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901 - Chapter 3910

3999 Chapters

제3901화

은정이 낮게 말했다.“증거 없이는 성급히 움직이지 마.”은정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지만, 괜스레 사람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이내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정과 함께 다시 임씨 저택을 나섰다.차 안은 한동안 고요했고, 유진은 미간을 잔뜩 좁히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우리 너무 과하게 의심하는 걸까요?”오늘 일이 정말 구연의 계략이라면, 그녀의 목적은 자신과 친해지는 게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겨냥한 사람은 바로 소의일지도 몰랐다.아이 유괴라는 사건은 겉보기에는 우연 같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허술한 구석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파고들어 추궁하게끔 유도한 것처럼.‘만약 내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앞에서 진 씨 아주머니를 캐묻는다면?’그리고 그 순간, 만약 구연이 배후라면 진 씨 아주머니는 이미 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러면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온갖 추측과 의심은 소희 쪽으로 향하게 된다.그때가 되면 진 씨 아주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소희가 궁지에 몰리는 그림이 그려진다.유진은 머릿속이 가득 혼란스러웠다.“근데 왜 소희를 노리지? 혹시 이 모든 게, 이 사람이 내 삼촌을 뺏으려는 거야?”어둑한 차 안, 은정의 날카로운 윤곽이 한층 냉혹하게 드러났다.“꼭 그럴 필요는 없어.”유진은 눈동자를 굴리며 은정을 의심스레 바라봤다.“혹시 뭘 아는 거예요?”‘그러니까 아까 자신과 백구연이 함께 있는 걸 보고 그렇게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게 아닐까?’은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말했잖아. 난 낯선 사람을 원래 의심부터 하는 성격이야.”유진은 여전히 얼굴에 불만을 띠며 중얼거렸다.“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임씨 집안에 들어온 것도 분명 목적이 있는 거 같아.”그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은정이 나지막이 답했다.“임씨 집안엔 네 삼촌이 있지 않나?”유진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난 삼촌이 걱정되는 게 아니야. 소희가 더 걱정돼요. 우리 지금 어떻게 해야 해요?”은정의 큼직한 손이 유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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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2화

주말, 백호균은 구연을 데리고 임씨 저택을 찾았다.마침 집을 나서려던 유진은 고개를 들어 구연이 공손하게 백호균 뒤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첫 번째로 스친 생각은 구연이 임씨 집안을 떠보러 온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소희에 대해 임씨 집안이 혹시 의심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게다가 유진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궁금증이 떠올랐다.‘만약 백구연이 불순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백호균은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겉으론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인사했다.“어르신, 구연 씨.”“유진아.”백호균은 손주를 보는 듯 인자한 얼굴로 화답했다.“어르신, 강성에 오시고 나서 점점 더 건강해지시는 것 같아요. 얼굴빛도 훨씬 좋아지셨네요.” 유진이 밝게 칭찬을 던지자 백호균의 기분은 한껏 들뜬 듯 보였다.“그래? 역시 강성의 물과 흙이 사람을 좋게 만드는 모양이야.”유진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그래서 어르신, 진작부터 강성으로 오실 계획을 세우셨던 거 아니에요?”순간, 백호균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아주 잠시 굳었으나 곧바로 다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 이렇게 인재 많고 기운 좋은 땅인데 누가 안 오고 싶겠니?”유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날 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구연 씨.”구연은 살짝 미소 지었다.“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이었어요.”“무슨 일이 있었니?”임시호가 눈길을 돌려 묻자 유진은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제가 좋은 일을 하고도 억울하게 오해를 받았다니까요.”그제야 며칠 전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다행히 구연 씨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해명해 주셨죠. 안 그랬으면 정말 억울할 뻔했어요.”구연은 태연하게 덧붙였다.“마침 옆에 있었을 뿐이에요. 별일 아닌 걸로 유진 씨가 괘념치 않았으면 해요.”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숨을 내쉬었다.“근데 그날, 제가 진 씨 아주머니한테 저녁에 샤부샤부 먹으러 간다고 했더니 근처 과자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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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3화

백구연이 문득 깨닫듯 말했다.“제가 그만 실수로 떨어뜨렸네요. 지금 가서 찾아오죠.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이쪽으로 오세요.]상대방은 의외로 친절하게 대답했다.구연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곧장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돌렸다.십여 분 차를 타고 달려 식당에 도착한 구연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구연이 앉아 있었던 자리 앞에 다다랐을 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남자는 하얀 셔츠를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귀에는 은빛의 눈에 띄는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다가가자 얼굴 윤곽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오뚝한 콧날, 붉고 얇은 입술, 또렷하게 각진 턱선, 그 위에 걸친 자유분방한 기운까지 더해져 보는 순간 압도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구연은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제 휴대폰을 주우신 분인가요?”남자가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선글라스가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붉은 입술이 비죽 올라가며 능글맞게 말했다.“예쁜 여자들은 다 이렇게 덜렁대나 보네요?”구연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제가 부주의했네요. 회사에 급히 파일을 보내느라 챙기지 못했거든요.”남자가 탁자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가져가세요.”구연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다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한 뒤 물었다.“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남자는 소파 등받이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더니, 입술을 들어 올리며 두 글자를 내뱉었다.“심명이라고 해요.”구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휴대폰 안에는 중요한 자료와 문서가 들어 있어서 잃어버리면 큰일 날 뻔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심명 씨.”심명은 비릿하게 웃었다.“어떻게 감사할 건데요?”뜻밖의 말에 구연은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명이 정말로 대가를 요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곧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현금으로라도 보답하죠.”그러나 심명의 입술이 굳게 다물리더니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필요 없으니까 그만 가봐요.”마치 모욕이라도 받은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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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4화

오늘 심명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 그 눈매는 은은하게 빛나는 복숭아꽃 같아 한 번 더 바라보면 영혼이 홀린 듯 빠져들 것만 같았다.“심명 씨!”구연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자 심명이 몇 걸음 다가서더니 놀란 듯 눈빛을 주며 그녀를 훑어보았다.“예쁘시네요.”이에 구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심명 씨 곁엔 늘 많은 미인이 계실 텐데요. 본인이 아는 분 중에서도 예쁜 축에 드나요?”심명의 시선에 진심이 스쳤다.“당연하죠. 사람마다 자기만의 아름다움이 있는 법이니까요.”이에 구연은 얕게 웃었다.“심명 씨는 참 말을 잘하시네요. 하지만 제가 거리를 좀 두어야겠어요. 괜히 마음이 흔들리면 어떻게 하나요?”심명은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마음이 안 움직이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그럼 심명 씨는 이상한 사람을 만난 적 있으세요?”구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당연히 있죠.”심명이 짧게 대답하면서 마음 깊숙이 간직한 보석 같은 존재를 떠올렸다.그러고는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한 심명이 말했다.“파티 곧 시작되니까 올라가죠.”“파티요?”구연은 놀란 눈길을 보냈다.“저를 같이 데려가시려는 건가요? 진작 말씀하셨으면 옷이라도 갈아입고 오는 건데요.”“지금 이 모습이 딱 좋아요.”심명이 단호히 말했다.“사람이 아름다우면 화려한 옷보다 빛나죠.”구연은 입가를 가만히 눌러 미소를 감췄다.파티장은 대형 상업 리셉션 자리였다. 심명이 워낙 눈에 띄는 인물이라, 두 사람이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몰렸다.멀찍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몇몇 여자가 모여 서 있었다. 그리고 다들 시선은 곧장 심명과 동행한 구연에게로 향했고, 동시에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바로 하인영이었다.인영의 눈빛엔 이미 원망이 깃들어 있었다.그토록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더니 돌아오자마자 옆에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다니. 역시 심명이었다.“저 여자는 누구야?”마침내 누군가 입을 열자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대답했다.“임구택 사장의 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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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5화

구연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인영 씨 말은 잘 이해 못하겠네요.”심명은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구연을 바라봤다.“구연 씨가 누구를 닮았다고? 난 전혀 모르겠는데.”인영은 차갑게 웃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인영의 마음속엔 여전히 심명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었다. 예전엔 분명 심명이 먼저 다가와 애매하게 흔들어 놓더니, 결국 소희 때문에 자신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몇 해 동안 심명이 강성에 없었던 동안, 그 일도 조금은 희미해지는 듯했지만 막상 다시 남자를 보니, 생각만 해도 쌓였던 원망은 전혀 사라지지 않은 듯 되살아났다.소희와는 애초에 비교할 수도 없었으니, 그 질투와 분노는 자연스레 소희와 닮은 구석이 있는 구연에게 옮겨갔고 볼수록 더 거슬렸다.그때 심명의 휴대폰이 울리자 남자는 전화를 받으며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도착했어? 알았어, 곧 갈게.”전화를 끊은 심명은 인영을 향해 말했다.“볼 일이 좀 있어. 내가 없는 동안 구연 씨 좀 부탁할게.”그로고는 다시 한번 못 박듯 덧붙였다.“구연 씨는 내 친구니까 잘 챙겨.”인영은 순간 멍해졌다. ‘내가 싫어한다는 걸 알 텐데, 왜 굳이 나에게 맡기는 걸까?’그 의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심명은 구연에게도 짧게 한마디 남기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심명이 나가자마자 인영 주위로 친구들이 바싹 다가왔다.심명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뒤를 돌아보았다. 얇은 입술에 차갑게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렸고, 이내 천천히 2층으로 향했다.“심명 씨!”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고 반가운 듯 달려온 이는 손석군이었다.세월이 흘러 이제는 집안 사업을 이어받아 한층 성숙해진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심명을 보자 습관처럼 공손한 웃음을 띠었다.“다들 벌써 도착해서, 지금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명이 웃으며 대답했다.“오늘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술 한잔만 하고 바로 가야 해요.”“간만에 돌아왔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요?” 석군이 농담처럼 웃었다.“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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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6화

소희는 전화를 끊고 심명을 바라보았다.“언제 돌아온 거야?”순간 심명의 잔잔한 감정이 모두 흩어지더니 그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사흘 전에!”그러나 소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심명을 살폈다.“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 혹시 연희가 너한테 전화라도 했어?”심명이 고개를 저었다.“내가 스스로 돌아온 거야.”소희는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길을 보냈다.심명은 소희의 맞은편에 앉으며 시선을 부드럽게 옮겼다. 불러 있는 배를 잠시 바라보다가 얼굴로 시선을 올리며 낮게 웃었다.“사람들이 그 여자가 너를 닮았다고 하는데, 난 전혀 모르겠더라. 어떻게 너하고 비교할 수 있겠어?”소희의 눈빛은 고요했다.“역시 그 일 때문에 돌아온 거구나.”심명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사람이 먼저 나한테 다가온 거야.”소희는 놀라지도 않았지만 시선이 서늘해졌다.“네가 이제 막 돌아왔는데 벌써 알아챘다고?”그 말에 심명의 얼굴에서 가벼운 웃음이 거두어졌다.“그 여자 혼자서는 불가능하지. 뒤에 누군가 있을 거야. 조심해야 해.”소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심명이 손을 내밀었다.“가자. 좋은 구경 보여줄게.”소희는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치를 챘다.“네가 이곳으로 불러낸 거야?”이에 심명은 낮게 웃었다.“그 여자가 먼저 전화를 했어. 난 그저 기회를 준 것뿐이지.”소희는 시선을 굳혔다.“괜한 짓은 하지 마.”“걱정하지 마.”심명은 태평한 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오늘은 내가 네 보디가드이자 보호자니까 부담 갖지 마.”소희는 말이 막혀 고개를 돌리고는 심명의 손을 외면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천천히 걸어. 넌 지금 임산부야.”심명은 곧장 따라나섰다.둘이 긴 복도를 지나자, 뒤에서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붙었는데 다들 소희를 보호하는 사람들이었다.넓은 로비를 지나 난간에 서자, 아래층 파티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소희는 곧장 그곳에서 몇몇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구연을 발견했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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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7화

심명이 소희를 구택의 여자라고 짐작했을 때 여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처음으로 심명이 구택을 질투했던 순간이었다.회상은 이만하고 심명은 소희 곁에 서서 구연을 내려다보았다.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저 여자와 너를 엮지 마.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소희는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봤다.“그 여자와 거리를 둬. 괜히 끼어들지 마.”심명은 느긋이 웃었다.“벌써 말했잖아. 먼저 다가온 건 저 여자라고. 내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었을까?”소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내렸다.“네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거야.”“소희야 그건 말이 안 되지.”심명은 일부러 장난스럽게 어조를 바꾸었다.“상대가 판을 다 깔아놨는데, 내가 안 본다고 하면 얼마나 무례해? 너 사실은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소희는 구연을 흘끗 보고는 더 이상 심명과 말싸움을 이어가지 않았다.“나 이제 집에 가야겠어.”더 늦으면 어떤 사람이 찾아올 게 뻔했다.“나도 같이 가!”심명이 서둘러 말하자 소희가 아래층을 내려다봤다.“구연 씨는 그냥 두고 가는 거야?”심명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날 원한다면 대가를 치러야지. 이 정도 상황쯤은 충분히 헤쳐 나갈 거라 믿어.”소희는 더는 말하지 않고 심명과 함께 파티장을 빠져나왔다.호텔 문을 나서자 늦봄의 저녁 바람이 차갑게 스쳤다. 심명은 곧바로 재킷을 벗어 소희 어깨에 걸쳐주려 했다. 그러나 손끝이 닿기도 전에, 높고 단단한 기운을 풍기는 한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소희야!”역시나 구택이었다.심명은 손을 거두며 씁쓸하게 웃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구택은 어느새 두 사람 앞에 와 있었다. 남자는 단호하게 소희를 끌어안으며, 노골적인 적의를 담은 눈길을 심명에게 보냈다.“소희야, 집에 가자.”심명은 한발 물러서며 부드럽게 손을 흔들었다.“잘 가.”이에 소희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정식으로 얘기해. 독단적으로 움직이지는 마.”“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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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8화

구연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구연은 여자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 옆으로 밀쳐내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 했다.“막아!”여자가 소리치자 함께 따라온 몇몇 부인들이 일제히 구연을 둘러싸며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2층 휴게실 복도는 떠들썩해졌다.그 소동을 구경하던 사람들 뒤쪽에는 아까 구연에게 길을 알려준 소녀가 서 있었다.구연이 억울함을 호소할 틈도 없이 욕설을 듣는 모습을 보며, 여자는 얼굴 가득 차가운 비웃음을 지었다.옆에 있던 다른 여자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천다혜, 너 왜 저 여자를 함정에 빠뜨린 거야? 혹시 너도 심명을 좋아하는 거야?”“좋아하다니, 심명 같은 남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이심은 예전에 심명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었기에 늘 멀리했다.그 말에 여자는 더더욱 궁금해졌다.“그럼 심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하인영처럼 그 여자랑 대립하는 거야?”“저 여자는 백구연이야. 지금 임씨 집안에서 일하는데, 임구택 사장의 비서지.”다혜는 시선을 파티장 쪽에 둔 채 덤덤히 설명했다.다혜는 집안이 임씨 집안과 프로젝트로 얽혀 있어, 아버지를 따라 술자리에 나갔다가 구연을 본 적이 있었다.그 말에 상대방은 놀라서 소리쳤다.“설마 너 임구택 사장을 좋아하는 거야?”“그럴 리 없잖아!”다혜는 단호히 부정한 뒤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나는 단지 소희 씨를 위해서야. 어떤 사람들은 백구연이 소희 씨를 닮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어, 정말 그런지.”친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다혜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너는 몰라. 소희 씨는 나를 구해준 적이 있어.”결국 호텔 CCTV를 통해 구연은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했고, 현장 검거라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은 마무리되었다.난동을 부린 여자와 그 남편은 끊임없이 사과를 반복했다.구연은 옷이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턱 밑에는 누군가의 손톱에 긁힌 듯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까 아래층에서 당했던 일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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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9화

4월에는 두 가지 경사가 있었다. 하나는 4월 10일에 정해진 유진과 은정의 약혼식, 또 하나는 4월 26일 백림과 유정의 결혼식이었다.우정숙은 이달 들어 일이 무척 바빴다. 그래서 미리 유민에게 공부를 봐 줄 과외 선생을 서둘러 구해둔 것도 그 때문이다.딸이 약혼을 앞두고 있으니 우정숙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원래는 직접 준비하려고 두 달 뒤로 날짜를 잡고 싶었지만, 결국 유진의 의견을 따랐다.다행히 집안의 집사와 도우미들이 이런 큰 행사 준비 경험이 많아 모든 일이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었다.또한 소희와 노정순의 도움까지 더해져 약혼 전 준비는 차질 없이 마무리되었다.강재석은 강성에 있었고, 임시호는 친척 집에 들러 직접 청첩장을 전했다. 나머지 청첩장은 사람을 시켜 하나하나 돌렸다.백호균은 청첩장을 받자마자 직접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에 임시호와 노정순은 남자를 응대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유진은 외출하려다 마침 들어온 구연을 보고는 도우미가 들고 있던 차를 받아들어 방 안으로 가져가면서 자연스레 노정순의 옆에 앉았다.“유진아, 축하한다.”백호균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감사드려요, 할아버지.”유진이 귀엽게 웃어 보이자, 백호균은 임시호를 향해 말했다.“아직도 유진이가 철없다 하셨지만, 제가 보기엔 참 얌전하고 착하네요.”이에 임시호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곧 약혼할 몸이라 그런가 보죠.”유진은 얼굴이 붉어졌고 방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구연은 옆 탁자에 놓인 청첩장을 집어 들고 살펴보다가 감탄했다.“청첩장 디자인이 참 예쁘네요.”그러자 노정순이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소희가 유진이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거예요.”“어쩐지 엄청 예쁘더라고요.”구연은 손에서 청첩장을 놓지 않고 여러 번 들여다보며 감탄을 이어갔다.그러면서 고개를 들어 노정순에게 말했다.“사모님은 몸도 불편하신데 늘 집안의 일을 챙기시고, 이런 작은 것까지 직접 도맡으시니 정말 존경스러워요.”말은 칭찬 같았으나, 이전의 일들을 겪은 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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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0화

사람들은 계속 담소를 이어갔지만, 그 주제는 소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이에 유진은 점점 흥미를 잃고, 마침내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빠져나왔다.서재를 나온 유진은 유민의 방으로 향했다. 소파에 털썩 앉은 여자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유민은 문제집을 풀다 유진의 한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 약혼하는 게 싫어서 그래?”“싫다니, 누가?”유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무 좋아서 잠도 안 와서 그래.”“그럼 한숨은 왜 쉬어?”유민은 몸을 돌려 유진을 흘깃 보며 장난스레 물었다.“혹시 억지로 약혼하는 거 아냐?”유진은 유민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러 놀리는 걸 아는 여자는 더는 숨기지 않고 의자를 끌어 가까이 다가갔다.“아까 할머니 말 듣고 생각났는데, 약혼식 때 나랑 사장님도 호칭을 바꿔야 하잖아. 그럼 사장님도 당연히 삼촌을 삼촌, 소희를 숙모라고 불러야 하는 거지?”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그것도 손님들 다 보는 앞에서는 그리 불러야지.”“그렇다니까!”유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사장님이 그 말을 할 수 있겠어?”구은정이 예전부터 자신을 거절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소희를 숙모님이라 부르기 싫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이에 유민은 그제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누나가 은정 삼촌 걱정하는 거구나.”“너도 조심해. 넌 이제 곧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거든!”유진이 맞받아치자 유민은 손에서 펜을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난 상관없어.”유진은 울상이 되었다.“넌 쉽지. 그럼 사장님은 어떻게 하냐고.”유진은 이내 유민의 소매를 잡았다.“네가 좀 도와줘야지.”“그걸 어떻게 도와?”유민이 되물었다.“호칭 바꿀 때쯤 돼서, 네가 삼촌이랑 소희를 잠깐 자리에서 빼내 줘.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한테만 차례 드리면 되잖아.”유진은 얄밉지만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지만 유민은 단호히 거절하며 소매를 빼냈다.“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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