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은 흥분한 표정으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서방, 그럼 이 그림은 내가 가져가도 되는 거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아버님. 다만 누가 이 그림의 출처를 묻거든, 이렇게만 말씀하세요. ‘어디선가 낯선 사람에게서 싸게 산 물건이다.’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사람이었고, 아주 헐값에 판 덕분에 ‘득템했다’고요. 세부 내용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셔도 돼요. 다만 이야기의 중심은 ‘우연히 싸게 샀다’는 점입니다. 그 틀만 안 벗어나면 아무리 과장해도 상관없으실 겁니다.”김상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냥 내 친구가 줬다고 하거나, 내 소장품이라고 하면 더 그럴듯하지 않나?”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버님,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제 고객은 이 그림을 알아볼 겁니다. 그분이 나중에 혹시라도 ‘내 그림으로 당신이 허풍을 떨었다’고 생각하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버님이 ‘낯선 사람에게서 산 거다’라고 하시면, 오히려 그분 입장에서도 우리가 그의 신분을 지켜준 셈이 되니까 불쾌하지 않으실 거예요.”김상곤은 마지못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았어. 자네 말대로 하자.”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상곤의 팔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말했다. “잊지 마세요, 아버님. 이 그림은 청년재 정문 앞에서,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누군가에게서 얼마 안 주고 구매하신 겁니다. 그 사람은 계속 팔겠다고 우기고, 아버님은 마지못해 샀다는 설정이에요.”시후는 말을 마치며 손끝으로 약간의 영기를 흘려보내 김상곤의 의식 깊은 곳에 최면을 걸었다. 누군가 그림의 출처를 묻는 순간, 자동으로 그 이야기가 입에서 흘러나오도록.김상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그림은 내가 싸게 산 것이다’라는 생각이 단단히 자리 잡았다.시후는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아버님, 그 그림 어디서 구하셨죠?”김상곤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하하, 싸게 샀어!! 그게 말이지 은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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