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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1화

한편 북막, 금나라에서 출발한 토벌대가 필뢰산 자락 아래에 있는 한 마을에 도착했다.하지만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정보에 따르면, 수년 전 그 일대는 산적들이 날뛰며 인륜이 말살되고, 인근 마을들은 깊은 피해를 입은 끝에 이미 폐허가 되었고, 사람 하나 없는 황야가 되어야 마땅했다.헌데 그들이 본 풍경은 오히려 활기찬 마을이었다. 마을 어귀에는 임신부 두 명이 나무 그늘 아래서 바람을 쐬고 있었고, 몇몇 부인들은 밭에서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마을 안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으며, 집 앞에는 무말랭이 고기가 널려 있어 산적 근처라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들의 무리를 본 임신부들은 다가와 말을 걸자, 이들이 금나라에서 북막 변성에 있는 친척을 찾아 가는 길임을 알자, 반갑게 마을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다.“여기서 변성까지는 아직도 산길로 다섯 시진이나 더 가야 하니, 짐승도 들끓고 밤에는 위험하답니다. 폐 끼치지 않는다면 오늘 밤은 저희 마을에서 쉬었다가 내일 아침 일찍 길 떠나시는 게 어떠세요?”과연 산속에 짐승뿐일까?택란과 경천은 잠시 눈빛을 교환한 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초대를 받아들였다.아까 밭일을 하던 부인들도 손을 씻고 나와 일행을 맞이했다. 그중 가장 나이가 가장 많은 부인은 자신을 유씨 아주머니라 소개했고, 마을 촌장의 아내라고 했다. 앞서 있던 임신부 둘은 그녀의 며느리들이었다.유씨 아주머니는 택란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한 번 부를 때마다 “우리 아가야”라며 살갑게 손을 잡았다.“우리 집 방이 많단다. 그러니 아가야, 네가 먼저 하나 골라보렴.”택란은 사양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함께 걸음을 옮겼다.남은 부인들 역시 각자 일행 중 나머지 사람들을 초대했다.“다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저희는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해서 형제들끼리 한 방에 묵겠습니다.” 경천은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로 택란의 뒤를 따랐다.거절당했음에도 부인들의 환대는 줄지 않았고, 일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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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2화

경천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이 마을, 뭔가 수상해.”녕횡소는 찌푸린 미간을 차마 피지 못한 채 맞장구를 쳤다.“그래. 방금까지 오는 길만 봐도 적어도 서른 명이 넘는 여자가 있었어. 그중 일곱 여덟은 임신한 젊은 여자였고, 나머지는 모두 사십에서 오십쯤 되어 보이는 노부인들이었지. 게다가 우릴 따라붙은 아이들은 전부 남자아이 뿐이었고, 여자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어.”성인 남자들이 사냥을 나간다고 해도, 어찌 한 마을에 성인 남자가 하나도 없단 말인가. 남은 건 임산부와 노약자뿐이었다.그 말을 들은 목두는 무엇인가 생각이라도 난듯 갑자기 머리를 탁 쳤다.“설마 그 여자들이 요괴라서 남자만 먹고 아들을 낳는 건 아니겠지?!”그 표정엔 공포가 가득했다.“푸핫.”검을 안고 조용히 듣고 있던 냉명여는 그 말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목두에게는 정상적인 발언을 기대하는 게 아니었지.“진정해. 세상에 요괴 따윈 없어!”“이제야 알겠어…”목두는 자기 공자에게 갓 받은 따끈따끈한 꿀밤을 부여잡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냉명여는 그런 그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어이없어 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그리고 자기 간식 봉지에서 밤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목두는 신이 나서 그것을 받아 들었다. 몇 날 며칠을 걸으며 이미 간식은 바닥났고, 남은 건 건빵뿐이었다. 냉 소공자는 역시나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택란 소공주의 동생다웠다!세 명의 꼬마 어른들은 계속해서 분석을 이어갔다.“그 아줌마들이 오늘 경사가 있다고 했는데, 마을엔 잔치 분위기도 없었어.”아까 유씨 아주머니가 떠나기 전에도 마을에 경사가 있어 접대가 부족할 수 있다며 양해를 구하고 갔었다. 마을에 남자는 하나도 없었으니 혼사일 리는 없었고, 보아하니 임산부들의 배는 하나같이 만삭이었다. 그럼, 혹시 ‘경사’라는 게 분만을 의미하는 걸까?택란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이유는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어른들은 유난히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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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3화

원래 그 무리의 어린 사내 아이들 가운데, 대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는 유씨 아주머니의 손자였다. 대보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나는 기쁜 이야기로, 할머니가 말하길 오늘 밤이면 아우가 생긴다고 했다. 할머니가 어머니를 도와 아우를 낳아주면, 아버지가 데리러 와서 함께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모두 부러워하며, 제 어미도 오늘 밤 아우를 낳았으면 하고 바랬다. 그들 또한 아버지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산 위에서 영웅 노릇을 하고 있다는 아버지를 몹시 보고 싶어 했다.대보가 들려준 이 슬픈 이야기는, 할머니가 그의 어머니에게 ‘산자탕이 두 사람 몫이 되지 못하니 네가 기를 써야 한다’고 하면서 말해주었다. 그래서 대보는 걱정이 많아졌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우를 잘 낳지 못하면, 아버지를 만날 수 없게 될까 두려운 것이었다.자세히 캐묻자, 대강의 사정이 드러났다. 아이들이 만삭이 되어 태어난 후에는, 산적들이 어미와 아이를 산채로 데려가 잠시 머물게 한다. 그 기간은 대략 한 해에서 세 해까지 이어지며, 아이의 어미가 다시 잉태하게 되면, 다시 마을로 보내진다. 이후 다시 아이를 낳는 일이 반복되고, 그러한 삶을 거쳐 유씨 아주머니 같은 연배가 되면 마을에 남아 생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섯 살이 되면, 본격적으로 산채에 들어가 친부와 함께 살게 되니, 아이들 모두 세네 살인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목두가 머리를 가리며 물었다.“왜 한 가족이 함께 살 수 없는 거야?”택란이 비웃듯 말했다.“산적놈들은 아이의 어미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지. 어릴 때부터 아이들한테 자기 아비는 영웅이라고 세뇌시켜서, 산적이 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게 만들고, 어미의 존재는 점점 약화시키지.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면 어미에게서 떼어 산에 데려가 다음 세대의 산적을 길러내는 거야. 그들 눈에 아이의 어미는 그저 아이를 낳는 도구일 뿐이야. 잉태할 수 있으면 낳게 하고,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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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4화

몇 사람이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 머리를 포개어 성문 옆에 귀를 대고 밖의 소리를 들었다.잠시 후, 유씨 아주머니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냉명여가 이내 발로 잠긴 문을 차며 열자, 지키던 여자는 놀라 외치기도 전에 기절했다.앞마당에서 자고 있던 유씨 아주머니의 손자와 둘째 며느리만 남았기에, 소년들은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보검을 되찾을 수 있었다.사람들을 묶느라 모두가 정신없는 틈을 타 택란이 나와 땅에 떨어진 약재 찌꺼기를 살폈다.“산파약이다.”“그래서 유씨 아주머니가 오늘 밤에 반드시 출산이 있을 거라 확신한 것이구나. 아마 자기 며느리 날짜를 잘 계산해서 다른 임산부에게도 약을 먹이려는 모양이야.” 경천이 사람들을 다 묶고 일어나 손뼉을 치며 택란 옆으로 걸어왔다.“그런데 왜 꼭 그 임산부가 오늘 밤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걸까? 심지어 약을 몽땅 상대방에게 쏟아붓기까지 하면서 말이야. 자기 며느리가 더 급하지 않나?”“당연히 자기 며느리가 더 급해서 그런 거겠지. 만약 둘이 동시에 낳는데 상대가 남자아이이면 바로 데려가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자 택란이 혼자 추측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자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여자아이를 낳은 임산부는 무슨 처지가 되는 걸까?하지만 이내 의문을 접었고, 몇 사람은 목표를 정해 임산부가 있는 작은 집으로 향했다.멀리서도 낮에 마을에서 본 나이가 좀 있는 여자들이 그들이 발견한 작은 집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 작은 집 안에서 여자의 고통 섞인 비명이 끊이지 않아 모두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오후에 그들이 나갔을 때 유씨 아주머니의 큰며느리를 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미 이쪽에서 출산 준비를 마친 것이다.어떤 여자가 언제까지 낳을지 모른다고 하자 택란이 돌아서서 모두에게 말했다.“아이 낳을려면 좀 오래 걸려. 그러니 우리 조금 기다리자.”아이 낳는 일에 이 아이들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처음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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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5화

유씨 아주머니 큰며느리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엔 그저 힘이 빠져 잠시 멈춘 것 뿐인 듯했다.다들 마음이 다시 조여들었다. 게다가 자세히 들어보니, 임산부 한 명의 목소리가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택란은 불안한 마음에 나지막이 말했다.“확인해야겠습니다.”그들은 오두막집에 다가가, 뒷마당을 지키던 아낙네를 기절시킨 후에 작은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임산부 두 명이 각자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한 명은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된 채 출산 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온몸이 피투성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가슴엔 가위가 꽂혀 있었는데,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뒤였다.분만을 돕던 여인은 이미 숨진 임산부의 앞에 서서 유씨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태줄을 자를 가위가 없습니다.”산파는 임산부가 태줄을 자르는 가위를 빼앗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씨 아주머니는 씩씩거리며 죽은 임산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위를 꼭 쥔 임산부의 손을 억지로 펴서, 덤덤한 표정으로 가위를 뽑아 산파에게 건넸다.“빼앗겼으면, 다시 가져오면 그만이지 않냐?”“예…예…”산파는 파르르 떨며 답하고는, 죽은 임산부의 얼굴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 듯, 애써 떨리는 손으로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쭈글쭈글한 아기를 들어 올리며 실망한 듯 말했다.“여아인 데다, 숨도 쉬지 않습니다.”이 말을 들은 유씨 아주머니의 큰며느리는 당황한 듯, 유씨 아주머니의 팔을 덥석 잡았다.“어머님, 어찌합니까? 여아입니다.”“괜찮다. 넌 분명 아들을 낳을 수 있다. 그러니 얼른 낳거라, 내가 이곳에서 널 지킬 테니.”유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달래고, 고개를 돌려 냉랭하게 산파에게 명을 내렸다.“밖에다가 묻거라.”“예.”산파는 죽은 임산부의 옷조각을 찢어 여아를 감싸 안고, 오두막 문을 밀고 나갔다.그렇게 어두운 숲속으로 막 들어선 순간, 산파는 갑자기 뒤통수에 통증을 느꼈고, 이내 눈앞이 까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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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6화

해가 떠올랐고, 낡은 지붕 사이에 비친 빛이 창백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 피범벅이 된 아기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안겨 나와, 첫 울음을 터뜨렸다.“남아입니다!”급히 불려 와, 출산을 돕고 있던 아낙네가 흥분한 듯 유씨 아주머니에게 외쳤다.유씨 아주머니는 싸늘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천으로 아기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과다출혈로 막 숨진 큰며느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기를 안고 곧장 오두막집을 가서 명을 내렸다.“소취야, 집안을 잘 처리하고 다른 하인들은 어젯밤 잡은 양을 챙기거라. 채로 돌아갈 것이다.”“예!”몇 걸음 걷지 않아, 유씨 아주머니의 작은며느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어머님, 어머님! 양이 도망쳤습니다!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뭐?”깜짝 놀란 것도 잠시, 또 다른 부하가 달려와 보고했다.“산 위에서 봉화가 피어올랐습니다!”유씨 아주머니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내뿜으며, 갓 태어난 손자를 작은며느리에게 넘기고 큰 소리로 외쳤다.“자, 다들 무기를 들고 나를 따르라!”뇌정채 안은 온통 산적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체도 아니라, 사람 형상의 잿더미였다.한편, 택란은 마을 입구에 앉아 있었고, 그녀 곁에는 경천이 서 있었다. 목두와 냉명여는 그들 뒤에 앉아, 밤새 구해낸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마을에 양젖이 없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산을 올랐다. 비록 산에도 양은 없지만, 다행히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인이 있었다.“아이가 참으로 얌전합니다. 배불리 먹고는 조용히 울지도 않습니다.”작은 생명을 품에 안은 목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냉명여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아기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건드렸다. 냉명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이름을 지어주는 게 어떻습니까?”“좋습니다.”목두는 신이 났다. 대결에서 이겼으니, 그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맞았다.“이 아이를 제 여동생으로 삼는 것을 동의하셨으니, 제가 지어보지요. 제 큰형은 녕기둥, 둘째 형은 녕석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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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7화

늦은 밤.냉명여는 모닥불 앞에 앉아, 흔들리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택란이 그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어찌 멍하니 있는 것이냐?”“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유씨 아주머니께서는 분명 요패천에게 강제로 잡혀 온 부잣집 딸이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요패천을 도와 나쁜 짓을 해왔고, 심지어 요패천의 아들을 둘이나 낳고 요홍장까지 낳으셨습니다. 어찌 자기처럼 불쌍한 여인들을 괴롭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해되지 않으면 그냥 넘기거라. 우리는 그저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하늘의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예!”남매는 그렇게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냉명여는 검을 안은 채로 택란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대 잠에 들었다.경천은 장작을 이리저리 찌르다가, 택란에게 망토를 건네주었다.“명여를 안에서 자게 하는 것이 어떠냐?”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경천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이제 저는 돌아가야 합니다.”“벌써?”경천이 깜짝 놀라 묻자, 택란이 고개를 끄덕였다.“넷째 오라버니와 다섯째 오라버니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그럼, 우리는…”우리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경천은 망설이다가 말끝을 흐렸다. 비록 택란이 언젠가 떠날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택란과의 만남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마음은 몹시 무거워졌다. 심지어 그는 얼음 벌레로 인해 요절할 운명이었기에, 그 전에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택란은 그의 손을 잡고 용기를 북돋우듯 말했다.“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그녀의 눈빛은 별처럼 반짝였고,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경천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모든 차가움과 어둠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곳엔 희망이라는 씨앗이 자라났다.“그래. 또 보자꾸나.”경천은 웃으며 답했다.택란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놓고, 꼬마 봉황을 불러 돌아갈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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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8화

만두는 여동생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휴가를 내어서 형제들, 그리고 적동과 함께 궁으로 돌아갔다.다른 아이들은 벗이 한 마리뿐이지만, 만두는 설랑과 적동, 두 마리나 있었다.역시 맏형답게, 아주 위풍당당했다.경단 삼 남매는 마침내 경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단은 도착하자마자, 성적에 관해 이야기하겠다는 이유로 이리 나리에게 끌려가고 말았다.수많은 상가 거리를 보유한 신흥 부호답게, 경단은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히 고모부의 저택으로 가서 서재에서 고모부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경단의 대답에 고모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밖으로 나와 공주에게 말했다.“당신의 친정 조카는 정말 크게 될 아이네. 큰 인물이 될 것이네.”하지만 늘 이리 나리의 말을 반박하지 않던 공주가 이번엔 단호히 입을 열었다.“크게 될 아이라 해도 당신의 수하로 들어올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이미 이룬 업적이 많은 아이니, 굳이 당신의 사업을 이어받을 필요가 없지요.”“당신 곁에 더 오래 있는 것이 싫은 것이오? 경단이 가업을 이어받으면, 난 아주 한가해질 것이오.”“지금도 조정 일이 바쁘지 않을 때면 한가하지 않습니까.”혼인한 지 오래되었으니, 공주도 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이리 나리의 사업은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었고, 중요한 자리마다 적임자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적임자들도 후계자를 양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리 나리는 그저 분기 말마다 각 곳의 보고를 확인하면 되었고, 가끔 시찰 정도만 필요한 상황이었다.게다가 그의 수하엔 사업을 대신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따지고 보면, 이리 나리는 고생할 것도 없었지만 그저 관리하는 일마저 넘기고 싶어 경단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그는 부귀와 여유를 누리는 삶을 즐기고 싶었다.그도 예전엔 장사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질려버리고 말았다.이리 나리는 이 사실을 부인에게 간파당하자 부끄러움과 동시에 못내 짜증이 났다.“오늘 밤엔 궁에 회의하러 가야 하니,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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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9화

우문호 가족이 재회하는 동안, 손왕부에서는 갈등이 일어났다.손왕비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그저 계속 손왕에게 싸늘한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사실 이 갈등이 부부관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손왕비는 다른 황실 부인이 혼인한 후에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며, 한 번도 격정적인 순간이 없었던 자기의 고요하고 무료한 생활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심지어 손왕비와 손왕이 가장 애틋했던 때에도, 서로 예의를 갖추는 사이 같다는 말이 가장 적절할 정도였다.그리고 손왕비는 순왕의 눈빛에서 단 한 번도 불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다섯째가 황후를 바라보는 눈빛, 여섯째가 미색을 바라보는 눈빛, 일곱째가 원용의를 바라보는 눈빛, 훼천이 요부인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모두 사랑의 감정을 본 적 있었지만 말이다. 심지어 셋째 위왕이 정화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마치 굶주린 표범이 사냥감을 보는 것 같이 정화를 바라봤다.그에 반면 순왕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늘 고요하고 평온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말이다.십수 년 전이라면, 손왕비는 다들 이렇게 지낸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부부가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왕비는 이제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았기에, 이내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녀는 못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너무 무미건조한 건 아닐지 생각했다.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고, 자기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의심까지 하게 되었다.어찌 손왕의 애정을 조금도 받지 못하는 것인가?중년인 그녀는 신의 황후 덕분에 70~80세까지는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수십 년을 이렇게 재미없이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손왕비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이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이 나이에, 어린아이처럼 애정을 원한다고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아니면 순왕과의 잠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언짢다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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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0화

원경릉과 요부인은 아이들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그들이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보며 감개무량해졌다.세쌍둥이는 이제 훤칠하게 자랐고, 만두는 이제 위엄도 내뿜으며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며, 동생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주기까지 했다.비록 쌍둥이는 형들만큼 키가 크진 않았지만, 늘씬하고, 준수하니 황실 자제다운 기품이 있었다.택란도 어느덧 어엿한 아가씨로 자라났고, 예쁘고 다정하며 사려 깊이 어머니를 잘 챙겼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딸이라는 말이 걸맞은 아이였다.세월은 빠르게 흘러, 어느샌가 아이들이 훌쩍 컸으니, 황후는 참으로 복 많은 여인이다.“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부인이 말했다.원경릉이 답했다.“요부인 뿐만 아니라, 저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저 눈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컸네요.”“난 참 복이 많은 것 같네.”요부인이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난 아직도 그날, 내가 황후한테 저질렀던 일을 잊지 못하네…”그러자 원경릉이 그녀를 꾸짖었다.“그 얘긴 이제 그만하십시오. 우리가 함께 겪은 일들만으로도, 그 과거는 충분히 갚은 것 아닙니까?”“화내지는 말게나. 그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뿐이네. 매일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해야지 않겠는가?”요부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지만, 말투는 단호했다.“다른 사람은 그날 내가 한 짓을 떠올리고, 내가 아무리 병에 시달려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네. 어쩌면 ‘꼴 좋다’며 비웃었을지도 모르네. 하지만 황후는 참 어리석게도, 그런 나를 저승 문턱에서 끌어냈네. 오늘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건 황후 덕분이네.”원경릉은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행복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지요. 그날 선한 마음으로 부인을 도운 것이 아니라, 부인의 인맥을 이용해 다섯째의 입지를 다지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서로 이용한 것이니, 은혜를 베풀었다는 말은 그만하시지요. 또 그때의 말을 꺼내는 것이 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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