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호의 모습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자, 오시연은 그 자리에서 숨이 막힐 만큼 놀랐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야 깨달았다. 스승이 준 그 반지, 바로 그것이 임준호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린 것이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오시연은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 “이 늙은이가, 결국 사형만 편애했구나! 입으로는 우리 둘 다 그릇이 부족하다고 하더니, 정작 사형에게는 몸을 이동할 수 있는 법보를 주고,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 왜? 왜 나만 안 되는 거지? 왜 나만! 말해 보라고!”맹장명이 사라진 지리산의 깊은 골짜기에 있던 석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남은 것은 차가운 바람과 오시연의 울분뿐이었다.오시연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피가 묻은 검을 닦아내며 낮게 중얼거렸다. “사형, 오늘 이후로 당신과 나는 다시는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원수다!”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산길을 내려갔다. 그로부터 열흘 남짓, 오시연은 쉬지 않고 동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동쪽의 깊은 골짜기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임준호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가 가장 아꼈던 딸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오시연은 직접 임준호의 무덤을 파헤쳤다. 무덤 속에는 싸늘히 식은 그의 시신만 있었고, 스승이 건네준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오시연은 확신했다. 그 반지는 임준호의 딸이 가지고 도망쳤다는 것을.그날 이후, 그녀는 릴리를 찾아 300년 넘게 세상을 떠돌았다.오시연은 생사가 달려 있는 상황에서 반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람을 수천 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주는 전이의 법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릴리를 찾거든 절대 죽이지 말고 반드시 살아 있는 채로 데려올 것을 말이다.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릴리는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런 긴 세월 동안, 오시연의 분노는 식지 않고 오히려 더 짙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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