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3월은 여전히 매서웠다. 바람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실려, 옷 사이로 파고들며 몸을 얼렸다.의현은 홀로 긴 거리를 걸었다. 찬바람 속에서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서글픔은 여전했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오히려 많은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의현은 선혁을 원망하지 않았고 정말로 원망할 수 없었다.처음부터 선혁은 거절의 태도였다. 끝내 자기 혼자만의 감정으로 그를 좋아했을 뿐이다. 심지어 남자의 이성적인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매달려왔다.게임을 잘하고, 대화가 잘 통하고, 공통된 취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지난번 한번 해보자는 말 이후,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연인이라 부를 수 있는 선을 넘지 못했다.의현은 다시 고백하지도 않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묻지도 않았다. 물었다가는 곧 끝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의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때 동경했던 경성의 거리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건 차가움뿐이었다.문득 게임을 막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몰라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무조건 성장로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계속 길을 잘못 갔다.후예를 잡은 선혁이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의현은 당당하게 성장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게 두 사람이 게임에서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선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끝내 의현을 내치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이끌며 함께 성장로의 모든 포탑을 무너뜨렸다.그리고 나중에야 깨달았다. 자신은 처음부터 길을 잘못 가고 있었다는 것을.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계속 잘못된 길을 걸었고, 선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의현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고, 입술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허리를 곧게 세우고는 발걸음을 돌렸다.카페 안. 여직원이 선혁의 옆으로 다가와 장난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야?”선혁은 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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