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23화

Author: 진헤이
분위기는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다.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현우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그날부터 모든 건 이미 끝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서로의 뺨까지 내리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꽤 오랜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명우의 웃음이었다.

냉담하고 음울한 웃음이었고 소은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잔혹함과 함께 묘한 흥미가 서려 있었다.

“소은지, 잘하고 있어.”

그가 비웃듯 말했다.

“74호는 감히 하지 못했던 걸 엔데스 가문의 일곱 번째 며느리는 해내는구나.”

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상반된 두 신분에 대해 조롱하고 있었다.

명우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좋아. 아주 좋아.”

그가 성큼 소은지 앞으로 다가갔고 흥미로 가득 찼던 눈빛은 이내 사나워졌다.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소은지의 턱을 움켜쥐었고 거칠게 턱선을 문지르며 위협의 기운을 내뿜었다.

“지금 이 모습,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

소은지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분질러버릴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소은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럴 능력이 없어.”

“흥! 그래?”

“그럼.”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뼈마디가 부러지는 고통을 주며 괴롭혀왔다.

그런 그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굴복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강했고 절대 쉽게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졌다.

명우가 대꾸할 틈도 없이 그녀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그 여자가 어떤 인간인지.”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무언가에 의해 산산이 갈라졌다.

소은지는 오늘 엔데스 명우가 끝까지 덮어두려 했던 금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래, 넌 아직도...”

명우의 입에서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소은지가 먼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4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소은지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멍 자국과 턱을 스친 붉은 흔적을 본 남기는 조금 전 상황이 심상치 않았음을 곧장 눈치챘다.하지만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남기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 괜찮으니까.”“네.”남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짙은 걱정이 남아 있었다.이건 시작에 불과했다.소은지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피하려 하고 아무리 그와의 악연을 끊으려 해도 엔데스 가문은 그녀를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것을.일단 엔데스 명우를 몰아냈지만 이건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둘러야 해요.”소은지는 조용히 남기에게 말했다.지금 그녀는 현우의 행방을 최대한 빨리 알아내야 했다.물론 이유영의 말처럼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소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이곳은 파리다. 이 도시에서 현우는 어떤 존재였던가?이곳은 그가 살아온 터전이었지만 지금은 잔인하리만큼 차가운 현실을 안겨주고 있었다.누가 보아도 가슴 아픈 상황이었다.“네.”남기는 조용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연미가 반산월로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그녀의 방문은 소은지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요즘 송연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느낀 이후로 소은지는 그녀를 더욱 경계하고 있었다.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고 소은지는 앞에 놓인 물 한 모금 마시고는 차분히 말을 꺼냈다.“현우 씨가 너한테 말했겠지?”그 말을 하며 소은지는 차가운 시선으로 송연미를 바라봤다.송연미도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고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현우 씨는 네가 반산월로 날 찾아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현우는 더 이상 날 만나지 않으려고 해.”송연미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알도 하지 않았다.“내 전화도 받지 않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5화

    소은지는 조용히 송연정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놓았다.그녀의 눈빛엔 이미 무거운 결심이 내려앉아 있었다.송연정 역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눈 속에는 오래 참아온 비통함이 스며 있었고 그 아래엔 날 선 증오가 번득였다.“왜 엔데스 신우랑 결혼시키려는지 알아?”“왜?”‘엔데스 운빈과의 관계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또다시 다른 사람과의 혼사를 이야기한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닌가?’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한때 송연정을 ‘넷째 사모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지금은 어떤 상황이 되어 버린 걸까?’“왜냐하면 네가 아직 여기에 있기 때문이야.”소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원래 아버지는 송연정과 현우의 혼사를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돌아오면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린 거야.”“...”“넌 우리 아버지가 그냥 호의로 누굴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소은지, 대체 얼마나 더 망쳐야 속이 시원하겠어?”“...”“지금 엔데스 가문 상황이 현우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모르는 거야?”송연정은 마치 이 모든 일이 소은지 탓이라도 되는 듯 서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실제로 소은지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송연정과 현우는 공식적인 자리에 나란히 서곤 했다.소은지는 배경도 권력도 없는 외국 여자일 뿐이었다.파리 사람들은 모두 송씨 가문과 현우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고 가문 안팎의 관심은 오롯이 현우에게 쏠려 있었다.그렇다면 그녀가 이혼을 택한 건 단지 운빈과의 관계가 아니라 엔데스 가문 자체와 더 깊은 얽힘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그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야 현우와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니까.소은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잊었어? 내가 우천시에서 돌아온 이유, 바로 너 때문이야.”그 말에 송연미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입술이 달싹였으나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나만 없으면 가문이 너를 선택했을 것 같아? 결국 가문이 택한 건 송연정이었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6화

    사실 모든 기회는 그녀가 온갖 노력을 다해 엔데스 운빈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낸 그 순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씨 가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왜 송연정을 선택하면서도 자신은 끝내 선택하지 않았던 걸까?’처음엔 그 이유가 운빈과의 관계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느닷없이 엔데스 신우와의 혼사를 결정했다고 말했을 때, 송연미는 문득 깨달았다.그 모든 결정의 이면엔 현우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였다.결국 현우의 태도가 아버지의 선택을 바꿔 놓은 것이다.“현우를 만나야겠어.”송연미는 온몸을 떨며 소은지를 바라봤다.그녀는 현우를 만나야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왜 자신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현우를 직접 만나서 물어야 했다.차가운 엔데스 가문의 셋째 사모님으로 불리던 그녀는 지금 반산월에서 감정 하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었다.몇 년 전, 현우가 파리를 떠나고 나서 그 시간 동안 그녀가 어떤 힘든 나날을 보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그 오랜 기다림 끝에 현우가 돌아왔고 그녀는 현우와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모든 기회와 가능성을 단호히 끊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우였다.“네 전화도 받지 않는데, 널 만나고 싶어 할까?”소은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 한마디가 송연미는 더 깊이 무너졌다. 이미 흔들리고 있던 그녀의 마음은 그 순간 완전히 부서지는 듯했다.그녀의 눈빛엔 절망이 가득했다.“그래도 현우를 꼭 만나야 해.”송연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그녀는 현우를 만나야 했다.엔데스 신우와의 결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가문의 결정 앞에서 그녀는 늘 무기력할 뿐이었다.그동안 엔데스 운빈 곁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밤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는지 모른다.그리고 현우가 돌아오자 그녀는 주저 없이 모든 것을 정리했다.하지만 지금 현우는 그녀를 차갑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7화

    남기가 방 안으로 들어서서 조용히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소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저씨, 오늘은 몇 명이나 더 찾아올 것 같아요?”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탐색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남기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지금으로서는 일곱째 도련님 쪽에서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말뜻은 분명했다. 소은지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심하라는 경고였다.소은지의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가능하다면 이렇게 얽히고설킨 일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이 늪으로 끌어들인 건 도대체 누구였을까?엔데스 명우. 그 이름이 떠오르자 소은지의 머릿속에는 그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렸다.송연미가 전해준 말을 떠올리며 소은지는 조용히 물었다.“남기 아저씨, 지금 제가 떠난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요?”송씨 가문의 결정을 떠올리자 분노가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현우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욱 뚜렷해졌다.남기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사모님께서 돌아오신 이후로 일곱째 도련님은 송연정 아가씨와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그래요?”‘그렇다면 송연미가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소은지가 생각에 잠기자 남기가 말을 이었다.“일곱째 도련님은 언제나 눈치가 빠르십니다. 송씨 가문과 선을 그은 걸 보면 뭔가 그 속셈을 알아보신 듯합니다.”“...”“그리고 지금 사모님을 떠나게 하지 않는 이유는 사모님이 이 자리를 지켜주셔야 다른 사람들이 넘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물론입니다.”남기의 말에 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우천시에 있었을 때,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 며느리 자리를 노리는 가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송씨 가문이었다.예전엔 현우를 지지하는 송씨 가문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오늘 송연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자 송씨 가문 회장님의 인품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그 사실을 인식하자 오히려 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8화

    여진우의 목소리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냉정함이 담겨 있었다.이유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묻지 말라고?’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소은지에 관한 것만큼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여진우는 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아.”늘 그렇듯 그들은 단순한 적이 없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지는 이제 엔데스 가문의 사람이야.”그 말에 이유영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소은지가 엔데스 가문의 사람이라고?’이미 어지러웠던 머릿속은 그 말 한마디에 더욱 복잡하게 뒤엉켰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답답함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오늘 송씨 가문 소식은 들었어?”“들었어.”이유영의 목소리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그 소식을 접한 뒤, 파리 전체가 마치 안개 속에 잠긴 듯 모든 게 흐릿하고 불길했다.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여진우의 품에 안긴 순간, 이유영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기운에 짓눌렸다. 그의 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느낀 이유영은 무언가 정말로 큰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긴 침묵이 흐른 후, 이유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엔데스 가문의 도장은 찾았어?”지금 그 도장과 문서는 엔데스 가문 사람들에게 극도로 민감한 존재였다.그 하나가 모든 걸 좌우할 수도 있었다.도장 이야기가 나오자 여진우는 그녀를 더 꼭 안아주며 낮게 말했다.“아무 일 없으면 곧 나올 거야.”그 말은 다짐처럼 들리면서도 동시에 위로 같았다. 그 도장이 어떤 의미인지 이유영도 잘 알고 있었다.잠시 뒤, 여진우는 자리를 떴고 정국진도 오늘 집에 없었다.백산 별장에는 임소미와 이유영, 그리고 조기 교육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월이만 남아 있었다.월이는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방 안을 돌아다녔고 그 모습은 한없이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였다.예전엔 조기 교육 센터에 가기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즐거운 듯 아침마다 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9화

    한 시간 뒤, 이유영은 풍산 그룹에 모습을 드러냈다.진영숙과 마주한 순간, 그녀의 눈빛엔 깊고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뜻밖에도 박연준은 진영숙을 파리에 남겨두었는데 아마도 그녀 스스로 떠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진영숙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직까지도 강이한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상태였다.손에 들고 있던 컵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진영숙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네가 강이한의 딸을 낳았다니 믿기지 않는구나.”“...”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차디찼고 이어지는 말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왜요? 뱃속에서 죽이지 못해서 화가 났어요?”그 말에 진영숙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의 눈에 스치는 감정은 슬픔이었다.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 듯 쓸쓸함이 스며들었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엔 더 이상 분노가 없었다.남은 건 흩어진 슬픔뿐이었다.이유영의 싸늘한 태도 앞에서 진영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결국 고개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우리 애 어디 있는지만 말해줘.”긴 시간이 흘렀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강이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이유영뿐이라 믿고 있었다.박연준이 사람들을 풀어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진영숙도 기약 없는 기다림만 계속됐다.박연준은 그녀와 함께 서주로 가자고 했지만 진영숙은 끝내 따라나서지 않았다.이유영이 강이한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모른다고 했잖아요.”“정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진영숙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이유영을 바라봤다.“뭐라고요?”‘무엇을 의심하란 말이지?’“내가 들은 바로는 강이한이 너를 우천시로 데려갔던 건 염 선생을 찾기 위해서였대. 그땐 너도 몰랐겠지.”“...”“그런데 네 수술 시기에 맞춰 각막이 정확히 준비돼 있었어. 모든 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처럼.”‘이 상황을 정말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그 말에 이유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0화

    하지만 만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한지음의 존재는 그녀에게 사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고 연서라는 사람을 알게 된 이후, 이유영은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정말이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경고할게요. 제 딸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마요. 그 아이는 강이한과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이유영!”진영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녀의 눈빛 속엔 끓어오르는 분노가 맺혀 있었다.하지만 그 분노의 밑바닥에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뒤섞여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이유영이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진영숙은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어떻게 저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냉정하다는 말을 들은 이유영의 입가엔 오히려 더 짙은 미소가 걸렸다.‘냉정하다고?’“지금 강이한이 살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또렷하게 힘주어 말했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두 철수한 것에 대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사실상 생사불명이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이유영은 이렇게 냉담하게 말할 수 있다니 진영숙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의 마음은 돌보다도 더 차갑고 무정했다.아무리 돌이라도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온기가 스몄을 텐데 이유영은 아니었다.강이한이 생사불명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한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냉정하다고요?”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영숙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녀의 두 눈엔 오로지 분노만 가득했다.“그럼 아니야?”‘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어떻게 여전히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지?’‘생사불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조차 이유영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이유영은 조용히 말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1화

    “강이한은 2년 동안 자신을 가둔 채 보냈어.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지금의 이유영은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이토록 담담한 걸까?심장이 돌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걸까?“네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이겨내기 시작했어.”그때를 떠올리자 진영숙은 한층 더 괴로워졌다. 그녀는 마치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다.강이한은 아직도 그 안에 있었고 이건 그가 내린 선택이었다.“강이한은 지금 혼자 그 벌을 받는 거야. 네가 겪었던 고통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겪고 있어. 알기나 해?”이유영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저 자기만 강이한 곁에서 지독한 고통을 겪었다고만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강이한이 결국 이유영 때문에 그런 비극적인 끝을 맞았다. 그녀를 위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 거나 다름없었다.이제 그가 지옥에 떨어졌다는 사실 앞에서 이유영은 그저 묵묵히 아무 미동도 없이 모든 것을 보고만 있었다.이 모든 사실을 이유영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진영숙은 생각했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진영숙이 이런 사실을 이유영에게 말한 이유는 그녀가 너무 차갑게만 강이한을 생각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강이한의 실종에 조금의 반응이라도 보여줬으면 했다.강이한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길 바랐다.진영숙의 삶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그녀는 이유영만 편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친듯이 모든 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모든 걸 다 말했음에도 이유영의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건 그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할 대가였어요.”“...”순간 머릿속이 무언가에 부딪친 듯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진영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무정하고 차가운 말을 뱉는 사람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지금 이 상황에서도 이렇게 냉정할 수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1화

    공기가 얼어붙었다.“쾅!”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박연준이 탁자를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박연준의 억눌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가서 유영이를 백산 별장으로 데려가.”이유영은 미친 게 분명했다.‘감히 엔데스 셋째 도련님 같은 인물과 술집에 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건가?’정국진이라면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와 가까워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특히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엔 더욱 반대가 심할 것이다. 박연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고 남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문기원이 급히 박연준을 따라나섰다.“네!”위험한 박연준의 모습에 용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대답했다.강이한이 각막을 이유영에게 이식해 주려고 할 때 왜 박연준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되는 듯했다.지금 이유영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그녀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과거의 그녀는 마치 강이한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천사 같았다. 하지만 혼란을 겪은 이후 그녀는 변했다.거만하고 방탕하게 아무하고도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지금 박연준이 생각했을 때, 이유영은 더 이상 고상하고 단정한 명문가의 며느리가 아니라 그저 자유롭게 떠도는 바람 같은 여자였다.최근 그녀는 서재욱과 엔데스 신우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서주에서.박연준이 차에 타기 전, 문기원이 그를 붙들었다.“선생님, 선생님!”“비켜.”“오늘 정말 중요한 회의입니다.”문기원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서주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기에 이유영을 생각하면 문기원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정말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박연준 곁에 있는 문기원조차 그녀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박연준이 돌아서기를 기다렸다.박연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눈을 감은 순간, 그의 눈빛 속 날카로움은 잠시 가려졌지만 몸 전체에서 풍겨 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0화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은 고민에 휩싸일 때마다 이런 방식을 택했다.하지만 결국 이런 방식은 오히려 고민에 잠긴 마음을 더욱 괴롭힐 뿐이었다.한번 마음에 깊이 새겨진 근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죄송합니다만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그녀의 몸은 항상 술을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예전에 건강이 좋지 않기도 했고 어렵게 다시 찾은 시력인 만큼 그녀는 술과 더욱 멀리하게 되었다.하지만 오늘 진영숙이 백산 별장에서 벌인 일을 생각하니 이유영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감정을 억눌렀다. 그녀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회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인 건지 알 수 없었다.남자는 그 말을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깜빡했네요.”남자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괜찮아요.”“...”“이제 가도 될까요?”“술을 마시지 않아도 즐길 수 있잖아요.”“...”하지만 이유영은 이런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특히 많이 노출된 옷을 입은 여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반항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그녀를 향락의 세계로 이끌었다....한편 박연준은 서주에서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용준의 전화를 받은 그의 가슴이 쿵쾅거렸다.“그쪽은 괜찮아?”진영숙에 관해 묻는 것이었다.이유영이 인정사정없을 거라는 걸 박연준도 알고 있었다.과거 강이한 곁에 있을 때의 이유영을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는 적어도 강이한에게 만큼은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었다.그래서 진영숙이 아무리 이유영을 괴롭혀도 그녀는 어떻게든 참고 견뎠다.지금은 성격이 점점 더 나빠졌다고 해야 할까? 아예 참는 것을 포기한 것 같았다.용준은 진영숙의 현재 상황을 박연준에게 설명했고 이미 좋지 않았던 박연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회의 끝나고 바로 갈게. 일단 진정시켜.”박연준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 과연 내가 진정시킬 수 있을까?’“네!”“유영이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9화

    “박연준, 네가 강이한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였고 또 이제는 강이한 어머니까지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난 여태 몰랐네.”그 말은 날 선 조롱처럼 들렸다.동시에, 과거 강이한과 박연준의 사이가 이유영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되새기게 했다.그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이유영의 냉정한 말에 박연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다른 일 있어서 먼저 끊을게.”이유여은 박연준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사랑이란 그저 우스운 감정에 불과했다.차는 천천히 백산 별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지혁 씨.”“네.”“지혁 씨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이유영은 지혁을 향해 불쑥 물었다.예전의 이유영은 사랑이란 존재를 믿어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군가를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토록 반짝이던 사랑이란 단어 뒤편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었는지 이젠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의 말을 들은 지혁은 묵묵히 앞을 응시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핸들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이유영은 굳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쾅!”그 순간, 갑작스러운 충격음과 함께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이유영은 아픈 이마를 짚고 있었고 지혁은 차에서 내려 사고 처리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차 문이 열렸다.“아가씨.”지혁이 이유영 앞에 공손하게 나타났다.“무슨 일이에요?”“셋째 도련님 차입니다.”“...”그 말을 듣고 그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자꾸 나타나는 셋째 도련님의 존재에 우연한 사고인지 아니면 이미 계획된 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이유영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어떻게 된 거예요?”“셋째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이유영은 이 전설 속의 셋째 도련님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특히 엔데스 가문과 정씨 가문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밖에서 이유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8화

    하지만 그때의 이유영은 몰랐다. 그 아이가 결국 진영숙이 데려온 의사로 인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아!”분노가 치밀수록 이유영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고 진영숙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녀는 이유영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놔, 놔 이 미친년아! 악!”“짝!”이유영의 손바닥이 진영숙의 뺨을 후려쳤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말릴 용기를 잃고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이유영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다시 한번 움찔하고 말았다.이유영의 행동에 소리 내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숨을 삼켰다. 진영숙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결국 이유영은 진영숙을 놓아주며 말했다.“주제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그랬어요. 당신은 할머니라는 말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에요.”그렇다. 진영숙은 할머니가 될 자격이 없었기에 이유영도 그녀를 아무 감정 없이 내던질 수 있었다.진영숙의 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맴돌았다. 머릿속이 멍해진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얼어 있었다.그 사이 이유영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저년이 감히...”감히 뭐라고?예전엔 강이한 곁에서 순한 토끼처럼 보호받더니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이유영이 밖으로 나왔을 때, 차가운 밤바람이 그녀를 감쌌다.그 순간, 가슴속의 억눌린 감정이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지혁은 이유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용준을 밀쳐내고 앞으로 다가왔다.“아가씨.”“가요.”용준은 여전히 당당한 이유영의 모습을 보며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유영의 휴대폰이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박연준이었다.차에 오르자마자 전화를 받은 이유영의 모습은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여보세요.”“어디야?”“풍산.”“유영아...”전화 너머의 남자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박연준은 지금 이유영이 강씨 집안을 어떤 태도로 맞서고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7화

    과거 강씨 집안에서 강이한이 곁에 없는 동안에는 진영숙의 말에 고스란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홍문동으로 이사한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진영숙이 찾아오면 이유영은 그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고 감히 그녀의 말에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도대체 언제부터일까?’아마 강이한과의 이혼을 결심한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즈음부터 이유영은 진영숙의 말에 더 이상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그땐 고작 진영숙의 지시를 어기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한참 뒤에야 겨우 말을 꺼낸 진영숙이 이유영을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이빨을 드러낸 짐승 같은 기세가 실려 있었다.이유영은 고작 이런 걸로 화를 내는 진영숙이 가소로웠다.이유영은 아직 다 마시지 않은 따뜻한 물이 담긴 잔을 들고 망설임도 없이 진영숙의 얼굴에 뿌렸다.“앗!”진영숙은 비명을 질렀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올랐다.“손을 댄다는 건 이런 거예요.”이유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진영숙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퍽!”손에 들고 있던 잔이 손끝에서 떨어지며 바닥에 산산조각 났다. 그 순간, 방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예전의 풍산 사람들이 기억하던 이유영은 언제나 조용하고 온순한 여인이었다. 누가 감히 지금 이유영의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분노로 찬 이유영은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진영숙 역시 이유영을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예전에도 이유영에게 자주 화가 났지만 오늘처럼은 아니었다.진영숙은 분노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유영은 격하게 숨을 들이마신 진영숙을 향해 차갑게 쏘아붙였다.“다시 백산 별장에 가거나 우리 가족 근처에 얼씬거리면 그땐 당신 진짜 가만 안 둬.”그 마지막 한마디는 징벌처럼 무겁고 섬뜩할 만큼 냉정했다.월이는 이유영의 세상 전부이자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힘들게 월이를 낳으면서 강씨 가문은 이 아이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6화

    끊임없이 박연준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던 강이한의 모습을 이유영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두 사람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이였다.늘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고 그 모습을 본 이유영도 두 사람 사이에 과거의 악연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악연이 한 여자 때문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 여자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은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모든 게 이토록 명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유영만은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그 7년 동안 강이한은 얼마나 다정했던가?그 친절함 속에 실은 다른 여인을 향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이유영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박연준은 강이한의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었다.이건 과거의 이유영이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일이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실감하고 있었다.“어쨌든 강이한 씨의 어머니잖아요.”조금 전 용준이 한 말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마치 우스운 농담을 듣는 듯했다.“형님이 돌아오신 후에 처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용준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공손함 속에는 이유영을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있었다.이유영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진영숙이 월이를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의 분노는 가슴 깊이 타오르고 있었다.“지혁 씨.”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지혁을 불렀다.지혁은 그녀의 뒤에 있다가 곧장 앞으로 나섰다.“네, 아가씨.”“전 들어가야겠어요.”이유영이 내뱉은 짧은 문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용준은 지금까지 이유영의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 냉혹함에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네!”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지혁은 곧장 앞으로 다가섰다. 분위기는 마치 폭발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어지럽게 엉킨 현장을 냉정히 바라보며 우아하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용준은 지혁을 막으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5화

    이유영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임소미는 사람을 시켜 조사를 시작했고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결코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며칠 동안 진영숙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그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왜 서주로 떠나서 죽음을 가장했는지를.모두 이 여자 때문이었다. 진영숙이 그토록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남편뿐만 아니라 지금 강이한의 행방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여자로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임소미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진영숙이 사실은 월이를 데려가려 했다는 것을.“며칠 동안 데려가겠다고 했다고요?”“그래서 내가 화가 났던 거야.”진영숙의 행동을 보면 며칠은 말뿐인 핑계였다.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임소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제 아무것도 없고 오직 손녀만 남았다고? 과연 손녀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사람인가?’이유영은 말없이 얼굴을 굳혔다.진영숙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영아, 이번 일은 그녀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 없어.”임소미의 목소리엔 단단한 결심과 냉기가 섞여 있었다.진영숙은 자신이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아이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상실에 대해 임소미는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엄마. 제가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어떻게 처리할 거니?”‘어떻게 처리할까?’이유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임소미를 진정시킨 뒤, 이유영은 백산 별장을 나섰고 밖에선 지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풍산 그룹으로 가요.”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그곳은 과거가 덕지덕지 붙은 장소였고 이유영은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었다.“윙윙윙.”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박연준이었고 이유영은 망설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4화

    이유영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그녀는 임소미의 품에 파고들며 가느다란 팔로 어머니의 허리를 꼭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오래전 소은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강이한은 연애 상대론 괜찮지만 결혼은 다르다고.그때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맞지 않는 결혼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강이한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소은지는 그녀를 말렸었다. 소은지는 그녀의 결혼을 말렸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의 말은 모두 옳았음이 증명됐다.끝났다고 믿었던 그 관계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때, 등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앞으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예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이렇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두 혼자 견뎌야만 했다.임소미가 감싸안아 주자 이유영의 마음은 다시금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그리고 이 감정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가 말한 '아무도'는 명백히 진영숙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람에게서 다시 이런 고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엄마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임소미는 그 말을 반복하듯 속삭였다.오늘 밤, 임소미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장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진영숙이 막말을 퍼붓고 손까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이 강씨 가문에서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임소미는 문득 깨달았다.사모님의 우아한 모습은 진영숙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손부터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 살아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3화

    이유영이 돌아오고 그녀는 진영숙과 임소미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명의 도우미가 진영숙을 붙잡아 끌어내고 있었다.임소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솟구쳤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너 먼저 위로 올라가.”“무슨 일이 있었어?”이유영이 물었다.정씨 가문에 돌아온 지 오래된 만큼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아하고 온화한 사람인 만큼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임소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영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유영, 넌 누가 너한테 눈을 기증해 줬는지 모르지? 강이한이 네게 빚을 졌다고 하지만 사실은...”“입 다물어!”진영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소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고 진영숙은 여전히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엔 전례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도 진영숙은 이유영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 번도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용성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증오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유영아, 너 먼저 위로 올라가.”“엄마.”“올라가!”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격하게 소리쳤다.임소미가 이런 식으로 이유영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소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이유영은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진영숙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우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이유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영, 강이한은 너에게 빚진 게 없어. 강이한은 오히려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너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네 눈조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