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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Author: 진헤이
파리에서 보낸 그 시간 동안, 엔데스 명우만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람은 없었다.

마치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고,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 있다는 태도가 매 순간 배어 있었다.

그런데 권력과 지위에 그토록 집착하던 사람이, 막판에서 기꺼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엔데스 현우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후 두 시.

지금 출발하면 목적지에 닿을 즈음 하늘이 이미 까맣게 어두워질 터였다.

이곳 겨울의 낮은 유난히 짧아서, 다섯 시쯤이면 온 세상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가자.”

엔데스 현우는 일단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소은지의 단서를 손에 넣었으니,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소은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산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금은 아마 어려울 겁니다.”

“왜?”

“며칠째 폭설이 이어졌습니다. 도로가 전부 눈으로 덮였고, 제설 차량은 사흘 뒤에나 그 구간을 순회합니다.”

이곳의 제설 계획은 빽빽하게 짜여 있었다. 제설 차량이 하루에도 수차례 움직이지만, 구역마다 순환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소은지가 머무는 마을은 사흘 뒤 제설 작업이 진행된다.

지금 이동을 시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산길만 30킬로미터가 넘고, 전 구간이 다 눈길이었다.

엔데스 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사흘은, 너무 길었다.

“그렇게 오래 못 기다린다.”

“그렇다면 내일로 맞추시는 게 낫습니다. 지금 당장 제설 차량을 섭외한다 해도, 도착하면 밤 열 시를 훌쩍 넘을 겁니다. 중간에 체증이라도 생기면 자정을 넘겨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엔데스 현우의 마음은 확고했다.

“지금 당장 준비해.”

이곳에 머문 시간은 이미 충분히 길었다. 이제야 어렵사리 잡은 실마리를 놓칠 수는 없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가장 빠른 시각에 산을 넘어갈 생각이었다.

권중호는 뭐라고 더 하고 싶었지만 이미 결심을 내린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고개만 숙이고 서둘러 움직였다.

소은지를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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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08화

    소은지는 생각하다가 결국 이수연을 부르기로 했다.차를 몰고 가 보니, 이번 일 때문인지 남자의 분노가 고스란히 이수연에게 쏟아지고 있었다.이수연은 예전처럼 울며 빌지 않고 이번에는 맞서 싸웠다.“맞아요. 이제 떠날 거예요!”“...”소은지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바로 그 순간 이수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의 손바닥이 이수연의 얼굴을 후려쳤다.“썩을 년, 체면 세워 줬더니! 멀쩡한 삶 놔두고 감히 도망치려고 해?”“멀쩡한 삶이라니요?”멀쩡하다는 말을 듣자, 이수연의 입가에 절망이 섞인 웃음이 번졌다.그리고 비웃음이 뒤따랐다.“이게 멀쩡한 삶이에요?”정말로 멀쩡했다면, 누가 못 버티겠나.하지만 절망이 너무 많이 쏟아졌다. 얼른 이 지옥 같은 나날을 끝내고 싶었다.남자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이수연은 버티지 못하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이번만은 살려달라고 빌지 않았다.이수연은 더는 굴복하지 않았다.“이번에 재판에서 지면 내가 어떻게 널 처리하는지 똑똑히 봐! 감히 내 곁을 떠날 생각을 해?”남자는 한편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이수연을 때렸다.남자가 또 이수연을 발로 차버리려고 할 때, 소은지가 등 뒤에서 달려와 남자의 몸을 세게 밀쳐 냈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눈밭에 나동그라졌다.벌떡 일어나 욕을 퍼부으려다, 소은지를 보자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질렸다.소은지는 앞으로 나가 남자를 연달아 두 번 걷어찼다.“사람 때리는 게 그렇게 좋니?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소은지는 이 남자를 처음 만난 날부터 분노가 끓었다.이게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여자를 날마다 때린단 말인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기세등등할 수 있냐는 말이다.“너, 너... 감히 나를 때려? 고소할 거야!”말로는 기세등등했지만, 소은지의 분노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소은지는 곧장 신고 번호를 눌렀다.“괜찮아. 내가 먼저 신고할 거니까.”차라리 잘됐다. 하루라도 빨리 남편을 구속하는 편이 낫다.이수연은 이미 보호를 신청해 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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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04화

    시간은 느리면서 빠르게 지나간다.이수연은 본인이 그동안 어떻게 그 고통을 버텨오며 살아온 건지 잊을 것만 같았다. 지금 모든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었다. 이수연은 빨리 이 사건이 끝나기를 바랐다....이수연이 떠난 뒤 엔데스 명우가 찾아왔다.소은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사람을 불러 문을 따게 하고 당당하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넌 지금 이수연의 남편이랑 다를 바가 없어.”엔데스 명우를 본 소은지는 담담하게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나를 그런 사람이랑 비교하면 안 되지.”“그런 사람? 하.”그 말인즉슨 엔데스 명우는 이수연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이다.그러면서도 이 재판에 끼어들어 소은지의 계획을 망쳐놓은 것이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깊은 눈동자로 소은지를 쳐다보았다.마치 뭐든지 꿰뚫어 보는 시선 같았다. 소은지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왜 그렇게 보는 거야.”‘설마 날 협박하고 싶은 건가?’지금의 소은지는 이미 두려울 게 없었다. 예전에는 이유영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엔데스 신우가 있으니 소은지는 걱정할 게 없었다.소은지는 본인만 잘 챙기면 된다.달칵.담담한 소은지의 모습에 엔데스 명우가 짜증스레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리고 깊이 들이마시고는 연기를 내뿜었다.가벼운 연기로도 무거운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소은지는 그저 담담하게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이곳의 날씨는 정말 너무 추웠다.봄 날씨는 과연 어떨지. 정말 다른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따뜻하기를.엔데스 명우는 어느새 담배를 다 피웠다. 그리고 재떨이에 담배를 털면서 물었다.“아직 이혼 안 했어?”강혁이 아까 그 얘기를 하자 엔데스 명우는 그제야 이 일이 떠올랐다.어쩌면 엔데스 명우는 그동안 파리에서 일어난 모든 것에 대해 일부러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랐다. 억지로 떠올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마비시켰으니까 말이다.하지만 파리에 있을 때 소은지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03화

    “걱정하지 마요. 꼭 성공할 거예요.”소은지가 이수연을 보면서 말했다.“네.”모든 것이 이미 시작됐다.다만 이 시작을 통해 이수연이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하지만 이 일을 통해 이수연은 소은지를 더 믿게 되었다. 재판에 선 소은지의 모습을 보면서 소은지가 이수연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더 확실해졌으니까 말이다.소은지는 이수연 손 등의 멍을 발견했다. 또 새로운 멍이었다. 이제 며칠이 되었다고 또 새로운 상처가 는 것인지.“남편이 또 때렸어요?”“네.”“그동안 어떻게 버텨온 거예요.”소은지는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이윽고 이수연이 대답했다.“이미 습관이 되어서요.”“...”습관이라니.그 단어는 아주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수연이 그동안 얼마나 절망적이고 무력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예전의 이수연은 도망치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망쳤다가 다시 잡혀 오기를 반복하면서 더욱 강한 주먹을 맛봐야 했다.그래서 몇 번 반복된 뒤에는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 뒤에는 법적인 도움을 받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인맥도 없는 이수연이 진심으로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실망한 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소은지 씨.”“네?”“소은지 씨는 저를 도와준 첫 번째 사람이에요.”이수연이 감동한 표정으로 소은지를 보면서 얘기했다.“...”첫 번째라니.이 마을은 그렇게 작은 것도 아니었다.그리고 이수연의 남편은 무뢰한으로 마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수연의 남편이 이수연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잘 알았다.소은지는 이수연의 집을 가 보았기에 두 사람의 생활이 얼마나 가난한지 알았다.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이수연의 남편이 이수연을 폭행하는 걸 두고만 본다니.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니.이수연은 소은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 저를 억지로 집에 데려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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