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에게 이번 방문은, 처음 마음에 두었던 목적을 모두 이룬 여정이었다. 부모를 찾아 뵙고, 어머니 나무가 예전에 시련을 겪다 실패했던 연못가까지 돌아왔다.그래서 시후가 갑자기 돌아가자고 했지만, 릴리는 마음에는 별다른 미련이 남지 않았다.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여정에서는 뜻밖의 수확까지 얻었다. 앞서 오시연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무사히 해낸 데 이어, 이번에는 새 생명을 얻은 어머니 나무의 어린 묘목까지 손에 넣었으니 말이다.다만, 시후가 어머니 나무를 함께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릴리의 마음은 몹시 긴장됐다. 원래 그녀는, 다시 태어난 묘목은 이곳에서 계속 자라게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시후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어떤 분야든, 실패한 길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걷는다면 결과 역시 달라질 리 없다는 말이었다. 어머니 나무의 지난 시련은, 마치 수십 년을 바쳐 진행된 물리 실험과도 같았다.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 상온 초전도체를 연구하듯, 모든 수치는 한없이 가까워졌지만, 끝내 마지막 벽은 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만약 실패한 연구를 그대로 다시 시작한다 해도, 결과가 달라질 리는 없을 것이다.어쩌면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뒤에 이 어머니 나무는 다시 이곳에서 하늘의 번개를 맞고, 또 한 번 같은 시련에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때는, 시후처럼 그녀를 도와 다시 태어나게 해 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하자, 릴리는 시후의 결정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녀는 오랜 세월 어머니 나무 곁을 지키며 살아왔고, 어머니 나무에 대해서도, 차나무 재배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막 싹을 틔운 이 어린 묘목을 섣불리 옮기는 일이, 자칫하면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릴리가 망설이며 선뜻 손을 대지 못하자, 시후가 옆에서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이미 영기를 품은 나무야. 그렇게 쉽게 죽을 리 없어. 데려가서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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