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소은지의 말에 이유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비록 저 두 사람이 예전에 그 모든 걸 다 포기한다고 선언한 뒤에 이렇게 다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테지만 소은지의 이런 반응을 보면 분명 배후에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뭔가를 더 물어보려 했지만 소은지는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이유영은 차 안에서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는데 아무리 지금 뒤쫓아가서 따져 물어봐도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렇게 이유영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거실에 엔데스 신우가 보이자 그에게 냉큼 달려갔다.“신우 씨!”“어디 갔었어?”엔데스 신우는 양팔을 벌려 그녀를 맞이했는데 방금 소은지와의 대화를 끝내고 나와보니 그녀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살짝 걱정했었다.“은지랑 무슨 얘기를 나눴어요?”역시나 엔데스 신우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버렸다.그리고 그의 얼굴 변화를 빠르게 눈치챈 이유영은 더욱 긴장되기 시작했다.“대체 무슨 일인데요?”심장이 곧 터질 듯이 빠르게 뛰었고 숨이 점점 더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이때.엔데스 신우가 고민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할리 가문과 엔데스 가문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물었어.”원한이라는 단어에 이유영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예전에 하선희가 두 가문에 대한 혼인을 매우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이 배후에는 분명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원한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오늘 소은지의 태도와 방금 엔데스 신우의 말까지 들어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들이 아니었단 느낌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이유영이 한껏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소은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할리 민상에게 병원에서 지어온 한약을 달여줬다.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리 민상이 한마디를 건넸다.“번거로울 텐데 그냥 조 집사한테 맡겨.”소은지도 사실 수술받은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태로 자신을 돌봐주는 그녀가 안쓰러웠다.“이모님도 이제 연세가 있
엔데스 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소은지는 거기서 빠져나온 뒤 곧바로 이유영을 찾아왔다.한껏 창백한 얼굴을 한 소은지를 보고 이유영이 걱정스레 물었다.“무슨 일 있어?”“나 셋째 도련님 좀 만나려고.”“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순간 고개를 들어 이유영을 바라보던 소은지는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울컥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참아야 했다.그 모습을 당연히 눈치챈 이유영이 더는 묻지 않고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잠깐만 기다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게.”엔데스 신우는 왜 찾는지 알 수 없지만 소은지의 표정만 봐도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게 뻔했다.전화 통화를 마친 뒤 이유영이 차분하게 말했다.“지금 오려면 대략 30분 정도 걸릴 거래.”“그럼 여기서 기다릴게.”“그래.”단호하게 대답하는 소은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유영이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주며 다시 물었다.“은지야,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해줄래?”이유영이 알고 있던 소은지라는 사람은 분명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하여 소은지의 낯선 모습에 이유영은 그녀가 심히 걱정되었다.그러나 소은지는 뭔가를 대답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이때.이유영의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자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소은지를 바라보았다.“가서 받아.”“응.”대답하자마자 얼른 한쪽으로 가서 전화받았다.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엔데스 신우가 돌아올 때까지도 통화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소은지와 엔데스 신우는 30분 동안 긴 대화를 마친 뒤 다시 방 안에서 나왔다.문밖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이유영은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소은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냉큼 달려가 걱정스레 물었다.“은지야, 괜찮아?”여기로 왔을 때부터 이상했는데 지금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니 이유영은 마음이 불편했다.그러나 소은지는 그저 가만히 이유영을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대체 무슨
파리에 또다시 폭풍우가 몰아쳐 왔다.바로 엔데스 현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한편, 파리에서 오도 가도 못했던 강이한이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사라져 버린 탓에 이유영은 혹시나 그가 또다시 은별이한테 접근할까 봐, 요 며칠 계속 그의 행방을 알아보고 있었다.소은지는 지금 온 신경이 할리 민상에게 쏠려있었던 탓에 당연히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파리의 중심에 있는 마봉산.소은지는 결국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국화꽃을 하선희의 묘비 앞에 내려놓았는데 묘비 사진 속의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이게 원래 모습이겠죠?”그렇다.저게 하선희의 진심 어린 웃음일 텐데 파리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소은지는 단 한 번도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매번 사나운 얼굴로 그녀를 위협했고 가슴 떨리게 했다.이때.엔데스 현우가 갑자기 소은지의 뒤에 나타났다.누군가의 인기척에 소은지가 재빨리 뒤돌아서니 역시나 남자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이상하게 눈앞의 남자에 대한 감정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예전에는 엔데스 현우든 엔데스 명우든 그저 그들에 대한 원망만 가득했다면 지금은...“결국 모든 걸 다 받아들였나 보네요!”엔데스 현우가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받아들였다는 게 다름 아닌 할리 가문을 뜻했는데 파리에 돌아오고부터 소은지는 할리 민상과 자주 접촉했었다.이제 하선희의 묘까지 오는 걸 보면 분명 할리 가문을 완전히 용서한다는 걸 의미했다.그의 말에 소은지가 가볍게 코웃음 쳤다.“왜요, 그러면 안 돼요?”그동안 많이 달라진 소은지의 태도에 엔데스 현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분명 얼굴은 웃고 있지만 자꾸만 자신에 대한 조롱으로 느껴져 슬슬 화가 올라왔다.“은지 씨!”“대체 왜 다시 돌아온 거예요?”소은지가 더는 못 참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는데 이번에 분명 다른 목적을 안고 왔으리라 생각했다.엔데스 현우든 엔데스 명우든 다 한통속일 것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제 와서 어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단지 지금 그녀의 곁에 누가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드물게 소은지가 하선희에 대해 먼저 묻는 모습에 조미영도 이 기회에 다 말해주고 싶었다.“사모님도 참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때 아가씨가 여섯째 도련님한테 그런 일을 당했던 사실을 알고 난 뒤에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는데요.”“...”“만약 더 오래 살았더라면 분명 도련님을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하선희라면 분명 그러고도 남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계획조차 다 실행하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했다.그렇게 원망보다 아쉬움만 안고 떠나갔다.“사모님께서는 엔데스 가문이라면 치를 떠는 분이셨어요. 그때 만약 큰아가씨가 계셨더라면 그런 선택도 하지 않았고요.”할리 연희의 입양을 뜻했다.당시 하선희는 할리 연희를 엔데스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권력에 눈이 멀어 이 기회에 엔데스 가문을 통해 할리 가문의 전성기를 이루려고 한다고 비난했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전성기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단지 자기 딸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다.“이건 다 됐으니까 가져갈게요!”소은지는 더 이상 듣는 것조차 괴로웠다.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던 그녀였고 본인이 보고 들은 것만 믿어왔는데 모든 게 한순간에 뒤집어지니 소은지는 지금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조미영이 소은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급히 외쳤다.“아가씨, 데이지 않게 조심해요!”그러나 소은지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그대로 음식을 들고 나가더니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할리 민상도 어느새 나와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이미 빨개져 있는 그녀의 손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은지야!”분명 덴 것처럼 보여 할리 민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는데 반면 소은지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할리 민상이 재빨리 그녀를 데리고 다시 주방에 들어가더니 냉큼 찬물을 틀어 손을 담갔다.“이런 일은 더
아침 식사가 끝난 뒤에도 소은지는 멍한 상태였다가 점심시간이 돌아오자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한눈에 봐도 소은지의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조미영이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그냥 제가 할 테니까 아가씨는 들어가서 좀 쉬어요.”“괜찮습니다.”생각해 보면 지금 그녀의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행복이었기에 이따위 피로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여태껏 너무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았는데 더 이상 그러기 싫었다.소은지의 단호한 목소리에 조미영도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네.”할리 민상도 다 털어놓고 보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예전보다 식성이 좋아졌다.반대로 소은지는 여전히 마음이 뒤숭숭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할리 민상의 음식은 정성껏 준비해야 했다.“이모님.”“네.”“그... 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분명 하선희를 뜻했는데 사실 소은지는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뜬금없는 물음에 조미영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여태껏 마치 금지어처럼 소은지의 앞에서는 하선희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었는데...“아주 좋은 사람이었죠.”사실 조미영의 머릿속에도 하선희가 마지막까지 히스테리를 부리던 모습으로 가득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녀가 젊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옆에서 똑똑히 지켜봤었고 더없이 맑고 깨끗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에는 그런 모습으로 변했다.“좋은 사람이요?”“사모님께서는 젊었을 때부터 자선 활동을 했었는데 사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계속하고 계셨어요.”“심지어는 직접 시골에 내려가서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셨고요.”그때의 파리는 지금처럼 조건이 그리 좋지 않았고 불우한 가정이 많았다.비록 그녀가 공식적으로 누군가를 입양하지는 않아도 그녀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배부르고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한마디로 그때의 하선희는 거의 천사나 다름없었다.“사모님께서는 아마 아가씨를 잃어버리게 된 뒤로부터 그렇게 변했던 것 같습니다.”
불타오르던 복수심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도 꺼지지 않았고 하루 빨리 언데스 가문 전체를 부숴버리고 싶은 욕망만 가득했다.이 시각.할리 민상은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또다시 가슴이 저릿해졌다.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소은지는 얼굴이 창백한 채로 한동안 말조차 하지 못했다.“네가 그 사람을 많이 미워하는 것 같아 여태껏 나도 솔직하게 말해주지 못했어.”“...”“사실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널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야.”그러나 소은지는 아무리 시초가 복수였다고 해도 어떻게 사람이 그 정도로 변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사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그녀가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때까지만 해도 일단 선희는 자기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모두 가차 없이 제거했었어. 그중에 너만 살아남았고.” 사실 그때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와 같이 살고 있었고 그도 엔데스 가문 상속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하여 하선희는 자기 계획이 틀어지는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 소은지부터 제거하려 했었다.할리 민상의 말에 소은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가 다시 가슴 한편이 욱신거렸다.대체 무엇 때문에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어버린 걸까?“그렇다면...”“모든 사람이 선희가 권력에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어도 너만은 그러면 안 돼!”소은지는 그의 말에 문득 하선희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하선희는 할리 연희를 더 높은 자리에 앉히려고 미친 듯이 소은지를 내쫓으려고만 했는데 그 흉악한 모습이 아직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었다.“선희가 예전에 너한테 많은 상처를 줬다는 걸 알아. 그런데 그때까지도 선희는 네가 자기 딸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알았다면 당연히 그렇게까지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을 텐데!”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딸을 절대 해칠 리가 없다.소은지는 할리 민상의 말을 다 듣고 난 뒤에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까지는상황이 잘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