 짙었다.그때였다.덜컹거리는 바람 소리 사이로, 아주 멀리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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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홀로 치르는 의식
왕국 전체를 산채로 집어삼킬 듯한 참혹한 혹한이 정점에 달한 새벽이었다.마침내 루미나가 목숨을 걸고 결계를 보수해야 하는 황금빛 의식의 날이 밝아왔다.냉혈한 발레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루미나는 친국에서 같이 온 친구이자 시녀인 엘라의 호위를 받으며궁전에서 가장 높은 외성벽 탑 위 제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얼음여왕의 지독한 저주가 뿜어내는 기괴한 한기는 살점을 도려내는 듯 날카롭고 고통스러웠다.루미나가 입은 얇은 예복 사이로 지독한 서리 기운이 사정없이 파고들었다."공주님, 몸이 너무 차가우십니다. 이대로 의식을 치르시다간 결계보다 공주님의 목숨이 먼저 축나실 겁니다. 제발 재고해 주십시오."엘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루미나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았다.루미나의 손끝은 이미 피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하지만 저 멀리 성벽 아래에서 차가운 눈빛으로자신을 서늘하게 올려다보는 발레리안의 시선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이 의식을 완벽하게 성공시키지 못한다면지금 유일하게 작 곁에 있는 엘라도,멀리 떨어진 조국의 남겨진 가족들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괜찮아, 엘라. 이건 오직 나만이 완수할 수 있는 임무니까."루미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엘라의 온기 어린 손을부드럽게 놓고 제단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루미나는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하며 기도를 시작했다.그녀가 가슴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신성한 마력의 핵을 온 힘으로 이끌어내자,질려있던 그녀의 손끝에서 순식간에 기적이 일어났다.스으으으-.아침을 가로막던 차가운 안개를 뚫고,지독하리만치 아름답고 영롱한 황금빛 에너지가 연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빛은 처음에는 작은 불꽃 같았으나,이내 루미나의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거대한 스펙트럼을 그리듯어두운 하늘로 거세게 솟구쳐 올랐다.성벽 주변의 얼어붙었던 공기가 황금빛 온기에 순식간에 녹아내리며미세한 수증기를 구름처럼 만들어냈다.어두운 칠흑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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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운명적 각인의 순간
같은 시각, 인간 왕국의 서늘한 국경선과 맞닿은 야생의 대삼림, 실바니아.백년 묵은 거대한 침엽수들이 하늘을 가릴 듯 울창하게 우거진 그림자 사이로,압도적인 모습과 크기를 자랑하는 은색 늑대 한 마리가소리 없이 포식자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수인 부족의 영웅이자, 늑대 족의 우두머리인 알파, 샤칸이었다.그는 최근 인간 왕국의 경계선 근처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불길하고 스산한 얼음 마법의 기운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정예 전사들을 이끌고 정찰을 수행하던 중이었다."대장, 국경 성벽 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저주받은 한기가 갑자기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건 도대체……."부관 율리스가 거대한 대형견 형상의 회색빛 늑대 모습으로샤칸의 뒤를 바짝 따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그의 음성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경계심과 당혹감이 짙게 묻어났다.샤칸은 소리 없이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의 날카롭고 오만한 가로형 늑대 눈동자가짙은 안개 너머 인간 왕국의 높다란 외성벽 탑 끝을 향해 고정되었다.바로 그 순간, 샤칸의 시야 가득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광경이 찬란하게 펼쳐졌다.어둡고 묵직한 새벽의 칠흑 같은 어둠을 번개처럼 찢으며 피어오르는,지독하리만치 아름답고 영롱한 황금빛 마력의 스펙트럼.그리고 그 눈부신 빛의 중심에서 위태롭게 서서온 영혼을 바쳐 의식을 치르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얼어붙은 바람에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는,슬프도록 고결하고 아름다운 인간세계의 빛나는 공주였다.쿵쾅-!갑자기 알파 샤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심장이 터져 나갈 듯이 격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전신을 강렬하게 타고 흐르는 거친 전율과 함께,태고적부터 늑대인간의 골수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던,태고의 본능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평생 단 한 명의 반려에게만 자신의 온 영혼과 목숨이 영원히 구속된다는,수인족의 거룩한 저주이자 축복. 그것은 바로 '각인(Engraving)'이었다."대장……?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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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벽을 맴도는 알파 늑대
하지만 참혹하게도 그녀는 이미인간 왕국의 차가운 왕자와 정략결혼을 맺은 타국의 공주이자 유부녀였다.수인족 최강의 알파이자 늑대 부족의 수장인 샤칸에게 그것은 뼈를 깎는 제한이 있는 한계였다.늑대인간의 엄격한 율법으로도, 냉혹한 인간 사회의 법과 규범으로도,감히 함부로 다가서거나 빼앗을 수 없는 아득한 벽.그러나 샤칸은 자신의 영혼 깊숙이 새겨진 태고의 각인을단 한 순간도 부정하지 않았다.늑대인간이라는 고결한 야수는 한 번 정해진 운명의 대상을결코 바꿀 수도, 죽을 때까지 잊을 수도 없는 슬픈 맹세를 안고 태어나는 법이었다.감히 그 가늘고 고귀한 손을 잡을 수 없다면,멀리서나마 그림자처럼 곁을 지키며 수호하는 것만이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구원이자 한가닥 희망적 삶의 이유였다.그 거룩하고도 비극적인 의식이 끝난 날 이후,샤칸은 정찰이라는 명분을 핑계 삼아 매일 밤마다인간 왕국의 서늘한 국경 성벽 주변을 소리 없이 배회하기 시작했다.인간들의 눈을 피해 웅장한 은색 늑대의 형상으로 변신한 채이거나,가끔은 기골이 장대한 은발의 짐승남으로짙은 대삼림의 음영 속에 몸을 숨겨 루미나공주를 지켜보았다.그리고 루미나가 홀로 머무는 높은 외성벽 탑의 조그만 창가를 묵묵히 바라보는 것,그것만이 피비린내 나는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찾아낸 안식이었다.'오늘도…… 홀로 울고 있군.'스산한 밤바람을 타고 루미나의 미세하고 애절한 울음소리와 함께,그녀 특유의 슬프고 영롱한 마력의 향기가 샤칸의 예민한 후각을 짙게 자극했다.냉혈한 남편 발레리안 왕자의 무자비한 폭언과 감시 속에서 상처받고,싸늘한 침실에서 홀로 가엾게 떨고 있는 그녀의 절망적인 상태가각인의 끈을 타고 샤칸의 심장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당장이라도 그 거대한 성벽을 단숨에 부수고 뛰어 들어가,저 불쌍하고 가냘픈 몸을 단단한 품에 안아 온기로 달래주고 싶었다.하지만 샤칸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차가운 흙바닥을 거칠게 파내며터져 나오려는 야성의 분노를 사정없이 억눌러야만 했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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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밤의 하울링
궁전의 밤은 숨소리조차 죄가 되는 정적의 감옥이었다.루미나 공주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무릎을 끌어안았다.낮 동안 발레리안 왕자가 남긴 폭언의 잔상이 귓가를 맴돌아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너는 내 왕국을 지킬 도구일 뿐이다.’그 차가운 음성이 송곳처럼 심장을 찔러왔다.거대한 침실은 화려했지만 온기라고는 없었고, 샹들리에의 불빛마저 얼어붙은 것처럼 시려 보였다.그때였다.창문 틈새로 몰아치는 칼바람 사이로, 기묘한 소리가 섞여 들었다.아우우우우우우-.낮고 묵직한, 그러나 가슴을 저미는 듯한 늑대의 울음소리였다.그것은 단순한 짐승의 포효가 아니었다.밤의 장막을 뚫고 야생의 거친 에너지를 품은 채,오직 이 높은 탑을 향해서만 온 힘을 다해 부르는 전령의 소리 같았다.루미나는 홀린 듯 침대에서 내려와 차가운 석조 바닥을 밟았다.얇은 슬립 자락이 발목을 스쳤다.창가로 다가간 그녀가 얼어붙은 유리창을 살포시 닦아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궁전의 높은 외성벽 너머,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거대한 삼림의 경계선이 보였다.어둠 속에서 그 어떤 불빛도 보이지 않았지만, 루미나 공주는 느낄 수 있었다.저 짙은 어둠 속, 은빛의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늑대?"루미나 공주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이상한 일이었다.인간을 갈갈이 찢어버린다는 잔혹한 야수의 울음소리였건만,그 소리를 듣는 순간 발작하듯 뛰던 루미나 공주의 심장이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발레리안 왕자의 가스라이팅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에미약한 온기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같은 시각, 성벽 아래의 어둠 속에서 샤칸은 숨을 죽였다.늑대인간의 초인적인 시각은 높은 탑 창가에 비친 루미나의 실루엣을 정확히 포착했다.흐트러진 황금빛 머리카락, 눈물로 젖어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까지.각인된 반려, 루미나 공주의 슬픔이 링크를 타고 샤칸의 영혼을 난도질했다.크르르르…….샤칸의 가슴속에서 본능적인 분노와 애달픔이 뒤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저 고결한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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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엘라의 눈물
"공주님, 제발 이것 좀 조금이라도 드셔보셔요. 이러다 정말 쓰러지십니다."아침이 밝자마자 시녀 엘라가 울먹이는 얼굴로 은빛 쟁반을 들고 찾아왔다.쟁반 위에는 따뜻한 스프와 갓 구운 빵이 놓여 있었지만,루미나 공주는 손을 대지 못했다.입안이 모래를 씹는 것처럼 까칠했고, 위장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미안해, 엘라. 도무지 넘어가지가 않아서 그래."루미나가 힘없이 미소 지으며 엘라의 손을 토닥였다.엘라는 루미나의 마른 손목을 보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루미나의 손목에는 붉은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어제 연회 직후 발레리안 왕자가 거칠게 턱과 손목을 쥐고 폭언을 퍼부었던 흔적이었다."왕자님은 정말 너무하십니다……! 대륙의 성녀이신 공주님을 어떻게 이렇게 방치하고 괴롭히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남들 앞에서는 그토록 다정한 척하시면서, 이 방 안에서는 공주님을 말려 죽이려고 작정하신 것 같아요!""쉿, 엘라.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루미나 공주가 황급히 엘라의 입을 막으며 주위를 살폈다.이 방의 벽조차 발레리안의 귀가 될 수 있었다.루미나 공주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찬란하게 빛나던 황금빛 머리카락은 생기를 잃어가며 날로 푸석해지고 있었고,눈밑은 어둡게 그늘이 져 있었다.발레리안 왕자는 매일같이 그녀를 찾아와'너는 나약하다', '너의 조국은 무능하다','내가 없으면 너는 길가의 돌맹이만도 못한 존재다'라며그녀의 정신을 아무렇지도않게 마구 짓밟았다.처음에는 반발하려 했으나,매일 반복되는 고립과 학대 속에 루미나 공주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추락해 있었다.정말 내가 부족해서 그가 화를 내는 걸까,내가 조금 더 완벽하게 황금빛 의식을 치르면 그가 나를 인정해 줄까.그런 비참한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가스라이팅의 결과물이었다."저는 공주님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발…… 그냥... 조국으로 되돌아가면 안 될까요?""이제 내가 돌아갈 곳은 없어, 엘라. 내가 도망치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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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저주와 결단의 시간
"눈물겨운 주종 관게의 신파극이 따로 없군."발레리안 왕자가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그의 옷자락에는 서리가 맺혀 있었다.국경에서 밀려오는 얼음여왕의 한기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는 증거였다."왕자님……."루미나 공주가 본능적으로 엘라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발레리안 왕자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왕국의 영토가 얼어붙을수록, 그의 신경질과 폭력성도 극에 달하고 있었다."루미나 공주, 네가 어설프게 의식을 치른 탓에 국경의 결계가 또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에도 얼음 괴물들이 서쪽 초소를 습격해 병사 수십 명이 얼어 죽었어!""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제 마력의 한계까지 쥐어짜 내어 결계를…….""시끄럽다!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발레리안 왕자가 루미나 공주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찰진 마찰음과 함께 루미나 공주의 고개가 돌아갔고,그녀의 몸이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쓰러졌다."공주님!"엘라가 비명을 지르며 루미나 공주를 감싸 안았지만,발레리안 왕자는 구두굽으로 바닥을 쾅 소리 나게 밟으며 소리쳤다."이 쓸모없는 여자가! 네 조국이 내게 너를 넘길 때 약속한 가치가 고작 이것뿐이더냐? 내일 새벽이다. 이번에는 내가 이 나라 모든 마법사들을 동원해 너의 황금빛 능력을 강제로 증폭시킬 것이다. 네 영혼이 타버리든 말든, 내 왕국의 겨울을 막아내란 말이다!"발레리안 왕자의 광기 어린 외침에 루미나 공주는 절망했다.능력을 강제로 증폭시킨다는 것은 그녀의 생명력을 갉아먹겠다는 뜻이었다.발레리안 왕자에게 루미나 공주는 정말 한 방울의 이득까지 짜내고 버릴단지 소모품에 불과한 것이었다."만약 내일도 실패한다면, 네 시녀의 목부터 베어 성벽에 걸겠다. 알겠나?"발레리안 왕자는 싸늘한 경고를 남긴 채 방을 나갔다.루미나 공주는 부어오른 뺨을 움켜쥔 채 바닥에 엎드려 바르르 떨었다.이제 정말 한계였다.다가오는 새벽은 그녀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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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영지 침범의 오해
"대장! 진정하십시오! 이대로 가시면 인간들과 전면전입니다!"대삼림 실바니아국의 국경 경계선.부관 율리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샤칸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샤칸의 주위에 휘몰아치는 기세는 숲의 고목들을 단숨에 찢어발길 것처럼 살벌했다."놓아라, 율리스."샤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그 안에는 억누를 수 없는 살기가 들끓고 있었다.각인의 링크를 통해 루미나의 극심한 공포와 육체적 통증이 샤칸에게 그대로 전달된 탓이었다.그녀가 뺨을 맞았을 때, 샤칸의 뺨 역시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내 반려가, 나의 주인이 그 비겁한 인간놈에게 맞아 상처를 입었다."그 놈의 목을 찢어버리겠다. 감히 내 반려의 몸에 손을 대다니, 하찮은 인간 왕자따위가 감히 고결한 나의 반려, 나의 주인에게 손을 댔다. 그 놈은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샤칸의 눈동자가 완전히 야성의 붉은빛으로 물들었다.그의 몸 주변으로 은빛의 마력이 폭풍처럼 회오리치기 시작했다.샤칸은 율리스를 거칠게 밀쳐내고 거대한 은색 늑대로 변신했다.일반 늑대보다 세 배는 더 거대한, 압도적인 위용의 알파 늑대.샤칸은 번개 같은 속도로 국경의 경계선을 넘어 인간 왕국의 외성벽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프레야를 비롯한 부족의 정예 전사들도 우두머리의 폭주에 당황하며 뒤를 쫓았다.한편, 인간 왕국의 국경 초소는 발칵 뒤집혔다."야수다!! 괴물이다! 거대한 은색 야수가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초소의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샤칸은 그저 루미나 공주를 조금 더 가까이서 지키고,그 남편이라는 놈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해 다가갔을 뿐이었으나,인간들에게 그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살기는 침략과 다름없었다."궁수대, 발사! 마법사단, 결계를 발동해라!"초소장의 비명과 함께 수천 발의 불화살과 얼음 송곳 마법이 샤칸을 향해 쏟아졌다.샤칸은 귀를 찢는 하울링을 토해내며 그 모든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대륙 최강의 야수가 인간의 왕국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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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알파의 무자비한 반격과 비겁한 책략
콰아앙-!샤칸의 거대한 앞발이 국경의 제1성문을 내리치자,단단한 철제 성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인간 병사들의 비명과 말들의 울부짖음이 전장을 가득 채웠다."으아악! 괴물이다! 저 은빛 야수를 막아라!"마법사들이 억센 결계 사슬을 소환해 샤칸의 목과 다리를 묶었으나,샤칸은 붉게 번뜩이는 눈으로 낮게 으르렁거리며 온몸의 근육을 뒤틀었다.콰직-, 콰직-!마력으로 된 사슬들이 허무하게 부서져 나갔다.샤칸의 무자비한 발톱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발레리안의 정예 군사들이 낙엽처럼 쓰러졌다."대장! 너무 깊이 들어왔습니다! 성벽 안쪽의 본진이 움직입니다!"뒤따라온 프레야가 쌍칼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 넘겼다.율리스 역시 거대한 늑대로 변해 샤칸의 측면을 엄호했다.야성적인 늑대 군대의 무력은 얼음여왕의 저주로 피폐해진 인간 군대가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샤칸의 목표는 오직 하나, 루미나 공주가 갇힌 높은 탑이었다.그 시각, 외성벽 본진에서 이 전투를 지켜보던 발레리안 왕자는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저, 저 괴물이 왜 갑자기 우리 왕국을 공격하는 거지? 얼음여왕의 저주도 모자라 수인의 우두머리까지……!저 야수가 왜...."발레리안 왕자의 다리가 덜덜 떨렸다.그때, 샤칸이 전장의 군대를 뚫고 발레리안 왕자가 있는 성벽 바로 밑까지 도달해고개를 들어 포효하며 울부짖었다.붉고 은밀하게 빛나는 늑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발레리안 왕자가 아니었다.발레리안의 뒤편, 높은 탑 창가에 서 있는 루미나 공주였다.그 순간, 비열하고 잔인한 발레리안 왕자의 머릿속에 섬뜩한 책략이 스쳐 지나갔다.'저 괴물…… 내 아내, 루미나를 보고 있구나. 루미나의 황금빛 능력을 탐내서 저러는 건가?'발레리안 왕자는 전황을 뒤집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이대로 가다간 자신이 저 야수의 이빨에 찢겨 죽을 터였다.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바칠 수 있었다.그게 설령 자신의 아내이자 왕국의 성녀라 할지라도."루미나 공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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