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성은 깊은 한숨과 함께 울분을 토해냈다.“요즘 자주 쓰는 말 있잖아. 올해 차 시장, 진짜 미쳐 돌아간다! 완전 전쟁터야, 전쟁터!”잠시 말을 고르던 노지성은 다시 씩씩거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게다가 말이야, 몇몇 전통 차 기업들은 살겠다고 가격을 마구 내려버리고, 신생 브랜드들은 또 마케팅과 할인 공세로 우리를 계속 물어뜯고 있잖아? 우리는 제대로 만든 차라고 말하면 옆집 브랜드는 ‘똑같은 산지 찻잎인데 가격은 절반’이라고 하고, 맛을 비교해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나는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냐?”노우석도 영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차를 마시는 사람 수는 늘었는데 정작 차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안 늘었어요. 요즘은 다들 보여주기용으로 마시는 느낌이잖아요. 아버지, 솔직히 10만 원짜리 차하고 1천만 원짜리 차를 줘도 구분 못 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노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젠 병 음료 업계가 우리 차 시장을 통째로 먹어 치우겠다고 달려든다는 거야. 예전엔 녹차, 홍차 정도라 영향이 덜했는데, 이젠 발효차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차 우리려면 귀찮지. 물 온도 맞춰야지, 다 우러나면 나중에 떫어지지. 근데 병 음료는 어때? 뚜껑 따면 바로 마시지. 심지어 시원한 채로 마실 수 있고, 어디서 마셔도 똑같은 맛이지. 우리처럼 ‘물 데우고 맛 변하면 버리고’ 이럴 필요가 없단 말이야. 이걸 어떻게 이겨?”노우석은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다.“아버지… 사실 저도 이 업계가 점점 답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경쟁이 너무 심해요. 게다가 우리는 이 지역에서만 버텼고 인맥도 여기 묶여 있고 공장도 다 여기 있는데 여기가 산업 기반이 강력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 지역에서 우리가 차 음료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대기업 음료 회사들을 못 이겨요. 라면 보세요. 한때 시장을 지배하던 브랜드도 온라인 유통 강화되니까 금방 뒤처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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