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말했다. “내가 조금 전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댁에 다녀왔어. 큰외삼촌께 들으니, 내 아버지께서 우연히 『구현경서』라는 책을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고. 큰외삼촌은 그 책 내용이 어떤지는 몰랐다고 하셨지만, 아버지가 늘 ‘승룡격’이나 ‘용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던 건 기억한다고 했어. 나는 예전에 박 선생님에게서 사람의 명격이 구분이 있다는 정도만 들었는데, 이 승룡격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네.”릴리는 시후의 질문에는 바로 답하지 않고 먼저 물었다. “선비님께서 말씀하신 박 선생님… 혹시 어떤 분인지 이름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시후가 대답했다. “풍수 대가였던 박유붕의 직계 후손이셔. 이름은 박청운이시고…”릴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금은 단단하고, 나무는 치솟고, 물은 맑고, 불은 사납고, 흙은 굳세며, 바람은 서릿발처럼 서늘하다… 선비님께서 말씀하신 ‘박청운’이라는 사람은, 제가 예전에 모셨던 풍수 스승 백운학 도사의 손자의 손자쯤 되는 인연일 겁니다...”시후는 놀라 물었다. “릴리와 그쪽 집안 선조분들이… 인연이 있었던 거야?”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풍수와 괘를 익힌 건 스승 백운학 도사를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스승님께서는 제게 거의 평생의 지식을 쏟아부어 가르쳐 주셨어요. 심지어 스승님이 생전에 끝내 풀지 못한 문제들까지도 제게 남겨주셨고, 지난 100년 동안 저는 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왔죠. 그래서 지금 이 정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시후는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역시 오래 사는 데엔 이유가 있구나… 어떤 분야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끝끝내 완전히 소화하고, 결국 스승을 뛰어넘는...”릴리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비님 말씀대로입니다. 풍수와 괘와 같은 것들은 역대 성현이 모여 만든 거대한 지식체계라고 할 수 있죠. 그분들은 모두 현인의 경지에 있는 분들인데, 그들이 남긴 글을 보통 사람이 평생 동안 파고들어도 겨우 겉핥기 정도밖에 도달하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