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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Author: 진헤이
박연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냉정한 남자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치 냉혈한처럼 누구도 그의 마음을 쉽게 녹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박연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차가웠다.

“유영이에게서 떨어져요. 도장은 제가 찾아드릴게요.”

그 말이 떨어지자 등받이에 우아하게 기댄 남자가 장난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엔 동시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정도면 사랑인지 죄책감인지 헷갈리네요.”

‘사랑? 죄책감?’

그런 감정은 이제 박연준 자신도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유영이 엔데스 가문에 휘말리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

박연준은 더블루 리버스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엔데스 신우의 말은 옳았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엔데스 가문이 아니라 이유영이었다.

이유영이 자신과 이혼하지 않는다면 엔데스 가문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녀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시점에 정국진이 그녀의 이혼을 허락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한편, 이유영은 풍산으로 향했고 박연준은 백산 별장으로 향했다.

정국진은 박연준의 방문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서재에서 마주 앉았다.

박연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그런 겁니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이혼에 관해 물었다.

이유영이라면 모를 수도 있지만 정국진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국진은 잠시 말없이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깊고도 날카로웠으며 마치 그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는 듯했다.

긴 침묵 끝에 정국진이 입을 열었다.

“너와 강이한이 저지른 일들은 유영이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거야.”

그 말에는 무거운 진실이 담겨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고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온 감정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들으면 모두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그 일의 당사자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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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7화

    진영숙 같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평소보다 더 쉽게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유영은 화가 나면 언제나 감정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사람이었다.박연준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강씨 가문이 그렇게까지 미워?”단지 강이한뿐만 아니라 강씨 가문 모두에 대한 이유영의 분노가 느껴졌다.“그렇다면 방금 같은 상황에서 내가 진영숙 앞에 무릎 꿇고 제발 아이는 뺏지 말아 달라고 빌었어야 했을까?”“이유영!”박연준의 목소리가 다소 날카롭게 변했다.“너랑 강이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적어도 지금 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사실 조금 전 그녀의 행동은 과격했다.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박연준도 잘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진영숙의 뺨을 내리치는 장면이 떠오르자 박연준의 가슴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맞아. 방금 너 잘못한 거야.”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과거에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아무리 많은 다툼이 있었다고 해도 분명 아름답고 소중했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 차갑고도 낯설었다.이유영은 말없이 박연준을 바라봤다.길고도 무거운 침묵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박연준, 너한테도 엄마가 있었다면 난 똑같이 대했을 거야.”“너...”“아무 의미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참고 살 필요는 없으니까.”진영숙은 더 이상 그녀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참지 않았고 더 이상 참을 이유도 없었다.이유영은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리고 문을 닫기 전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내일 이혼해.”이혼이라는 단어에 박연준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린 듯했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고통이 몰려왔다.“예전에 강이한도 이렇게 몰아붙였어?”그렇다. 이유영은 이혼에 대해 결심이 서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밀어붙였다.박연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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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5화

    박연준은 백산 별장에서 무슨 정신으로 나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문기원은 그를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선생님.”“유영이가 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 넌 알고 있었어?”박연준은 문기원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문기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렸다.사실 이유영이 파리로 돌아온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그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도, 박연준도 그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리고 오늘 정국진과의 대화는 박연준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네...”문기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주변 사람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박연준과 강이한만이 끝까지 그 무서운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가자.”박연준은 그 주제에 대해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차 쪽으로 걸어갔다.문기원이 뒤따르며 말했다.“신시욱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신시욱?”박연준은 걸음을 멈추며 문기원을 바라보았다.신시욱은 강이한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강이한이 용성시를 떠난 이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박연준조차도 몰랐다.‘연락이 왔다고? 왜?’아마도 이유영과 엔데스 신우 관련 기사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사들이 떠오르자 박연준은 다시금 머리가 지끈거렸다.“무슨 말 했어?”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어떻게든 사모님과 이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박연준 역시 이혼할 생각은 없었다. 그 생각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이유영은 이미 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는 정국진의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연준은 이 혼인을 유지하고 싶었다.혼인만 유지된다면 엔데스 가문도 그녀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할 것이라 믿었다.“강이한은 지금 어디 있대?”“말하지 않았습니다.”“진영숙 씨에 대해서는 언급했어?”진영숙의 현재 태도는 박연준에게 그야말로 골칫거리였다.그녀는 강이한의 어머니이자 현재 이유영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존재였다. 그것만으로도 박연준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4화

    박연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냉정한 남자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치 냉혈한처럼 누구도 그의 마음을 쉽게 녹일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박연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차가웠다.“유영이에게서 떨어져요. 도장은 제가 찾아드릴게요.”그 말이 떨어지자 등받이에 우아하게 기댄 남자가 장난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엔 동시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이 정도면 사랑인지 죄책감인지 헷갈리네요.”‘사랑? 죄책감?’그런 감정은 이제 박연준 자신도 구분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유영이 엔데스 가문에 휘말리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박연준은 더블루 리버스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엔데스 신우의 말은 옳았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엔데스 가문이 아니라 이유영이었다.이유영이 자신과 이혼하지 않는다면 엔데스 가문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녀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다.그런데 이런 중대한 시점에 정국진이 그녀의 이혼을 허락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한편, 이유영은 풍산으로 향했고 박연준은 백산 별장으로 향했다.정국진은 박연준의 방문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서재에서 마주 앉았다.박연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그런 겁니까?”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이혼에 관해 물었다.이유영이라면 모를 수도 있지만 정국진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정국진은 잠시 말없이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깊고도 날카로웠으며 마치 그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는 듯했다.긴 침묵 끝에 정국진이 입을 열었다.“너와 강이한이 저지른 일들은 유영이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거야.”그 말에는 무거운 진실이 담겨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고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온 감정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세상 사람들이 들으면 모두 놀랄 일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은 그 일의 당사자였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3화

    이유영은 그 말을 끝으로 뒤에 있는 커다란 지바겐에 올라탔다.그녀가 차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용준도 조용히 자신의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곧바로 박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연준은 지금 더블루 리버스에 있었다.두 사람의 눈빛은 모두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들 사이에는 날 선 긴장감이 감돌았다.전화를 확인한 박연준은 맞은편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를 흘끗 바라보고는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돌아갔어?”“네.”“알았어.”짧게 대답을 남긴 박연준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엔데스 신우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의 모든 동작은 절제되어 있었고 우아함이 묻어났다.“지난 몇 년 동안 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이곳에 온 적 없었나 봐요?”박연준의 목소리는 깊고 무거웠다.만약 엔데스 가문 사람들이 더블루 리버스에 자주 드나들었다면 박연준은 이미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을 것이다.“바보가 사는 곳에 그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관심이나 두겠어요?”신우는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바보라... 흥!”‘세상에 이렇게 만만치 않은 바보도 있나?’“유영 씨가 법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죠?”엔데스 신우의 장난스러운 말투에도 불구하고 그 말 한마디에 박연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유영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파리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것도 아실 텐데요?”“전 그런 적 없어요. 유영 씨가 스스로 박연준 씨를 떠나려고 한 거죠.”“셋째 도련님!”박연준의 목소리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지금 여섯째와 다섯째 동생이 모두 정씨 가문을 주시하고 있어요. 유영 씨가 이혼하고 나면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정씨 가문이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던가?’박연준의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전 그쪽 가문 누구든지, 그런 생각하는 거 용납 못 해요.”“처음부터 이렇게 지켜주지 그랬어요. 그랬다면 지금 이 지경까진 안 왔을 텐데.”“...”‘처음부터? 도대체 언제부터?’사실 엔데스 신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2화

    한지음의 존재는 이온유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알겠어요.”강이한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느낀 이온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바닥 먼저 치울게요.”“장 아주머니한테 부탁하면 돼. 넌 숙제하러 가.”“네.”아이는 정말이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때때로 너무 착한 온유의 모습은 오히려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곤 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보다 외면할 수도 없었다....한편 파리에서.이유영은 오후 3시 정각에 법원에 도착했지만 박연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용준이었다.용준을 보자 이유영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형수님.”“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분명 박연준이었다.“돌아가세요. 형님은 오지 않으실 겁니다.”이유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복잡하고 무거운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오지 않는다고? 결국 이렇게 뻔뻔한 방법을 택하겠다는 건가?’그렇게 생각한 이유영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고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깃들었다.“저는 기다릴 거예요.”이유영은 용준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물러날 기색은 전혀 없었다.“형님은 지금 엔데스 셋째 도련님을 만나고 계십니다.”“...”그 말을 듣자 이유영은 잠시 멍해졌다.용준은 심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형수님, 형님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몰아붙이다니? 지금 사람들이 내가 박연준을 몰아세운다고 생각하는 거야?’용준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파리에서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처럼.풍산 그룹은 과거에 이유영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지금 박연준은 서주에 있었기에 풍산 그룹은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니었다.그러나 여긴 파리였다.풍산 그룹은 엔데스 가문, 나아가 정씨 가문 전체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었다.“형수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1화

    지나간 일들에 대해 강이한은 이제야 모두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유영이 박연준과 이혼하려는 결정을 듣고 더더욱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박연준이 동의했어?”강이한의 목소리는 이미 긴장한 듯 떨리고 있었다.“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지금은 뭐?’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유영과 엔데스 셋째 도련님 사이의 관계였다.강이한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두 사람의 관계라는 것을.강이한은 말했다. “박연준에게 셋째 도련님과 유영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보라고 해.”강이한은 이유영이 셋째 도련님에게 마음이 생겼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이유영은 엔데스 가문의 사람과 얽히는 것을 누구보다 더 꺼려했으므로 이번 일도 예전의 엔데스 명우 사건처럼 협박에 의한 상황일 것이라 믿었다.그렇게 생각한 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알겠습니다.”신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이한은 옆에 놓인 물잔을 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쾅!”아무리 주변을 예민하게 감지해도 손이 닿는 순간 컵은 바닥에 떨어지며 귀가 찢기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그 소리에 강이한의 가슴도 유리컵처럼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바로 이런 거였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아무리 날카로운 감각이라 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선생님.”“아빠.”신시욱과 이온유의 긴장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강이한은 어둠 속에서 생생한 무력감을 느꼈다.차가운 작은 손이 그의 손을 잡았다.“다친 곳은 없는지 볼게요.”이온유는 긴장한 얼굴로 강이한의 손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이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깊은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아빠,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이온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강이한의 목소리도 한없이 부드러워졌다.“그래.”신시욱은 묵묵히 강이한과 이온유를 바라보았다.우천시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그들은 이온유에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0화

    시력을 잃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주변을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느껴졌다.이유영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을 때, 그의 모든 미세한 변화를 다 알아차렸던 것을 떠올리며 문득 궁금해졌다.‘그때 유영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이유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의 모든 감정을 다 느끼고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강이한의 가슴이 먹먹해졌다.“말해 봐. 무슨 일이야.”결국, 강이한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신시욱의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신시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께서 오늘 오후, 박연준 씨와 이혼하십니다.”“...”“게다가 태도가 매우 강경하십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쾅’ 하고 울리는 듯했고 이마의 핏줄이 꿈틀거리며 고통이 밀려왔다.“엔데스 가문의 그 도장은 아직 소식 없어?”“아직 없습니다.”‘그런데도 지금 이혼하려 한다고?’‘엔데스 가문의 상속자가 되려면 정씨 가문의 지지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는 있는 걸까?’이혼을 강행한다면 정씨 가문은 엔데스 가문과 정면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건가?’“그리고...”신시욱의 목소리엔 걱정이 깊게 실려 있었다.“그리고 뭐?”강이한은 이미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이유영,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어젯밤, 사모님께서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박연준 씨는 굉장히 초조해 보였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사모님이 먼저 이혼을 제안하셨고 태도는 단호했습니다. 그래서...”신시욱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어젯밤, 이유영은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있었고 그다음 날 아침 박연준에게 이혼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그렇다면 이 일에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상관있지 않을까?셋째 도련님의 이름이 언급되자 강이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그 바보 같은 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9화

    이유영이 백산 별장에 돌아왔을 때, 정국진은 이미 나가고 임소미만이 집에 남아 있었다.이른 아침만 해도 괜찮았던 그녀의 표정은 지금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임소미의 얼굴을 보고 이유영은 다급히 다가갔다.임소미는 딸의 눈앞에서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이내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숨을 몇 번이나 고르며 마음속의 울분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무슨 일인데요, 엄마?”임소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유영은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유영이 소파에 앉자마자 임소미는 이유영을 끌어안았고 묵직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전해졌다.‘늘 이성적이던 엄마가 이토록 감정을 드러낼 정도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유영은 임소미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 임소미가 숨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진영숙의 변호사가 왔어.”“...”그 말에 이유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변호사라니?’“무슨 일로?”질문은 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었다.진영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어젯밤, 이유영은 진영숙이 다음엔 어떤 방식으로 들이닥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강이한이 줬던 상처를 견디기 위해 여태 했던 노력을 생각하면 화가 나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강이한이 저질렀던 짓들로 하여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진영숙은 그런 그녀를 통해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뿐만 아니라 이유영도 강이한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어제 진영숙이 남긴 말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오르려는 찰나 임소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 여자가... 월이를 데려가려고 해.”역시 예상대로였다.진영숙이 정씨 가문에 변호사를 보낸 이유는 그녀에겐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이한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진영숙은 결국 남아있는 유일한 핏줄에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아무리 이유영을 미워해도 월이만큼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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