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56화

Author: 진헤이
“정국진 회장 누구인지 너도 알지?”

강서희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동안 강이한 옆에서 지내게 되면서 한지음도 나름 상류사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국진은 그녀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는 파리의 최고의 부자라 알려진 대기업 회장이었다.

“하! 설마 네가 뭐 정국진 회장의 잃어버린 딸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한지음이 조롱하듯 말했다. 그녀는 강서희가 강씨 집안의 입양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은연중 항상 강서희를 무시해 왔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난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해.”

“….”

“네가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이유영이야! 그 여자가 무려 정국진 회장의 조카였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파리 최고의 부자가 이유영의 삼촌이라고!”

강서희의 말이 이어질수록 한지음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하지만 강서희는 오히려 그 모습에 희열을 느낀 듯 더 흥분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제 이유영은 네가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단 말이야!”

“….”

“정국진 회장이 든든히 뒤에서 버티고 있는데 네까짓 게 뭔 짓을 한다 해도 쓸모 없을 거야!”

“….”

“그렇게 불쌍한 척 굴어봤자 소용없어. 세상 모두가 널 동정한다 해도 이유영에겐 정국진 회장이 있으니까!”

강서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한지음의 심장을 꿰뚫었다. 파리 최고의 부자, 정국진이 이유영의 삼촌이었다니! 한지음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그녀가 어떤 계략을 짜더라도 쉽사리 이유영을 무너뜨릴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강서희가 계속 떠들어대자, 정신이 산만해진 한지음이 입을 열었다.

“그만!”

“이제 이유영은….”

갑작스레 울려 퍼진 한지음의 고함에 강서희는 깜짝 놀라 하던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무력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한지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유영도 꼴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네가 그동안 한 짓거리들 보면 인과응보가 진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7화

    노부인은 매우 체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지음한테 감사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동안 하도 언론에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많이 퍼지다 보니 이제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래, 하지만 네 말대로 강씨 가문은 우리 오빤한테 목숨을 빚졌어! 그건 사실이잖아?”“이익!”결국 말문이 막혀 버린 강서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강서희는 머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결국 병실엔 한지음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이유영!”한지음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이유영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아름다웠던 모습은 잃어버린 채, 추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유영에게 가장 비참한 최후를 안겨주려다가 도리어 자신의 눈이 멀어버렸다. 이제 한지음은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유영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이 사실을 자각하자 너무 분했다!“내가 널 과소평가했네!”자신은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유영은 밖에서 훨훨 날아다닐 걸 생각하니, 한지음은 원통하다 못해 피눈물이 날 것 같았다.한지음은 당장이라도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스스로 일상생활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가 되어버렸다.한편, 이유영은 한참 회의 중이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하지만 옆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지현우의 시선에 차마 전화를 받지 못했다.그러나 전화는 끊길 기색이 없이 계속해서 울렸고 보다 못한 지현우가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역시 유능한 인재답게, 아주 눈치가 빨랐다. 그제야 이유영은 마음 편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전화 너머 들려온 목소리는 한지음이었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유영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또 무슨 일인데?”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 “나 좀 만나러 와.”한지음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차분한 태도라니, 이유영은 평소답지 않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8화

    “너한테 정국진이라는 삼촌이 있을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어. 하지만 그래봤자 너도 결국 그의 보호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그래서 뭐? 너는 뭐가 있는데?”이유영이 비죽대며 물었다. 한지음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려고 이런 말들을 내뱉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나한텐 이한 오빠가 있지!”한지음이 증오를 듬뿍 담아 말했다. 이건 그녀에게 현재 남은 마지막이자 유일한 패였다. 한지음은 눈까지 잃고 나니, 생각보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이유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난 또 뭐 대단할 걸 가졌다고.”차갑고도 스산한 목소리가 이유영의 입에서 나왔다. 저번생이었으면 모를까, 이번 생엔 강이한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사사건건 강이한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조리며 슬퍼하던 그녀는 없었다. “너나 네 엄마나, 정말 똑같네. 남의 것을 탐하는 그런 더러운 족속!”“이유영,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은 이성을 놓아버렸다. 엄마는 그녀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길길이 날뛰는 한지음의 목소리에 이유영은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야.”이유영이 계속해서 한지음을 자극했다.“그 입 다물어!”“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너의 엄마가 남의 남자를 탐낸 건 맞잖아! 불륜녀 엄마에 불륜녀 딸이네!”“입다물라고!”“분륜도 유전인가 봐.”이유영은 전에 진영숙한테 모욕당할 때를 떠올리며 그대로 흉내 냈다. 평소였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독한 말들이 이유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그녀는 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었다.가해자는 한지음의 엄마인데, 뻔뻔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며 이유영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들었던 건 한지음이었다. 그러니 봐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 내가 맹세하는데, 넌 반드시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절대로!”한지음은 자신을 조롱하는 이유영을 절대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9화

    과거, 이유영도 어쩌면 다른 결말을 맺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강이한에게 집착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굳이 회귀하지 않았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이유영은 이제부터라도 강이한에게 미련을 두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한편, 병원에서.한지음은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이유영, 이 망할 년! 감히 우리 엄마를 모욕해! 네까짓 게 뭔데, 감히!”쾅, 쨍그랑, 병실에 온갖 것이 날아다니며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때 소란을 들은 간호사가 다급히 병실로 들어왔다. 간호사가 처참한 병실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유영 씨, 왜 이러세요?”“나가!”“….”“당장 나가라고!”평소에 온화하기만 했던 한지음이 갑작스레 돌변하자 간호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얼른 강이한에게 이 사태를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이유영 앞에서만 들어내던 본선이 사람들 앞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아악! 악!”분노에 가득한 한지음의 비명이 병실에서 울려 퍼졌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참으면 다시 광명을 찾게 될 것이라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유영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만든 다음,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잠시가 평생이 될 거라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지음은 정국진의 비호 아래 여왕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사는 이유영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반대로 병실에 붕대를 감은 채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다. 그녀는 도무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때, 강이한이 병실에 도착했다.“지음아, 왜 그래?”“저 이제 정말 가망 없나요?”한지음이 강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는 분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어둠뿐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강력한 무력감이 그녀의 몸을 잠식했다. 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0화

    “오빠는 이래도 제가 이유영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한지음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강이한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이유영을 고소할 거예요!”한지음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까지 모욕당한 상황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겠다고 한지음은 생각했다. 이제는 강이한 앞에서 대놓고 이유영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강이한은 애처로운 그녀의 모습에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전 사과 따위 필요 없어요. 오빠한텐 미안하지만, 더는 배려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한지음이 부드럽지만, 단호히 말했다. 지금까지 이유영의 악행에도 그냥 넘어갔던 건 당신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까지 건드린 마당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한지음은 은연중 이런 뉘앙스로 강이한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리고 한지음은 아직 이유영이 어떤 패를 손에 쥐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니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보단 강이한을 통해 넘어뜨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강이한이라면 분명 이유영을 곤란에 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지음은 확신했다.강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킨 후,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전 이미 당해줄 만큼 당해줬어요. 그런데 여기서 제 엄마까지 욕 먹어야 할 일이에요?”한지음은 돌려 말했지만, 강이한은 분명히 그 뜻을 알아들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리고 잠시 후, 강이한이 떠나자 한지음은 혼자가 되었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이유영,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유영도 똑같이, 아니 몇 배로 더 겪길 바랐다.한편, 이유영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그리 좋지 않았다.“너무 걱정하실 거 없어요. 내일이면 디자인 초안도 나올 거예요.”“네, 알고 있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1화

    그날 오후, 이유영은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지냈다.두 건의 회의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회의실을 나오자마자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비서실 직원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대표님, 강 대표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지금은 손님 접대실에 계세요.”강이한이 왔다는 소리에 유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언젠가는 찾아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온 건 뜻밖이었다.하지만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박연준과 약속한 시간과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가죠.”그녀는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매캐한 담배냄새에 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남자도 그녀를 보고 인상을 썼다.“정말 바쁜 사람이네. 한번 만나기 쉽지 않아!”그가 여기 온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다.중도에 회의실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비서실 직원이 막아나섰다. 이곳의 직원들은 공과 사가 확실한 분위기였고 규정을 어기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바쁜 줄 알았으니 할 말이나 하고 돌아가.”말을 마친 그녀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기고만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초조하게 기다린 자신이 초라해 보였는지 강이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이유영!”“별로 중요한 일은 아닌가 보지?”이유영은 그가 이를 갈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과거 그녀가 일하는 그의 회사로 찾아올 때마다 바쁘다고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팽개치던 그였다.그런데 지금 강이한 본인은 정작 자신이 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거기 서!”접대실을 나서자마자 남자가 뒤에서 그녀를 불러세웠다.걸음을 멈춘 이유영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뚜벅뚜벅 다가오는 그에게서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볼일이 남았어?”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사실 그가 왜 여기 왔는지는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 한지음은 병실에서 어떻게 하면 그녀를 곤란하게 할지만 연구하는 듯했다.하지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2화

    이유영은 조소를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너무 허무해서 웃음만 나왔다.그녀는 미소로 씁쓸한 감정을 감쪽같이 감추고 말했다.“그럼 왜 찾아왔는데? 또 한지음한테 가서 사과하라는 거야? 아니면 한지음 사실은 불쌍한 사람이었다고 공식 해명이라도 해달라는 거야?”“그래, 들어나 보자. 내가 뭘 어떻게 해명해 줄까? 사람들에게 우리 엄마가 한지음 엄마의 남자를 빼앗았다고 할까? 아니면 내가 한지음이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았다고 해줄까?”무표정하던 강이한의 얼굴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호흡마저 거칠어졌다.그녀와 한지음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외부인이 평가할 수는 없었다.원칙을 중요시한다면 사람들은 전부 이유영의 편에 설 것이다.강이한이 입을 꾹 다물고 말이 없자 이유영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아니면 사람들한테 한지음이 사실은 내 이복동생이라고 말해줄까? 우리 아빠가 밖에서 낳은 사생아가 한지음이라고?”“그 사생아가 엄마가 죽고 모든 잘못을 우리 엄마에게 돌리고 엄마한테 복수하려다가 엄마가 죽은 걸 알고 그 원한을 모두 나한테 돌렸다고 말해?”“지음이는 당신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 없었어!”강이한이 싸늘한 목소리로 반박했다.이유영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복수가 아니었다고?그럼 전생에 그녀가 당한 그 모든 일은 뭐라고 설명할까?갑자기 머리가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강이한도 이유영의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먹었다. 이유영과 한지음이 그런 관계였다는 건 그 역시 모르는 사실이었다.“당신은 진작에 알고 있었어?”강이한이 물었다.대체 언제부터 알게 된 거지?어쩌면 한지음을 납치했을 때부터?“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의심 가득한 남자의 표정을 보고 유영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강이한이 물었다.“지음이 엄마가 당신 아버지를 빼앗아갔기 때문에 지음이를 미워한 거잖아?”참고 있던 이유영의 분노가 순간 폭발했다.그는 지금까지도 사실관계를 완전히 흐려놓고 있었다.“그래. 지금은 한지음 처지가 나보다 비참하니까.”이유영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3화

    “이유영, 지음이는 이 세상에 당신의 유일한 직계 가족이야.”남자의 말을 들은 순간 이유영은 어깨를 흠칫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당신이 틀렸어. 나한테는 외삼촌이 있고 외숙모가 있고 사촌동생이 있어. 그리고 걔는 내 가족 아니야.”이유영은 가족이 아니라는 말을 일부러 힘주어서 말했다.한지음과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구역질이 나왔다.강이한은 멍하니 떠나는 이유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병원에서 그 녹임 파일을 들었을 때도 그녀와 한지음이 이런 관계인지 생각지 못했던 그였다.사무실로 돌아온 이유영은 외출 준비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문밖에 서 있던 강이한과 마주쳤다.“귀뺨 한 대로는 부족했나 봐?”이유영은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못하는 이 남자와 아무런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외삼촌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강이한에게 품었던 모든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는 항상 다른 여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정작 아내를 힘들게 했다.과거에 한지음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한지음이 나타난 뒤로는 고통의 연속이었다.지난 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렸다.“비켜!”이유영은 길을 막고 있는 이 남자를 쳐다보고 있자니 짜증만 치밀었다.남자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유영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그에게 말했다.“원하는 게 대체 뭐야? 공식 입장? 그건 불가능해.”다른 건 다 들어줄 수 있어도 이 일만큼은 타협할 수 없었다.한지음을 동생으로 인정하고 불륜녀인 그녀의 엄마를 인정한다는 건 엄마를 배반하는 행위였다.어떻게 이런 해괴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걸까?“동생인 걸 알았으면서, 가족인 걸 알았으면서 왜 지음이의 고통은 하나도 봐주지 않는 거야?”“걔 어릴 때부터 얼마나 고생하고 자랐는지 알아?”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시간이 멈춘 듯, 주변이 고요해졌다.강이한 본인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 모르는 듯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4화

    “걔 처음 청하시에 올 때부터 나한테 복수하려고 작정하고 온 거야!”한지음이 그녀의 가정을 파탄내고 그녀에게서 광명을 앗아가려고 모든 것을 설계할 때도 가족애 따위는 없었다.그런데 계략이 실패하고 처지가 비참하게 되었다고 해서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 돌리려 하고 있었다.“그렇지 않아!”강이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이유영은 어차피 사실을 물어도 한지음이 제대로 대답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이유영이 장문의 해명을 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회사를 나온 강이한은 박연준의 차에 오르는 이유영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녀는 마치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그의 옆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자유를 얻은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무능력한 전처가 아니었다.30분 뒤.강이한은 병원으로 돌아갔다. 한지음은 피폐한 모습으로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안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것 봐요. 이제는 어둠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깊은 절망이 묻어났다.그런 모습의 그녀가 그의 마음을 안쓰럽게 했다.강이한은 입구에 서서 말없이 한지음을 바라보기만 했다.이유영에게 사실을 들은 뒤에 한지음을 바라보니 그녀의 오관은 이유영과 무척 닮아 있었다.전에는 둘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이라고 해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것뿐이었다.“일찍 돌아오셨네요? 거절당한 거죠?”한지음이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그만큼 이번 일에서 그녀의 태도는 강경했다.그런 모습에 강이한의 두 눈도 싸늘하게 식었다.“너랑 이유영 사이의 관계, 왜 전에는 말 안 했어?”병원으로 오기 전, 강이한은 모든 사실관계를 속으로 정리했다.한지음은 청하시에 금방 왔을 때부터 자신과 이유영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그들이 만나게 된 이유가 한지석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전에는 항상 한지음이 피해자라고 생각했지만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9화

    이유영이 백산 별장에 돌아왔을 때, 정국진은 이미 나가고 임소미만이 집에 남아 있었다.이른 아침만 해도 괜찮았던 그녀의 표정은 지금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임소미의 얼굴을 보고 이유영은 다급히 다가갔다.임소미는 딸의 눈앞에서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이내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숨을 몇 번이나 고르며 마음속의 울분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무슨 일인데요, 엄마?”임소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유영은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유영이 소파에 앉자마자 임소미는 이유영을 끌어안았고 묵직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전해졌다.‘늘 이성적이던 엄마가 이토록 감정을 드러낼 정도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유영은 임소미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 임소미가 숨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진영숙의 변호사가 왔어.”“...”그 말에 이유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변호사라니?’“무슨 일로?”질문은 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었다.진영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어젯밤, 이유영은 진영숙이 다음엔 어떤 방식으로 들이닥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강이한이 줬던 상처를 견디기 위해 여태 했던 노력을 생각하면 화가 나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강이한이 저질렀던 짓들로 하여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진영숙은 그런 그녀를 통해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뿐만 아니라 이유영도 강이한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어제 진영숙이 남긴 말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오르려는 찰나 임소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 여자가... 월이를 데려가려고 해.”역시 예상대로였다.진영숙이 정씨 가문에 변호사를 보낸 이유는 그녀에겐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이한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진영숙은 결국 남아있는 유일한 핏줄에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아무리 이유영을 미워해도 월이만큼은 그녀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8화

    이유영의 말은 박연준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이유영이 이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국진이었다.그렇다. 아버지로서 이유영이 이런 삶을 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이유영이 이혼하고 가장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하지만 정씨 가문의 딸이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박연준은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딸과 함께 가장 조용하고 가장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그러나 그것은 정씨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박연준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속의 억눌린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겨우 입을 열었다.“강이한이 떠나기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용성시에서 돌아온 후, 아니, 우천시에서 돌아온 그날 이후로 이유영은 단 한 번도 강이한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서주에서 큰일이 있었을 때조차 강이한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이미 낯선 사람이 되어 있었다.박연준 역시 그녀 앞에서 강이한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그들의 사랑이 철저히 부서져 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사람이기에 이유영이 강이한을 얼마나 깊이 미워하게 되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그것이 박연준이 바라왔던 결말이었다.하지만 정작 그 끝을 마주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특히 요즘의 이유영은 마치 타락해 버린 사람처럼 때때로 낯설만큼 달라졌다.“...”이유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박연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나기 전 가장 두려워했던 건, 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의 악연이 너한테까지 얽히는 거였어. 그래서…”“그래서, 너더러 나랑 결혼하라고 한 거지?”이유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날카롭고 차가운 말에 박연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렇다고 그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어? 겉으론 싸우는 척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까지 가까운 줄 난 몰랐네.”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섰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본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어딘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7화

    이유영이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자 순간 손목에 닿는 남자의 힘이 느껴졌다.더는 박연준과 어떤 말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이쯤 되었으면 둘 사이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유영아.”박연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차가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박연준의 가슴엔 미세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래, 이 모든 건 나 때문이야.’그가 한지음을 강이한 곁에 보내지만 않았더라면 연서의 대역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고 이유영과 강이한은 지금쯤 행복했을 것이다.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유영과 강이한의 인생 전반 부분을 철저히 망쳐 놓은 건 바로 박윤준이었다.그래서 이유여도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다.박연준의 가슴에 거센 통증이 밀려왔다.“지금 우리 사이에 더 말할 게 있다고 생각해?”“걱정되지도 않아? 엔데스 가문 쪽에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연준은 입을 다물었다.자기 모습이 너무 비겁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붙잡기 위해 이런 말까지 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엔데스 가문과 정씨 가문의 관계는 언제나 예민한 화두였다. 특히 최근 이유영과 강이한이 이혼한 후로는 더욱 그랬다.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 이제는 셋째 도련님까지 나서서 정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엔데스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금, 파리에서 정씨 가문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마어마했다.흩어진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은 다시 권력을 갈망했고 그들에게 정씨 가문은 꼭 붙잡아야 할 대상이었다.그리고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바로 이유영이었다.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이유영에게 접근하고 있었다.“박연준, 너도 알고 있지? 너 참 비참해 보여.”그녀는 박연준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그는 누구와 함께 있든 결국 불행하기만 했다. 그게 연서든 이유영이든.“네가 강이한을 그렇게 미워하는 이유는 예전에 연서도 강이한을 사랑했기 때문이지?”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그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6화

    남자의 목소리가 한층 더 엄격해졌다.“무슨 말 할지 알아. 하지만 너도 내 대답을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시간 낭비하지 마.”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우리 이혼하자.”그 말을 끝으로 이유영은 단호하게 돌아섰다.그녀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그 차가운 태도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 지금 그녀는 박연준에게도 강이한에게도 냉정하기만 했다.강이한이 우려했던 일이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그는 이이유영 서주에 가는 걸 반대했다.이유영이 연서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이 숨겨온 모든 음모가 들통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강이한도 박연준도 이유영의 인생에서 다시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과거에 아무리 찬란한 기억이라 해도 연서라는 이름 하나로 이유영의 마음은 완전히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오며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래서 이유영이 연서를 알게 되는 순간, 어떤 이해와 애절도 모두 단절될 거라는 걸 더욱 확신했다.그녀가 이혼을 선언하자 박연준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박연준은 쉰 목소리로 이유영에게 물었다.“내가 그렇게 미워?”그의 목소리엔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이유영의 최근 행동은 박연준에게 마치 조롱처럼 느껴졌다.밖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그는 마치 아내의 외도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대낮에 서재욱과 함께 있더니 엔데스 신우와의 관계도 애매하게 얽혀 있었다.결국 그것들은 이유영이 결혼 생활을 견디며 박연준에게 가하는 복수였다.만약 지금 이혼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추측해 온 모든 소문이 진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미워하는 마음은 중요하지 않아.”이유영은 그저 박연준과 아무 관계도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그녀는 손목을 빼려 했지만 박연준은 오히려 더 강하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5화

    진영숙에 관해서 정국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조금이라도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품위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었다.악인은 악하게 다스려야 했다. 진영숙에게야말로 딱 맞는 말이었다.“그러니까 박연준과 이혼해.”정국진은 이 한마디만을 반복했다.지금 정씨 가문 입장에서 보면 이유영과 박연준의 결혼이 이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유영이 두 남자에 관해 이미 증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눈을 잃은 이유를 아무도 선뜻 이유영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유영은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설령 강이한이 자신을 위해 그토록 희생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존재였다.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다.박연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국진은 아버지로서 이유영이 복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이유영만이 아니라 정국진조차도 박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알았어요.”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서 쉬어.”“응.”큰 소동이 지나갔으니 이유영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진영숙은 여전히 파리에 있다. 이미 시작된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앞으로 어떤 소란을 일으킬지 아무도 몰랐다.그러니 이유영은 무엇보다 자신을 지켜야 했다.임소미는 이유영이 돌아온 것을 알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이유영은 샤워를 마친 뒤, 월이를 품에 안았다.강이한을 빼다 박은 옆모습을 보며 이유영의 가슴에는 잔잔한 아픔이 스며들었다.결국, 그녀는 잘못 생각했다.자기 몸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너무나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문제였다.월이를 낳을 때만 해도 그녀는 아이의 삶에 진영숙 같은 인물들이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이유영은 밤새 잠들지 못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4화

    특히 과거와 얽힌 일이었기에 누구도 함부로 나서기 어려웠다.“유영아.”“네?”“월이는 여기에서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그 말 한마디에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뜨겁게 끓어올랐다.진영숙 앞에서 아무리 강해 보였던 그녀도 정국진의 이 짧은 한마디에 모든 긴장이 풀려 말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네.”가족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만약 지금 혼자였다면 진영숙의 횡포를 어떻게 감당했을지 이유영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랬다면 어땠을까?’그녀는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했다.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진영숙이 다시 예전처럼 그녀를 억누르는 일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다른 일은 네 마음대로 처리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이런 것이 바로 가족이었다. 짧은 말 한마디가 이유영에겐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였다.부서지고 흔들리던 세상 속에서 그녀는 드디어 위안과 버팀목을 얻었다.“고마워요, 아빠.”“박연준과는 이혼해.”“...”그 말에 그녀는 순간 숨을 멈췄다.물론 그녀도 박연준과의 이혼을 원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너무나 복잡했다.엔데스 가문이 얽혀 있었기에 이유영은 자신의 이혼이 정씨 가문에 피해가 갈까 봐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정국진은 담담히 말했다.“증오보다 중요한 건, 가족이야.”정국진의 삶을 돌아보면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증오를 받아왔다.그때마다 그에게 복수로 응수했다면 지금의 정씨 가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임소미가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아버지...”정국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그 사람을 증오하는 건 알아. 정말로 증오하는 사람이라면 네 마음속에서 이미 중요하지 않은 존재야. 그런데 왜 그런 사람 때문에 아직도 마음 쓰는 거야?”증오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 그런데 그 증오가 마음을 잠식한다면 그건 결국 자신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었다.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이유영은 강이한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3화

    위험할 거라는 그의 말을 듣고 이유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엔데스 신우를 바라보았다.“신우 씨가 정씨 가문을 이용하려고만 하지 않았어도...”이유영의 말끝이 흐려졌다.차는 이미 백산 별장에 도착해 있었고 이유영은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하지만 곧장 들어가지 않고 등진 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 순간 지우고 싶던 기억들이 밀려왔다.강이한과 함께했던 너무나 찬란하고 아팠던 순간들 말이다.한지음 이후로 그녀가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지워지지 않는 추억들이었다.숨을 크게 들이쉬며 가슴속의 무거움을 억눌렀다. 이 밤하늘 속 별빛조차 오늘은 감당하기 힘들었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알고 있다면 저한테서 멀리 떨어져 계세요.”“...”그는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유영은 이미 저 멀리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작은 체구에 하이힐을 신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인형 같았지만 그녀의 등에는 증오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엔데스 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이내 눈빛이 변했다.복잡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건 날카롭고 위험한 기운이었다.“민성아.”“네, 도련님.”“예전 강씨 집안에 있을 때 교양 있고 품위 있었다는 사실, 확실해?”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지금의 이유영은 '교양'이나 '품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자료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조사 결과대로라면 그녀의 내면에는 아마 맹수가 숨어 있는 거라고 신우는 생각했다.겉모습은 순진해 보였지만 박연준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조사 결과를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후회돼.”“뭐가요?”운전석의 윤민성이 놀라서 물었다.그가 생각한 셋째 도련님의 사전에는 '후회'라는 단어가 없었다.그렇기에 후회된다는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곧 엔데스 신우는 짧게 덧붙였다.“로한에게 서둘러 진행하라고 해. 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2화

    이유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다.“놔줘요.”그러자 엔데스 신우가 조용히 말했다.“늦었어요. 제가 바래다줄게요.”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오늘 그의 차에 타면 어디로 향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유영은 급히 대답했다.“혼자 갈 수 있어요.”예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 시절에도 그녀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지금은 더욱 그럴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남자는 손에 힘을 더 주며 이유영을 자연스럽게 차에 태웠다.“제가 말했잖아요...”“늦었어요. 여자 혼자 집에 가게 하는 건 신사의 예의가 아니죠.”“엔데스 가문에 신사가 있다고 생각하세요?”이유영은 날카롭게 받아쳤다.엔데스 가문에 대한 반감은 소은지 때문이었을 것이다.지금 눈앞의 엔데스 신우까지 더해져 이유영의 마음속 엔데스 가문 남자들은 모두 막무가내로 보였다.특히 그녀가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다섯째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엔데스 예준의 강렬한 기운은 단번에 각인되었다.“제 차가 싫다면 택시를 불러드릴게요. 그럼 좀 안심이 되겠어요?”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꿰뚫는 듯 말했다.“...”그런 굴욕적인 제안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혼자 갈 수 있어요.”시력은 되찾은 그녀는 지금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어디든 갈 수 있었다.결국 그녀는 남자의 차에 올랐다.차가 출발하자 남자는 조용히 서류를 꺼내 펼쳤다.좁은 공간에 정적이 흘렀고 백산 별장이 가까워질 즈음, 이유영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엔데스 신우가 옆자리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 씨랑 아직 이혼 안 했어요?”“...”엔데스 신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꼭 그 사람과 이혼해야 할까요?”“아직 마음이 있는 모양이네요.”그 말투엔 어딘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며 있었다.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순 없었지만 아직 마음이 있냐는 그의 말을 들은 이유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1화

    공기가 얼어붙었다.“쾅!”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박연준이 탁자를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박연준의 억눌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가서 유영이를 백산 별장으로 데려가.”이유영은 미친 게 분명했다.‘감히 엔데스 셋째 도련님 같은 인물과 술집에 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건가?’정국진이라면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와 가까워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특히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엔 더욱 반대가 심할 것이다. 박연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고 남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문기원이 급히 박연준을 따라나섰다.“네!”위험한 박연준의 모습에 용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대답했다.강이한이 각막을 이유영에게 이식해 주려고 할 때 왜 박연준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되는 듯했다.지금 이유영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그녀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과거의 그녀는 마치 강이한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천사 같았다. 하지만 혼란을 겪은 이후 그녀는 변했다.거만하고 방탕하게 아무하고도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지금 박연준이 생각했을 때, 이유영은 더 이상 고상하고 단정한 명문가의 며느리가 아니라 그저 자유롭게 떠도는 바람 같은 여자였다.최근 그녀는 서재욱과 엔데스 신우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서주에서.박연준이 차에 타기 전, 문기원이 그를 붙들었다.“선생님, 선생님!”“비켜.”“오늘 정말 중요한 회의입니다.”문기원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서주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기에 이유영을 생각하면 문기원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정말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박연준 곁에 있는 문기원조차 그녀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박연준이 돌아서기를 기다렸다.박연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눈을 감은 순간, 그의 눈빛 속 날카로움은 잠시 가려졌지만 몸 전체에서 풍겨 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