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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Autor: 설월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14 21:44:31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세린은 어깨를 움츠리며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묵직하게 울린 소리가 조금 전 별장의 철문이 닫히던 순간과 겹쳤다. 경호원들이 출구를 막아서고, 태건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세린은 손잡이를 한 번 잡아당겼다가 놓았고,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운전석에 올라탄 지후는 그녀의 손끝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시동을 걸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세린아,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여기서는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널 데려가지 못해.”

세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지후가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자 차체가 낮게 떨렸고, 그녀는 다시 몸을 굳혔다. 태건의 차에 강제로 태워졌을 때도 이런 진동이 느껴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린의 호흡이 빨라졌다.

“지후야, 잠깐만. 문이 안 열려.”

그녀가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본 지후는 곧바로 차를 멈췄다. 주행 중 자동으로 잠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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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당신의 어린 비서가 도망쳤습니다.   15화

    다음 날 아침, 태건은 정민유통의 박정민 대표를 만났다.박 대표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건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고, 공동 물류 사업 확대 건을 먼저 꺼내며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폈다.태건은 승재가 준비한 자료를 펼쳤다. 운영 현황과 협약 기간, 주요 유통 계약들이 정리된 서류에서 온결이라는 이름을 발견하자 손을 멈췄다.“이번에 새로 계약한 브랜드가 있더군요. 온결이라고.”박 대표는 자료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결은 성장세가 좋은 브랜드이고, 젊은 대표가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검토해 협상이 꽤 길어졌다고 설명했다.태건은 그 말을 들으며 세린이 낯선 사람들 앞에서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이 알던 어린 비서는 어느새 회사를 이끄는 대표가 되어 있었다.그 사실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흔들었다.그러나 박 대표가 강지후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태건의 표정이 굳었다.“강지후 씨도 실무 협의에 여러 번 참석했습니다. 윤 대표님과 호흡이 아주 좋더군요. 중요한 결정은 두 분이 함께 검토하시는 것 같았습니다.”태건은 테이블 아래에서 손을 꽉 쥐었다.자신이 모르는 세린의 일상에 그 남자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자꾸만 돌아왔다.태건은 물잔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온결의 입점 일정은 언제부터입니까?”“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 안으로 물류 배정과 세부 일정을 확정해야 합니다.”태건은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초기 생산 물량과 납품 일정이 정리된 표를 확인한 뒤 박 대표를 바라보았다.“그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온결 쪽 손실이 크겠군요.”박 대표의 얼굴에 잠시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렇습니다. 이미 생산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일정이 밀리면 부담이 적지 않을 겁니다.”태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린이 지난 반년 동안 준비한 계약이었다. 그 기회가 흔들리면 그녀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까. 강지후가

  • 회장님, 당신의 어린 비서가 도망쳤습니다.   14화

    복도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자 세린은 곧바로 일어났다. 지후가 현관 화면을 확인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서야 방문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침대에 눕지는 못했다.그녀는 하람의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 옷과 여벌 신발, 약통을 넣었다. 서랍에서 가족관계증명서가 든 봉투를 꺼내려던 순간 아이가 뒤척이자 급히 가방을 침대 아래로 밀어 넣었다.“엄마, 어디 가?”잠이 덜 깬 하람이 묻자 세린은 침대 곁에 앉아 아이의 이불을 고쳐 덮었다.“아무 데도 안 가. 엄마 여기 있어.”아이가 다시 잠든 뒤에야 세린은 가방을 꺼냈다. 혹시 당장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이번에는 하람의 물건부터 챙겨야 했다.다섯 해 전에는 자신 혼자 도망쳤다.그때는 가진 것을 대부분 버리고 떠나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있었다. 하람이 다니는 유치원과 좋아하는 장난감, 잠들기 전 꼭 찾는 곰 인형까지 그녀가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세린은 가방 지퍼를 닫아 침대 옆에 놓았다.그리고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 아이 곁에 앉아 문 쪽을 바라보았다.같은 밤, 태건의 별장 서재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태건은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세린에게 건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고, 다시 통화를 시도하려던 손가락은 화면 위에서 멈췄다.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세린은 자신을 두려워했다.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마다 속에서 무언가 거칠게 뒤집혔다. 자신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보다, 그 두려움을 달래는 사람이 강지후라는 사실이 먼저 떠올랐다.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승재는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와 태건의 굳은 표정을 번갈아 살폈다.“회장님, 별장 직원들에게 경찰에서 추가 확인을 요청하면 사실대로 협조하라고 전달했습니다. 출입 기록과 현장 자료도 보존하도록 했습니다.”태건은 의자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허락 없이 지시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승재는 물러서지 않았다.“이미 신고가 접수된 사건입니다. 직원들까지 입

  • 회장님, 당신의 어린 비서가 도망쳤습니다.   13화

    그녀는 사진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그 사람이 내 휴대전화까지 조사하면 어떡하지? 회사 자료도 알아냈는데, 하람이 사진이라고 못 찾아낼까?”지후는 속도를 조금 줄였다. 세린이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화면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지금 누가 네 휴대전화를 가져가려는 건 아니야. 집에 가서 필요한 보안 설정부터 확인하자.”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에 차태건이라는 이름이 떠오르자 세린은 기기를 놓쳤다.휴대전화가 무릎을 미끄러져 발치에 떨어졌고, 세린은 손을 뻗었다가 곧바로 거두었다.전화를 받으면 다시 그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받지 않으면 태건이 화를 낼지도 몰랐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지후는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세린을 바라보았다.“받지 않아도 돼. 네가 원하지 않으면 그냥 두자.”세린은 발치에서 울리는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벨소리가 멈추고 화면이 어두워진 뒤에도 몸을 숙이지 못했다.지후는 그녀의 허락을 구한 뒤 기기를 집어 가방에 넣었다. 세린은 가방 지퍼가 닫히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좌석에 등을 기댔다.그러나 차가 다시 움직이자 그녀의 손은 또다시 문손잡이로 향했다. *** 새벽 두 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을 때도 세린은 차에서 곧바로 내리지 못했다.지후가 주차장 주변을 먼저 살피고 돌아오자 그제야 문을 열었다. 기둥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청소 도구함만 놓여 있었다.엘리베이터 앞에서도 세린은 쉽게 발을 들이지 못했다. 문이 열리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창백한 얼굴, 손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확인한 그녀는 황급히 소매를 끌어내렸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에는 비상 통화 버튼을 바라보았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지후가 옆에 서 있는지 확인했고, 층수가 바뀔 때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집 앞에 도착하자 세린은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손을 멈췄다.

  • 회장님, 당신의 어린 비서가 도망쳤습니다.   12화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세린은 어깨를 움츠리며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묵직하게 울린 소리가 조금 전 별장의 철문이 닫히던 순간과 겹쳤다. 경호원들이 출구를 막아서고, 태건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세린은 손잡이를 한 번 잡아당겼다가 놓았고,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운전석에 올라탄 지후는 그녀의 손끝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시동을 걸려던 움직임을 멈췄다.“세린아,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여기서는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널 데려가지 못해.”세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지후가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자 차체가 낮게 떨렸고, 그녀는 다시 몸을 굳혔다. 태건의 차에 강제로 태워졌을 때도 이런 진동이 느껴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린의 호흡이 빨라졌다.“지후야, 잠깐만. 문이 안 열려.”그녀가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본 지후는 곧바로 차를 멈췄다. 주행 중 자동으로 잠긴 문을 해제하자 작은 전자음이 들렸고, 세린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어젖혔다.차가운 밤공기가 밀려들었다. 그녀는 열린 문틈으로 몸을 기울여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지후는 그녀가 다시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 괜찮으냐고 반복해서 묻는 대신 내비게이션 화면을 켜고 집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세린은 열린 문틈으로 멀리 보이는 별장의 철문을 바라보았다. 경호원 한 사람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황급히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끌어당겼다.“빨리 가 줘. 저 사람들이 다시 오기 전에.”벨트를 잠그는 데도 몇 번이나 손이 미끄러졌다. 지후는 그녀가 스스로 잠금장치를 채울 때까지 기다린 뒤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별장이 멀어지는 동안에도 세린은 사이드미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뒤따라오는 검은 차량이 보일 때마다 몸을 굳혔고, 신호등에 멈춰 서면 뒤차의 번호판을 확인했다.큰길로 접어들었을

  • 회장님, 당신의 어린 비서가 도망쳤습니다.   11화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조사팀에서 보낸 첫 번째 자료였다.승재는 화면을 확인하다가 눈썹을 찌푸렸다.“회장님, 온결의 유통 계약과 관련해 확인된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태건이 고개를 돌렸다.“뭔데?”“오늘 윤 대표님이 체결하신 전국 백화점 입점 계약 말입니다. 계약 상대방의 유통 운영을 맡는 회사가 저희 그룹 계열사와 공동 사업 관계에 있습니다.”태건의 눈빛이 달라졌다.“정확히 어떤 관계지?”“현재 운영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다만 계약에 직접 관여할 권한이 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태건은 승재에게 손을 내밀었다.“자료 줘 봐.”승재가 휴대전화를 건네자 태건은 화면을 천천히 훑었다. 세린이 지난 반년 동안 공들여 준비했다는 전국 백화점 입점 계약이었다.그녀가 오늘 그렇게 행복해했던 이유이자,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새로운 출발이었다.태건은 계약 관련 회사의 이름을 확인한 뒤 승재를 바라보았다.“이 회사 대표가 누구지?”“정민유통의 박정민 대표입니다. 저희 계열사와 공동 물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태건은 익숙한 이름을 확인하고 손가락을 멈췄다.“지난달에도 우리 쪽에 사업 확대를 요청했던 곳 아닌가?”“맞습니다. 다만 윤 대표님의 계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태건은 휴대전화를 승재에게 돌려주었다.“내일 오전에 박 대표와 약속 잡아.”승재가 고개를 들었다.“직접 만나시겠다는 겁니까?”“확인할 게 있어.”“회장님, 온결이 이번 계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했는지 아십니까? 입점 일정이 틀어지기만 해도 윤 대표님께는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태건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린이 호텔에서 계약서를 받아 들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그 기쁨을 지켜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있는 위치에 자신이 서 있을지 몰랐다.“계약을 깨라는 지시는 아직 안 했어.”“하지만…….”“우선 내가 어디까지

  • 회장님, 당신의 어린 비서가 도망쳤습니다.   10화

    태건은 사진 속 지후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렸다.“그 남자가 세린이 곁에 계속 있을 수 있을지 알아봐. 내가 가진 힘으로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도.”승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그렇게 하시면 윤 대표님은 회장님을 평생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태건의 손이 멈췄다.그는 한동안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세린이 자신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렸다.‘회장님은 저를 버린 분이에요.’‘제가 누구를 만나든 상관하실 자격 없습니다.’‘제 인생에서 다시 사라져 주세요.’태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이미 용서하지 않고 있잖아.”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늘 그 눈을 봤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겁부터 내더군.”태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그런데도 그 남자한테는 웃었어. 내가 다섯 해 동안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던 얼굴로.”태건은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내가 뭘 더 잃을 수 있겠어?”승재는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다.태건은 이미 세린의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미움이 더 깊어지는 것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그러나 승재가 보기에 태건은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상대에게서 멀어질 수 있지만,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든 사람에게서는 목숨을 걸고 도망치기도 한다는 사실을.태건은 의자에 앉아 사진 속 세린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었다.“내가 다섯 해 동안 잘못 생각했어.”승재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기다리면 돌아올 줄 알았지.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알게 되면, 언젠가는 한 번쯤 나를 만나 줄 거라고 생각했어.”태건은 낮게 웃었다.“그런데 아니더군. 그 여자는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어. 오늘 그걸 똑똑히 봤어.”그는 사진을 내려놓고 승재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 이제는 나 없이 살 수 없게 만들어야겠어.”승재의 얼굴이 굳어졌다.“회장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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