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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1화

이틀 뒤, 안풍 친왕 부부는 한 마리의 설랑과 귀가 쫑긋 선 개를 데리고 금호를 보러왔다. 그들은 곧 금호의 흩어진 신혼(神魂) 의식을 찾으러 가야 했다.금호는 지금 봉선전(奉先殿) 옆 혜녕전(惠宁殿)에서 지내고 있었다. 혜녕전은 이제 금호전(金虎殿)으로 개명되었다. 설랑과 개는 금호전으로 들어가자마자, 금호 곁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서글픈 눈빛을 내뿜고 있었지만, 슬픔 속에서도 굳은 결의가 보였다. 그들은 반드시 오래된 벗의 흩어진 혼을 찾아올 것이다.설랑은 금호의 등을 발톱으로 살며시 긁다가 이내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고, 귀가 쫑긋한 개도 마찬가지였다.작별 인사를 마친 후, 안풍 친왕 부부는 우문호 부부와도 작별 인사를 하며 몇 번이고 당부했다. 한 달에 꼭 한 번은 단약을 먹이고, 매월 보름날에는 반드시 밖으로 데려가 달빛을 쐬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안풍 친왕 부부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설랑과 개를 데리고 떠났다. 석양이 그들의 뒷모습을 비추었고, 그들은 세 걸음마다 돌아보았다. 안풍 친왕 부부와 금호는 처음 만나서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함께 가난을 견디고,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함께 전장을 누비며, 함께 많은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이곳에 두고 떠나야 했다.원경릉도 마음이 아파,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저 금호가 빨리 회복해, 다시 그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들이 떠난 뒤, 숙왕부 사람들도 궁에 들어왔다. 모든 흑영 어르신들이 금호 곁에 앉아 말없이 그를 지켰다. 무상황도 잠시 금호의 곁을 지키다 밖으로 나와 원경릉과 이야기를 나눴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금호는 언젠가 깨어날 것이다. 하지만 다들 살아생전 그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이 말에 원경릉은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 다들 연세가 많아진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금호가 깨어나는 것을 볼 수 있어도, 그들은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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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2화

서일은 이리 나리를 막지 못했고, 수보도 말릴 수 없었다. 결국 이리 나리와 우문호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주먹과 발이 오가고, 그들은 나뭇가지를 무기로 삼아 번개같이 휘둘렀다.서일과 수보는 복도에 앉아, 그들이 마시던 술을 마시며, 담담한 눈빛으로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보는 재미가 별로 없었다. 제대로 된 수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아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나뭇가지 휘두르는 모양새가 좀 볼만했다.이 싸움은 거의 반 시진 가까이 이어졌다. 원경릉이 안으로 들어가 금호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나왔는데도 둘은 계속 싸우고 있었다.원경릉이 음식을 대접하라 명을 내리자, 두 사람은 그제야 떨어져서 동작을 멈췄다. 둘은 같은 동작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지만, 닭 둥지처럼 엉클어진 머리는 눌러도 눌러지지 않았다. 멍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얼굴을 보니, 주먹을 제대로 휘두른 것이 분명했다.싸우고 나니, 이리 나리의 가라앉았던 마음이 한결 풀렸고, 우문호와 서로 부축하며 절룩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식사하러 갔다.몇몇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식으로 지내왔다. 누군가 마음이 답답하면, 한 명이 나서서 같이 한 판 붙어 주었고, 그렇게 다 싸우고 나면 속이 후련해졌다. 삶은 계속 살아가야 하니, 오랫동안 우울하게 지낼 수도 없는 법.식사 후, 몇 사람은 잠시 대화를 나누고는 정무를 논하러 어서방으로 향했다.요즘 북막 쪽에서 조금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강북부에서 북막 변경에서 군사들이 집결해 훈련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근년에도 가끔 일어났었다.지금의 북당은 수십 년 전 그 가난하고 초라한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은 돈도 있고, 인구도 많고, 군사력도 강하기에, 누구도 함부로 얕잡아볼 수 없었다.특히 최근 북당은 경제를 중시하는 동시에 군사력에도 큰 힘을 기울여 왔고, 백성들의 자신감도 날로 커졌다.숙왕부의 어르신들은 북당이 서시장의 늙은 푸줏간 주인 왕유월의 호들갑 덕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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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3화

사찰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완공되었다. 돈이 있으면 사람이 움직이고, 속도도 빠른 법이다. 무엇보다 숙왕부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고, 그것도 금호를 위해 사찰을 짓는 일이라 듣고는, 모두 일제히 몰려들었다.사찰안에는 금호의 몸이 세워졌는데, 물론 순금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숙왕부 사람들은 순금으로 만들면 너무 많은 돈이 들고, 금호의 검소한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금호의 전신을 유동으로 덮었다. 황동 공예 기술은 이미 매우 성숙하여, 겉으로 보기엔 금과 다름없었다. 적어도 멀리서 보면 똑같았다.다만 완성 후, 그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며 금호에게 미안하다고 느꼈다. 차라리 유금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금호라면 그럴 자격이 있지 않은가?만들 땐 있는 힘껏 돈을 아끼려 했으면서, 다 완성하자 값싼 걸 썼다고 후회하고 있었다. 그들의 인생은 늘 이런 모순 속에 있었다. 그러니 슬픔과 죄책감도 겨우 한 끼 식사 시간 정도만 지속되었고, 그들은 이내 떼를 지어 금호를 보러 들어갔다.어르신들은 금호를 사찰로 데려가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레에 실어 나르는 것 정도는 큰 힘이 들지 않을 거라 여겼다.이미 말이 나왔으니, 다들 바로 행동에 옮겼다. 숙왕부 어르신들은 즉시 수레를 밀며 궁으로 들어가 금호를 데리고 나왔다.하지만 거리에 들어서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길 양쪽에는 백성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고, 모두 목을 길게 빼고 밀치며 금호를 보려 했다. 그야말로 발을 뗄 수가 없었다.이 일은 조정에서까지 회자하였고, 본보기로 삼아 수보가 나라와 백성이 하나가 된 정을 설명했다. 그의 말에 다들 감격하고, 눈물까지 머금었다.보름날, 원경릉은 일찍이 금호에게 단약을 먹였다.저녁 식사 후, 우문호와 서일은 둘이 금호를 데리고 궁의 문창각(文昌閣)으로 향했다.금호의 몸은 무거웠지만, 두 사람은 무공과 내공이 뛰어났기에, 단숨에 5층까지 들고 올라가도 숨이 차지 않았다.맑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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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4화

금호전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모두 신기한 보물 보듯 눈동자를 굴리는 금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눈을 뜨는 것 말고는 금호에게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다들 앞다투어 황제와 서일의 말을 듣고, 금호가 문창각에서 방귀를 뀌었다는 소식을 이야기했다.흑영 어르신은 방귀를 뀌었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장과 위가 회복됐다는 증거고,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황후가 금호를 진찰하고 있었기에, 다들 금호와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다. 사실 황후는 꽤 오랫동안 금호의 몸을 살피고 있었다. 호랑이 머리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쭉 훑었지만, 여전히 정확한 진단은 내리지 못했다.숙왕부 어르신들은 그 모습을 보더니, 황후의 의술이 평범하기에 앞으로 ‘주사’ 같은 건 말은 듣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마침내 황후가 일어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 즉시 숙연해졌다.“눈은 떴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 허약합니다. 신… 내력이 사라졌으니, 상태가 나아진다 해도 당분간은 평범한 호랑이처럼 예전의 능력을 갖추지는 못할 것입니다…”황후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 입이 가벼운 흑영 어르신들이 벌써 떠들기 시작했다.“누가 그 대단한 능력을 바라나? 지금은 태평성대 아닌가? 이제는 쉴 나이지, 뭘 그리 큰 능력이 필요하다고.”“맞네. 능력이 좋으면 먹는 것도 많아지잖소. 이 정도면 충분하네.”“차라리 이참에 암호랑이 두 마리 데려다 첩으로 삼아 주는 것이 어떻소? 같이 고기도 먹고, 산책도 하고면 참 즐겁지 않겠나.”“다들 설랑과 순풍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오? 큰형님이 눈을 떴는데, 어찌 와서 울어주지도 않소?”“아이고, 깜빡했네. 금호가 눈을 떴다는 소식에 다들 쏜살같이 궁으로 달려오느라, 누가 챙길 겨를이 있겠나? 게다가 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소식이 이미 숙왕부 전체에 퍼졌을 텐데.”“그럼. 금호가 깨어난 게 얼마나 큰일인데. 오늘 밤은 술이라도 조금 해야겠네. 아주 조금만, 한 잔만. 축하해야지.”소요공이 말했다.지금의 숙왕부는 절제에 철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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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5화

우문호는 노하여 그들을 꾸짖었다.“다들 박학다식한 사람들인데, 어찌 식견과 도량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이오? 여인이 글을 알고 이치를 깨닫는 걸 용납할 수 없다니? 예로부터 조정에서 나랏일을 논하는 자는 대부분 남자였소. 그땐 어찌 그들이 조정의 안정을 해친다고 말하지 않았소? 여학을 세운다고 하니, 여인이 황권 통치를 흔들 것이라니? 여인이 그리 대단하다면, 차라리 여인을 벼슬로 삼아, 이른바 사대부인 자네들과 정정당당히 겨뤄 보게 해야겠소.”“이미 세운 첫 번째 여학당은, 사실 수공예를 가르치는 것이 주고, 글을 배우려는 이는 극히 적은 상황이네. 황후가 여인들이 이치를 깨닫길 바라며,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다들 어찌 나쁘게만 생각하는가? 여인이 글을 배우는 것이 좋을지 나쁠지는 자네들이 생각할 일이 아니라, 여자가 스스로 생각할 문제네. 배우고 싶으면 배우고, 배우고 싶지 않다면 전처럼 지내면 되는 법. 조정은 여인에게 반드시 글을 익혀야 한다는 엄명을 내린 것이 아니네. 나와 황후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그녀들의 ‘선택할 권리’네. 배우고 싶으면 학당에 들어가 글을 배우면 되는 것을. 대체 뭘 그리 복잡하게 따지는 것이오? 남자들에게 무슨 방해가 된단 말이오?”“백성이 글을 익히는 것을 막으면, 백성을 다스리기 쉬워 보일 수도 있소. 조정에서 무슨 정책을 내리든 그대로 따르고, 반대할 줄도 모르니.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시오. 백성이 개화하여 능력이 강해지면, 조정을 더욱 엄히 감시할 것이오. 그럼, 간사한 관리나 탐관오리는 숨을 길이 없을 것이오. 그래야 나라가 날로 좋아지고, 방금 말한 안정적인 국정을 얻을 수 있소. 백성의 귀를 막고, 고작 몇 년이나 버티겠소? 선인의 교훈을 아직도 배우지 못했단 말이오?”“폐하, 신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주대인 일행이 다시 맞서려 하자, 우문호는 버럭 화를 냈다.“논할 게 있으면 먼저 수보에게 상소를 올리시게. 내각에서 심의를 마치고, 내가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때 다시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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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6화

수보가 금호전에 도착해 보니, 우문호와 이리 나리도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주대인의 견해가 화제가 되었고, 우문호가 느긋이 말했다.“천하에 결코 하나의 관점만 존재할 수는 없는 법. 누구든 자기 생각을 진리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른바 진리라는 것은, 때로는 정교한 이기주의일 뿐이다. 알겠느냐? 그들은 남자의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남자의 이익일 뿐. 신경 쓰지 말고, 그저 그들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두면 된다. 난 그들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니.”“찬성합니다!”“찬성합니다!”금호가 앞발을 번쩍 들어 동의 의사를 표했다.이리 나리가 제안했다.“이렇게 햇살이 예쁘니, 금호와 산책하는 건 어떻습니까?”수보가 담담히 말했다.“햇볕에는 예쁘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밝고 화사한 햇볕’이라 해야지요. 나리께서 문맹이라니... 이래서 개화가 중요한 것입니다.”“예쁘다고 칭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지 않습니까? 방금 폐하도 모두의 말 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이리 나리는 말을 마치고, 직접 수레를 금호전 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 함께 금호를 들어 올렸다.“수보, 힘 좀 쓰십시오.”“저는 문관입니다.”수보는 금호의 등에 손을 얹으며 태연히 말했다.“무공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연약한 척을?”“저의 문관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 주십시오.”“억지네요. 이건 말이 안 맞잖습니까?“이리 나리와 우문호는 금호를 수레 위에 올리며 소매를 털었다.“말이 안 맞으면 억지가 아니고, 궤변이라 합니다.”“당장 한대 내려치고 싶습니다.”이리 나리는 더 이상 성질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수보 같은 놈 앞에선, 아무리 좋은 성격도 화를 내게 된다.“때리다니요? 비록 문관이지만 무공을 아는 몸입니다.”수보는 두 손을 소매 속에 넣은 채, 수레 미는 일에 조금도 힘을 보태지 않았다.“참 귀찮은 놈일세!”우문호는 수레를 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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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7화

홍엽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물었다.“장가갈 생각 있습니까? 요즘 아는 아가씨들이 몇 있는데, 얼굴도 괜찮고 가야금은 물론, 바둑과 서화에도 조예가 깊어, 분명 수보와 이야기가 잘 맞을 것입니다.”“가야금, 바둑과 서화라? 제가 그걸 좋아할 것 같습니까?”수보는 눈을 흘겼다.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냈지만, 그가 지금 제일 싫어하는 것이 가야금과 바둑, 서화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싫으십니까? 그럼, 기마와 마구, 마작이나 패 같은 건 어떻습니까? 그런 것에 능한 아가씨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문도 싫고, 무도 싫고, 놀이 같은 건 더더욱 싫습니다.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습니까? 저는 북당의 수보이니, 바른 몸가짐을 가져야지요.”“그럼, 짝을 고르는 기준은 있습니까? 제가 알아봐 드리지요.”수보는 곧바로 기술을 써서 홍엽을 바닥에 쓰러트리고 목덜미를 짓눌렀다.“솔직히 말씀하십시오. 우리 어머니한테서 돈을 얼마나 받으셨습니까?”홍엽은 쉽게 수보의 손에서 벗어나, 우아하게 옷매무새를 고쳤다.“제가 그런 사람입니까? 저는 원하기만 하면, 금은보화를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북당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지요.”이리 나리의 시선이 스치듯 지나갔고, 그는 여유롭게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그런 말 하기 전엔, 저한테 먼저 물어보십시오.”우문호도 담담히 말했다.“그런 말 하기 전에, 나의 국고부터 묻게.”북당이 아직도 과거의 북당인가? 지금은 아주 넘쳐흐를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가?황제가 입을 열자, 다들 침묵을 지켰다. 잠시 멈칫하던 수보는 결국 홍엽을 다시 끌어와 따졌다.“정말 아무것도 안 받았습니까? 맹세하십시오.”“어찌 제가 맹세를 해야 합니까?”홍엽은 거만하게 웃었다.“농담도 참. 제가 그렇게 아무렇게나 매수당할 사람입니까?”“그럼, 방에 있는 고금을 부숴야겠습니다.”홍엽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어머님께서 오로지 저만 위해 다과를 만드는 요리사를 청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저의 약점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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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8화

공주 역시 자선 사업을 열심히 하였지만,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고 가장 좋아하는 건 돈을 기부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걸 가장 좋아했다.조금씩 돈을 기부하는 걸 좋아하는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요공이었다. 소요공의 집안은 부유했고, 자손들도 크게 성공했다. 소요공의 집안은 과거 그리 크지 않았고, 그는 집안의 외아들이었다. 장가간 뒤, 부인과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낳았다. 두 아들은 각자 정실부인과 두 명의 첩을 두었는데, 아이가 워낙 많아, 집안에 어느샌가 자손들이 많아졌다.하지만 연세가 많은 소요공은 더 이상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일찍이 집을 떠나 널찍한 저택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자식들이 시간이 나서 잠깐 들르는 건 괜찮지만, 계속 붙어먹으려는 자는 허락하지 않았다.게다가 요즘 소요공은 거의 숙왕부에만 머물렀고, 저택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저택은 동물과 식물들의 낙원이 되었다. 그는 식물을 아주 좋아했고, 동물도 좋아했다. 호랑이, 늑대, 개 등 온갖 짐승을 들여놓아, 저택에 전담 관리인까지 있었다.그렇게 소요공은 줄곧 숙왕부에서 잘 지내왔었다. 하지만 최근, 그는 갑자기 자기 집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했다.무상황은 그가 그저 잠시 지내다 오는 줄 알고, 주 어르신과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소요공은 매정하게 거절했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아,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전했다.이상하지 않은가? 십여 년간 늘 시끌벅적하게 함께 지내던 사람이, 어찌 갑자기 혼자 있고 싶다는 건가?무상황은 그를 혼자 두지 않았다. 소요공이 저택으로 떠난 날, 무상황은 주 어르신과 함께 작은 보따리를 챙겼다. 그리고 황혼 무렵, 몰래 소요공의 저택으로 향했다.무상황은 소요공이 숙왕부의 담백한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술도 없으니, 며칠쯤 마음껏 쉬고 싶어서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지 추측했다. 그래서 그는 주 어르신과 함께 소요공을 따라, 며칠 동안 얻어먹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고, 술만 안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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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9화

무상황과 주 어르신은 억지로 그를 숙왕부로 끌고 와 원 씨 누이에게 이를 보게 했다. 가득하던 이빨 중 이미 일곱, 여덟 개가 빠져 있었고, 남은 것도 흔들리는 상황이라 고기를 먹는 것도 불편했다.소요공은 이가 빠질 때 말도 안 하고, 게다가 칼슘 보충제를 몰래 버린 탓에, 원 씨 누이에게 한바탕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그리고 숙왕부에서는 대대적으로 치아 검진이 시작되었다. 그동안은 늘 다른 신체 질환에만 신경 썼지, 치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에, 원 씨 누이는 크게 자책했다.검진 결과 가장 심각한 건 소요공이었고, 나머지 어르신들은 그럭저럭 괜찮았다.소요공은 죽어도 틀니는 안 하겠다고 버텼고, 대충 억지로 식사하다가, 정말 못 먹게 되면 그때 방법을 생각하자고 했다. 다행히도 구강 문제를 중시하게 되어, 그는 남아 있는 이를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원 할머니는 이 일로 다시 분주해졌다. 그녀는 혜민서 관리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주 어르신을 참석시켜 치아 건강 지침서를 마련해, 전 북당에 치아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려 했다.이 일은 꽤 큰 사안이었다. 각 주부에게 통보해 홍보해야 했기에, 선전 아문의 협력이 필요했다. 물론 이 일은 조정에서도 논의해야 했다.치아 문제를 조정에서 논하는 상황에, 젊은 관리들은 쓸데없이 일을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연세가 많은 신하들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여겼다. 원 할머니는 이가 좋지 않으면 영양이 많은 음식을 먹지 못하고, 억지로 삼킨다 해도 씹지 않은 채 넘긴 탓에 위의 부담이 커지고, 결국 위장을 상하게 한다고 했다.위와 장이 상하면 온갖 병들이 뒤따라 생기니, 어찌 사소한 일이겠는가? 이일을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관리들은 아직 직접 겪은 적 없기 때문이다.이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우문호가 신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며칠 전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소. 어떤 이들은 여학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었네. 여인이 재주가 많으면 절개를 잃기 쉽고, 글과 이치를 알아도 소용이 없다고. 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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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0화

조정 일 때문에 바삐 시간을 보내고, 우문호는 곁에 있는 심복 대신들이 바쁘기만 할 뿐, 즐길 만한 낙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이건 안 되는 일이었다. 쉬는 것과 일하는 것도 균형이 필요하고, 일만 하고 즐길 줄 모르면 쉽게 우울해지거나 그 뭐라더라, 변…태가 될 수도 있었다.그래서 그는 궁중 장인들에게 명하여 정교한 마작을 만들게 했다. 그는 대신들에게 마작을 가르쳐주고, 마작판 위에서 이야기를 논할 생각이었다.이날 조회를 마친 뒤, 어서방에서 정사를 논하고, 우문호는 심복을 남겨놓고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재미있는 물건을 보여주겠다고 했다.모두 서로를 흘깃 보며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황제가 재밌다고 하는 건 정작 그들에겐 재미가 없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황제의 취향은 늘 이상했다.황제는 털벌레나 애벌레를 두고 귀엽다고 하면서, 모두에게 강제로 ‘예쁘다’라고 느끼게 만들려 했었다. 평소에는 황제의 특권을 잘 내세우지 않지도, 이런 사소한 일에는 유독 집착하며, 반드시 다들 그와 같은 취향을 가져야 한다고 협박했다. 게다가 다들 환한 표정을 지으며 애벌레가 귀엽다고 칭찬해야 했었다.사실 푸른빛 애벌레 정도야, 억지로 귀엽다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문호는 온몸이 시커먼 털로 덮인 것을 더 귀엽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개성이 있다고까지 말하니, 도저히 참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검은 털벌레가 개성 있고 귀엽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수보와 홍엽은 마작 패를 보자마자, 그저 평범한 패라고 생각했고, 이내 수보가 비웃듯 말했다.“이건 그저 패가 아닙니까? 다만 모양만 네모나네요.”우문호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네가 뭘 알기나 하느냐? 이 마작은 백 장이 넘고, 게다가 놀이 방식도 전혀 다르다. 잘 가르쳐 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이 말을 할 때, 우문호는 자신만만했다. 아직 바빠서 제대로 놀 기회가 없었기에, 앞으로 이틀은 더 연습할 시간이 있었다. 그에게는 사부가 있었으니, 바로 원 할머니였다.원 할머니는 현대에서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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