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정도가 흐른 뒤, 시후는 처음으로 외조부모님을 포함한 외가 식구들과 함께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아직 식사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후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져 버렸다.시후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제이크 한에게조차 자신이 『구현보감』을 얻게 된 일은 말하지 않았다. 이 일은 지금까지 오직 릴리에게만 털어놓았던 것이다.그 이유는 단순히 릴리가 거의 400년을 살아온 비밀을 자신에게 먼저 내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후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신과 릴리가 어떤 점에서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거의 소울메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시후의 머릿속에는 오직 릴리를 빨리 만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최상위 운세나 『구현보감』, 그리고 그와 연관된 『구현경서』 같은 문제는 오직 릴리에게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 세상사를 누구보다 오래, 넓게 본 릴리라면 혹시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을 풀 실마리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설령 릴리조차 그 비밀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시후 자신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후는 아직 밝히지는 않았지만, 릴리에게 자신의 가장 깊은 비밀을 털어놓았던 그날 이후 생전 처음 느껴보는 듯한 안정감을 얻었다. 그리고 실제로 두 사람은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서로를 가장 깊이 신뢰하는 사람으로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다.이때, 안산은 시후의 표정에 말 못 할 무언가가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안산은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급히 말을 돌렸다. “시후야, 아까는 내가 큰외삼촌만 소개했지? 나머지 두 분 외삼촌하고 이모도 소개해주마.”안산은 먼저 안태풍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네 둘째 외삼촌, 안태풍이다. Samson 그룹에서 바깥으로 드러나는 대외 업무는 전부 너희 둘째 외삼촌이 맡고 있다.”시후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둘째 외삼촌, 안녕하세요.”안태풍은 바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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