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841 - Chapter 3850

3858 Chapters

제3841화

서선혁은 알고 있었다. 장의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한 번 거절했던 사이였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생겼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의현을 밀어낸다면, 너무 면박을 주는 건 아닐까?어쩌면 영화 내용에 감정이 격해져서, 잠깐 기댄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만, 딱 조금만 기대게 두자.그렇게 생각하며 선혁은 가만히 있었다.영화는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고, 극장 안도 어둠에 잠겨 있었다. 빛이 사라진 대신 감각은 더 또렷해졌다.예컨대, 부드럽게 닿은 뺨의 촉감, 가늘게 섞인 숨소리. 선혁의 심장은 이유 없이 빨라졌고, 어깨엔 묘한 감각이 퍼졌다.선혁은 분명 의현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 이건, 그냥 생리적인 반응일 뿐이라고 생각하려 했다.그때였다. 옆에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고, 누군가 낮게 말했다.“어, 누구세요?”선혁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는데. 어둠 속에서도 단번에 알아봤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의현이었다.그럼, 지금 어깨에 기대 있는 사람은 누구지?선혁의 등줄기에 싸늘한 기운이 번졌고,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자리를 비켰다. 자기 어깨에 기대 있던 여자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혁을 바라보다, 의현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당황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저, 자리 잘못 앉았어요. 죄송해요!”여자는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허리를 잔뜩 숙이며 뛰어나갔다. 그녀는 두 줄 앞쪽으로 가서야 자리를 제대로 찾아 앉았다.이에 의현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탄식했다.“정말 별사람이 다 있네.”의현은 무표정하게 제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낮게 말했다.“내가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 왔네?”선혁은 의현을 흘긋 보며 이를 악물듯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나는 진짜 네가 돌아온 줄 알고...”말을 잇다가 의현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 걸 느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의 눈이 어둠 속에서 마주쳤다.단 몇 초였지만, 그 침묵은 길게 느껴졌다.의현은 먼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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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2화

장의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그저 직원을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장난이에요, 진짜 농담이에요.”서선혁은 과연 자기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손 한 번 잡은 걸로도 모자라, 키스까지 하자는 여자라고 오해했을지도 몰랐다.이제까지 쌓아온 단아한 이미지, 한순간에 다 무너진 기분이었다.의현은 머릿속이 하얘진 채 아무거나 대충 눌러 메뉴를 고르고는, 재빨리 메뉴판을 선혁에게 밀었다.“먹고 싶은 거 골라. 너무 신경 쓰지 말고.”두 사람은 입맛이 꽤 잘 맞는다는 걸 지난번 경성에서도 함께 밥을 먹으며 느꼈다.게임도 같이하고, 밥도 같이 먹을 수 있는 상대라면 꽤 괜찮은 조합 아닌가?선혁은 의현을 슬쩍 보며 메뉴판을 넘겼고,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럼 할인되는 메뉴로 골라야겠네. 괜히 너한테 돈 쓰게 하면 안 되잖아. 증명만 안 해도 된다면 말이지.”의현은 다시금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색함을 피하고자 자리를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의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차가운 전채요리가 테이블에 올려졌고, 마침 그녀가 돌아왔다. 앉자마자, 옆 테이블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샤인아?”의현이 화들짝 놀라 돌아봤는데, 정말로 이웃집 손화란 아주머니였다. 손화란 아주머니는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방금 보고 혹시 했는데, 진짜 너였구나!”의현도 일어나 반갑게 인사했다.“아주머니도 식사하시러 오셨어요?”아주머니는 팔에 장바구니를 한아름 들고 있었다.“응, 유리아랑 쇼핑하다가 밥 먹고 가려고. 근데 너는 누구랑...”선혁도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손화란은 선혁을 힐끗 보더니, 의현에게 조용히 수군거렸다.“언제 남자친구 생겼어? 너희 엄마 아직도 너 소개팅 시켜보겠다고 나한테 부탁했는데?”의현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뇨, 오해예요. 남자친구 아니고요, 그냥 친구예요. 서류 좀 전달하러 온 거예요.”“아유, 거짓말은. 괜찮아, 아줌마는 네 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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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3화

서선혁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마치 버려진 기분이야. 좀 서운하네.”장의현은 선혁의 말에 담긴 진심을 읽지 못하고 서둘러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방학 때 해성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늦게 예약하면 호텔을 못 잡을까 봐 그랬어.”그 말에 선혁은 의현을 바라보았다.“그럼 PC 호텔로 잡아. 가서 같이 두 판 하자.”의현은 선혁의 눈을 마주했지만, 마음속을 전혀 알 수 없었다.지난번에 거절당한 뒤로 더 깊이 빠져들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기로 했는데, 막상 남자를 보면 다시 흔들리고 다가가고 싶어졌다.하지만 선혁의 태도는 전혀 선을 긋는 기색이 없었고 그저 친구처럼 대하는 듯했다.‘이 관계를 어떻게 하면 무너지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까?’“좋아.”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호텔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호텔로 향했다. 넓은 스위트룸 안에는 피씨방에서 볼 법한 컴퓨터가 있었고, 그 옆이 침실이었다. 침대는 두 개가 있었는데, 분위기도 꽤 괜찮았다.의현은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켜고는 선혁이 접속하기를 기다리며 옆을 돌아보았다.“내 친구도 초대해도 돼? 신경 안 쓰지?”서선혁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상관없어. 다 같이 하면 되지.”의현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친구가 접속해 팀에 합류했다. 이어 음성 메시지가 울렸다.[현아, 나 반나절 동안 기다렸어.]이에 의현이 웃으며 말했다.“오후에 일이 있었어.”팀 구성이 끝나자 곧 영웅 선택 단계가 시작됐다. 상대 팀은 성요를 골랐고, 의현은 운영을, 친구는 해진을 선택했다.그 순간 선혁은 갑자기 흥미가 식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게임이 시작됐다. 운영은 정글을 돌며 틈틈이 라인 지원을 나갔고, 적의 영웅을 잡으면 곧장 친구와 함께 상대 정글을 뺏었는데, 호흡은 꽤 잘 맞았다.반면 선혁이 맡은 원딜은 연속으로 두 번이나 죽자, 지원 캐릭터를 맡은 팀원이 불만을 터뜨렸다.[원딜 뭐 하는 거야?]의현은 옆의 선혁을 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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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4화

갑작스럽게 들어온 고백 아닌 고백에 선혁의 눈빛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리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전에도 거절한 적은 있었지만, 의현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음을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의현은 담담하게 웃었다.“아까 친구가 그러는데, 이찬혁이 지금 해성에 와 있대. 게임 안 할 거면 우리도 보러 갈래?”이찬혁은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가수였다.“좋지. 우리도 한 번 우리 아이돌 만나자.”선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남영도로로 향했다. 이찬혁이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 행사에 참석해 신곡을 홍보하고 있었다.원래도 번화한 거리였는데, 이찬혁이 오자 반쪽 거리가 인파로 꽉 들어찼다.두 사람은 사람들 틈에 끼여 간신히 무대 위 이찬혁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찬혁은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다. 잘생긴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자 아직 노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함성이 쏟아졌다.군것질을 파는 상인이 다가왔고, 의현은 반짝이는 토끼 귀 머리띠를 사서 머리에 눌러썼다. 그리고 고개를 기울이며 해맑게 웃었다.“어때, 예뻐 보여?”선혁은 손을 들어 그 부드러운 귀를 만져보고는 미소 지었다.“잘 어울려.”그 말에 의현은 더 활짝 웃으며 폴짝 뛰어 무대를 바라보았다.이찬혁은 먼저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자, 무대 아래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또한 의현은 선혁의 손을 덥석 잡아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며 크게 따라 불렀다.“너는 참 귀엽고, 장난스러워, 그러면서도 내게 애매하게 다가오지.”“내가 사랑한다고 말할래, 시간과 공간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나는 그냥 널 사랑해, 이렇게 빠져들었어.”...밤바람에 불린 의현의 손은 차가워져 빨개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손길은 확실하게 힘이 있었다. 선혁은 의현의 손에 이끌리듯 팔을 흔들며, 눈빛에 흥분이 가득 담긴 여자를 보다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겁고, 솔직하고, 꾸밈없었다.공연이 끝나자 의현은 언 손을 호호 불며 말했다.“춥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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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5화

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굳이 배웅하겠다고 고집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선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햇살에 빛나는 얼굴에 약간의 장난기와 무심함을 띠고 물었다.“아직 할 말 있어?”의현은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선혁을 바라봤다.“원래는 네가 장거리 연애는 싫다고 했을 때 나도 포기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해성까지 찾아오니까, 다시 희망이 생겼어.”그 말에 선혁은 미간을 찌푸렸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보였다.“나 여기 온 건 사실...”“해보자!”의현이 불쑥 선혁의 말을 끊자, 남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여자는 두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여전히 어설픈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솔직히 나도 장거리 연애는 싫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까. 네 마음을 다 이해해.”“그런데 네가 날 싫어하지 않는다면, 우리 그냥 만나보자. 당장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지 말고, 내가 한번 해보게 해줘.”의현이 말한 해보자는 의미는 둘이 연애를 해보자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시도해 보겠다는 의미였다.직접 선혁을 향해 다가서 보고, 장거리라는 게 정말 감당 못 할 일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선혁은 깊은 눈빛으로 의현을 바라보기만 할 뿐, 당장 대답은 하지 않았다.이에 의현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었다.“넌 내가 싫어?”선혁은 눈썹을 들어 올렸다.“싫었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게임 파트너로 같이 했겠어?”“맞아. 우리는 게임도 같이하고, 취향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가수도 같잖아. 그래서 난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안 그래?”의현은 환한 얼굴로 선혁을 올려다봤다.선혁은 순간, 눈앞의 의현이 무척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자신이 더 소심해 보일 만큼 대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선혁은 결국 의현의 맑은 눈빛을 똑바로 마주한 채,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의현은 순간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쁨을 주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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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6화

다음 날 아침, 오혜랑은 벌써 의현의 방으로 들이닥쳤다.“손화란 아주머니한테 들었는데, 네 남자친구 생겼다며?”“왜 엄마한테는 말도 안 했어?”“어디 사람이야?”벌이 쏘듯 쏘아붙이는 질문에 의현은 눈을 비비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거 없어서 그러죠.”의현은 이불을 걷어내고 졸린 눈으로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손화란이 알았다면, 엄마가 모를 리 없다는 걸 진작 예상했었다.오혜랑은 딸을 따라오며 다그쳤다.“일단 어디 사람이야? 무슨 일 하는데? 집엔 누가 있어?”의현은 거울 앞에 서서 칫솔질을 하다 시큰둥하게 엄마를 흘겨봤다.“네가 연애하는 건 상관없는데, 절대 타지 사람은 안 돼. 우린 자식이라고는 너 하나인데, 어떻게 멀리 시집을 보내겠어?”오혜랑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만약에 네가 멀리 시집간다면, 나랑 아빠랑은 인연 끊는 거야.”그 말에 의현의 손이 잠시 멈췄다. 여자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자기 엄마를 똑바로 보았다.“그러면 혼자 늙어 죽는 거랑, 멀리 시집가는 거랑 둘중에 엄마는 뭐가 나아요?”오혜랑은 눈을 크게 떴다.“그게 무슨 소리야?”“별 뜻 없어요. 나 화장실 가야 하는데, 오 여사님도 같이 볼일 볼래요?”의현은 웃으면서 엄마를 문밖으로 밀어냈다.세수와 양치를 마친 뒤, 부모님께 대충 인사만 하고 곧장 집을 나섰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선혁은 막 잠에서 깨어난 참이었다.“아침 사 왔어!”의현이 큰 소리로 외쳤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선혁의 눈앞에는 해성의 다양한 아침거리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가득 놓여 있었다. 포장만 봐도 여러 가게를 돌며 산 게 분명해지자, 선혁의 마음이 순간 무거워졌다. 의현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있을까?’어젯밤 고개를 끄덕인 것도 결국 순간적인 마음 약함이었는데, 돌아오면서 내내 후회가 몰려왔던 것이다.“무슨 생각해?”의현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이건 우리 해성 사람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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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7화

선혁이 떠난 뒤, 의현은 그 빈자리를 그리움과 번민으로 채웠지만 본래 낙천적인 그녀는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적어도 의현이 보기에는, 사랑하기만 한다면 어떤 문제도 문제가 아니었다....시간은 어느새 열흘 남짓 흘러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일주일 되는 날 강재석 일행이 강성에 도착했는데, 강시언과 강아심도 함께였다.그날 저녁, 모두 도경수의 집에 모여 식사했고, 식사 자리에서 강재석은 강솔을 향해 농담을 건넸다.“결혼은 언제 하냐? 내가 네 결혼식 술잔을 기다리고 있는데.”강솔은 평소 소희와 함께 있을 때는 장난스럽고 까불기 일쑤였지만, 강재석 앞에서는 유독 공손하고 얌전했다.“할아버지, 곧이에요. 그때 꼭 와주셔야 해요.”원래 진석과 강솔은 해가 바뀌기 전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었지만 바로 한 달 전, 진석의 큰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진석 집안은 예부터 예법과 격식을 중히 여기는 집안이었고, 더구나 사회적 영향력도 막강했기에 혼례를 해 넘겨 미루기로 했다.진석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담담히 웃었다.“그때가 되면 제가 직접 청첩장을 들고 어르신 댁에 찾아뵐게요.”강재석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나는 당분간 강성에 머물며 소희 출산을 지켜볼 거야. 그러니 언제든 청첩장 들고 와도 된다네.”“예, 그럴게요.”진석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강솔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저도 할아버지가 소희 때문에 강성에 계실 거라고 짐작했어요. 오래 계신다니 정말 다행이에요.”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시언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남자는 화면을 한번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두 분, 편히 드세요. 전 전화 좀 받고 올게요.”도경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 볼일 봐라.”강시언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심의 눈빛에 엷은 근심이 스쳤다.식사 후 모두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시언이 돌아와 외투를 챙기며 말했다.“저는 회사에 일이 있어 잠시 다녀올게요.”그러자 도경수가 눈살을 찌푸렸다.“이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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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8화

그날 밤, 소희와 가족들이 돌아간 뒤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시언은 도씨 저택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 아심의 눈에 들어온 건, 발코니에 서 있는 남자의 우람한 실루엣이었다.양팔로 난간을 짚은 채, 등이 약간 굽혀 있었고, 희미한 달빛이 검은 셔츠 위에 내려앉아 냉정하고 단단한 선을 그려내고 있었다.시언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담배 연기가 차가운 밤안개와 뒤섞여 흩날리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아심은 다가가 두 팔로 시언의 탄탄한 허리를 감싸 안고는 온몸을 기댄 채 바싹 다가갔다.시언이 거친 바람이라면, 아심은 물 같았다. 그 바람에 녹아 물결이 이는 듯, 그의 숨결에 잔잔히 흔들리며 흘러가는 물결처럼 그를 감싸고 있었다.“아직 안 잤어?”담배 마지막 한 모금을 피운 시언은 담뱃불을 끄고 몸을 돌려 아심을 품에 안았다.넓고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자, 아심은 드디어 현실에 돌아온 것 같은 사람인 양 마음속 불안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기다렸어요. 당신이 안 오면 잠이 안 와서.”아심의 목소리는 낮고 가늘었다. 투정도 애교도 아니고, 그저 사실 그대로의 고백이었다.시언은 여자의 머리칼을 쓸며 낮게 웃었다.“그 습관 고쳐.”아심은 시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달빛을 머금은 눈동자를 올려다봤는데, 더욱 아름답고 짙게 빛나는 눈빛이었다.“안 고쳐져요. 그러니까 당신이 늦게 들어올 때는, 꼭 기억해요.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걸.”시언은 아심을 깊은 눈길로 바라봤다. 거칠고 뜨거운 손끝이 그녀의 눈가를 스치자, 금세 여린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마치 울다 나온 듯한 눈매와 그 촉촉한 눈동자가 어우러져, 자신의 숨이 순간 막히는 듯했다.결국 시언은 아심의 허리를 들어 올려 품에 안고,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섰다.밤바람은 점점 거칠어져 물결을 흔들었고, 마치 짐승의 낮은 포효처럼 세차게 울부짖었다.환한 달빛은 검은 구름에 가려졌고, 칠흑 같은 어둠이 사방을 덮었다. 새벽이 올 때까지, 매서운 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어와 이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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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9화

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실 비서 자리가 공석이 된 뒤, 칼리가 인사부에 여러 번 건의했기에, 인사부에서 먼저 백구연을 칼리 쪽으로 배치한 것이었다.구택은 담담히 말했다.“모르는 게 있으면 칼리한테 배우면 돼요.”칼리는 서둘러 말을 받았다.“걱정하지 마세요. 구연 씨가 모르는 게 있으면 제가 다 알려드리죠. 함께 잘해봐요.”구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드려요. 그냥 구연이라고 불러주세요.”칼리는 친근하게 웃어 보였다.그날 이후, 구연은 사장실에 자리를 잡았고 능력이 뛰어나고 적응도 빨라, 칼리의 업무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무엇보다도, 불필요하게 구택에게 다가가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공을 가로채지도 아부하지도 않았다. 똑똑하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냈다.칼리는 그런 구연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나 구택의 앞에서 그녀의 실력을 칭찬할 정도였다.며칠 뒤, 구택은 소희를 데리고 본가로 갔다. 그 자리에서야 아버지 임시호가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백호균이 전화를 했더구나. 손녀가 여기 와서 자기 곁을 지키고 있는데, 심심하다며 일을 구했더니 하필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고.”그 말에 구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지금 제 비서로 있고, 벌써 일주일 가까이 됐어요.”“잘하고 있나?”“무난해요.”구택의 대답에, 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백호균의 손녀 아닌가? 챙길 건 챙겨줘야지.”이에 구택은 고개를 숙였다.“네.”그날 오후, 구택은 소희를 데리고 도씨 저택에 가 저녁에는 모두와 함께 식사했다.식사가 끝나고, 소희는 할아버지와 도경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눈을 들어 보았다.발코니에서 시언과 구택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남편의 표정이 다소 무거워 보였다.소희는 본능적으로 아심 쪽을 바라보았다.아심 역시 발코니의 시언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소희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밤이 되어 돌아오는 길, 소희는 차 안에서 물었다.“오빠랑 무슨 얘기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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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0화

아심은 몸을 살짝 일으키며 붉은 입술로 그의 몸을 따라가듯 스쳤다. 눈빛은 촉촉하게 풀려 있었고, 목소리는 나른하게 흘러나왔다.“알아요. 나도 같이 갈래.”이에 시언은 여자의 얼굴을 감싸 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너무나 단호한 거절에 아심은 고개를 들어 시언을 바라보았다. 젖은 눈빛 속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난 이제 넘버세븐이 아니고 당신 와이프예요. 그런데도 여전히 같이 못 가요?”시언의 시선은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런 이유가 아니야.”“그러면 왜요?”아심은 다리를 들어 시언의 허리를 감자, 남자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여자의 다리를 붙잡으며 낮게 말했다.“네가 임신했으니까.”그 말에 아심은 순간 멍해졌고, 시언은 몸을 숙여 여자의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아심아, 나 아빠 되잖아.”며칠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생리도 이틀 늦어져 어제 오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던 것이다.두 사람은 그동안 줄곧 아이를 기다려 왔다. 아심도 늘 그날을 고대했는데, 막상 검사 결과지를 보고도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왜냐하면 아심은 시언과 함께 삼각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지를 없애는 걸 깜빡했고, 결국 시언에게 들키고 말았다.아심은 힘없이 다리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고개를 베개에 묻었다.“왜 하필 지금이야. 좀 더 일찍 오든가, 좀 늦게 오든가.”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끌어안고 손끝으로 여자의 뺨을 천천히 쓸어주었다.“난 기뻐. 정말 기뻐.”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곁눈질했다. 눈빛은 매혹적으로 반짝였다.“하지만 아이 때문에, 삼각주엔 날 데려갈 수 없단 말이잖아요.”아심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눈망울을 반짝이며 애원했다. “그럼 그냥 가서 밤영이랑, 그 딸만 보고 올게요. 당신이 어디에 있으라고 하면 거기 가만히 있을 것이고 절대 문제 안 일으킬게요.”시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단호히 말했다.“안 돼.”아심은 입술을 깨물고, 하얀 손가락을 시언의 허리에 얹으며 가까이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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