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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3461 - Chapter 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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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1화

아버지와 원격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택란은 몰래 어머니에게 동생을 데리고 경천을 만나러 며칠 놀러 가겠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아버지를 속일 순 있어도, 어머니에겐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택란은 비록 아버지를 매우 사랑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밀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도 가끔은 조금 제멋대로 굴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는가?역시나 예상대로, 어머니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원경릉은 경천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하고, 바쁜 일이 끝나면 얼음 벌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가겠다고 하며, 재밌게 놀다 오라고 전했다.어머니의 허락을 얻은 택란은 마음 놓고 량주에서 5일동안이나 실컷 놀았다.경천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택란 남매를 데리고 량주에서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을 거의 다 맛보았다. 그리고 저녁엔 상업 거리의 야시장에 가서 등불 구경까지 했다.약도성과 달리, 량주의 상업 거리는 규모가 컸다. 경천은 일부 구역을 잡기, 공연, 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따로 지정해 놓았다. 백성들은 생계에 큰 걱정이 없고, 다른 곳에서 놀러 오거나 장사하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야시장 분위기도 명절날처럼 활기가 넘쳤다. 한편으로는 나라의 조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역시 경천은 정말 대단했다. 그의 통치 아래, 금나라는 눈에 띄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택란은 상업 거리 근처에 관광 명소를 더 만들면, 상인들뿐만 아니라 백성들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다른 나라 백성들도 많이 끌어들여,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오늘은 노는 날이니, 택란은 그런 생각은 잠시 접고, 놀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놀고 난 뒤에나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법이었다.세 사람은 그렇게 온갖 놀이를 체험해 보았다. 경천은 택란을 위해 투호에서 작은 비단잉어 모양의 등불을 뽑아주었고, 수수께끼를 풀어 검을 든 검사 모양의 설탕 인형을 얻어 명여에게 선물하였다. 고리 던지기에서는 정교한 조각 찻주전자와 신기하게 생긴 작은 잔을 뽑았다.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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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2화

택란이 뇌정채에 가려는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첫째는, 그 도적 무리가 이미 두 번이나 그녀의 가족에게 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스승님께서 받은 만큼 되갚는 것이 예의라고 하셨으니, 직접 찾아가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은 필수였다.둘째, 뇌정채가 위치한 필력산은 지형이 험하고 공격하기 어려운 데다, 북당, 금나라, 그리고 북막 세 나라의 경계에 자리했다. 비록 북막 영토지만, 뇌정채는 돈만 주면 못 하는 것이 없는 무리라, 북막의 통치를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북막에서도 골칫거리라 할 수 있었다. 아마 북막이 돈을 써서 그들을 사주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북막은 직접 돈을 건네고 일을 시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뇌정채가 북당을 자극해, 북당이 토벌에 나선다면, 북막은 어부지리를 얻거나 심지어 그 틈을 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손해 볼 일이 없는 셈이다.그래서 택란은 뇌정채에 흥미가 생겼다. 북막이 어쩌지 못한다 해도, 그녀는 다르다. 만약 필력산을 점령할 수만 있다면, 북당과 금나라에게 모두 큰 이득이 될 것이다.경천은 택란의 말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명여만 데리고 갈 생각이냐?”“예. 그냥 도적 무리만 소탕하러 가는 것입니다.”이런 일은 택란에게 익숙한 일이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답했다. 하지만 경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택란은 고집과 실력도 있는 사람이라, 결정을 내리면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었다.순간 경천은 그녀를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향낭을 어루만지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뇌정채는 어떤 곳인가? 흉악한 산적들의 본거지라, 극도로 위험한 곳이었다!택란이 경험이 많다는 걸 알지만, 만약 그가 함께 가지 않아 무슨 일이 생긴다면? 상상만으로도 후회가 덮쳐와, 경천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그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택란아.”경천이 말을 이었다.“그렇게 급하게 가야 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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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3화

녕홍소와 안지의 혼사는 이미 정해졌다. 사주도 확인하고, 약혼의 징표를 교환했기에, 이제 3년 후에 녕홍소가 맞이하러 가기만 하면 된다.3년 후 혼인이라면, 포부와 재능, 능력을 갖춘 젊은이가 조정에서 충분히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안왕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시간도 된다.경천은 이번 출행의 목적을 중요한 신하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단지 미복으로 순행을 나가, 금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려 한다고만 했다. 하지만 녕홍소는 그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뇌정채에게 큰 선물을 하려 몰래 따라왔다.“택란아...”그렇게 경천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택란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택란의 동의를 얻자, 토벌대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수도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북당으로 통하는 관도 이기도 해서 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고, 매우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게다가 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 또한 아름다웠다.경천은 매우 들떠 있었다. 처음 황제의 신분에서 벗어나, 외출하는 것이었기에, 모든 것이 설레서 택란과 끝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냉명여는 검을 품에 안고 그 둘의 뒤를 따랐고, 가끔은 대화에도 끼어들었다. 냉명여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경천이 어린아이 같았다.녕홍소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목두와 함께 맨 뒤에서 걷고 있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평소 어디든 따라붙던 목두가 조금 전부터 계속 그의 뒤에 숨어 머리를 움츠리고, 눈이 아프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투덜거렸다.“무슨 일이냐?”부릅뜨고 있는 눈이 아프다니? 녕홍소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목두는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더니, 눈동자에 망설임을 가득 담고 말했다.“공자, 화내지 마십시오.”“그래.”“그날 공자께서 쉬라고 하셨을 때, 먹을 걸 한가득 사러 나갔다가 우연히 택란 공주님과 공주의 남동생 냉 공자를 만났습니다. 그땐 그가 공자인 줄 몰라, 제가 먼저 도발하고 공주님도 위협했습니다.”목두는 고개를 떨구며 점점 목소리를 낮추었다.녕홍소는 깜짝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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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4화

경천은 택란의 계획을 듣고 자신이 가장 앞선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택란아, 계획이 정말 훌륭하구나. 하지만 한 사람만 감화시키는 건 좀 적지 않으냐? 전부 감화시키는 것이 어떠냐?”“좋습니다.”택란은 아직 경천이 어느 정도까지 초능력을 쓸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한계를 고려해 산적 두목을 먼저 감화시키고는 감화된 그가 다른 사람들을 다스리게 할 계획이었다.녕홍소는 두 사람의 능력이 비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초능력으로 산적을 감화시킨다고 말하는 걸 듣는 건 처음이었다. 녕홍소는 산적을 감화시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사실 온몸이 아프고 저려서 콧물 눈물 줄줄 흘리는 걸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뇌정채엔 400명이 넘는 산적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감화할 수 있을까?일행은 그렇게 세부 사항을 확정한 후, 찻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일행은 다시 처음 그 대열로 돌아갔다. 택란과 경천이 앞에 서 있었고, 냉명여가 가운데, 녕홍소와 목두가 뒤를 지켰다.목두도 다시 예전처럼 활기와 발랄함을 되찾았고 앞뒤로 뛰어다니며 열매를 따서 일행에게 나눠주었다. 그의 시커먼 두 눈두덩이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명여야, 목두의 눈이 왜 저런 것이냐?”바로 알아차린 택란이 걸음을 늦추고, 냉명여에게 물었다.열매를 닦아 먹으려던 냉명여는 그녀의 질문에 드물게 눈까지 흘기며 답했다.“쟤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랬습니다. 저한테 사과한다고 계속 붙잡는 탓에, 앙심을 품지 않겠다고 했더니, 믿지 못한다고 한 대만 때려달라고 졸랐습니다.”택란의 예쁜 눈이 놀라움에 커졌다. 이런 요구는 들은 적도 없었다. 보아하니, 목두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동생도 목두를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니, 그녀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경성, 황궁.우문호는 진지하게 말했다.“원 선생, 한 사람이 얼마나 큰 성취를 이루느냐는 그 사람의 단점이 얼마나 짧으냐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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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5화

서일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성문을 지키는 건 괜찮지만, 대장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원경릉과 목여 태감은 웃음을 터뜨렸다. 다섯째와 서일은 오랫동안 군신으로 지내서 그런지, 말을 잘못해 화를 입는 것마저 똑같았다.다섯째가 홍엽을 놀리지 않고, 몰래 냉정언과 이리 나리의 험담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서일이 열심히 웃음을 참고, 도자기 이를 조금 감췄다면, 황제를 따라나설 일도 없었을 터였다. 다행히도 남은 분이 충분해, 서일을 어르신으로 꾸밀 수 있었다.서일은 투덜거렸다.“냉 대인도 참,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성문을 지키는 건 괜찮지만, 어찌 꼭 폐하께서 늙은 척해야 하는 것입니까? 피부가 하얗고 건강한 사람은 못 지킵니까? 냉 대인께서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폐하가 그저 몇 마디 했다고, 이렇게 심한 요구를 하신다니. 투덜댈 수도 있지 않습니까?”“그만하거라. 나중에 입이 가벼운 자가 냉 대인과 이리 나리에게 전하면, 너만 고생이니.”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전각에 사람도 몇 명 없는데, 입이 가벼운 사람이 있다니요?”서일은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머리를 갸웃했다.“말하지 마십시오.”“저는 입이 가볍지 않습니다.”그러자 목여 태감이 얼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이곳에서 입이 가벼운 사람을 논하자면, 서일이 1위, 황제가 2위 아닌가?“목여, 서일에게 옷 좀 가져다주시게.”우문호는 드디어 동행할 사람이 생겨, 기뻐하며 말했다.목여 태감은 연세가 있지만 행동은 날렵했다.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성문 수비의 옷을 가져왔다.궁에 이런 옷이 있는 이유는, 어제 홍엽 공자가 몇 벌 보내준 덕분이었다. 황제가 더럽다고 생각할까 봐 궁에서 미리 씻어 입으라고 준비를 해두었다. 옷이 깨끗하면, 황제도 입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무엇이라 또 핑계를 댈 수도 있기에, 준비된 옷은 충분했다.우문호와 서일은 옷을 갈아입고 서로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트렸지만, 또 괜히 화가 났다. 하지만 이내, 다섯째는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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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6화

서일은 히죽히죽 웃으며 도자기 이빨을 반짝였다.“폐하가 계신 곳에, 제가 있는 법이지요.”우문호의 타협은 친왕과 벗들에게 알리는 것을 제외하고, 최측근인 조정 신하들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변장해야 했지만, 우문호는 일부러 늙은 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분명, 냉정언의 인색함 때문임이 분명했다.구사는 측근 일원으로 그들을 성문까지 호위했다.황제의 신분이 아니니, 가마를 탈 수도 없고, 말을 탈 수도 없었다.군대에서 실수해 성문 지키는 병사로 좌천된 두 사람이니, 걸어서 성문에 도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내공이 깊어 걸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구사가 간간이 외치는 소리가 없었다면 오히려 즐겁기까지 했다.우문호가 서일에게 물었다.“걷는 것이 편하냐?”“편합니다.”서일이 크게 답했다.“흠,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시골에서 많은 사람들이 걷기 운동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정말 편하다고 생각한 그는, 앞으로 궁에서 자주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구사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어서 말투를 바꾸시지요. 성문 지휘관 이 장군은 만만치 않은 사람입니다. 조상 삼대가 성문을 지킨 충직한 가문이라, 성문을 집처럼 여기지요. 감히 그의 앞에서 황제를 자처하면 큰 화를 입을 것입니다.”“예. 폐... 황오랑, 저도 이 장군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엄하고 고집이 센 사람입니다.”서일이 급히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흠, 서대랑, 난 그런 사람이 참 마음에 드는구나. 기회가 되면 발탁해 봐야겠어. 이런 충직한 집안은 당연히 중용해야지.”구사가 그들을 성문까지 호위하다가, 곧이어 이 장군을 만났다.이미 이 장군에게 상황을 알린 뒤였기에, 이 장군은 냉정하게 그들을 훑어본 뒤 구사에게 예를 올렸다.그러자 구사가 말했다.“이 장군, 이들을 잘 부탁하네. 나는 먼저 가보겠네.”“구 대인, 조심히 가십시오!”이 장군은 다시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구사가 떠난 후, 이 장군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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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7화

그들은 이 장군을 따라, 병사가 쉬는 곳으로 들어가 수북이 쌓인 수배 문서를 보았다.양이 얼마나 많은지, 책 한 권 높이만큼이나 쌓여 있었다.“이렇게 많은 수배범이 있습니까?”쌓인 수배 문서는 우문호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이 장군이 엄숙하게 말했다.“각지에서 보내온 해상 수배 문서로, 초상화도 함께 있지. 대주와 대흥에서도 보냈는데, 이들이 보내온 건 대개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대도들이다. 오늘 임무는 이 해상 수배 문서를 잘 보고, 초상화를 꼼꼼히 관찰하는 것이다. 확실히 익혀야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대도가 성문 안으로 들어와 나의 폐하께 해를 끼치면, 너희를 참수할 것이다.”서일이 그를 보며 말했다.“이 장군, 폐하는 이 장군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폐하입니다.”이 장군은 큰 소리로 말했다.“모두의 것이라면 내 것도 되는 것이다.”“모두의 것입니다!”서일은 그의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제가 설령 서일만의 황제라 해도, 이 장군의 것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아이고, 나이도 많은 녀석이. 생긴 건 멀쩡한데, 어찌 그렇게 고집이 센 것이냐? 입도 삐뚤게 생겨선. 어쨌든 오늘 이걸 다 봐야 한다.”그는 황오랑을 한 번 쳐다보았다. 이 장군은 이미 해상 수배 문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황오랑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고, 진지하게 일에 임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우문호는 이렇게 많은 수배범에 충격을 받아, 아직 나라가 안정을 찾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일도 황제가 보고 있자, 그 뒤에 서서 같이 들여다보았다.해상 수배 문서에는 초상화 외에도 죄목이 적혀 있었다. 살인, 강간, 폭행, 강도, 소금 밀수, 인신매매 등은 우문호가 가장 혐오하는 범죄였다.하나하나 보면서 우문호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직접 그들을 체포해 참형에 처하고 싶은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 질 무렵 교대 시간이 되었지만, 우문호와 서일은 문서를 다 보지 못했다.이 장군이 다가와 그들을 재촉하자, 우문호는 고개를 들며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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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8화

우문호는 진심으로 이 장군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당의 관리들이 모두 그처럼 맡은 바를 충실히 한다면, 북당에 이렇게 많은 수배범이 있을 리가 없을 것이었다.물론 황제인 그도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했다.그는 다소 감격하여 이 장군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장군을 본받아, 오늘부터 절대 직무를 이탈하지 않겠습니다.”이 장군도 우문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열심히 하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하지만 그는 우문호의 하얀 머리를 보곤 바로 말을 바꿨다.“적어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산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그는 말을 마치고, 서일에게 말했다.“너도 황오랑에게 잘 배우거라.”서일도 그에게 약간의 존경심이 생긴듯 단호하게 말했다.“이 장군,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최선을 다해 저희 폐하께 충성하겠습니다.”이 장군은 그를 힐긋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해도 저물었고 야근도 끝난 시각이라, 다들 내일 이어가기로 했다. 두 사람이 막 문을 나서는데 제왕이 말을 타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교활한 웃음기가 가득했다.그는 오늘 일부러 이곳을 여러 차례 지나갔지만, 우문호는 안에서 문서를 보고 있었다. 북당의 친왕이자, 경조부 부윤의 신분이라 그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제왕은 그저 멀리서 힐긋 쳐다보고는 속으로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우문호는 마음이 무거워, 그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심지어 제왕의 조롱도 신경 쓰지 않았고, 그가 천천히 말을 타고 뒤따라오는 것마저 상관하지 않았다.반면 서일은 뒷짐을 지고 걸으며 푸념했다.“전하, 저희한테도 마차 한 대 마련 좀 해주십시오. 걸어서 궁으로 돌아오니, 너무 힘듭니다.”“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냉수보가 걸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제왕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뭐가 웃긴 것이냐?”우문호가 그제야 그를 올려다보았다.“성문 안에 얼마나 많은 수배 문서가 있는지 아느냐? 경조부 부윤으로서, 직무 유기가 아니더냐?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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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9화

성문에 머문 지 사흘이나 되자, 우문호와 서일과 성문 수비 병사들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도 두 어르신이 군대에서 실수를 저질러, 성문으로 좌천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실수를 저질렀지만, 그저 성문으로 옮겨진 걸 보니, 과거에 지위가 꽤 높았을 것이다.우문호와 서일은 드디어 수배 문서를 다 읽어보았다. 하지만 서일에게 얼마나 기억하는지 물으니, 서일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기억은 나지만 얼굴이 기억나지 않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수배범들의 초상화는 거의 비슷했고, 모두 두 눈에, 코 하나, 입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우문호는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서일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생김새도, 우문호에게는 구분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범인이 눈앞에 나타나면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이 장군도 매우 만족했다. 비록 우문호의 말이 허풍처럼 들렸지만, 허풍이라 해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조금 더 젊었다면, 앞길이 정말 창창했을 것이다.이리 나리와 수보도 성문으로 한두 번 와봤지만, 특별히 흥미로운 점을 느끼지 못했다. 다들 황제가 대체 왜 이곳에 자주 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성문을 지키는 동안, 우문호는 함께 근무하는 병사들의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사이가 돈독해졌다.황제의 신분 때문에 놓친 우수한 성문 수비 병사 또한 따로 없었다.우문호와 서일은 정식으로 당직을 시작해서 입경하는 상단과 백성들을 검문했다.넷째 날 저녁, 성문을 곧 닫을 시간이 다가왔다. 평소라면 야간 근무 병사들이 차례대로 교대하러 오기에, 우문호와 서일은 한 시진 더 근무하고 물러날 수 있었다.하지만 날이 저물기 시작하니,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서둘러 오는 사람들이 성문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백성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병사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검문 속도를 높였다. 그래서 호적을 증명하는 자료와 통행증을 확인한 후, 성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성문이 곧 닫힐 때쯤, 지팡이를 짚은 허약해 보이는 중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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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0화

이장군은 즉시 사람을 시켜 물 한 대야를 가져오게 하였다.그러고는 땀수건에 적셔 호화의 얼굴에 걎다댔다. 놀랍게도 몇 번 문지르자 얇은 가죽처럼 덧씌운 얼굴 가죽이 그대로 벗겨졌다.그 얼굴 가죽은 정교하지도 않았고, 그저 약간의 먼지를 덧입혀 길 떠난 사람처럼 위장한 것 같아 보였다.진짜 얼굴이 드러나자 호화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연신 살려달라고 애걸하기시작했다.이장군은 그를 한번 흘겨보고는 곧 우문호를 향해 칭찬의 눈빛을 보냈다."황오랑, 자네는 참 대단하네. 얼굴 가죽을 덧썼는데도 어찌 알아봤단 말인가."우문호가 조용히 답했다."얼굴 가죽은 겉모습만 가릴 뿐, 뼈대는 바꿀 수 없습니다. 호화의 초상화에 따르면 광대뼈가 도드라져 있는데, 그건 가릴 수 없는 특징이오. 가죽을 쓰더라도 그 부분은 그대로 드러나지요."이장군이 감탄하며 말했다."광대뼈가 높은 사람은 많지 않은가? 자네는 어찌 그걸로 단정지은 것이지?""그뿐만이 아닙니다. 그의 다리 부상은 거짓입니다. 신발을 보십시오."우문호는 그의 신발을 가리켰다."다리를 저는 자는 걸음걸이에 한쪽으로 무게가 쏠려 신발이 한쪽만 더 많이 닳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의 신발은 양쪽 모양이 똑같습니다."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의 신발을 살펴보니 정말로 똑같았다."그리고 지팡이도 보십시오."우문호는 지팡이를 단번에 빼앗아 이장군 앞에 내밀었다."그가 다친 지가 세 달이 지났으니, 길을 오는 내내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면 손이 닿는 부위가 닳거나 색이 바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지팡이는 완전 새거 같습니다. 명백히 성문에 들기 전 새로 산 것이지요."사람들은 탄복을 금치 못했고, 특히나 이장군은 더더욱 감격했다.성문에서 또 한 명의 수배범을 검거했으니 말이다. 그는 우문호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고는 기뻐하며 말했다."안심하게. 본장은 반드시 제왕 전하 앞에서 자네의 공을 아뢰겠네. 이번 일은 자네의 공로요. 하루빨리 군으로 복귀하길 바라네."우문호는 어깨가 얼얼했지만 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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