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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나는 재벌가 사위다: Kabanata 5871 - Kabanata 5880

6181 Kabanata

5871장

산기슭에 이르자, 좁은 길은 둘로 갈라졌다. 오른쪽 길은 산속 깊은 곳으로 이어졌고, 왼쪽 길은 또 다른 산의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그 산은 시후와 릴리가 지금 넘고 있는 산보다 전반적으로 높이가 훨씬 낮아 보였고, 정상 부근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갈색빛과 주황빛이 섞인 낮은 건물들이 소규모로 모여 있었다.지리산은 본래 지형이 남쪽에 자리해 있어, 이미 한가위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따뜻하고 습기가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숲과 풀은 유난히 왕성하게 자라 있었고, 산비탈과 능선, 계곡 할 것 없이 온통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햇빛을 받은 풍경은 맑고 고요해, 인위적인 흔적이나 현대의 흔적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릴리는 시후의 곁을 한 발짝도 떼지 않고 따라오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감탄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예로부터 굽은 길은 깊은 곳으로 통한다고 했지, 지리산이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울 줄은 몰랐어요. 여기서 한동안 지내면 정말 편안하고 좋을 것 같아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폴른 오더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이 근처에 산 몇 개를 사 줄게. 하나는 집을 짓고, 나머지는 전부 차나무를 심는 데 쓰면 좋겠네.”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곳 기후는 녹차에 잘 맞을 것 같아요.”그러더니 작게 투덜거리듯 덧붙였다.“선비님, 제가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평생을 고생하는 차 농사를 지으며 살 생각까지는 없어요. 지성산에 있는 차나무도 아직 어떻게 가꿔야 할지 고민인데, 여기까지 와서 또 차를 심으라고 하시면... 앞으로 하루 종일 차나무 하고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뜻은 아니야. 그저 네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선물로 주고 싶었을 뿐이지.”릴리는 수줍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선비님께서 그런 마음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해요.”그때 두 사람은 산 중턱에 서서, Y자 형태로 갈라지는 길의 왼쪽 아래에서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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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2장

비구니의 말에 시후와 릴리는 동시에 놀랐다.두 사람은 오시연 앞에서도 자신들의 정체를 숨겼는데, 지리산의 한 비구니 사찰 앞에서 이렇게 정확히 표적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시후는 릴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비구니에게 물었다.“누구십니까? 혹시 비구니로 위장해 여기서 일부러 빨래를 하며 우리를 기다린 겁니까?”비구니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 시후를 향해 가볍게 예를 갖추고 말했다.“시주님, 저는 위장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청조암에서 수행 중인 비구니로, 출가해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두 분께서 이곳을 지나실 것을 주지 스님께서 미리 아시고, 저에게 여기서 기다리라 하셨을 뿐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시선을 릴리에게 옮기며 차분하게 덧붙였다.“시주님, 저희 주지 스님께서 시주님은 불연이 깊은 분이라 하시며, 잠시 암자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오래 붙잡아 두지는 않으실 겁니다.”릴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럼 안내해 주시겠어요.”시후는 이 상황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껴 곧바로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가겠습니다.”그러자 비구니는 뒤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시주님, 이곳부터 산 정상까지는 모두 청조암의 영역입니다. 청조암은 사미니와 비구니들이 불법을 닦는 곳이라, 남성의 출입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시후는 냉담하게 응수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군요. 내가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내 친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까?”비구니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공손하게 말했다.“출가자는 자비를 근본으로 삼습니다. 타인에게 해를 가할 일은 결코 없으니, 시주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시후가 다시 거절하려는 순간, 릴리가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줘. 금방 다녀올게.”시후는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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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3장

릴리는 시후가 동의하며 한발 물러난 것을 보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20분으로 할게요!”젊은 비구니는 다시 시후를 향해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공손히 예를 갖췄다.“시주님께서는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그녀는 곧 릴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시주님, 저를 따라오시지요.”릴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후에게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의 귀에 바짝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선비님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금방 다녀올게요.”시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릴리가 젊은 비구니와 함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시후는 릴리와 비구니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산길을 따라 한 걸음씩 올라 정상에 이르자, 비구니가 공손히 암자 대문을 열어 주는 것까지 끝까지 바라보았다. 릴리는 문 앞에서 뒤돌아 시후를 향해 멀리서 손을 흔들고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섰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시후의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상대가 설령 악의를 품은 존재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과 릴리의 동선을 이토록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기 때문이다. 『구현보감』을 얻은 이후로 이런 불안감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한편 릴리는 이미 청조암의 대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청조암은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었다. 경내는 아담했고, 수행 중인 비구니들의 수도 많지 않았다.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사미니들을 모두 합해도 열댓 명 남짓에 불과해 보였다.또한 청조암은 참배객의 발길이 잦은 사찰도 아니었다. 릴리는 안으로 들어오는 내내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거나 불공을 드리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젊은 비구니를 따라 전각으로 향하자, 마주치는 비구니들은 하나같이 릴리를 향해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었다. 그 모습에 릴리는 속으로 더욱 호기심을 느꼈다.비구니는 그녀를 이끌고 앞마당을 지나,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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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4장

릴리의 질문을 들은 노비구니는 잠시 릴리를 바라보다가, 차분하게 설명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곳에서 앞으로 20km를 더 가면, 릴리 시주님과 은 선생님께서 가려는 곳이 나옵니다. 다만 그곳은 릴리 시주님도 갈 수 있고, 오시연 또한 갈 수 있으나, 유독 은 선생님만은 가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스님께서는… 오시연을 알고 계십니까?!”노비구니의 입에서 오시연의 이름이 나오자, 릴리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릴리는 이 노비구니의 정체를 짐작할 수 없었고, 그녀가 어째서 이토록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시후와 자신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오시연의 존재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노비구니가 오시연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는 것은, 오시연의 삶과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바꿔 말하면, 오시연이 3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릴리는 노비구니를 바라보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꼈다. ‘노비구니가 오시연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내 비밀도 알고 있는 건 아닐까?’노비구니는 더 이상 둘러대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릴리 시주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시연과 폴른 오더는, 저에게도 적입니다. 오시연 개인의 실력도 막강하고, 300년 동안 키워 온 폴른 오더까지 더해지면, 그 종합적인 힘은 거의 비길 자가 없지요.”그러다 노비구니는 갑자기 말투를 바꾸며, 한층 엄중한 목소리로 덧붙였다.“하지만 이곳에서 20km 밖에 있는 그 사람과 비교하면, 오시연 300 년을 산 허깨비에 불과합니다.”그 말에 릴리는 온몸이 굳어 버린 듯한 공포를 느꼈다.30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처럼 심장이 조여 오는 긴장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마치 자신이 숨겨 온 모든 것이 단번에 꿰뚫린 듯한 기분이었다.릴리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을 억누르고, 겉으로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한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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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5장

이렇게 말한 릴리는 그대로 두 무릎을 꿇으려 했다.그러자 노비구니는 놀란 듯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릴리가 무릎을 꿇기 전에 그녀의 몸을 받쳐 들며 말했다.“릴리 시주님께서는 이미 수백 년의 세상 풍파를 겪어 오신 분입니다. 제가 감히 시주님 앞에서 주제넘게 굴 수는 없습니다. 부디 이런 큰 예를 행하지 마십시오.”노비구니는 릴리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며 이어 말했다.“릴리 시주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운명이라는 것은 참으로 미묘합니다. 괘에서도 보듯, 아주 사소한 변화 하나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요. 제가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면, 오히려 일이 극단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릴리 시주님께서 정말로 은 선생님을 돕고자 하신다면,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길은 은 선생님께 위험합니다. 그리고 릴리 시주님께서 하실 일은 단 하나, 그분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릴리 시주님이나 은 선생님이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더 큰 변수만 생기게 될 분입니다.”노비구니의 입에서 나온 ‘수백 년의 세상 풍파를 지켜보았다’는 말에, 릴리는 눈앞의 노비구니가 자신의 과거를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리고 곧 자신의 경솔함도 인식했다. 노비구니의 말대로, 운명이라는 것은 극히 미세한 갈림길 위에 놓여 있으며,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이제 릴리는 더 이상 구체적인 내막을 캐묻지 않았다. 대신, 노비구니의 말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 보기 시작했다.우선, 노비구니가 자신의 적일 가능성은 배제했다.이미 자신을 이 암자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던 이상, 정말 적이었다면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다음으로, 시후의 적일 가능성 역시 배제했다.노비구니는 시후를 알고 있었고, 자신을 알고 있었으며, 오시연의 존재와 세 사람의 이동 경로까지 꿰뚫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시후의 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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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노비구니의 말 속 뜻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스님 말씀은, 사부님께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여부가 전적으로 선비님에게 달려 있다는 뜻입니까?”노비구니는 명확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미천한 제가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했군요... 어떤 문제들은 릴리 님께서 스스로 곱씹어 이해하셔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일에 관해서 절대로 은 선생님께 알리지 마십시오.”릴리는 더 말하지 않으려는 노비구니의 태도를 보고,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그럼 스님께서 더 당부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없습니다.”노비구니는 두 손을 모아 공손히 합장하며 말했다.“릴리 시주님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뵌 것으로도 저는 한 가지 숙원을 푼 셈이고요. 은 선생님께서 아직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이제 그만 내려가셔서 설득하여 돌아가자고 권하십시오.”릴리는 사실상 노비구니가 작별을 고하겠다는 뜻임을 알았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급히 다시 물었다.“스님, 그렇다면 선비님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셔야 합니까? 오늘 이 길을 가지 못한다면, 선비님께서 혼란에 빠지실까 염려되는데요. 그분의 앞으로의 길이 어디로 이어져야 하는지, 부디 조금만 더 말씀해 주십시오.”노비구니의 표정은 순간 깊은 갈등에 잠긴 듯 보였다.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릴리 시주님께서 은 선생님께 전하십시오. 가능한 한 빨리 니환궁을 열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요. 니환궁을 열지 못한다면, 오시연과의 싸움은 감히 성립조차 되지 않습니다.”릴리는 노비구니의 정체를 점점 더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시후는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살아왔고, 세상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 노비구니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심지어 시후가 아직 니환궁을 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듯했다.릴리는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노비구니는 이미 대웅전의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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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7장

시후가 입을 열었다.“상대가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야. 몇 마디 말만 듣고 우리가 원래 세워둔 계획을 전부 포기할 수는 없어.”릴리는 다소 다급한 기색으로 말했다.“선비님, 누군가가 우리가 이곳에 올 걸 알고 있었고, 이동 경로까지 정확히 계산해서 여기서 기다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심상치 않아요. 그건 그 사람이 우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설령 그분에게 악의가 없다고 해도, 이미 정체가 드러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그쪽이 적이든 아니든 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해질 수 있어요.”시후는 릴리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릴리의 말은 시후의 생각을 다시 흔들어 놓았다.릴리의 말 그대로 그 비구니가 적이든 아니든,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니 비구니가 알아차렸다면, 다른 누군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이런 상태에서 굳이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만약 자신의 정체가 더 퍼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소식이 폴른 오더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터였다.그때 릴리가 다시 말했다.“선비님, 이제 조금 더 앞에 무엇이 있든 간에, 오시연조차 그곳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오시연이 경계할 정도라면, 우리가 굳이 정면으로 부딪칠 이유가 있을까요?”시후는 깊은 갈등에 빠졌다.릴리의 말이 옳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그러나 부모의 과거와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온 이 시점에서,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채 물러난다는 선택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 시각, 청조암 대웅전 안.정진이 다시 법당으로 돌아와 공손히 보고했다.“릴리는 이미 내려갔습니다.”노비구니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직접 내려가는 걸 확인했느냐?”“예.”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문을 닫은 뒤 틈으로 지켜보다가, 산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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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8장

이때, 지리산 청조암 산기슭..시후는 여전히 이번 길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이대로 돌아선다면 분명 마음 한구석에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릴리의 분석 역시 틀린 부분은 없었다.누군가가 이토록 애써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그것은 지나친 자만일지도 모른다.‘자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순간, 시후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 자신의 실력은, 아직 알 수 없는 세계 앞에서 한참 부족하다는 사실을.잠시 깊은 침묵 끝에, 시후는 씁쓸하게 웃으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그 노스님 말이 맞는 것 같아. 지금 내 실력은 오시연보다도 못하지. 괜히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면 안 될 것 같아. 게다가 우리 정보랑 동선까지 알고 있다는 건,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겠지...”그러고는 릴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릴리는 나보다 훨씬 영리해. 많은 걸 더 깊이 보고, 더 멀리 내다보지. 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고집을 부리는 건 옳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에는 그분들 조언대로… 돌아가는 걸로 하자.”긴장으로 굳어 있던 릴리는 그제야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릴리는 시후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을까 봐 가장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시후가 물러서겠다고 말하자,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부담이 한순간에 풀렸다.릴리는 마치 MBTI에서 F의 성격을 가진 여자친구가 철없는 남자친구를 달래듯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미소 지었다.“선비님, 오늘은 여기서 잠시 멈춘 거지, 영원히 멈춘 건 아니에요. 이번엔 잠시 쉬어 가는 거예요. 돌아가서 제대로 준비하고, 더 좋은 때에 다시 오면 되잖아요. 전문가들도 이런 걸 바로 전략적 후퇴라고 하죠.”시후는 여전히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후퇴는 그냥 후퇴지, 무슨 전략적 후퇴야.”릴리는 웃으며 물었다.“선비님은 에베레스트나 K2에 올라본 적 없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없어. 너는?”릴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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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9장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약간의 불안함은,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그래서 릴리는 시후의 팔짱을 끼고, 그를 이끌어 왔던 길로 몸을 돌렸다.시후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걸었고, 릴리는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기대에 찬 얼굴로 말을 건넸다.“선비님, 요 며칠 사이에 어머니 나무가 좀 자랐을까요? 새잎도 더 나왔을까요?”시후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조금은 자랐겠지. 잎도 세네 장 정도는 새로 났을 거고.”릴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돌아가면 새로 나온 연한 잎을 조금 따서, 바로 덖어서 선비님께 차를 우려 볼게요.”시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만드는 과정이 꽤 번거롭지 않아? 덖은 다음에도 숙성도 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릴리는 고개를 저었다.“덖은 뒤에 바로 마셔도 돼요. 발효된 깊은 맛은 없지만, 대신 훨씬 맑고 부드러운 향이 있어요. 다만 갓 딴 잎을 바로 덖어야 해서 신선도랑 타이밍이 아주 까다롭죠. 그래서 대부분은 그런 차를 맛볼 기회가 없어요.”시후가 웃으며 물었다.“너, 그 어머니 나무 잎 하나하나 그렇게 아끼면서, 오늘은 왜 이렇게 후하게 주려는 거야?”릴리는 수줍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생명력이 워낙 강하잖아요. 조금 따는 건 괜찮을 거예요. 선비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시후는 릴리가 자신을 달래려는 걸 알아차렸지만, 그렇다고 이 일에 계속 매달릴 생각도 없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나무 잎은 그냥 잘 자라게 두자. 너무 잎을 많이 따면, 네가 오히려 마음 쓰여서 잠을 못 잘 걸.”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선비님만 기분 좋아지신다면, 전 아깝지 않아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의 마음이 느껴져서, 괜히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다 큰 사내가 어린 아가씨에게 이렇게까지 위로를 받는다는 게 조금은 민망하게 느껴졌는지, 시후는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릴리, 오시연은 당분간 한국에 발을 들이지 못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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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0장

릴리의 말에 시후도 순간 경계심이 들었다.시후는 곧바로 물었다.“그럼… 그 사람의 정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릴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전에도 불법에 조예가 깊은 스님들을 몇 분 만나본 적이 있어요. 그런 분들에겐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늘 불교의 가르침으로 자신을 단속하고, 말 한마디에도 불법을 기준으로 삼죠. 쉽게 말해,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연스럽게 불법 이야기가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스님은 달랐어요. ‘아미타불’이라는 말 말고는 불법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문득… 정말 비구니가 맞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시후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그렇다면 진짜 스님이 아니라는 거네. 일부러 비구니로 위장해서 우리를 기다렸다는 거고. 적이든 아니든, 그 뒤에는 폴른 오더 말고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뜻이야.”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덧붙였다.“그래도 선비님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 느낌으로는 적은 아닌 것 같거든요. 오히려 폴른 오더랑 원한이 있는 쪽일 가능성이 커요. 적의 적은 친구라고 하잖아요. 다만 아직은 우리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그 스님이 무슨 그리스 신화를 얘기했다고 했지?”릴리는 시후가 더 깊이 파고들까 봐, 일부러 말을 아꼈다.“아킬레우스 이야기를 예로 들었어요. 아무리 강해 보여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얘기였어요.”시후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다시 가 보자!”릴리가 놀라 되물었다.“청조암으로 다시 올라가겠다는 말씀이에요?”“그래!”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우리 사정을 그렇게 잘 아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처음엔 사찰에 대한 예의 때문에 물러섰지만, 이제 보니 애초에 불교 신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잖아.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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