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가의 작은고모 녹선은 본디 시비를 꺼리고, 늘 가화만사성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집안에 소란이 이는 것을 꺼리는 그녀의 나약한 성격 탓에, 아이들조차도 그녀를 업신여기곤 했었다.시댁의 살림살이가 그나마 넉넉한 편이라 집안에 첩도 두 명 있었지만, 적출이든 서출이든 그녀를 공경하는 이는 드물었다. 정실부인의 기세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평소에는 조심스러운 성격이었지만, 이젠 황후까지 직접 뵙지 않았는가? 녹선은 삶이 순식간에 달라진 듯했고, 집안의 시끄러운 일들을 떠올려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매서운 기세로 답했다.“언니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난리를 피워서, 시댁에서 더는 만만히 보지 못하게 해야지요.”서 선생은 곧장 아들들에게 명을 내렸다.“너희가 고모를 모시고 돌아가거라. 소란을 피워도 되지만, 함부로 굴어서는 안 된다. 우리 외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찌 힘을 주지 않겠느냐?”녹선은 잠시 머뭇거렸다. 지난날 친정에 하소연하며, 조카들의 도움을 청한 적 있었으나, 늘 어머니가 꾸짖어 말리셨다. 녹가 노부인은 집안일을 알아서 처리하라 하셨고, 시집간 딸이 매번 친정을 불러 소란을 일으킨다면, 가문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 하셨다.노부인은 늘 이렇게 자기가 예법을 잃어도, 남에게는 잃지 말라고 강요했었다.“가거라!”서 선생도 몸을 일으켰다.“어머님께는 내가 말씀드리마. 노하시면 그 책임도 내가 짊어지면 되는 법. 네가 그동안 나를 지켜 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너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언니의 말 한마디에, 녹선의 가슴에 용기가 차올랐다. 그녀는 이내 조카들을 이끌고 친정을 나섰다.늦은 시각이었지만, 녹선의 시댁은 온갖 소란이 일었다. 녹선이 친정에 들렀다 늦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자, 그녀의 시어머니가 문 앞에서 호통을 치며 꾸짖었다.예전 같으면 고분고분 욕설을 삼켰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녹선이 몇 마디 말대꾸하자, 그녀의 서방이 뛰쳐나와 손찌검하려 들었다. 하지만 녹선의 따귀를 때린 손을 거두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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